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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반영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36
최근연재일 :
2022.08.01 21:0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4,745
추천수 :
37
글자수 :
440,565

작성
22.05.0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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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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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조사(3)

해당 작품은 가상의 작품으로. 특정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



살면서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무신론자임에도 신을 찾고 마음을 비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게 되는 일.

그것은 저주라는 개념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상담실을 찾아가는 지금. 내 심정이 그러했다.

자기 멋대로 동행을 함께한 여학생 한 명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말이지 내가 얼마나 웃었는지 알아? 걔 하나 때문에 모두 빵 터져가지고 고개를 못 들더라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파스타 접시에 코를 갖다 박았다니까?”


한시도 입을 멈추지 않고,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쉬지 않고 쏟아낸다.

이제 막 동행한 지 2분이 지났을 텐 데. 벌써부터 정신이 혼미했다.


“완전 웃기지 않아? 그래 가지고 경비원이 보다 못했는지 앞으로 나섰는데. 그 아저씨가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오열 하면서 다가가더라고. 그거 때문에 다들 또 웃음 참느라···”


머릿속에서 백색 소음을 재생한 지 얼마나 더 지났을까. 다행히 세상과 시간은 정상적으로 움직인 모양이었다.


“여긴 거 같은데?”


내가 문 앞에 서서 말하자, 처음으로 지민이 입을 멈췄다.


“응, 여기 맞아.”


학생 및 교사 상담실.

제대로 종이가 부착되어 있는 것을 보아, 맞게 찾아온 모양이었다.

나는 상담실에 들어가기 전에 지민을 마주봤다.

비록 아니꼽긴 하지만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크흠, 길 찾아줘서 고마웠어. 그러면 이만···”

“김 선생님~”

“뭐? 잠깐!”


드르륵하고 미닫이문이 열렸다.

교실의 안에서는 교사가 학생과 상담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어머? 두 사람은 갑자기 무슨 일이야?”


상담 중이던 교사는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나는 막무가내인 지민의 행동에 화가 끓어올랐다.


“야, 너는 진짜······”


결국 갖고 있던 불만을 토해내고 말았다.

왜 이렇게 사람이 참견하는 것을 좋아하는 건지로 시작해서. 노크도 안하고 문을 여는 것은 무슨 예의인지 모르겠다. 등등.

하지만 내가 이야기를 하여도. 정작 그녀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어떠한 말도 웃어넘기고 제 좋을 대로 받아들이는 천방지축 유아독존.

완전히 독재자의 성향이었다.


“너는 진짜······”

“오빠?”


나는 들려온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지민과 말다툼을 하던 일을 멈추고. 곧바로 상담실 안쪽을 바라봤다.


“······슬비야?”

“어···. 오빠가 여기는 무슨 일이야?”


슬비의 푸른색의 눈동자가 교사와 나를 번갈아 가며 횡단했다.

여동생은 상당히 당황해 하는 모습이었는데. 그건 나 또한 매한가지였다.

민망한 어색함을 깬 것은 여동생과 마주 앉은 교사의 말이었다.


“네가 슬비의 오빠구나?”

“아. 네, 이현우라고 해요.”

“그래 현우야. 혹시 동생 일 때문에 찾아온 거니?”

“네? 아니요. 상담실에서 있은 약속 때문에 우연히 찾아왔어요.”

“약속이라니 무슨······ 아!”


갑작스레 교사는 손뼉을 마주치고 손목시계를 확인하였다.

포니테일로 묶인 검은 머리카락과 갈색눈동자가 정신없게 움직였다.


“미안해 미안. 그만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지 뭐야? 동생 상담만 끝내면 상담 가능하니까 잠시만 밖에서 기다려줄래?”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선생님이 김수진 선생님 본인인 건가요?”


교사의 검은 머리카락이 하얀 와이셔츠의 쇄골 쪽으로 내려왔다. 동시에 인자한 갈색눈동자가 반원을 그렸다.


“응, 맞아. 약속시간 어겨서 미안하지만 잠시만 기다려줘~”


드르륵. 탁.

순식간에 상담실 밖으로 쫓겨났다.

비록 약속시간에 맞지 않는 취급을 받게 되었지만 딱히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지금 내 기분을 나빠지게 하는 쪽은, 아직까지도 곁에 붙어있는 이 여학생이었다.


“네가 해월공주와 해량왕자의 오빠였구나~ 전혀 안 닮았는데 의외네 진짜~”

“······별로 알고 싶지 않지만 물어볼게. 네가 말한 이상한 별명이 쌍둥이들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정색하며 물었지만 돌아온 건 능청스러운 웃음이었다.


“헤에, 쌍둥이라고 대놓고 부르는구나. 2학년 투톱을 그렇게 부르는 거를 들으니 새삼 신기하네?”

“이게 신기할 일이냐···. 애초에 나는 네가 더 신기하다.”

“응? 내가 뭘?”

“그야···”


여기까지 올 동안 봐왔던 기이한 현상들.

복도의 모든 학생이 지민을 피해 다녔고. 심지어 어깨를 부딪친 남학생의 표정이 썩는 것도 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들에게 느껴진 감정은 거부감이 아니라 공포심이었다.

이런 광경이 신기할 일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 신기한 일일까.

나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아니다. 말해 봤자 뭐해.”


어차피 수다의 소재가 될 거 같았다.

그러나 내가 끝까지 말하지 않자, 지민이 펄쩍 뛰며 성을 냈다.


“야 잇! 세상에서 제일 나쁜 짓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뒷담화고 두 번째는······”

“오빠 들어와도 된대.”


상담실 문이 열리고 슬비가 나왔다.

나는 이빨을 드러내는 지민의 얼굴을 치우며 여동생을 보았다.

슬비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지만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양 손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옷자락을 쥐었다 폈다 하였다.


“걱정 마.”

“어?”

“네가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 존중할 테니 걱정하지 마.”


분명 진로에 대한 고민 때문에 상담실을 찾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 나를 만났으니 상당히 당황스러울 터였다.


“부모님께도 비밀로 해둘게. 만약 꿈이 바뀐 거면 나중에 직접 말해줘.”

“으, 응.”

“그래, 이제 각자 할 일 하자.”


나는 여동생의 머리를 두 번 도닥이고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뒤늦게야 미처 간과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녕, 공주님~”


최지민.

역시 먹잇감을 놓칠 그녀가 아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여동생의 명운을 빌어주었다.


“에? 네? 최지민 선배님? 어? 여긴 왜···? 어, 설마 오빠랑?”


닫힌 문을 열려던 손을 멈췄다.

여동생이 생각 끝에 도달한 추론은 결코 무시하고 지나갈 것이 아니었다.

나는 차분히 감정을 가라앉히고. 간결하고도 깊이 있는 한 마디를 해주었다.


“아니야.”

“맞아요, 공주님이 생각하는 거. 다 맞아요~”


인생을 오락으로 사는, 속에서 열 불 나게 만드는 여자.

끝까지 내 발목을 붙잡고 자빠졌다.


“오, 오빠? 대체 언제 선배님이랑!”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거 전부 아니야.”

“어디보자···. 일단은 현우가 아플 때 병문안도 간 사이지.”

“병문안? 오빠. 진짜 선배님이랑 그런 사이야?”

“아니야. 네가 생각한 그런 병문안이 아니야.”

“그리고 우리는 할아버님께 문안드리려도 갔었지.”

“오빠! 벌써 거기까지 갔어?”

“아니, 제발···.”

“그리고···”

“넌, 제발 닥치고 있어!”

“넵!”


지민은 입을 다물었지만. 특유의 능글거리는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열 받게 하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을 때도 열 받게 하는 사람은 아마 이 녀석이 인류 제일일 것이었다.

그리고 그 피해는 항상 엉뚱한 사람의 몫이다.


“할아버지까지 만난 거면 남은 건 상견례인가? 물론 오빠도 곧 성인이고 결혼할 나이지만 그래도 너무 이른 거 같은···”

“슬비야?”

“아, 괜찮아. 벌써 거기까지 갔을 수 있지. 그래도 혹시 속도위반이나 그런 거 아니지? 정말로 말 못하고 비밀로 해왔던 사정이 있다거나···”


이건 틀렸다.

동생의 사고회로가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이마를 감싸고 탄식하였다.

그리고 짜증나는 웃음을 짓고 있는 지민을 노려봤다.


‘어떻게 할 거야?’

‘무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핫, 알겠어. 내가 할게. 내가.’


우리는 눈빛만으로 의사소통을 끝내었다.

나는 팔짱을 끼고 빨리 끝내라는 의미에서 턱짓을 했다.

지민은 앞으로 나서서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냈다.


“여동생분? 공주님? 제 말 안 들려요?”


슬비의 시선은 여전히 멍한 상태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지민은 주의를 끄는데 실패하자, 나를 향해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나는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제대로 설명 해.”


지민은 다시 어깨를 으쓱여 보이고 양 손을 슬비의 눈앞에까지 갖다 댔다.

그러고는 손뼉을 마주쳤다.

양 손바닥에서 들린 거라 믿기 힘든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이에 슬비의 두 눈동자가 솔방울만큼 커졌다.


“짜잔, 여동생분~ 모두 농담이었습니다~”

“예?”


다행히 이번에는 슬비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지민은 이런저런 말을 던지며 조금 전까지의 오해를 풀어 나갔다.


“그래서 나와 네 오빠는 친구 이외에 아무것도 아닌 관계이다 이 말이야~”


설명에 오류가 있는데. 애초에 그녀와 나는 친구도 아니다.

하지만 또 괜한 혼동을 줄까봐 나는 말을 아꼈다.


“어···. 그러니까 정말로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건가요?”

“그럼~ 물론이지~”

“속도위반은요?”

“속도위반?”


슬비는 오작동 난 로봇처럼 손을 제자리에 두지 못했다.

너무 남을 잘 믿는 건지. 아니면 그냥 순진한 건지.

비록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무사히 오해가 풀렸으니 다행이었다.

나는 수고했다는 의미에서 지민에게 눈짓했다.

그러나 그녀는 양손으로 입을 가린 채 슬비를 보고 있었다.


“이게 뭐야? 진짜 그걸 믿은 거야? 현우야, 네 여동생 나한테 주면 안 돼?”

“안 돼.”

“치잇. 치사하기는. 아잇 귀여워라~ 우리 저명하신 해월공주님은 못난 오빠 말고 언니랑 놀자?”

“네? 네에?”


그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슬비가 얼떨결에 지민에게 끌려간 것이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복도는 조금 전까지의 소란이 거짓말처럼 고요했다.

비록 슬비가 한 몸 바쳐서 희생한 결과지만, 지민이 떨어져 나간 것을 생각하면 크나큰 소득이었다.

나는 혼자 남은 것을 다시금 깨닫고는. 조심스레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요.”


허락을 받고 미닫이문을 옆으로 밀었다.

상담실 내부에 위치한 책상에는 처음에 왔을 때와 다르게 아무도 없었다.


“이쪽이야. 이쪽.”


나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에는, 김수진 선생님이 개수대 앞에서 머그컵을 기울이고 있었다.


“커피 좋아해?”

“좋아하는 편이에요.”


김수진 선생님은 머그컵 하나를 선반에서 꺼내었다.


“커피는 밀크? 아니면 블랙?”

“아무거나 좋아요. 딱히 선호하는 맛은 없어서요.”

“그러면 블랙으로 할게. 내가 블랙을 고른 이유가 뭔지 맞춰 볼래?”


전기 주전자에 전원을 키자 물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수진 선생님의 동그란 안경 너머로, 웃고 있지만 예리한 눈빛이 엿보였다.


“커피를 고른 이유인가요······. 글쎄요? 선생님이 좋아하는 맛인 게 이유 아닌가요?”

“땡, 틀렸습니다. 정답은 학생들이 블랙커피를 싫어해서랍니다.”

“학생들이 블랙커피를 싫어해서인가요···. 그거 참 현실적인 문제네요.”

“그렇지. 어이없게도 그런 문제였어.”


김수진 선생님은 머그컵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녀는 머그컵을 든 손으로, 상담실 한가운데에 위치한 책상을 가리켰다.

나는 책상 앞에 놓인 의자를 뺀 다음,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교실의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김수진 선생님은 문 쪽에서 멀어져, 남은 빈손에도 머그컵을 챙겼다.

그러고는 내 건너편 의자에 와서 자리했다.


“자, 그러면 어디 수다를 떨어 볼까?”


그녀가 책상 위로 머그컵을 내밀었다.


“슬비의 오빠 분? 내가 만족할 때까지 충분히 어울려 줘.”


작가의말

이 소설은 주인공의 시점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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