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반영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36
최근연재일 :
2022.08.01 21:0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4,746
추천수 :
37
글자수 :
440,565

작성
22.03.07 18:20
조회
35
추천
0
글자
16쪽

추적 그리고 잠입(7)

해당 작품은 가상의 작품으로. 특정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기적이요?”


내가 대화에 끼어들자, 검은 닌자가 눈초리를 주었다.

나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기적이라니. 어떤 기적을 말하는 건가요?”


검은 닌자의 질문에 대답은 없었다.

광신도는 그저 몸을 부르르 떨 뿐이었다.


“하악···.”


이내 광신도의 눈이 반쯤 풀리고, 입가가 귀에 걸릴 듯이 미소 지었다.

마치, 광신도의 눈앞에서만 그때의 환희가 재현되는 거 같았다.


“그건 기적이었어요. 눈동자님의 만능한 기적. 그렇지 않고서야 설명할 길이 없어요.”


검은 닌자는 더 이상 말을 아꼈다.

지금 상태에서 말을 걸어봤자 제대로 된 대답을 할 리가 없었다.

우리는 조용히 광신도가 떠드는 것을 경청했다.


“많은 사람이 있었어요. 문이 열리고 모두가 저를 바라봤죠. 누군가 제 등을 토닥이고 발등에 키스를 했어요. 처음 겪는 일이었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저를 띄워주다니!!!”


점점 광신도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행동이 과격해졌다.

그의 인생을 바꾼 무언가 시작된 것이다.


“교주님이 저를 보고 말했어요!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건, 그분의 위대한 업적에 다가갈 수 있는 이정표라고요! 교주님은 저를 방 앞으로 데려갔어요. 이정표를 찾기 위해서는 직접 두 눈으로 보고 경험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죠!”

“저기, 잠깐 진정을······”

“내 몸에 손대지 마!”

“윽!”


작은 물줄기가 검은 닌자의 손을 관통했다.

검은 닌자는 상처 입은 손을 부여잡았다.

우리는 다음 공격을 경계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공격은 없었다.

검은 닌자는 자신의 옷소매를 찢어서 지혈하였다.

나는 더러워진 기분으로 광신도를 바라봤다.

검은 머리 광신도는 사람을 다치게 했음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해 있을 뿐이었다.


“방을 열어보니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평소에 무표정한 얼굴이 아닌 도발적인 얼굴이었죠! 저는 한 걸음 다가갔어요! 그녀는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 저에게 매달려서 사랑을 애원 하더군요!”


나는 더러운 기분의 정체를 깨달았다.

검은 머리 광신도의 신앙심은 신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사랑을 나눴어요! 몸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사랑을 나눴어요. 하지만 그때 저는 깨닫고 말았어요! 아아, 이게 무슨 일인가. 내가 그토록 바래왔던 사랑은. 그저 지배하는 사람으로 군림하기 위한 첫걸음일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오점을 신에게 돌리고 외면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 인간의 잔인한 면모가 엿보였다.

진즉에 이 남자는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망가져 있었다.


“아아, 이 무슨 일이······. 이것 또한 시련이었다니!!!”


뚝.

모든 소리와 행동이 일순 멈췄다.

잠깐 동안 정적이 흐르고 온 몸의 털이 쭈뼛 섰다.

광신도 남자는 하늘로 향했던 고개를 우리 쪽으로 향했다.


“그래서 저는 버렸어요. 하찮은 미물이 절대자와의 사랑을 기억해서도. 소중히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서도 안 되었으니까요.”


심장이 빠르게 고동쳤다.

위험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저의 임무는 여기까지입니다. 부디 신의 안배가 여러분께도 함께하길.”


나는 섬뜩한 기분에 검은 닌자를 보았다.

검은 닌자도 무언가를 느꼈는지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보따리 풀어!”


검은 닌자가 명령했다.

온몸의 감각이 이곳을 벗어나라고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등에 매고 있던 보따리를 풀었다.

쾅 소리가 들리고, 곁에 있던 광신도가 벽에 처박혔다.

검은 머리 광신도가 코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검은 닌자는 보따리에서 나온 오색상자를 열어, 안에 있던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여기는 검정. 상황이 잘 못 됐다. 지금 바로 빠져나가겠다.”


그는 무전을 끝내고 무전기를 그림자 속에 던져 넣었다.

나는 그에게 보따리에서 찾은 물건을 건네었다.

이어폰 형태의 송수신기였다.


“준비 됐으면 부숴버려!”

“네!”


내가 보따리에서 꺼낸 또 하나의 물건.

나는 있는 힘껏 주먹을 내리쳐, 본부에서 가져온 위치 추적기를 산산조각 냈다.


“달려!”


나는 검은 닌자를 따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닫히고 있어요!”


복도 끝에 벽이 닫히고 있었다.

지금 이 속도라면 빠져나가지 못할 게 분명했다.


“잠시 실례할게요!”

“뭣? 무슨!”


나는 검은 닌자의 몸을 들었다.

그리고 다리에 힘을 줘 속도를 냈다.


‘됐다.’


이대로 가면 벽이 닫히는 속도보다 우리 쪽이 빨랐다.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쏴아아아아.

바로 그때였다.

복도 건너편에서 무언가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정체는 이내 모습을 드러냈다.


‘망할.’


나는 검은 닌자를 안은 채로 입구를 등졌다.

곧, 빠져나갈 틈새도 없는 물줄기가 복도의 끝에서 들이닥쳤다.



*



“······콜록. 콜록.”


바닥이 흠뻑 젖었다.

유일한 통로인 벽도 닫혔다.

나와 검은 닌자는 바닥에 엎드려 물을 토해냈다.

탈출에 실패하였다.


“젠장, 대체 무슨 일이······.”


하지만 상황을 판단할 시간이 없었다.

무언가의 힘으로, 천장에 있던 스프링클러가 일제히 물을 뿌렸다.


“소용없어, 이미 우리는 다 끝난 거야.”


나는 말을 한 사람을 바라봤다.

머리에 피를 흘리며, 물에 흠뻑 젖어있는 검은 머리 광신도.

싸울 태세를 갖추자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만 둬, 어차피 다 의미 없는 일이야.”


그것은 여유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겁에 질려 있었다.


“우리 모두 선별을 피해갈 수 없어.”


초능력을 사용해 길을 막아놓고, 왜 다 죽어가는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그리고 선별을 피해갈 수 없다니.

도통 의미를 알 수 없는 행동뿐이었다.


“야, 쓸 때 없는 대에 시간낭비하지 말고 이쪽으로 와.”

“네, 알겠습니다.”


나는 광신도에게 눈을 흘기며 닫힌 벽 앞으로 갔다.

벽에 손을 대보니 콘크리트 재질이 아닌, 금속으로 되어 있었다.


“반대편으로 가볼까요?”

“어.”


우리는 마땅히 건진 것 없이. 복도의 끝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다 부질 없어. 부질없는 일이야.”


무릎을 꿇고 있는 광신도를 지나갔다.

이제 그에게서 두려움은 사라지고 포기라는 감정만 엿보였다.


“여기가 끝인가?”


검은 닌자가 벽에 손바닥을 댔다.

나는 구태여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복도의 끝.

아쉽게도 복도의 끝까지 오는 동안, 탈출할 돌파구는 보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단 말이지.”


검은 닌자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조바심을 냈다.

나 또한 지금 사태에 초조함을 느꼈다.


“사방이 막혀있어. 그리고 탈출구 또한 보이지 않고.”

“그리고 벽면 전체가 금속으로 되어있어서. 부수고 간다는 선택지도 없는 거 같아요.”

“왜지? 도통 이해 할 수 없는 일투성이지만, 제일로 이상한 건 저 녀석이야. 우리를 가둬 놓고서 저런 태도라니. 도저히 이해가 안 돼.”


검은 닌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턱에 손을 대고 생각했다.

사방이 막힌 구조와, 부술 수 없는 벽, 그리고 갑작스레 패닉에 빠진 남자.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답이 뭔지 알지만. 도저히 일이 시작된 원인은 알 수 없었다.

두 명의 광신도, 동료라 생각한 우리를 환영하는 모습, 분리된 티처 팀과 우리 팀, 검은 머리 광신도의 옛날이야기.

아직까지 뚜렷하지 않지만, 한 가지 가설의 신빙성이 그럴듯했다.


‘어쩌면 우리의 정체와 상관없이 이 상황을 노렸을지도······.’


어이가 없지만, 이것만이 지금의 상황을 설명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혹시······.”


나는 검은 닌자를 마주봤다.

나를 보는 그의 눈에서 의아하다는 빛이 가득하였다.


“야, 왜 그래?”

“그게···”


달칵.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말을 멈추고 청각에 집중했다.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무슨 소리 못 들었어요?”


내 물음에 검은 닌자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는 위화감을 느끼며 주위를 살폈다.


“너 왜 그래.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니까?”


그가 내 행동을 나무랐다.

하지만 나는 고집스럽게 행동을 계속했다.

주위를 살피고.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그것이 보였다.

아무것도 없던 세 개의 면이 밀접한 천장에서, 돌연히 생겨난 검은 렌즈가 있었다.

심장의 고동이 쿵쿵대며 울려댔다.

제 삼자가 이곳을 관찰하고 있었다면 가능성은 하나였다.


“형, 아무래도 죽여야겠어요.”

“뭐?”


검은 닌자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충격의 빛이 그의 눈동자에 비쳤다.


“야, 뭐 하는 거야!!!”


그가 내 손을 붙잡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왔던 복도를 다시 달려갔다.


“너 잇, 야 인마!!!”


검은 닌자가 소리를 지르며 쫓아왔다.

하지만 나는 그와 속도를 맞춰줄 여유가 없었다.


“처음부터 계획된 거였어요. 우리의 정체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고요!”

“뭐? 알아듣게 말해!”


찾았다.

나는 벽에 기대어 있는 검은 머리 광신도에게 다가갔다.

무릎을 꿇고 발목에 숨겨두었던 단검을 꺼내 들었다.


“야, 너 지금 뭐해!”


광신도의 머리를 붙잡고 목에 단검을 갖다 댔다.

여차하면 목을 그을 생각이었지만 그러지 못하였다.

어느새 다가온 검은 닌자가 내 어깨를 움켜쥐었다.


“야! 멋대로 행동하지 마!!”


검은 닌자가 진심으로 화를 냈다.

나는 광신도의 머리카락을 놓았다.

검은 닌자의 말 때문에 놓아준 건 아니었다.


“이미 늦었어요.”

“뭐?”


놓아준 광신도의 고개가 힘없이 떨어졌다.

눈에 흰자위가 드러났고 코와 입에서 물이 흐른 자국이 있었다.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어요. 우리의 정체를 눈치 챘을 리는 없으니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말이에요.”


나는 광신도의 왼쪽 손을 들었다.

그리고 왼쪽 손의 손바닥이 보이도록 뒤집었다.

손가락 끝마디 안 쪽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유일한 열쇠였던 그의 지문도 훼손되어 있었다.


“제기랄, 늦었어요.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고요!”


광신도의 손을 내려놓고, 주먹으로 벽을 쳤다.

이 사태가 되도록 방치 했던 나에게 화가 났다.

하지만 내 무능력에 대한 질책은 나중에 해도 상관없었다.

지금은 이곳을 탈출하는 데에 집중해야 했다.


“선배님. 선배님은 그림자가 이어지면 그곳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죠?”

“어, 어. 그렇지.”


나는 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하였다.

나 혼자라면 탈출이 불가능하겠지만. 내 곁에는 잠입에 특화된 검은 닌자가 함께 있었다.

사방이 막힌 벽을 무사히 탈출하는 방법.

한 가지 수단이 떠올랐다.


“이 방법이라면 가능할지도······.”


길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나는 광신도의 오른손을 잡았다.

손과 팔을 잇는 손목에 단검을 내려찍었다.

뼈를 부러트리고 아직 끊어지지 않은 근육을 잘라냈다.

준비는 끝이었다.

나는 무사히 잘라낸 오른손을 들었다.

아직 식지 않은 붉은 피가 그곳에서 흘러나왔다.


“이 쪽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을 거예요.”


나는 원형에 가깝게 잘라낸 오른손을 검은 닌자에게 내밀었다.

그러나 기껏 잘라낸 오른손은 좀처럼 내 손 위를 떠나가지 않았다.


“뭐해요? 받으세요.”

“자, 잠깐만······.”


검은 닌자는 손을 내저으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나는 그 모습에 의아하였다.

그러다 곧, 그 행동의 의미를 깨닫고 눈썹을 찡그렸다.


“뭐하는 거예요. 이것 밖에 방법이 없다는 거 알잖아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검은 닌자는 내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잠깐, 잠깐만! 뭔 말인지 알겠어. 하지만 조금 전까지 이야기 하던 사람의 손을 그렇게 막······”


달칵.

사방에서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과 인접한 벽의 일부분에서 은빛의 배기구가 나타났다.

은빛 배기구에서는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말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선배님.”


검은 닌자 또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여기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열쇠를 가져갔다.


“해볼게. 하지만 밖으로 나가려면 그림자가 스며들 틈이 있어야 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평범한 문이라면 밑의 그림자로 이동할 수 있지만, 여기는 사방이 가로막힌 벽이었다.

그가 초능력으로 빠져나갈 틈이 없는 것이다.


“제가 할게요.”


나는 풀어 놓은 보따리 속에 있던 목장갑을 착용했다.

그 후에 우리는 이곳의 입구였던 벽으로 달려갔다.


“도착했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신입?”


상황은 좋지 않았다.

평범한 벽이었다면 부쉈겠지만, 지금은 금속으로 된 벽을 부술 정도의 여력이 없었다.

서서히 하얀 연기가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조금씩 정신이 몽롱해지는 게. 수면가스의 일종인 듯하였다.


“틈을 만들게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벽을 부수는 건 불가능하지만, 조금의 틈을 여는 건 가능할 지도 모른다.

나는 신발을 벗고 벽에 손을 얹었다.

젖은 복도에 발이 미끄러지는 게. 썩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시작할게요.”


검은 닌자가 손전등으로 벽 모퉁이에 그림자를 비추었다.

나는 숨을 내쉬었다.

팔에 힘을 주었다.

아주 조금의 틈만 생기면 우리의 승리다.

나는 그 집념 하나 만으로 있는 힘껏 벽을 밀었다.

벽과 천장이 진동하고 조금씩이지만 문의 형태가 일그러졌다.

벽과 힘겨루기를 하는 팔이 욱신거리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모든 게 끝이었다.


“형!”


마침내 틈이 생겨났다.

바퀴 벌레 한 마리 못 지나갈 정도의 크기지만, 그에게는 충분할 터였다.


“바로 지금이에요!!!”


나는 힘을 짜내어 그에게 신호했다.

그러자 곧, 무언가 내 귀를 스쳐지나갔다.

툭.

바닥에 한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검은 닌자?”


결국 팔에 힘이 풀렸다.

몸이 균형을 잃고 무너졌다.

나는 당황하며 오른쪽 귀를 더듬었다.

없다.

오른쪽 귀에 꽂아둔 송수신기가 없었다.


“야, 지금 뭐하자는 거야······?”


나는 비참한 기분으로 그를 불렀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하얀 연기가 자욱한 복도 바닥에서 한 물체가 보였다.

그것은 광신도의 오른손.

내가 나갈 수 있었던 유일한 열쇠였다.


“신입.”


벽 너머에서 검은 닌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행이다.

분명 그에게 더 좋은 생각이 있을 터였다.


“너까지 나오면 꼬리를 잡힐 가능성이 너무 커. 그러니까······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그림자로 이동하는 그에 비해서 내 도주는 제약이 많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걸 왜 지금에서야 이야기를 하는 걸까.

불안감에 목이 마르고 가슴이 답답하였다.


“조금만 버텨. 금방 구하러 올게.”


그 말을 마지막으로 벽 건너편의 인기척이 사라졌다.

귓가에서 조금 전의 말이 맴돌았다.


‘조금만 버텨. 금방 구하러 올게’


“망할 새끼······.”


나는 망연자실하여 벽에 기대어 앉았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목구멍에서 뛰쳐나오려는 비명을 삭혀냈다.


“버티라니. 너라면 가능하겠냐고.”


점점 손끝이 저리고 정신이 몽롱해졌다.

나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불쾌한 감정이 가슴 속에서 솟구쳤다.

비참한 기분에 입술을 깨물었다.

비릿한 피의 맛이 입술을 타고 느껴졌다.


“망할. 망할. 망할. 망할!!!”


주먹으로 연달아 벽을 쳤다.

하지만 벽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조금 전에 열어둔 작은 틈새가 유일하게 바깥과 연결된 공간이었다.


“제기랄······.”


이제는 현실에 반항할 힘도 없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내게 좋지 않다는 것만은 확신 할 수 있었다.

나는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당겼다.

얼굴을 감싸 쥐고 분노를 삭이며 통곡하였다.

이제는 그럴 새도 없게 되어 버렸다.

곧, 눈앞의 모든 것이 하얗게 변했다.

눈치 챌 새도 없이 천천히. 하얀 안개가 머릿속까지 장악하였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학교를 가서 적응이 안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반영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23.12.24 6 0 -
공지 작가의 작품 TMI. 22.01.13 49 0 -
70 조사(6) 22.08.01 39 0 10쪽
69 조사(5) 22.07.03 36 0 16쪽
68 조사(4) 22.06.23 29 0 12쪽
67 조사(3) 22.05.08 36 0 12쪽
66 조사(2) 22.04.30 35 0 16쪽
65 조사 22.04.17 38 0 17쪽
64 악惡(6) 22.04.10 39 0 18쪽
63 악惡(5) 22.04.03 41 0 20쪽
62 악惡(4) 22.03.26 37 0 15쪽
61 악惡(3) 22.03.18 41 0 14쪽
60 악惡(2) 22.03.14 36 0 13쪽
59 악惡 22.03.11 36 0 14쪽
58 추적 그리고 잠입(8) 22.03.09 41 0 14쪽
» 추적 그리고 잠입(7) 22.03.07 36 0 16쪽
56 추적 그리고 잠입(6) 22.03.04 34 0 12쪽
55 추적 그리고 잠입(5) 22.03.02 35 0 15쪽
54 추적 그리고 잠입(4) 22.02.28 34 0 13쪽
53 추적 그리고 잠입(3) 22.02.25 34 0 13쪽
52 추적 그리고 잠입(2) 22.02.23 38 0 13쪽
51 추적 그리고 잠입 22.02.21 35 0 12쪽
50 관계(3) 22.02.18 37 0 17쪽
49 관계(2) 22.02.16 35 0 15쪽
48 관계(1) 22.02.14 42 0 15쪽
47 검정 하양(9) 22.02.07 41 0 19쪽
46 검정 하양(8) 22.01.31 44 0 21쪽
45 검정 하양(7) 22.01.28 40 0 15쪽
44 검정 하양(6) 22.01.26 40 0 17쪽
43 검정 하양(5) 22.01.24 40 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