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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반영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36
최근연재일 :
2022.08.01 21:0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4,758
추천수 :
37
글자수 :
440,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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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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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그리고 잠입

해당 작품은 가상의 작품으로. 특정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episode12-추적 그리고 잠입>



“꼬맹아.”


괜찮은 걸까.

바로 어제, 녹색후드의 수상한 행보를 보고 경비원에게 감시카메라 기록을 요청했다.

아파트 주차장 입구에 위치한 첫 번째 카메라.

슬비가 아파트단지로 들어오는 모습과 시간을 두고 서성이는 녹색후드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꼬맹아.”


나는 제일 먼저 가족에게 이 일을 알렸다.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은 심각한 얼굴로 슬비에게 학교를 쉬는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슬비는 졸업하기 전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등교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가지 못하게 설득하는 가족과, 꼭 가야 한다 설득하는 여동생.

대화는 결국 여동생이 원하던 대로 이태영과 같이 다니는 조건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정말 괜찮은 걸까.

물론, 두 동생 모두 삼 급 물의 초능력자다.

웬만한 위험은 알아서 해결하겠지만 불안감은 여전했다.

집 앞까지 따라온 녹색후드의 모습이 뇌리에서 잊히지 않았다.


“꼬맹아!”


나는 고함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익숙한 소파의 감촉과 언제나 봐왔던 건물 내부의 모습.

담배 냄새와 커피 냄새가 은근히 풍기는 이곳에서. 사무실의 주인이 나를 보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다른 일도 아니고 중요한 설명 중에 다른 생각에 빠졌다.

나는 곧바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에 진 선생님은 괜찮다는 듯 손을 저어 보였다.

그는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소파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땅꼬마. 여동생 일이 많이 안 좋아?”

“아니요. 아직 별 일은 없었어요.”

“경찰은 뭐라고 했는데?”

“일단 확인해보겠다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네요.”

“허, 경찰 양반들 형식에 얽매인 건 여전하구나.”


나는 그 말에 긍정했다.

오전에 슬비와 학교까지 동행한 뒤, 진 선생님에게 협조를 구하고 경찰서를 찾아갔다.

그러나 경찰 측에서는, 접수는 해주겠지만 당장 움직이기 힘들다는 대답이 끝이었다.


“괜찮아?”

“네?”


진 선생님이 걱정한다.

멍하니 있다가. 곧 내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미간을 폈다.

그가 한숨을 쉬며 말하였다.


“오늘 일 할 수 있겠어?”

“네. 괜찮아요.”

“힘들면 그냥 돌아가도···”

“괜찮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이미 오전에 늦게 출근한 거로 배려를 받았다.

이 이상 사무실에 민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드는지. 진 선생님은 한숨을 쉬고 두 손가락으로 미간을 짚었다.


“꼬멩아 이번 일은 도중에 빠질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래도 함께 할 거야?”

“예. 하겠습니다!”


경찰로부터 연락 온, 대규모 히어로 협력 요청.

지난 몇 개월 간 광신도의 잔당을 쫓던 경찰이, 마침내 놈의 꼬리를 잡은 데에 성공했다.

사무실에서는 진 선생님과 창현이형 그리고 기천과 내가 현장에 지원을 가기로 정해졌고.

당일인 오늘, 내가 사정이 생긴 바람에 두 사람만 먼저 출발한 상태였다.


“꼬맹아. 지금이라도 돌아가려면······.”


그런데 어째선지 진 선생님은 나를 두고 가려하는 거 같았다.


“진 선생님.”


나는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말리셔도 갈 거예요. 여동생은 남동생이 곁에 있으니 문제없을 거예요.”

“하아··· 충분히 고민한 거 맞지?”

“네. 놈들이 이 이상 활개를 치면 안 되니까요.”


같은 답을 계속 하자, 드디어 포기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는 재떨이에 담배 끝을 짓누르고 책상 위의 차 열쇠를 손에 쥐었다.


“고집만 쌔서는···. 따라와라. 바로 출발하자.”

“네!”



*



차를 타고 달려온 곳은 파주시에 위치한 대형 카페이었다.

입구에서 한 남자가 우리의 신분증을 확인하였다.


“호접지몽의 마진 씨 맞으시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단출한 사복을 입었음에도 절도와 위엄이 느껴지는 남자.

아마 경찰 측의 사람인 듯하였다.


“그래. 수고해.”


진 선생님은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그를 따라서 카페의 안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빵 종류가 배열된 카운터와 테이블에 앉아서 수다를 떠는 사람들.

평범한 카페의 모습에, 도저히 대규모 작전을 위한 회의공간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뭐 마실 거냐?”


카운터에 서서 음료를 주문하는 진 선생님.

나는 인기메뉴라 적힌, 날마다 달라지는 맛의 생과일 음료를 선택하였다.

그가 질색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취향 독특하기는.”


그 말에 어이가 없었다.

아메리카노에 메론 향 거품을 추가한 사람에게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빵은 내가 골라 갈 테니. 너는 저 자리에 가 있어라.”


나는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보았다.

가게 구석에서 빛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테이블.

남자끼리 저 음침한 자리에 앉는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소름이 돋았다.


“기천이하고 창현이 형 찾아볼까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먼저 온 선객이 있다.

그들의 도움이라면 저 자리에 앉지 않아도 될 거였다.

그러나 작은 소망은 금방 부서지고 말았다.


“사장님. 또 이런 자리 앉으시는 겁니까?”


먼저 이 카페에 도착했을 창현이 형이 불만을 표했다.


“먼저 와서 자리도 맡아놨는데. 왜 굳이 이쪽으로······.”


한소리 하는 그의 옆에서. 기천이 반 쯤 마신 음료수 두개와 빵이 놓인 쟁반을 들고 있었다.

좋은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화 한마디에 구석 자리로 끌려오니 억울할 만도 했다.


“항상 사장님 마음대로라는 생각 안 드세요?”


보통은 이러면 미안하다 사과할 법도 한데.

진 선생님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


“너희가 와야지 내가 가야 하냐? 안 그래?”

“와아······.”


그동안 멋있는 모습만 보여줘서 잊고 있었는데. 이쪽이 내가 아는 그의 모습이었다.

게으르고, 귀찮아하고, 뭐든 대충하는 남자.

우리 세 사람을 동시에 할 말을 잃게 만들다니. 그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너희 둘. 불평 그만하고 들은 이야기나 좀 해봐.”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말.

기천과 창현이 형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마지못해서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은 각자의 음료를 내려놓았다.

우리도 때 마침 종업원이 음료를 가져왔다.


“주문하신 메론 거품을 올린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메론······? 이상한 식성을 아직도 못 버렸어?”


아메리카노를 옮기는 기천이 진심으로 질려하는 표정을 지었다.

진 선생님이 태연히 대답했다.


“왜? 한 입 줄까?”

“필요 없어.”


그의 권유를 단칼에 거절했다.


“그래? 싫으면 됐고.”


깔끔하게 포기한 그는 이번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음료를 권하는 그에게 손바닥을 보였다.

이런 음료. 공짜로 줘도 사양이었다.


“크흠! 흠!”


창현이 형이 우리의 주목을 끌었다.


“그러면. 이번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나와 진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도착해서 우리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두 사람.

그는 이 일의 배경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광신도 잔당을 추적한 사람은 서울 경찰청 소속의 강감찬 경위의 팀입니다. 오 년 전부터 한 광신도의 흔적을 쫓아다녔는데. 저번 키네시스 학교에서 단서를 얻어 추적을 성공했다 합니다.”

“그거. 믿을 수 있는 거야?”

“예. 과거에 채취한 지문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하네요.”

“계속해봐.”

“광신도의 잔당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이름은 김관창. 경위가 직접 얻은 정보를 국가기관에서 대조해 보니, 이미 죽은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찰 측에서 일주일 전부터 미행을 붙인 결과. 표적인 관창을 비롯한 광신도들이 어느 단체와 만난 것을 확인했다 합니다.”

“어느 단체라···. 설마 본체와의 교류인가?”


본체.

해외에 위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광신도들의 본 거지를 뜻한다.

오 년 전에 일어난 서울시 테러 사건도 본체와의 접촉이후로 일어났다고 들었다.

창현이 형이 계속 설명하였다.


“아직 확실한 것은 없지만, 경찰은 본체와의 접촉이라 확정짓고 있습니다. 작년에 일어났던 학교 테러사건도. 단순한 시선 끌기나 히어로를 향한 경고일 뿐이라 여기고 있고요.”

“광신도 놈들이 머리 좀 썼군. 테러 사건을 연속으로 할 거라고 예상 못할 테니 말이지. 하지만 그렇다는 것은···.”

“예 맞습니다.”


창현이 형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흘 전, 백 명 이상의 광신도가 모임을 가진 것을 확인. 경찰은 이번 일이야 말로 본래의 노림수라 보고 있습니다.”


백 명 이상의 광신도가 불시에 테러를 일으킨다.

그들이 일으킬 피해의 규모에. 모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경찰은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는 거죠?”


내가 묻자, 이번에는 기천이 대답했다.


“다음 회의가 있을 오후 네 시. 한 팀을 잠입시켜서 신호하면 포위 조를 투입하여 일망타진 하겠다는 계획이야.”

“···그게 말처럼 가능할까?”


무려 국제적으로 골칫덩이인 테러단체이다.

그들의 뒤를 밟은데 성공한 거 뿐 아니라 일망타진까지 할 계획이라니.

과연 바라는 대로 될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돌멩아, 다른 생각 하지 마. 우리는 어디까지나 협조를 위해서 온 거 뿐이니까. 네가 괜히 일을 벌여 봤자 곤란한 일 밖에 없을 걸?”


기천은 내게 다른 짓 하지 말라고 단단히 일렀다.

물론 나도 다른 일 할 생각은 없었고. 할 재주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우리의 역할은 경찰의 일을 협조해 주는 일 뿐.

성공도 실패의 책임도 그들에게 있기에, 우리는 할 수 있는 만큼만 협조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네가 그런 말 할 처지가 됐었나?”

“뭐?”


뒤를 생각하지 않고 막 나가는 성격.

그것이 내가 아는 기천이었다.


“아니 기천아. 네가 사고를 칠 확률이 높을까? 내가 사고 칠 확률이 높을까? 아무리 봐도 전자 아니야?”

“푸흡.”


진 선생님이 웃음을 터트렸다.

배를 부여잡고 숨을 못 쉬는 진 선생님의 비해, 기천은 아무 말 없이 멍한 표정으로 있었다.

그는 한참 뒤에서야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야. 너 지금······?”


나에게 한 방 먹은 게 어지간히 충격이었는지. 기천은 제대로 말도 못하였다.


“끅. 끅 끄윽.”


옆에서 웃어대던 진 선생님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태연한 척, 컵에 담긴 빨대를 입에 물었다.

시원한 수박의 맛과 달콤한 멜론의 맛 그리고 끝에 올라오는 자몽의 쓴 맛.

도저히 삼킬 수가 없는 맛이, 메론 거품 아메리카노 못지않게 혐오스러웠다.


“저. 오늘 지원 오신 호접지몽 분들 맞으시죠?”


평범해 보이는 남자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창현이 형이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만 무슨 일이시죠?”

“시간이 되었으니, 2층으로 와달라는 말을 전하러 왔습니다.”


그는 품에서 경찰수첩을 꺼내어 보여줬다.

본격적인 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브리핑을 할 모양이었다.


“자, 가자.”


드디어 우리는 구석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 선생님은 담배를 챙기고, 기천과 창현이 형은 경찰의 곁에 섰다.

나는 입 안에 음료를 머금은 채 화장실로 향했다.

뒤쪽에서 어이없어하는 경찰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들 정말. 히어로 업계 1위였던 사람들 맞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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