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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반영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36
최근연재일 :
2022.08.01 21:00
연재수 :
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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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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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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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검정 하양(6)

해당 작품은 가상의 작품으로. 특정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



사람들을 뒤따라간 종착점은 상당히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난장판이 된 주택가와 한 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구멍.

집 몇 채만한 크기의 게이트가 이곳에 출현해 있었다.


“잭,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보는 그대로야.”


갑작스런 재앙의 출현도 문제였지만 더 눈을 의심하게 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환호하고 기합을 지르며 온갖 무기를 사용해서 이터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서로 먹고 먹히는 살육의 현장.

사람들이 사냥이라고 말한 대상은 게이트에서 나온 수많은 블랙독이었다.


“이번에는 좀 빨리 돌아왔구먼.”

“그러게. 나타나고 한 달도 안 된 거 같은데.”


나는 어이가 없어서 백발노인 부자 쪽을 보았다.

잘못들은 게 아니라면 이 상황에서 태연히 감상을 말하고 있었다.


“당신들 미쳤어? 게이트라고! 도망가지 않고 뭐하는 거야?”


게이트가 괜히 재앙으로 치부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목숨은 물론이고, 한 도시의 문명을 초토화 시킬 정도로 위험해서 재앙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경고를 하여도 그들은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상황을 지켜봤다.

심지어 이상한 건 내 일행뿐만이 아니었다.


“다음 온다! 모두 준비해!”

“이얏 호~”

“내 주위에 알짱거리지 마! 같이 죽여 버린다!”


만약 이곳이 사회의 번화가였다면. 게이트의 등장과 함께 집단패닉이 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빌런 구역.

사람들은 이터를 두려워하기는커녕, 경쟁까지 하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나는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감상은 어때?”

“상식을 벗어난 짓이야. 이건.”


잭은 내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입 꼬리를 올렸다.

게이트에 도망가지 않는 시민이 있을 리 없다.

이터와 싸우는 시민들의 모습은 더더욱 생각 할 수 없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오히려 이터를 사냥감으로 치부하고 사냥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놀라는 게 당연한 반응이다.


“다음 온다! 괜히 실수 하지 말고 제대로 해라!”


한 남자가 힘껏 소리쳤다.

이터와 사람들의 난전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다음 파도가 시작되었다.

푸른 수용돌이 게이트에서 수많은 검은 형체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늘 밤은 고기를 먹을 거다!”

“와아아!!!”


한 사람의 외침으로 부위기가 고조되었다.

이 즈음 되니 인정해야 했다.

이곳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터란. 곰이나 사자정도의 인식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때? 너도 같이 껴볼래?”


잭이 어처구니없는 권유를 하였다.

고민할 것도 없이 거절이다.

그는 재차 권하지 않고 얌전히 테라스 의자에 앉았다.

나는 변함없는 사냥터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런데 사람들의 행동에서 이상한 구석을 발견하였다.


“잭. 저건 뭐야?”


손가락으로 한 무리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사람들이 죽은 이터의 사체를 들고 가는 곳.

검은 정장과 선글라스를 쓴 수상한 집단이 이터의 사체를 대형 트럭에 싣고 있었다.

잭이 태연히 대답하였다.


“아아~, 신경 쓸 거 없어. 그냥 빌런 구역을 거점으로 사업하는 사람들이야.”

“사업하는 사람들이 이터의 사체는 왜 가져가?”

“그야 이터를 두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이터의 몸은 여러 가지로 쓸모가 많다고?”


쓸모가 있다는 말에 히어로 반 건물의 경기장을 떠올렸다.

경기장을 감싼 돔의 소재도 이터의 뼈를 가공했다고 들었다.


“사체를 가져가면 가격은 어떻게 쳐주는데?”

“블랙독은 마리당 60만원. 그리고 해체한 이터의 고기를 받을 수 있어.”

“그래, 그렇단 말이지···.”


어쩐지 사람들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든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깥에서는 60만원이 목숨을 걸만한 돈은 아니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절실한 금액이었다.

만약 살아가는 데에 문제가 없더라도 묵돈을 마련하기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아버지. 다녀올게!”

“그래, 욕심내다 다치지 말고 이놈아.”


우리 일행 쪽에도 민소매 남자가 거대한 도끼를 들고 수라장에 뛰어들었다.

노인은 그의 뒤를 배웅할 뿐. 위험하니 말리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나는 노인의 옆에 있던 늑대가면과 눈이 마주쳤다.


“당신은 안 가는 거야?”


늑대가면에게 물었더니 대답이 돌아왔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였다.


“······미안해. 네가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다행히 그녀도 내가 알아들을 거라 생각하고 말을 한 건 아니었다.

그녀는 옆에 앉아 있던 잭을 가리켰다.

그는 어깨를 으쓱여 보이고 말을 통역해서 들려주었다.


“펜리스가, 자신은 여기 놀러온 게 아니래.”

“아. 그래요···.”


이름이 펜리스라 하는구나.

그런데 아까부터 늑대가면 안에서 묘한 적대감이 느껴지는 건 내 착각일까.

그녀가 잭에게 또 말을 하였다.


“현우야. 네가 한심하다는데?”

“뭐?”

“아까부터, 고작 게이트에 안절부절 못하는 게 정말 꼴사납대.”

“잠깐만, 이봐요 당신. 이 말 정말이야?”


갑작스러운 비난에 심히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펜리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니까 지금 나를 한심한 겁쟁이라 생각하고 있는 거였다.

그 사실을 깨닫자 울컥하고 화가 올라왔다.


“이봐요. 내가 게이트에 움츠러든 건 맞지만 안절부절 못한다니. 처음 만난 사이에 말이 심하지 않아요?”


잭이 펜리스의 말을 통역하였다.


“모자란 건 잘못 된 게 아니야. 다만 발목 잡지 않으려면 분발 해야겠어. 라고 말하네?”

“말 다했어?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거지?”

“양아치처럼 얼굴 붉히지 말고 네 수준이나 올리는 거 어때? 라고 말하고 있어.”

“제기랄. 늑대가면, 거기 가만히 있어.”


이번에는 잭이 의문을 드러냈다


“어디가게?”

“저 개판 속에! 몇 마리 잡으면 인정해 줄 건지나 물어봐 줘!”


몇 마리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잭의 입에서 듣지 않아도 되었다.

펜리스가 떡하니 손가락을 펼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스무 마리 잡으면! 아까 했던 발언들 모두 철회하는 거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거 같은. 뜻을 모를 외국말과 함께 말이다.


“젠장, 하면 될 거 아니야. 하면······.”


오른손에 단검을 움켜쥐고 끈으로 묶었다.

오른쪽 허리춤에 있던 단검을 왼쪽 허리춤으로 옮겼다.

나는 천천히 게이트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게이트 앞의 수라장은 약자에게 무자비한 모습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거나 죽을 위기에 처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도 제 몫을 챙기기에만 바빴다.


“뭐하는 거야! 멍청이가! 개새끼 하나 똑바로 막지 못하고 뭐하는 거야!”

“으아아악! 살려줘!”

“막아! 막으라고!”


블랙독은 뒤쳐진 약자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그리고 때로는 사람들의 표적이 되어 죽었다.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서 블랙독을 처치하고 운반한다.

그 중 상당수가 치명상을 입거나 죽는 일이 하다했다.


“크와앙!!!”


과거, 누군가 블랙독의 덩치를 황소에 비유한 적이 있었는데 적어도 코끼리로 비유를 했어야 했다.

저 크기의 생명체를 황소의 몸에 비유하다니. 너무 아담하게 말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으악! 안 돼! 안 돼!!!”


홀로 남은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그의 앞에서 블랙독은 거대한 앞발을 휘둘렀다.

남자는 다리를 다쳤는지. 움직이지 못하고 제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죽고 싶지 않아!!!”


경험담에 따르면. 저 앞발에 맞으면 최소 사망 심하면 유골조차 성치 않게 된다.

마침 거리도 가깝고 사람 죽는 꼴을 보는 것도 즐겁지 않으니.

첫 번째 시작으로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쿠웅.

묵직한 타격에 흙먼지가 날렸다.


“···콜록, 아저씨 괜찮아요?”

“마, 맙소사.”


놀랄 기운이 있는 거를 보니 괜찮아 보였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 블랙독의 앞발을 힘껏 밀었다.

놈은 자신의 공격이 가로막히자.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었다.


“후우···.”


하지만 역시 정면에서 앞발을 막은 건 무리한 행동이었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충격에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하지만 충격은 버틸 만 했고. 이걸로 놈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었다.

나는 어긋난 어깨를 재조립하였다.

그리고 왼쪽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르르르르!!!”


이터가 낮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공격을 감행하였다.

옆으로 앞발을 휘둘렀던 조금 전과 달리, 앞발을 들어 거대한 상체를 일으켰다.

거대한 무게를 앞발에 집중하여 내려찍는 행동.

아무리 내가 일급 초능력자의 육체를 가졌더라도. 저거에 맞으면 뼈도 못 추리고 뭉개질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겁을 먹을 이유는 되지 않았다.

쿠웅.

놈이 앞발을 내려찍자 묵직한 소리와 함께 땅이 울렸다.

땅에서 피어오른 흙먼지가 사방으로 퍼져 멀쩡했던 시야를 가렸다.


“번거롭게 하고 있어···.”


흙먼지 속에서 나는 밑을 더듬었다.

찾고 있는 건 블랙독의 목 뒤에 위치한 비늘 밑 급소.

막, 놈의 여린 살갗이 만져진 그때였다.


“잠깐······!”


위험을 눈치 챘는지 놈은 이리저리 온몸을 흔들어댔다.

나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놈의 비늘을 붙잡았다.

만에 하나라도 놈의 몸에서 떨어진 순간 상황은 불리해진다.

놈들은 시각이 퇴화한 대신 후각이 발달되어 있으니 말이다.


“얌전히 좀··· 있어!!!”


더 이상 당할 수 없기에 붙잡고 있던 비늘을 뜯어버렸다.

그러자 놈은 더욱 발을 굴러댔다.

내 손끝에서 여린 살결이 느껴졌다.

이 여린 살결 아래에 놈의 급소가 있다.

확실하게 놈의 고동이 느껴졌다.


“마무리다.”


지체할 것 없이 힘껏 단검을 찔러 넣었다.

놈의 얇은 살결 속 깊숙하게 오른팔이 들어갔다.


“그워어어어어!!!”


찔러 넣은 단검을 뽑아냈다.

놈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 힘없이 쓰러졌다.

한 마리를 잡는 데 걸린 시간이 약 5분.

경쟁 속에서 이터를 스무 마리나 잡으려면 더욱 바쁘게 움직여야 할 거 같았다.


“저, 감사합니다.”


블랙독의 몸 위에서 내려오니, 남자가 아직까지 제자리에 있었다.

그는 바위에 몸을 기댄 체 서 있었는데. 바지 한쪽이 완전히 피에 절어 있었다.

내 걱정을 알아 챈 건지. 그는 자신의 다리를 툭툭 치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하, 흔히 있는 일이라 별거 아니에요. 그보다 어제에 아이를 도와줬던 외부인 분 맞으시죠?”

“아이요?”


머릿속에서 한 아이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생쥐를 손에 들고 겁을 먹은 채 도망가던 아이.


“생쥐 쫓던 아이를 말하는 거면요.”

“아, 역시. 뒤늦게 인사를 드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그 아이의 아버지인데. 꼭 감사하는 말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괜찮아요. 감사를 받으려 한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보다 빨리 치료하지 않아도 괜찮겠어요?”


남자의 다리는 단순한 상처를 입은 게 아니었다.

내용물이 없는 바지와 그 밑에 고여서 만들어진 피 웅덩이.

다리가 절단되었음에도 평정한 자세로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하하, 더 이상 늦으면 안 될 거 같긴 하네요. 당신을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 지는 기분이라. 마치, 그 시절의 그분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분이요?”

“네, 저희들의 희망이었고, 구원이었던 분이었죠. 하지만 많은 짐을 짊어진 탓에 어린나이에 그만······. 하하, 제가 은인에게 괜한 이야기를 했네요.”

“아니요. 오히려 기회가 된다면 남은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나는 주머니에서 검은 천을 꺼내었다.

그리고 칼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이 블랙독 가져가세요.”

“제, 제가 말입니까?”

“네, 어차피 용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다리 꼭 완치하시고 아들에게 맛있는 거 먹였으면 좋겠네요.”

“가, 감사합니다!”


나는 연신 고개를 숙이는 그를 뒤로하였다.

그리고 더욱 수라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는 인원이 많았기에 괜찮았다지만. 상대는 이터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의 수가 점점 줄어들 터.

역시나, 사람들의 무리보다 자유로이 활보하고 있는 이터의 수가 더 많았다.


“정신 똑바로 차려! 저 놈은 시체를 먹느라 정신이 없다고! 그러니 제대로 이놈에게만 신경 써!”

“거기 핏덩이! 똑바로 밧줄 안 잡냐! 그 쪽 팔이 움직이잖아!!”

“아 씨! 저도 힘주고 있다고요!”


아직까지 사람들은 물러서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모든 지략과 방법을 사용하여 사냥에 몰두하였다.

나는 죽고 죽이는 수라장을 둘러보았다.

맡은 사람이 없는 블랙독이 총 여섯 마리.

일단, 무리에서 제일 멀리 떨어져 있는 것부터 노리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한 마리.”


땅을 박차고 속도를 냈다.

블랙독의 피를 뒤집어썼으니 후각 하나만으로 위험을 알아채기에는 무리가 있을 거였다.

이런 내 생각이 정답이었는지.

놈들의 등에 올라탈 때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걸로 둘.”


발버둥 칠 시간도 주지 않고 단검을 쑤셔 넣었다.

블랙독은 짧은 비명을 지르고 힘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셋.”


세 마리의 블랙독을 처치하였다.

후각을 마비시키고 분산시키면 손쉽게 각개격파가 가능하다.

바깥이었다면 알지 못했을 새로운 사실이었다.


“으아악!”


블랙독이 반격을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블랙독의 위협에 조금씩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다음.”


오히려 마음 놓고 사냥할 기회였다.

먼저 무리에서 떨어진 놈들부터 차례로 노렸다.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어느새, 이터를 죽인 횟수가 열일곱 마리를 넘어섰다.

마지막으로 남은 블랙독의 목에 올라탔다.

상당히 거대한 몸집인 녀석이었다.


“이걸로 열아홉.”


덩치가 크다 해서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급소가 있는 비늘을 뜯었다.

그 안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거대한 덩치가 쓰러지면서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비릿한 냄새가 진동하였다.


“후우······.”


놈의 몸 위에서 한숨 돌렸다.

게이트는 흐릿해져서 닫힐 기세를 보였다.

거리는 내가 죽인 이터의 사체로 가득 하였다.

목표였던 스무 마리를 채우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이정도면 증명이 됐을 터였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여 블랙독의 몸을 내려갔다.

그리고 피 웅덩이를 걸어가는데 주위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왜, 왜 그러시죠?”


하나같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하였다.


“자네! 계산 안하는 건가! 안하는 거면 나한테 주게!”

“어이 미남! 잘생긴 형씨! 나한테 줘! 안 가질 거면 나한테 줘!”

“형! 나야! 형의 소중한 발닦개라고! 앞으로도 잘 할 테니까 나한테 줘!”


사람들은 나를 둘러싸고 이터 사체에 대한 허락을 구했다.

특히 나를 형이라 부르는 가슴에 털이 숭숭 난 아저씨가 제일 집요하게 들러붙었다.


“알아서들 하세요! 전부 알아서 가지세요!”

“정말이지? 딴소리하기 없기다!”

“어머나, 고마워 형!”


사람들은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방으로 뛰어갔다.

인파에서 벗어나자 피로가 몰려왔다.

나는 기진맥진 한 채 손에 감은 끈을 풀었다.

단검을 도로 칼집에 넣었다.

도중에 날이 상한 단검 하나를 버렸지만. 손실에 비하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나는 고개를 들어 같이 왔던 일행을 찾았다.

백발노인과 하양이, 잭과 펜리스 그리고 사냥을 나섰던 민소매남자도. 모두 무사히 테라스에 있었다.

나는 늑대가면을 보고 우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렇게 개고생을 했는데 인정을 안 할 수가 있을까.

나를 실컷 깔봤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기대가 되었다.


“수고했네.”

“고마워요.”


백발노인이 건네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늑대가면 여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너, 뭔가 할 말 있지 않아?”


늑대가면이 순순히 잘못을 인정했으면 했다.

일부러 거만한 걸음으로 다가가던 그때였다.


“아아······.”



갑자기 백발노인이 탄식하였다.

또한 모두의 표정에서 심상치 않은 빛이 떠올랐다.

내가 그들의 행동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그때.

잭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건 좋지 않은데.”

“무슨······.”


말을 끝맺기도 전에 위압감이 느껴졌다.

다가올 위협에 대해 먼저 몸이 반응하는 이상신호였다.

하양이가 손으로 내 뒤쪽을 가리켰다.


“저기 봐!”


뒤를 돌아 게이트를 보았다.

그리고 숨을 멈췄다.

분명 조금 전까지 희미했던 게이트가, 지금은 고층 빌딩과 맞먹는 크기로 거대해져 있었다.


“끼에에에엑!”


성대를 긁어대는 기이한 울음소리.

모두가 똑같이 양쪽 귀를 막았다.


“끼에에에에에에엑!!!”


서서히 울음소리의 본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이곳의 누구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백 미터 높이인 고층빌딩의 절반 정도 되어 보이는 몸체.

머리에 사슴의 뿔을 달은 거대한 뱀이 이곳에 나타났다.


‘용(龍)’


재해등급 적(赤)색.

녹색인 블랙독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일급 재앙이. 이곳에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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