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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피의 상상극장.

내 꿈은 지구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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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4.08.12 15:17
최근연재일 :
2024.09.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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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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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럭키가이

DUMMY

"보호자님들 들어오세요."


병원에 왔다. 중환자실은 하루에 딱 한번만 면회가 가능하기에 지금을 놓치면 엄마 얼굴을 볼 수 없다.


"아드님 왔어요?"

"저. 선생님. 엄마는 어떠세요?"

"괜찮으셨는데, 좀처럼 부종이 가라앉질 않으시네요."

"아... 그럼 어제랑 똑같은 상황인가요?"

"일단은. 그래도 다른 반응은 없으셨으니까. 잘 주무셨다고 봐야지."


간호사 누나들에게 부연 설명을 들었다.

어제 그제. 벌써 열흘째 같은 내용이었다.

엄마는 나아지질 않는다...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중환자실에서도 따로 분리된 음압실이란 곳이 있다. 엄마는 여기 계시는데, 다른 걸 다 떠나서 쉬는 날에도 외출보단 혼자 있는 걸 좋아하던 분이라 이곳을 마음에 드셔할 것 같다.


"엄마?"


산소호흡기가 없으면 스스로 숨도 쉴 수 없는... 의식도 없고 움직임도 없는 엄마에게.

어차피 대답 못 할 걸 알면서도 그래도 한번 더 그 이름을 불러본다.


"엄마."


역시나. 오늘도 기적은 벌어지지 않는구나. 괜찮아 다음 기회가 있으니까.

그런 혼잣말로 혼자 웃으며 혼자 엄마의 손을 잡고 말했다.


"엄마. 나 취직했다?"


마치 엄마의 손이 '학교는?' 이라고 묻는 것 같았다.

혼자 씩 웃으며 무시하고 내 말을 이어갔다.


"좋은 회사래. 이상한 데 아니고. 엄청 좋은 형을 만났거든. 진짜 좋은 형이야. 마치 영웅같은. 드라마 만화에서 튀어나온 성격을 가진 사람인데. 하하. 맞다 엄마가 들으면 화내겠지만. 나 그 형이랑 한강에서 막 소리도 지르고 그랬다? 사람 엄청 많은데."


문질문질 손가락을 만지고 머리카락도 넘겨주며 주절주절 길조 형과의 만남을 털어놓는다.


"사장님이랑 통화했어. 오래. 일 시켜준다고."


그리고. 그리고...


또 무슨 얘기를 해드릴까.

일 때문에 학교 쉬는 건 정말 아닌 거 같고. 그 말을 해볼까?


"..."


어쩌면 정말 기적이 벌어질지도 몰라.

엄마는 평소에도 내가 뭐만 하면 일단 혼내고 보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엄마한테 내 꿈을 말해주면


"그리고. 나 꿈이 생겼어."


(안중길. 너 오늘 학원 왜 안 갔어.)

(어디가서 튀는 행동 좀 하지마. 너 세상이 얼마나 평판에 민감한 줄 알어?)


"지구정복을 해볼까 해."


(사람들이 얼마나 눈치를 주는 줄 아냐고. )


"그래서 일단 대통령이 될 건데..."


(남들 눈에 찍히면. 그랬다간 제대로 된 직업도 못 가지는 거야. 그렇게 살고 싶어?)


"당선되면 진짜 해볼까 싶어. 안 그래도 어제 하루 생각해 봤는데. 한국도 가능할 거 같더라고. 반도 국가들이 원래 육지든 해양이든 나가기 좋으니까. 로마도 반도고 바이킹들도 반도에서 시작한 사람들이고."


(무엇보다 난 너. 아빠없이 자라서 그렇다는 말 듣게 나둘 수 없어. 그러니까 제발 부탁이니까... 얌전히 좀 있어. 엄마 속 썩이지 말고...)


"하아... 진짜 그렇게 할 거니까."


기적은 벌어지지 않고 머릿속에선 기억 속의 엄마와 싸움이 벌어져도 현실의 엄마는 산소호흡기와 혈압기의 기계소리만 내고 있다.


질끈 감은 눈으로 미동도 없는 사람을 보며 이상하게 서운함을 느낀다.

지금은 화내도 되는데... 일어나서 야!! 엄마 아픈 동안 대체 누굴 만나고 다니는 거야!! 라며 소리 버럭 질러도 좋은데...


"엄마..."


함께 살아온 세월. 미운 날이 많았다. 정말 어떤 건 진짜 별 것도 아닌 걸로 너무 뭐라고 하니까. 그런 날은 어차피 아빠도 없는데 엄마도 없어지면 좋겠다 생각했던 날도 있다.


"그래서. 그러니까."


하지만 어떻게든 내 곁에 있으려고 했던 그 노력을 안다.

유치원에서 뭔가를 한다면 꼭 왔고. 생일날도 꼭 옆에 있었고. 입학식 졸업식. 그 외 다양한 부모님이 필요한 순간들. 물론 친구들이 놀러오고 싶다고 하면 한 달 전에 미리 얘기를 해야 하는 건 너무하다 싶었지만...

그래도 엄마니까. 아플 때나 괜히 혼자 있기 싫을 때. 그럴 때 늘 옆에 있던 사람인데...


" 나 이제 꿈이 생겼으니까. 그러니까..."


이제 그만 아프자...

혹시 나 걱정되서 힘든 싸움 버티는 거면... 괜찮으니까 좀 쉬어.


"으으윽 흐으으윽..."

숨죽여 울어본다. 이건 살아있는 게 아니다. 산 사람이 아니야...

하다못해 저 밖에 있는 사람들은 아프다고 가족들한테 짜증이라도 내고 뭐가 서러운지 울기라도 하지...


"아드님."

"네. 엄마 시간 다 됐다."


눈물을 닦고 얼굴을 정리한 뒤 인사를 남겼다.


"갈게요. 난 좋은 것만 생각할 거니까 엄마도 좋은 것만 생각하자."


긍정적으로. 씩씩하게. 그렇게 일도 열심히 잘할 테니까.

걱정마요. 내일 또 올게요.



* * *



"중길아!"

"형."


엄마를 보고 다음 날 아침.

원래라면 학교 갈 시간에 사복을 입고 지주동으로 왔다.


"교복 안 입었네?"

"학교 가는 것도 아닌데. 뭐하러 교복을 입어요."

"진짜로 안 가기로 한 거야?"

"네. 선생님한테도 이야기 했어요."

"그래도 되는 거냐?"

"안 될 거 없죠."

"하하! 행동력 좋네."


내가 일 할 곳이 어딘가 했더니 고깃집이었다.

다행이다. 뭔가 정상적이란 생각이 들어서. 조금 불안한 것도 있었다. 통장에서 돈 찾아오는 일이라든지 어디 사물함에 물건 넣고 오는 거 그런 걸 수도 있지 않을까 했었으니까.


황금고깃집이라고 나도 오며가며 알바 찾다 봤던 곳에 도착했다.


"여기가 이 동네 핵심이야."

"어어. 네."

"반응이 왜 이렇게 섭섭하냐? 진짜야 임마."


형 말에 의하면 형네 회사 대표님과 사장님이 이곳을 시작으로 다 죽어있던 동네 상권을 부활시켰단다. 그래서 여기가 과거부터 쭉 이 동네의 가장 핵심적인 가게였다는데.


"지주동 원래 사람 많은 동네 아니었어요?"

"아니야. 여기 다 죽은 동네였어. 진짜 쌩고생들 하셨다고 들었고."

"그래서 여기만 빌딩이 새 거구나."

"그런식이지. 고깃집으로 시작해서 건물주. 존나 간지 나지 않냐?"

"장사 잘 되는 가게구나."

"장난 아니지. 굳이 입 아프게 떠들 거 뭐 있어. 겪어 봐. 나도 여기서 일 시작했어."

"그럼 형도 여기서 일하세요?"

"아니. 사장님들이 가게 하나 둘 더 확장시키면서 술집으로 넘어갔지. 저쪽에 있어. 말도 있고."

"말?? 무슨 말이요?"

"말. 그 말. 이히힝 하는 말."

"그런 게 왜 있어요???"

"하하! 나중에 보고. 일단 들어가자."


고깃집으로 시작해 술집도 있고 그거 말고도 이것저것 대표님이 건드리는 게 많단다.

진짜 돈 잘 버는 사람이구나. 좋겠다. 싶은 인상을 가지며. 조금은 긴장되고 어색한 자세로 가게 문을 열었다.

인자해 보이시는 아주머니가 우리를 돌아보시는데 길조 형이 큰 소리로 외친다.


"이모님! 으하하!"

"깜짝아... 너 인사 조용히 하라니까."

"으하하하. 인사드려라. 대모님이셔."

"대모는 무슨..."


대장님에 대모님. 역시나 히어로는 주변 인물들도 범상치 않다.


"안녕하세요."

"너구나. 태수한테 이야긴 들었어. 주방에서 일 할 거라면서?"

"네? 어. 네."

"주방인가요? 아직 저희도 설명을 못 들어서."

"그래. 사무실 올라가서 설명듣고 서류 작성하고 와."


가게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새 건물의 아직 공사중인 듯한 냄새가 풍겨온다.


"여긴 사무실도 있어요?"

"그러게. 빌딩 올렸더니 사무실이 생겼네."

"와..."

"어떠냐. 우리 회사 좋다니까."

"그러니까요. 생각보다 좋네요..."


그냥 좋은 게 아니라. 이곳은 정말로 기업이었다.

GOLDSEA라는 번듯한 간판도 있고 사무실엔 사무직으로 보이는 직원들도 열 댓명이 보였다.


"..."


이런 곳에서 날 어른 월급으로 준다고...? 뭔가 조금...


"어떻게 오셨나요."

"아. 저 김길조라고 하는데요. 천태수 사장님 밑에서 일하는."

"네."

"오늘 사장님이 동생 일 시켜준다고 해서."


사무적인 분위기에선 히어로도 긴장하는구나.

우리는 직원분들의 안내를 받아 대표실 같아 보이는 곳으로 옮겨갔다.


"와. 이분은... 나도 처음 뵙는데."

"대표님이요?"

"아. 대표님이 아니고. 대표님 대신해서 오신 뭐랄까... 전문경영인?"


그래. 그러고보니 대표가 있고 사장이 있다고 했지.

거기에 전문경영인까지 있어. 정말 기업 아니야?


"들어오시랍니다."


직원 분이 대표실 문을 열어준다.

작은 사무공간에 뭔가 범상치 않아보이는 아저씨가 계셨다.


"안녕하세요."


아저씨가 나랑 길조 형을 번갈아 보며 묻는다.


"잠깐만. 천 사장이 말한 친구가 누구지?"

"저. 저요."

"얘요."

"그럼 자네는 굳이 여기 올 이유 없잖아? 가서 일 봐. 왜 따라다니고 있어? 보호자야?"

"어. 그렇죠?"


전문경영인 아저씨는 길조 형을 한 마디로 물리치고 나를 책상 앞에 앉으라고 했다.


"이력서는 가지고 왔어?"

"네? 아... 아니요."

"학생이라면서. 그럼 대충 여기다 신상정보 기입하고. 다 쓰면 얘기해."


종이 이력서를 한 장 건네주시더니 볼펜을 내밀어 주셨다.

볼펜 좋다. 뭔가 잡히는 느낌이 달라. 비싼 거 같다.

전문경영인 아저씨는 내가 이력서에 뭘 써야하나 고민하는 그 순간에도 쉬지않고 바쁘게 모니터를 보시고 서류를 들척이셨다.


"아직 다 안 썼어?"

"저..."

"왜?"

"경력칸에 뭐든 써야되나요?"

"음? 없어?"

"네."

"없으면 그냥 가지고 와. 뭘 고민하고 있어."


이력서는 경력을 써야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늘 이력서를 쓰려면 쓸 내용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직접 몸으로 부딫히자 했는데.


"학생이 경력이 어딨어. 없으면 없는 대로 가는거지."

"..."


단 칼에 길조 형 나가라고 할 때 조금 무서운 사람이구나 했는데.

어떻게 보면 합리적이란 생각도 든다.


"외고 다니나?"

"네."

"오~ 공부 잘 하나 보네."

"..."

"그런데 주방에서 일 할 수 있겠어?"

"상관은 없어요. 뭐든 해보고 싶고요."

"힘들 걸?"

"괜찮아요."


여러 가지 설명을 들었다.

일단 바로 오늘부터 일을 하는 건 아니고, 주방에 들어가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단다.

보건증도 받아야 하고 통장도 하나 제출해야하고 신분증도 제시해야하고.


"통장은 왜요?"

"월급 안 받을거야?"

"아."

"하하. 왜 이렇게 긴장을 하고있어."

"저... 그게 실은..."


뭔가 본격적이란 생각이 들어서 안 물어볼 수 없었다.


"사장님이 그러셨거든요. 급여 그렇게 맞춰주신다고."

"맞아. 그렇게 해주라고 나도 연락 받았어."

"...전 솔직히 이렇게 제대로 된 회사라고 생각 못 했거든요. 그냥 뭐. 그런데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왔을 뿐."


전문경영인 아저씨가 이력서를 보며 내 이름을 말씀하셨다.


"이름이 안중길. 중길아. 지금 정확하게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어..."

"그래서. 돈 얼마 주냐? 이거야?"

"아니요. 그게 아니라."


처음부터 느꼈던 어떤 위화감이 있었다.

나랑 안 맞는 공간같다.

무엇보다 이렇게 알바를 구해도 되는 건가?

주방 일은 상관없는데 뭔가 회사가 너무 번듯해 보여. 단순 고깃집도 아니고...


"그게 어때서?"

"...저. 실은 여기 일 소개 받은 게 아까 그 형이 사장님한테 연락드려서."

"천 사장은 사람 그렇게 뽑아."

"어..."

"자기 주변 사람들이 일 좀 시켜달라 하면 그냥 뽑는 사람이야."

"그래도 되나요?"

"안 되지. 그것 때문에라도 이번에 큰일 치렀고."


역시 그렇지. 이 상황이 일반적인 게 아니야...


"그치만. 어쩌겠어. 사장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저. 그럼..."

"음?"

"..."

"왜?"

"아니요. 마음 같아선 못 하겠다고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어서 고민돼서요,"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지금까지 다른 곳에 있던 전문경영인 아저씨의 영혼이 돌아오는 것 같다.

그리곤 아저씨가 사람을 꿰뚫어 보는 시선으로 나를 보며 물으신다.


"왜 그런 걸 생각하지?"

"네?"

"아니. 일 필요하다고 해서 일 시켜준다고 하면 좋은 거 아닌가."

"..."

"나로선 이해가 안 가는 문제라."

"엄마가..."

"음."

"어디가서 동정받고 다니지 말라고 하셔서..."


하아... 나도 속상하다... 이런 상황에 이런 말이나 꺼내야 하는 내 처지라니...


"그게 왜 동정이야?"

"네?"

"우리가 자네를 동정해서 뽑는다고 생각했어?"

"어..."

"하하하. 여긴 직장이야. 사람이 필요하고 일하고 싶다니 뽑았지. 뭔 소리를 하나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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