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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피의 상상극장.

내 꿈은 지구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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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4.08.12 15:17
최근연재일 :
2024.09.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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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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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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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변신!

DUMMY

"그럼 이제 다 끝난 건가요?"

"네. 이렇게 장례는 마쳤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갑자기 연락받고 와주셨다고 들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요. 우리 일이 약속잡고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요."


화장을 마친 엄마의 유골함을 건네받으며 장례지도사 아주머니가 손을 잡았다.


"아드님."

"네."

"이런 얘기 실례될 수도 있지만. 찾아오신 분들이 좋은 의도를 갖고 온 건 아닌 거 같아요."

"맞아요. 제대로 보셨어요."

"음... 혹시 주변에 믿을만한 어른이 있다면 되도록 그분과 함께 지내도록 하세요."

"고맙습니다. 꼭 그렇게 할 게요."


역시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많아.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는 우리 회사 식구들이나 지금 이렇게 걱정해주는 장례지도사 아주머니 같은 사람들이 있다고.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지금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혼자라는 사실은 변함없어도 어디서 누군가는 나를 보고 있을 거고. 그리고 위험해지면 꼭 그런 사람들이 나와서 지켜줄 테니까.


"가시죠."

"음..."

"왜요?"

"그게. 음. 납골당은 어디로 정했니?"

"없어요. 그런 거."

"없다고? 요즘은 장례식 하기전에 다 정하고"

"장례도 회사에서 나서서 겨우 했어요. 납골당이 어딨어요."

"아..."


예전에 책에서 그런 걸 봤었다.

원래 인생은 한치 앞도 알 수 없고 그저 주어진 과제들을 현명하게 수행해 나가면 되는 거라고.

처음 알바 찾을때만 하더라도 내가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엄마가 돌아가실 거라고 짐작은 했어도 그것이 지금일 줄 몰랐다.

아빠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도. 그런 복잡한 배경 때문에 나도 모르게 억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원래 몰랐던 이야기니까.

걱정할 건 없다.

그냥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일 뿐.


차장 아저씨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

차장 아저씨 말고도 이쪽 집단에서 좀 나서는 분이 함께 차를 타고 있었는데, 이 아저씨는 우리가 밖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정확히 모르면서, 마치 내가 자기들과 함께 있는 것이 승리의 상징이라도 되는 듯 표정이 바뀌어 들떠있었다.


"아까 봤습니까? 총무실 놈들 똥 씹은 얼굴 보는데 내 속이 다 풀리네."

"그랬어? 난 중길 학생이랑 있느라 못 봤지."

"크으. 그걸 보셨어야 되는데. 김 팀장도 이제 끝났지 뭐."

"그래도 너무 안심하지 말자고. 어쨌든 총무실인데 또 무슨 수작을 부릴지 아나."

"거머리 같은 놈들. 맨날 하는 거라곤 사람들 감시나 하고 다니는 것들이 무슨 건설사 직원이라고."

"그보다. 서산 허가 받는 건 어떻게 됐어? 연락 왔어?"

"어제 미팅 끝났을 거예요. 이따가 연락해 보겠습니다."

"아. 나도 현장에 있어야 되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밖으로 돌아야 하는지..."

"왜 그러세요. 우리가 뭐 노는 것도 아니고. 여기도 결국 일하는 거잖아요."

"그래도. 담당자가 자리를 자꾸 비우면 안 되는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한번 정보를 업데이트 했다.

건설쪽 일하는 사람들인 거 같다. 현장이니 허가니 하는 게 그쪽 같아보여.

실무 진이라고 봐야겠지? 그럼 영 보스네는 뭐 회사 내부에서 일하는 그런 사람들인 건가?


"아저씨."

"음. 왜? 중길 학생?"

"그래서 지금 우리 어디가요?"

"전무님 뵈러. 대한 그룹 본사로 갈 거야."

"아. 네."

"이해해 줘. 워낙 바쁜 분이고. 또 지금같은 상황에선 자리를 비울 수가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차장 아저씨한테 행선지를 묻는데 보조석에 앉은 좀 나서는 분이 뒤를 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너 옷 안 갈아입니? 그거 빌린 거 아니야?"

"왜요?"

"아니. 상복을 그냥 입고 갈 건가 해서."

"아. 정장이 따로 없어서. 아까 장례 도와준 아줌마한테 그냥 산다고 했어요. 그래도 괜찮다고 하던데."

"음..."

"왜? 무슨 문제 있어?"

"아니요. 어쨌든 다들 처음 뵙는 자린데... 상복을 입고 가는 건..."

"아저씨."

"어?"

"말씀이 좀 그렇네요?"

"뭐... 뭐라고?"

"제 옷이 어때서요. 아저씨네가 우리 엄마 죽은 날 찾아왔잖아요. 왜 저한테 뭐라 그래요. 그래도 나름 정장이라고 입고 있는 건데."

"..."


결국 다 한통속이라곤 해도, 운전하는 차장 아저씨나 영 보스는 조금은 나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근데, 이분은 그런 게 없어. 장례식장에서도 혼자 나서서 큰 소리 내고 했던 거 진짜 싫었다고.

짜증나서 제대로 맞받아쳐 버렸다.

그러자 아저씬 벙찌는 표정으로 날 계속 쳐다보며 뭐라고 쏘아댈까 고민하는데.


"이봐. 그만해."

"아니... 차장님. 제가 지금."

"그만하라고. 중길 학생이 틀린 말 한 것도 아니니까."

"휴우... 네. 알겠습니다."


그때부턴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차장 아저씨도 짜증나는 아저씨도. 나도. 모두가 조용하게 움직일 수 있어 좋았다.


대한 그룹 본사 건물은 서울 강남에 있었다.

보통 대기업들은 다 종로나 사대문 안쪽에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는 그런 면에서도 뭔가 신기하게 느껴진다.

생각보다 건물이 크고 멋졌다. 아니. 그냥 엄청 높아 보인다.

강남에 이런 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 이런 사람들이 내 핏줄의 한 부분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건가?


"차장님. 전 여기서 먼저 내릴게요."

"어. 그래."

"..."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전 빌딩 앞에 잠깐 차가 멈췄는데, 짜증나는 아저씨가 내려버렸다.

내리기 전 나를 한번 돌아보는데 시선도 안 마주쳤다.

사람이 나가자 차장 아저씨가 말한다.


"저기. 중길 학생."

"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우리도 우리가 실수한 거 알고 있으니까."

"어제. 저 아저씨가 그랬었잖아요. 생계가 걸린 문제라고."

"맞어. 저 친구가 그랬지..."

"이해해요. 근데, 제가 아저씨들 생계를 책임질 건 아니니까요. 저도 제 사정이 있는 거고."

"음..."

"지금 여기 온 것도. 아까 영 보스, 아니 그 김 팀장이란 분이 뭔가 확실하게 말을 안 해줘서 온 거니까. 너무 저한테 기대하지 마시고요."

"그래. 잘했어. 전무님이 다 도와주실 거니까. 너무 걱정말고."


꼬불꼬불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차가 멈췄다.

주섬주섬 원래 내 옷이랑 엄마 유골함을 챙겨 드는데, 차장 아저씨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그것도 가지고 갈 거야?"

"그럼 우리 엄마 아저씨 차에 놔둘까요?"

"아니... 그게..."

"저 나중에 집까지 태워다 주시려고요?"

"그래야지. 당연히."

"아저씨. 원래 되게 높은 분 아니세요?"

"어..."

"바쁜 분이잖아요. 일도 많고 아까도 뭐 현장이니 뭐니 하시는 거 보니까. 그냥 여기서 전무님인가 하는 분 만나고 제가 알아서 움직일게요."

"유골함을 들고?"

"남들이 보면 이게 유골인지 나무박슨지 어떻게 알아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옷은 그렇다쳐도. 유골까지 들고 가는 건..."

"그럼 여기서 돌아갈게요."

"..."

"어떻게 할까요?"


내내 친절하던 차장 아저씨도 짜증나는 아저씨 같은 얼굴로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도 더 확신을 가졌다. 내가 꼭 필요한 거라고. 나를 반드시 전무라는 사람한테 데리고 가야 되는 거라고.

그렇다면 끌려가지 않는다.

어떤 상황이든 누구와 있든. 언제나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건 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안전해지니까.


"말씀해 주세요. 어떻게 해요."

"가져가라..."

"제가 너무한다고 생각하세요?"

"휴우... 아니야."

"아저씨. 아저씨나 아까 그 김 팀장 아저씨나. 다들 위에서 시켜서 이런 일 하시는 거죠? 그쵸?"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거니..."

"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왜 오늘일까 왜 엄마가 죽는 순간까지 기다렸을까. 그것도 양쪽이 전부다."

"..."

"아마. 이런 상황이면 나를 쉽게 구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한 거 아닐까? 난 주변에 따로 지켜 줄 어른도 없고 친척도 없으니까."

"저 중길 학생? 조금만 진정하고..."

"그러니까. 그 사람들한테 보여줄래요. 당신들이 고른 이런 날이 어떤 날인지. 내가 지금 무슨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엄마 화장되는 그 순간에 울지도 못 하고 복잡한 가정사나 들어야 하는지.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는 이 유골함을 들고서."

"..."

"갑니다."

"그래. 올라가자..."


엄마. 이제 진짜 사건의 주역들을 만나러 갑니다. 그러니 혹시나 아직 이곳에 영혼이 남아있다면 걱정만 하지 말고 와서 좀 도와줘요.



* * *



"그래서?"

"..."

"구진우가 그 애를 데리고 가게 놔뒀다는 말이야?"


같은 시각. 안중길이 '영 보스'라 부르던 젊은 팀장도 회사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상사 앞에서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이고 보고를 올렸다.

상황을 전달받은 나이 지긋한 인물이 두통을 참는 듯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와... 천하의 김민규도 다 됐네. 끝났어. 겨우 어린 애 하나를 확보 못 해서 구진우 같은 놈한테 뺏겼다는 게 말이 되나 지금?"

"..."

"내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위에 보고를 해야하는 거지?"


이곳은 대한그룹 총무실. 김민규는 총무실에서도 핵심인재를 모아놓은 인사과 1팀장이었다.

그는 인사관리의 핵심이었고, 노조들 사이에서는 '저승사자'라는 명칭으로도 유명했다.

김민규의 업무 스타일은 크고 작은 일을 가리지 않았고, 지시받은 건 그 내용이 무엇이든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중요한 일을 실패한 것이다. 그것도 기업의 미래를 가릴 일들을.


"아무래도... 상황이..."

"무슨 상황!!"


하지만 그도 결국은 사람이었다.

안중길이 어금니를 악다물며 말했던, '꼭 이런 날 이렇게 찾아와 말을 해야하는거냐.' 라는 소리에 그의 양심이 흔들렸다.


"아니고 머리야... 아이고..."

"..."


그렇다 한들, 윗사람들에게 그런 세밀한 상황까지 말 할 필요는 없으니. 김 팀장은 그저 혼자 속으로 화를 삭힐 뿐이다.


"그래서. 저쪽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데!!"

"전무님을 보러 간다고 했으니까. 회사로 오지 않을까요?"

"후우... 머리 아프구만..."

"뒤에 남은 직원들 보고에 제가 그쪽보다 30분 먼저 출발했다고 했으니. 납골 들려서 오면 저녁에는 오지 않을까..."


똑똑똑.


"뭐야? 나가 봐."

"네."


김민규과 총무실장 사무실 문을 열자 한 직원이 다가와 속닥속닥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뭐라고??"

"왜? 또 뭔데!!"

"실장님... 안중길 군이 지금 회사에 왔답니다."

"뭐라고??"


* * *



"아. 원래는 회사가 여기 아니었어요?"

"아니지. 예전엔 마포에 있었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길. 그냥 이것저것 보이는 걸 물어보다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 지금이 3대 경영이네요?"

"그렇지. 잘 아는구나. 그런 건 학교에서 배웠니?"

"아니요. 뉴스보면 나오니까."

"뉴스를 많이 보는구나."

"엄마가 좋아하셨어요. 세상 돌아가는 건 알고 살아야 한다고."

"음..."

"그럼 엄마도 옛날 직장에서 일했겠네요. 여기가 아니라."

"그런 셈이지."

"헤헤. 나름 엄마한테 오랜만에 회사 오니까 좋아? 라고 속으로 얘기하고 있었는데."

"어우... 이럴 때 그런 얘기는..."


띵. 떠드는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이쪽이다."

"네."

"다들 회의실에 계실 거야. 너 온다고 연락드리니까. 모이신다고 하셨거든."

"어? 전무님이란 분 한 분만 있는 거 아니에요?"

"아니지. 이런 싸움을 어떻게 전무님 혼자 해. 이사님들도 계시고. 계열사 사장님들도 계시고."


뚜벅뚜벅 길고 조용한 복도를 가로질러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우다다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음?"

"뭐지?"


차장 아저씨와 동시에 소란스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맞은 편 복도 저 끝에서 어제 오늘 보았던 영 보스네 부하직원 같은 사람들이 우다다다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차장 아저씨가 내 손을 붙잡더니 말한다.


"이런 씨!! 뛰어!!"


작가의말

어떻게 볼만하십니까들??? 어째 아무도 말씀들이 없는지...

몇 번 접었다 다시 쓴 글이라 예전 내용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는 건 압니다.

그래도 그때와 다르게 지금은 굉장히 안정감있게 써지고 있어서 써나갑니다.

아무튼, 뭔가 코멘트를 주시는게... 응원 좀 부탁드릴게요. 슬슬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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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작용과 반작용. +1 24.09.09 117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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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피가 물보다 진한 이유 24.09.07 135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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