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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피의 상상극장.

내 꿈은 지구정복이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새글

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4.08.12 15:17
최근연재일 :
2024.09.18 11: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820
추천수 :
285
글자수 :
238,884

작성
24.08.12 15:18
조회
897
추천
10
글자
11쪽

히어로를 만났다.

DUMMY

"네. 안녕히 계세요."


이번에도 거절이다.

뭐 어떠냐 애초에 여기는 리스트에도 없던 데였어.

거절당해도 상관하지 말자. 그냥 아르바이트 모집이라는 글자 보고 들어가서 물어본 거니까 신경 쓸 거 없어.

발끝에 힘을 주어 걷자. 어깨를 늘이지 마라. 고개를 들어. 허리를 꼿꼿이 펴라.

나는 일부러라도 씩씩한 척을 하고 있었다.

우울한 현실에 짓눌리기 싫어 억지로라도 장점을 찾았다.


평일에도 놀러 나오는 사람들이 많구나. 그만큼 일할 자리도 필요하다는 뜻이겠지.

나도 놀고 싶다 같은 건 생각하지 마. 저 사람들이랑 나는 상황이 다르니까.

옷가게도 재밌겠다. 옷가게에서 일하면 좀 멋지게 입고 다닐 수 있을까? 사장이 옷도 주고 그러려나?

식당. 식당도 좋겠는데. 식당에서 일하면 맛있는 거 먹는다고 하던데.


"안녕하세요?"

"네. 어서 오세요."

"저. 인터넷에서 보고 왔는데요. 여기 아르바이트 뽑으셨나요?"


하늘을 보자. 오늘은 오랜만에 푸른 하늘을 보는 거 같다.

어차피 편의점은 야간 근무자를 뽑는 거니까. 내가 안 될 수 밖에 없어.

그리고 밤에 일하면 이렇게 미세먼지 하나 없는 푸른 빛을 볼 수도 없는 거잖아.


"후우..."


그렇게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벌써 사 일째다... 진짜 청소년 알바를 뽑는 사람이 있기는 한 걸까?


"...가보자."


아니야. 약해지지 마.

그냥 가. 걸어. 알바 찾으러 왔다고 물어보고 일하자면 하고 안 된다면 나와.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어. 오늘 못 해도 열 군데는 찾아봐야 한다고.


"어. 뽑는데."

"아, 정말요?"

"그럼. 정말이지. 언제부터 일할 수 있는데?"

"바로 할 수 있어요."

"지금 바로? 하하! 내일부터 하자고."

"네! 좋습니다."

"보자. 그러면 학교 끝나고 올 거 아니야? 5시부터 11시까지 어때?"

"어... 저 사장님. 그게 제가 조금 사정이 있어서 설명을 드려야 하는데요."

"음? 에이. 안돼."

"네?"

"안된다고. 다른 데 찾아봐요."

"아니... 방금은 되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원래는 되는데. 뭔가 사정이 있다면서? 우린 사정있는 청소년 알바는 안 뽑아."

"아니... 아니 그게... 그렇게 특별한 게 아니라요."

"나가봐요."


진짜 뭔가 큰 사정도 아니다.

그냥 5시에서 11시까지라는 시간을 조금만 조율할 수 있는지 그것만 여쭤보고 싶었는데...

엄마 면회 시간을 맞추려면 저녁 타임을 포기할 수 없는데...


"저기. 알바 공고 보고 왔는데요..."

"어?"

"사람 뽑으셨나요?"

"그게 아니라. 몇 살이에요?"

"아... 학생도 지원가능이라고 써있어서."

"대학생이지. 고등학생은..."

"아. 네."

"미안해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일이 많아서."

"네... 그럼요."


그래도 눈빛이 따뜻한 아주머니였다.

귀찮게 쳐다보지 않은 것만도 감사한 마음이라 꾸벅 인사를 남기고 밖으로 나왔다.


"후우. 보자. 저쪽에도 편의점이 있던 거 같은데..."


다음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데, 지나가는 애들이 부모님과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아! 엄마 그러니까. 내가 인강 삥땅 친 게 아니라. 학원에서 참고서 사라고 해서. 아니 용돈을 왜 줄여!!!"

"으하하하! 병신 걸렸냐?"

"시끄러 새끼들아. 아니야. 애들이랑 안 있어... 그냥 학교 끝나고 잠깐 PC방 갔다 가려고..."


뭐가 저렇게 즐거운 걸까? 아니 무엇에 저렇게 웃을 수 있을까...

나도 웃고 싶다... 쟤들처럼 학교를 마치면 평범하게 친구들과 번화가에 놀러 오고 카페 같은 데 들려 새로나온 음료수를 고르고 싶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나이인데, 왜 이렇게 사는 세계가 다른 걸까...

지금와서는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말도 사치스럽게 들린다.

나는 공평한 건 바라지도 않어.

그냥 조금만, 아주 약간만 숨통이 트이기만...


이번 편의점은 딱히 들어가지도 않았다.

자꾸 거절만 당하다보니 밖에서 사장 얼굴만 봐도 친절하고 아니고의 구분이 가능해지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장점이야. 나름 사람보는 눈이 생기는 거니까.


"..."


배가 고프다. 목이 말라. 다리도 아프다.

들어가서 삼각김밥이라도 하나 먹고 나올까?


"안녕하세요."

"네. 어서오세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일단 온 김에...


"어. 저... 여기 아르바이트 뽑는다고 해서 왔는데요."

"음? 그거 인터넷에 이력서 안 냈어요?"

"아. 그게..."

"우리는 이력서 받고 뽑아요."

"아니요. 그게 제가 학생이라서. 이력서를..."

"고등학생은 안 뽑아."

"..."

"가."


이래서 직감을 무시하면 안 돼. 처음부터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안 갔으면 되는 걸. 다짜고짜 반말이야...

이런 가게에서 돈 써주기 싫어 일부러 다른 곳으로 가서 삼각김밥을 하나 골랐다.


"음?"

"왜요?"

"아. 다른 거 골라오실래요. 이거 폐기라."

"어..."


어디서 보니까 폐기면 그냥 버린다고 들었는데... 달라고 하는 건 조금 염치 없으려나...


"저기."

"네?"

"어차피 이거 폐기니까. 그냥 드실래요?"

"아..."


뭔가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기분이라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상하게 화가 나고 분한 기분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부끄러워...

왜지? 나도 어차피 버리는 거 내가 먹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으면서 왜 이런 기분을...


"아. 안녕히 계세요..."

"어어?"


난 거지가 아니야...

돈도 있어. 그냥 지금은 엄마 병원비 때문에 일을 구하고 있을 뿐... 동정받을 상황이 아니야.

난 강한 사람이야.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절망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씩씩한 인간이라고.


"하아. 하아."


심장이 박동을 치며 빠르게 이 자리를 벗어나라고 경고했다.

다급하게 몸을 돌려 문을 열었는데, 이상하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것 같다.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다들 날 알고 있는 것 같이 쳐다본다...


'왜 저래?'

'갑자기 뛰어나와서 저래?'

'뭐 훔치다 걸렸다?'


그렇게 보지 마.

난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어.

난 불쌍한 인간이 아니라고.


"저기 학생?"

"어어! 가까이 오지 마세요!!"

"아니... 음?"

"안 먹는다고요!!!"


일단 뛰었다. 정신없이 이곳이 아닌 어디든 몸을 피하는 게 우선이다.

사람 없는 곳으로 가고싶어. 교복입은 애들이 안 보이는 그런 곳으로...

하지만 지금은 오후 5시... 대부분의 학생들이 하교하고 학원이나 집으로 가기 전에 잠깐의 자유를 즐기는 시간.


"흑! 흐윽... 으윽..."


그래.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애들이라면 이럴 때 놀겠지.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고 용돈을 아끼지 않고 맛있는 걸 먹고 저녁엔 또 공부를 할 거다.

나도 공부 잘하는데... 나 학원도 안 가고 혼자 공부해서 외고도 들어왔는데...

그리고 나도 맛있는 거 좋아하고... 놀고 싶고...


끼익--!


"어어? 씨발!!"

"헉!"

"아 씨! 갑자기 뛰어오면!!"

"헉. 허억... 죄송합니다."

"...뭐야?"

"허억... 허억... 제가 급한 일이 있어서..."


정신없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마구잡이로 달리다 오토바이와 사고가 날 뻔 했다.

그러자 운전하던 형이 햇멧을 벗으며 물었다.


"어이? 왜 그래요?"

"네?"

"왜 우냐고."

"아..."

"뭐야? 누가 뭐 때려? 괴롭혀??"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샛노란 머리의 양아치 같은 형.

괜한 오해를 피하고 싶어 옷으로 눈물과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근데? 왜 울면서 뛰어? 드라마도 아니고."

"아..."

"저기. 어제도 이 동네 왔었죠?"

"네?"

"나 어제도 그쪽 봤던 거 같은데? 그제도 보고?"


요 며칠 이 동네에서 아르바이트 찾는다고 돌아다니긴 했지만...


"안중길. 그 교복은 그쪽 꺼 맞아요?"

"네..."


오토바이 형이 교복 명찰에 붙은 이름을 보며 묻는다.


"옷이 조금 큰데?"

"왜 그러시는데요?"

"아니. 씨발 누가 괴롭히면 얘기하라고. 괜찮으니까."

"아... 그런 거 아닌데..."

"근데 왜 울면서 뛰어???"


입이 바짝 마르는 것 같다. 쪽팔림과 함께 후회의 한숨을 쉬느라고.


"그냥 별 거 아니에요... 갑자기 튀어나와서 죄송합니다..."

"흠. 어디가요?"

"..."

"타요. 내가 태워다 줄게."

"어... 아니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타라고. 이것도 인연이니까."


태워준다라. 어디든 데려다준다고 한다면...


"저. 형?"

"응?"

"여기 한강 먼가요?"

"아 씨발 또 왜 한강을 찾어?"

"아니요. 그냥... 강 보고 싶어서..."

"허허. 이 씨발 뭔가 있는데?"

"..."

"진짜 한강이면 돼?"

"네."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냥 혼자 갈게요 꾸벅 인사하고 내 갈 길 가면 그만이었겠지만. 지금은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어디든 숨통이 트일 곳에 있고 싶었다.

그리고 오토바이 형도 잠깐 입맛을 다시더니 곧 고개를 끄덕여 준다.


"오케이. 알았어. 타. 한강 멀지 않으니까."



* * *


"됐지?"

"네. 와 고맙습니다."


혼자 왔다면 많이 걸어야 했겠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니 금방 한강에 도착했다.


"빠지거나 하면 안돼?"

"하하하... 안 그래요. 저 수영 잘해요."

"어. 그래?"

"정말 태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음."

"..."


감사 인사를 더 해야 하는 건가? 대체 언제쯤 되야 이 형은 날 놔줄까?


"지주동엔 뭐하러 왔어?"

"네? 어. 알바 찾고 있었어요."

"알바?"

"네..."

"돈 필요해?"

"많이 필요하죠."

"왜? 뭐 사게?"

"아니요. 엄마 병원비 보태려고요."

"으음?"

"..."

"하아. 씨발 어쩐지 뭔가 있어 보이더라니..."


그 말을 하면서 오토바이 형이 시동을 끄고 열쇠를 뽑았다.


"밥은 먹었어?"

"네?"

"저녁도 안 먹었을 거 아냐. 옷 보니까 아까 뛰어서 땀 난 게 아닌 거 같은데."


목에 닿는 와이셔츠가 땀에 젖어 있었다.

생각보다는 여러 가지 섬세하게 보는 사람이구나.


"가자. 라면이라도 하나 먹자."

"어... 저기... 안 그러셔도..."

"나도 배고파. 형이 사줄게. 가자."


오토바이 형이 혼자 성큼성큼 매점을 향해 걷는 모습에 일단 따라간다.


"이 씨발!!!"

"왜? 왜 그러세요??"

"뭐 이렇게 비싸??"


데이트 나온 커플들과 가족들 그리고 일하는 직원들이 빽빽이 들어찬 매점 한 가운데서 울려퍼진 오토바이 형의 목소리에 어떤 사람은 피식 웃음을 지었고 직원들은 한숨을 쉬었다.

소리를 지른 건 이 사람인데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일까?


"야. 나가자. 딴 데 가자."

"네? 어..."

"씨발 미쳤다고 이 돈 주고 라면을 먹어?? 하여간 대한민국 인간들 돈 많어."


아니에요. 그렇게 보지 마세요.

저도 이 사람 누군지 몰라요... 전 라면 먹고 싶어요... 좋아해요.

물론 이 돈 주고는 저도 싫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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