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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피의 상상극장.

내 꿈은 지구정복이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새글

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4.08.12 15:17
최근연재일 :
2024.09.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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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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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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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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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산 상속자

DUMMY

-그래? 해줄 분들이 오셨어?

"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와 씨 다행이다... 내가 진짜 다른 건 다 할 수 있는데, 딱 하나. 새벽에 일어나는 것만큼은 어떻게 해도 안 되거든...

"알죠. 형 늦게 퇴근하잖아요."

-새끼. 듬직하기는. 어? 중길아 잠깐만. 진수 형님이 바꿔달라고 하시거든.


저녁 늦은 시각. 길조 형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모두들 내일을 걱정하고 있었다는데 현재 주어진 상황을 그대로 말했다.


-중길아. 나 먼저 봤던 매니저 형인데.

"안녕하세요."

-어머니 운구 해줄 분들이 오셨다고?

"네. 엄마 직장 동료분들이 해주기로 하셨어요."

-다행이다. 그래도 사람이 있어서.

"그러게요. 어떻게 딱 맞춰서 사람들이 왔네요."


너무 딱 맞춰서 왔지. 그래서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물론 이런 디테일한 상황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다들 안심할 수 있을 정도만 말씀드리는 게 나은 거 같아서.


-그럼 우리는 안 가봐도 되겠어?

"그럼요. 지금까지 해주신 게 있는데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사장님도 더 신경써주라고 하셨는데.

"매니저님. 저 괜찮아요. 진짜 혼자 이겨낼 수 있어요."


원래라면 제발 같이 있어달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솔직한 말로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아니 슬픈 감정조차 현재로선 사친 거 같다.


"중길 학생?"

"네."

"누구랑 이 시간에 통화를 해?"

"제 통화까지 체크하나요?"

"아니. 그게 아니라..."

"술 부족하지 않으세요?"

"어. 어. 그럼. 다들 적당히 먹고있어."

"다행이네요. 음식 남으면 다 버려야하나 했는데."

"..."

"쉬세요. 저도 쉴 게요."

"그래."


긴장해라. 한시도 마음을 놓지 마라.

이런 거까지 감시라고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누군가 내 주변에 있다는 게 편하진 않어.

두 그룹이 찾아왔다. 둘 다 엄마의 전 직장동료라고 했지만, 결국 목적들이 있었다.

오너니 전무니 난 그런 건 모르겠고. 알기 쉽게 정장팀과 일상팀의 옷차림으로 구분했다.

내일 정장팀이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상팀은 마치 우리 식구처럼 장례식장에 주저앉았는데.

어쨌든 긍정적으로 보는 거야. 이런 자리에 사람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나으니까. 적어도 빚 받으러 확실히 아니잖아.


"근데 여기는 애 혼자야? 친척도 없나?"

"없어. 몰라 나도 자세한 건."

"으이구. 뭔가 딱하네. 아직 고등학생 같던데..."

"뭐가 딱해. 앞으로 돈벼락을 맞을 건데."

"그래도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지."


새벽 일찍 마지막 제를 올리고 출발하기로 한 만큼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깨어있었다.

일어나 있는 동안 밖에서 아저씨들이 하는 얘기가 들렸다.

내가 돈벼락을 맞는단다.

그래서 부모를 다 잃었는데도 딱해 보이질 않는단다.

어른이란 정말 다르구나.

내가 운이 좋았던 거야. 그동안 내가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난 거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상태로, 너무 다른 사람들이 각기 다른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건 위험하단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한 그룹은 지금도 나를 지켜보고 있었고.

그럼에도 피할 수도 없고 어떻게 외면할 수도 없다.

그냥 이럴수록 마음 굳세게 먹자. 나도 사회인이니까. 난 지구를 정복할 사람이야. 비범한 인간이라고. 난 럭키가이야.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


얼마 뒤. 나도 모르게 잠깐 잠이 들은 거 같은데. 복도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런 소리에 눈이 떠졌다.


"그러니까. 그만 신경들 끄고. 운구고 뭐고 우리가 하면 되니까. 총무실은 그만 가보라고요."

"아니. 저희도 좋은 마음으로 온 건데..."

"무슨 좋은 마음. 당신들이 오늘 일 끝나고 애 어디로 데리고 갈지 누가 안다고?"

"그러는 여러분이야말로. 어제부터 여기서 안중길 씨 감금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감금? 뭔 소리야. 누가 누구를 감금하고 있었다고."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뭔가 싶어 나가보니, 어제 오후에 봤던 영 보스가 더 많은 팀원들을 데리고 찾아왔다.


"어. 중길 학생. 일어났어?"

"네... 뭐에요. 왜 아침부터 싸워요."

"중길 씨.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감금되고 이런 거 없어요."

"다행이네요."

"이것 봐! 자기들부터 마음을 곱게 먹질 않으니까 남들도 그렇게 보이는 거 아니야!!"

"김 과장님."

"뭐!!"


터벅터벅 발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장례지도사 분이 오셨다.

차분하고 연세 있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그들을 보며 내게 다가와 물었다.


"저. 아드님? 무슨 일인가요?"

"신경 쓰지 마세요. 별일 아니에요."

"아니. 그래도..."

"그냥 오늘 도와주러 오신 분들이세요."


이분도 당황스럽지. 어제까지만 해도 나 혼자 절하고 나 혼자 입관식 보고 나 혼자 다 했는데. 바로 오늘 발인 때 처음 보는 사람들이 찾아와 우글거리고 있으니.


"봤지? 인제 그만 가봐요."

"아니. 그렇게 말씀하실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야말로 지금 남의 장례식장에서 뭐 하시는 겁니까?"

"그러는 당신들은 이렇게 새벽부터 우르르 찾아와서 뭐하자는 건데!!!"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

나도 있고 장례지도사 아줌마도 있는데, 양쪽은 한치도 물러서질 않고 대립한다.


"저기."

"중길 학생. 학생이 얘기 좀 해줘요. 이 사람들 그만 가라고 얘기해요."

"아저씨야말로 나서지 마세요."

"뭐라고?"

"그만 하시라고요. 아저씨 저랑 아무 상관 없으시잖아요."

"아니..."


저쪽의 정장팀 대표가 영 보스라면, 이쪽 일상복 대표는 차장 아저씨겠지.

차장 아저씨는 어디 간 거야? 이 사람 어제도 자기 혼자 흥분해서 생계니 뭐니 할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차장 아저씨는 어디 계세요?"

"잠깐 통화하러 가셨어..."

"그래요. 알겠습니다."


아마, 아침일찍 어제 통화했던 전무님인가 하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겠지.

그럼 그때까지 나도 영 보스와 얘기를 나눠볼까?


"아저씨."

"네. 중길 씨."

"어제 운구 도와주신다고 하셨죠?"

"맞아요. 그래서 사람들이랑 같이 왔습니다."

"이렇게나 많이요?"

"..."

"여섯분이면 충분하다고 들었는데. 맞죠?"


장례지도사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말 없이 고개만 끄덕여 주신다.

영 보스도 짧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혹시 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사람은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요."

"다들 대한그룹 다니세요?"

"네... 그렇습니다."

"대충 이분들한테 어제 이야기는 들었어요."

"으음..."


영 보스의 표정이 바뀐다.

일상복 아저씨들을 보는 눈빛에 알 수 없는 섬뜩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아무튼, 이로써 확실해졌다.

이 사람들은 사이가 나쁘다 좋다를 따질 여유가 없다.

말 그대로 서로 필사적인 것이다.

나를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일단, 다들 계시니까. 제 의견을 말씀드릴게요."

"중길 학생. 의견이고 자시고 어딨어. 우리가 도와준다고."

"아저씨네 도움 필요 없고요."

"아이 참..."

"그리고 여기 팀장 아저씨네도."

"네."

"이렇게 험악하게 계실 거면 그냥 가세요."

"중길 씨. 우리는 좋은 마음을 가지고."

"좋은 마음이고. 도움이고. 지금은 저보다 엄마 장례식에 집중하고 싶어요."

"어..."

"음..."

"그게 맞지 않나요?"


정장 팀과 일상복 팀 양쪽을 번갈아 보며 말하고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양쪽 그 누구도 나와 시선을 마주하는 사람은 없다.


"일단, 제부터 올릴 거니까. 다들 좀 나가주세요."


장례지도사 아줌마와 엄마의 영정사진 앞으로 돌아왔다.


"시작해 주세요."

"..."

"왜 그러세요?"

"저... 혹시 모르니까 경찰이라도..."

"아니에요. 그런 거. 걱정하지 마시고. 우리 할 거 해요."


엄마. 마지막으로 인사할게요.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가세요.

저 사람들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 겁먹어서야 어떻게 지구정복이란 원대한 꿈을 이루겠습니까.


"자. 다 됐습니다."

"그럼. 이제 가는 건가요?"

"네... 아드님이 영정 사진 드시고..."


그 사이 차장 아저씨가 돌아오셨는가 영 보스와 나란히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다 끝난 거지?"

"네. 이제 출발한다고 하네요."

"중길 씨. 차장님과 이야기 했습니다. 양 쪽 세 사람씩 나와서 돕기로."

"좋네요. 그렇게 해주시면 제가 감사하죠."


어제 장례지도사 아줌마가 말씀하길, 나 같은 상주들도 아주 없는 건 아니라고 했다.

현대 사회는 가족의 의미가 점점 더 옅어지는 세상이니까. 나보다 더 어린 애들도 있고, 연세 지긋한 영감님이 홀로 아내를 보내는 일도 보셨단다.

그런 걸 생각해보면 이번에도 운이 좋다고 본다.


영안실에서 엄마가 나오길 기다리며 우르르 줄 서 있는 아저씨들을 보며 말했다.


"일단.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게 말이죠?"

"그냥 지금 이런 모든 상황이요."


왼쪽은 검은 정장 아저씨 세 분. 오른쪽은 일상복 중에서 그나마 좀 재킷 같은 걸 입고 오신 분들이 세 분.

서로들 무슨 목적이 있든간에, 처음 보는 사람의 처음 보는 망자를 대해주는 거니까.

나는 그 가족의 일원으로 사람들을 향해 머리를 숙인다.


"오늘 큰 도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일부러라도 더 그렇게 어른스럽게 행동했다.

내가 여기서 겁을 먹거나 얼어버리면 진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까.

태연하게 굴어라. 저 사람들은 내가 필요해. 내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보통 장례식은 운구차 한 대와 버스 하나로 움직인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따로 버스를 대동할 정도의 인원도 없었거니와 운구차도 회사에서 마련해 주느라 멋진 리무진 같은 게 아닌 검은 승합차 밴이었다.


"어우."

"왜요 기사님?"

"아니요. 뭔가 분위기가... 뒤에 한번 보시겠어요?"


승합차에 운전기사 아저씨. 장례지도사 아줌마. 그리고 나 이렇게 세 사람이 엄마와 함께 이동하고 있었다.

기사 아저씨 말씀에 화물칸 엄마의 관 너머. 차창을 내다보는데, 우리를 따라 열 대가 넘는 승용차들이 따라오고 있다.


"이거. 도착하면 다들 저 집은 뭐지? 이러겠는데요?"

"그러게요... 아드님. 정말 괜찮은 거 맞죠?"

"그럼요. 아무 문제 없어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다 같은 차 였으면 더 멋지지 않았을까?


서울 외곽에 위치한 승화원에 도착.

엄마와 마지막으로 이별하고 화장이 마칠 때까지 대기시작이 찾아왔다.


"중길 학생. 수고했어요."

"네. 고맙습니다."

"중길 씨. 뭐 마실 것 좀 사다줄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차장 아저씨와 영 보스 아저씨가 차례로 다가와 말을 거는데. 얼굴에 여유가 하나도 느껴지질 않는다.

가만히 있다간 진짜 납치라도 당할 거 같아 내가 먼저 물었다.


"그래서요?"

"음?"

"뭐라고요 중길 씨?"

"아저씨들은 절 어쩌려고 그러세요?"


두 분이 서로를 돌아보며 한숨을 쉬거나 마른 입술에 침을 묻혔다.


"저 끌려가나요?"

"무슨 소리야... 우리는 중길 학생 그렇게 대할 마음 없어."

"아니요. 맞을 겁니다."

"뭐라고요?"

"중길 씨 저희와 함께 가시죠. 우린 오늘 이 자리에 중길 씨 도와주려고 온 것도 있지만 지켜주려고 온 것도 맞습니다."

"이봐요. 김 팀장님."


또 나는 놔두고 둘이 싸우는 모습에 가만히 지켜보는데, 영 보스가 무서운 얼굴로 차장 아저씨를 보며 말했다.


"차장님. 솔직히 전 전무님이나 차장님께 오늘 크게 실망했습니다..."

"뭐라고요?"

"이렇게까지 하실 일이십니까? 아직 어머니 화장도 안 끝난 학생에게..."

"후우. 그러니까 우리는..."


두 분의 대화를 가만히 듣다가 나섰다.


"아저씨?"

"네. 중길 씨."

"아저씨는 뭐가 달라요?"

"우리는..."

"결국 저라는 목적이 있어서 다가오는 건 같은데. 너무 이쪽만 뭐라고 하지 마세요."

"..."

"제가 볼 땐 아저씨도 똑같아요. 단지 이 아저씨들보다 옷이 조금 더 깔끔해 보일 뿐이지."

"으음..."

"조금 조용한 곳으로 가시죠."

"중길 학생 어디 가?"

"이야기나 마저 들어보고 싶어서요. 내가 뭐길래 뭘 해야 하길래 이렇게들 서로 데리고 가려고 난린지. 그 정도는 말씀해주실 수 있잖아요."


한쪽 이야기만 들어선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양쪽 입장을 꼼꼼하게 들어야만 돼.

지금 내가 무사히 엄마의 유골함을 안고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선, 역설적이게도 양쪽 사람 모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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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작용과 반작용. +1 24.09.09 117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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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피가 물보다 진한 이유 24.09.07 135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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