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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피의 상상극장.

내 꿈은 지구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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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4.08.12 15:17
최근연재일 :
2024.09.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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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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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유산 상속자

DUMMY

엄마의 장례식. 올 사람이 있을까? 굳이 해야 돼? 싶었지만. 막상 하고나니 생각보다 띄엄띄엄 계속해서 누군가 왔다.

이사오기 전 엄마와 친했던 이웃집 아줌마부터 당장 나와 같이 지내는 주방식구들까지.

유정 대모님도 저녁에 다시한번 제대로 검은 옷을 입고 와주셔서고 주방식구들과 함께 저녁을 들고 가셨다.


"정말 혼자 있어도 되겠냐?"

"그럼요. 아까 이모님들도 9시쯤 지나면 올 사람 없다고 하셨어요."

"늦게 퇴근하고 올 수도 있잖아?"

"하하. 형 안 피곤하세요? 그 정도는 저 혼자 감당할게요."


밤 9시. 끝까지 같이 있겠다는 길조 형을 보내고 마침내 혼자가 되었다.


정말 사람의 진가는 어려울 때 발휘된다는 말이 맞구나.

나는 형 같이 누군가 힘들 때 발벗고 나설 수 있을까?


혼자가 됐다고 별로 외롭거나 하진 않다.

오히려 오늘 하루 생각보다 너무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한만큼 어느정도는 조용히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다.


"정신없다 엄마."


조용히 벽에 기대어 엄마 영정사진을 보며 물었다.

엄마. 나 지구 정복하러 갔다 올게.

엄마. 나 지구 정복 좀 하면 안돼?

엄마. 나 실은 지구 정복 하려고 오늘 숙제 안 했어.

엄마. 나도 지구 정복 시켜줘.


"큭크크. 진짜 마법의 문장이다."


혼자 키득키득거리며 어릴 때부터 엄마와 나누었던 평범한 대화 속에 내가 꿈꾸는 원대한 목표를 넣어 보았다.

이 유치하고 황당무계한 말을 입에 담아도 놀림 받거나 비웃음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역시 높은 위치에 올라서는 게 답이겠지? 미국 대통령이 내년 우리 목표는 지구 정복입니다. 하는 것과 내가 난 내일 지구 정복을 할 거야 하는 건 다르니까.

하지만 나나 미국 대통령이나 결국 하나의 목숨.

태어난 이상 뭔가 이루기 위해 걷는다는 건 결국 마찬가지니까.

그 길이 아무리 어렵고 험난하더라도 도전할 가치가 있다면


"뭐야? 불이 꺼졌는데??"

"어?"

"음? 안 쪽에 있나?"


부릅뜬 눈으로 엄마를 보며 혼자 생각을 정리하던 사이. 길조 형 말대로 늦은 손님이 오셨다.

바로 GOLDSEA의 최고 존엄 우두머리 세 분 중 한 사람인 장동준 대표님이셨다.


"혼자 있냐?"

"아니요. 아까까지 가게 사람들 같이 있었는데요. 다들 조금 전에 돌아가셨어요."

"근데 왜 이러고 어둡게 하고 있어."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요..."

"녀석. 여긴 가족실이 없나? 거기 있으면 되잖아."

"...상주는 안에 있어야 한다고 해서요."

"아무튼 들어가자."


사람들이 위로를 건네줄 때마다 고맙기도 하면서 신기한 기분이었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찾아와 주실까. 다들 바쁘실텐데.

그런 상황에서 장 대표님은 정말 의외의 손님이셨다.

높은 분이기도 하면서 대모님 말씀에 의하면 진짜 재벌이라고 하시니까.

엄마. 보여? 지금 엄마한테 절 두 번 하는 아저씨 엄청 부자래.


"그래. 고생이 많다."

"어떻게 오셨어요?"

"차 타고."

"아니... 하하... 대표님."

"뭐 좀 먹었어?"

"네. 아까 형이랑 주방식구들 있을 때 먹었어요."

"그럼 술이나 한 잔 하자."



* * *


"상주는 상주석에 요즘 같은 시대에 뭐 그런 걸 따지고 있어."

"안 그래도 되는 거였어요?"

"형식이니 뭐니 상황에 맞춰 움직이면 되지. 받아라."

"술... 근데 아직 미성년자..."

"하하!"

"네?"

"돈 벌 땐 학생이고 뭐고 상관 안 하더니 술 앞에서 미성년자 따지는 거야?"


처음으로 소주를 마셨봤다. 주방에서 빈 병 치울때 맡던 소독약 냄새가 진짜 맛이었구나. 대체 왜 이런 걸 마시지...?


"어떠냐?"

"어우. 맛 없어요... 이걸 왜 돈 주고 마셔요?"

"취하려고 먹지. 보통은."

"전 소주는 평생 안 마실 거 같아요..."

"나도 소주 별로 안 좋아해."

"따라드릴게요."

"술 따를 줄 알어?"

"엄마한테 배웠어요. 나중에 사회생활 할 때 이런 거 못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한다고 그러면서요."


장 대표님이 엄마 사진을 보며 말씀하셨다.


"먼저 이야기 할 때도 느꼈지만 어머니가 아들을 강하게 키우셨구나."

"고생많이했죠."


조용히 술을 한 잔 받아 마시는 장 대표님.

속으로 엄마 나 재벌한테 술 따라줬다? 이런 웃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대표님이 물으신다.


"아빠는 어떻게 되신 거니."

"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고."

"괜찮아요. 회사에서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시는데요. 충분히 물어보실 수 있죠."

"신경은 무슨. 우리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실은 아까 낮에 대모님이랑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조금 부담된다. 혹시 내가 불쌍해서 이렇게 해주시는거냐."

"또 동정받는 줄 알았어?"

"네. 근데 아니더라고요. 대표님이 이렇게 하라고 하셨고. 다 시스템이 있었고."

"유 대표가 고생 많이 했지."


아빠 이야기. 굳이 인제 와서 숨길 것도 꾸밀 것도 없으니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다.


"처음부터 없었어요."

"음."

"그냥 엄마가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 전 그렇게 알고 있어요."

"서류에서도 봤지만, 어머니 성을 안 따랐길래. 먼저 돌아가셨나 했더니..."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사람 여러 사정 있는 거지."


장 대표님이 끄덕끄덕 또 술을 한 잔 따르시면서 말씀하셨다.


"아버지 이야기 물어본 건 가정사나 들춰보고자 한 건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 싶어서."

"일 해야죠."

"학교는?"

"음..."

"학교도 가야지."

"근데, 저 없으면 주방 점심 또 바빠지잖아요."

"후후후. 어이고 이거 참 어른으로서 부끄럽게."

"설거지 담당이라고 해도. 은근 저 하는 일 많고. 아까 이모님들도 그러셨어요. 저 있어서 그동안 편했는데 며칠 고생 좀 하시겠다고."

"그래서. 계속 일만 하겠다?"

"언젠간 돌아가더라도. 지금은... 일하고 싶어요. 좋은 분들이랑 같이 있고 싶거든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나?"

"아니요. 무슨 일 있을 정도로 학교 다니지도 않았고요."

"하긴 이제 5월이니까."

"지금은 일하는 게 좋아요. 배우는 것도 많고요."

"그래? 일하면서 뭘 배웠을까?"

"사람들이요."


일하거나 밥을 먹을 때. 어른들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뭔가 라디오 듣는 거 같다. 드라마가 있다랄까? 삶의 여운이 느껴진달까.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는 또 다른 살아가는 방법이라든지, 누군가와 대화하는 방법 같은 걸 배울 때가 많다고 말씀드렸다.


"물론 그런 것도 있지. 그렇지만, 역시 학생은 학교를 가야..."

"가도 지금은 공부가 안 될 거 같아요."

"음."

"혹시 저 자르고 싶으신가요? 애 주제에 큰 돈 만진다고."

"큰돈은 무슨. 아니야. 어차피 그 급여로 계속 공고내고 있었고. 말했잖아 그때. 사람이 진짜 안 구해졌다고."

"휴우... 다행이다."

"하하하. 안도의 함숨까지 쉴 정도야?"

"은근 긴장했거든요."

"어머니도 이제 편한 곳으로 가셨고. 계속 데리고 있는 게 맞나 싶어서."

"저. 대표님..."

"음?"


대화의 흐름이 자꾸만 이분에 대해 알고싶게 만든다.

재벌이 왜 그런 걸 신경쓰지? 주방직원 신경 안 써도 되는 거 아닌가?


"어... 그... 어..."

"뭔데? 얘기 해."


여쭤보고 싶다가도 정체를 알고나니 어딘가 실례되는 것 같기도 하고. 선뜻 입이 열리지 못 해 망설이다 그냥 용기를 갖고 물었다.


"재벌이 그런 것도 신경쓰세요?"

"하하하! 으하하하!!"


장 대표님은 웃으실 때 참 시원하게 웃으신다. 그런 것도 정체를 알고나자 신기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집안이 재벌이지 내가 무슨 재벌인가."

"아니 그래도... 재벌이면 그냥 일 할 사람 막 바꾸고 해도."

"난 집안에서 나왔어."

"서, 설마... 쪼, 쫓겨나신 건 아니죠?"

"하핰!! 크핰학하!! 야!! 이게 진짜 가만히 들어주니까."

"죄! 죄송합니다..."

"아이고... 어머니 죄송합니다. 이거 제가 아드님 혼을 안 낼 수가 없었네요."


개인적 이유가 있어 장 대표님은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기로 결정하셨단다.

그래서 집안을 나와 유 대표와 함께하기로 결정하고.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계시다고 하셨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배부른 소릴 수 있겠지만. 난 절박함이라는 걸 가지고 싶었거든."

"어..."

"보이는 그대로지. 난 나면서부터 많은 걸 갖춘 환경에서 자랐으니까. 뭔가를 열망한다거나 미치도록 가지고 싶거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목적을 이룬다거나 하는 그런 마음이 없었거든."

"굳이 필요한가요?"

"많이 필요하지."

"왜요? 진짜 다 갖추고 계시잖아요."

"이건 내 삶이니까."


다른 건 잘 모르곘고. 장 대표님을 보며 삶이란 단어가 이렇게 멋지게 나올 수도 있구나 싶다.


"딱 그런 마음이 절정에 달해있을 때. 스무 살? 스물한 살? 그 나이의 유 대표를 만났어."

"네."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더군.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끝내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 난 모습에 매료됐지.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고."

"..."

"훗. 어린 친구한테 별 말을 다하는 군."

"술 드셔서 그런 거 아닐까요?"

"하하하. 그래. 술이 문제다."


짧게 생각해 봤지만, 지구정복을 하려면 역시 힘있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야 할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들을 내 주변에 둘 수 있을까 했는데 여기서 조금 힌트를 얻었다.

내가 멋진 사람이 되면 되는 거구나.

인기 좋은 사람은 능력이 있고 키도 크고 잘 생겨야만 되는 줄 알았는데.


"중길아. 일이 재밌니?"

"네."

"어떤 점에서?"

"그냥. 제가 뭔가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거 같아요."

"약속해라. 언젠간 꼭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

"그럼 당장은 일하는 걸 터치하지 않으마."

"역시... 저 자르시려고 물어보신 거 맞으셨네요."

"하하! 으하하하!!"


장 대표님과 있으면서 나도 몰랐던 내 안의 결핍을 알 수 있었다.

길조 형이랑 있을 때도 그랬지만, 난 역시 형이나 이런 아저씨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내가 아빠라는 존재가 없어서 그렇겠지.


"외고는 어떻게 갔니?"

"공부요."

"당연히 공부겠지. 그 공부 어떻게 했냐고?"

"아. 그냥 뭐... 전 집안이 이러니까. 선생님들도 아실 분들은 다들 알고 계셨고요. 혹시나 이상하게 보이지 않으려면 어려서부터 성적은 좋은 편인 게 맞다는 생각도 들어서 공부만 했었고요."

"대단하군. 그럼 혼자 한 거야?"

"네. 어차피 집에 있음 딱히 할 것도 없어서요."

"우리 딸도 외고 나왔는데. 거기 보낸다고 얼마나 과외를 시켰는지... 역시 공부 머리는 따로 있다는 말이."


두 시간을 장 대표님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대표님도 잠깐 얼굴만 비추고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오래까지 있을 줄 몰랐다며 내게 그러셨다.


"너랑 이야기하니까 재밌구나."

"고맙습니다. 저도 즐거웠어요."

"후후후. 아저씨랑 수다 떠는게 뭐가 그렇게 즐거웠을까?"

"재벌이랑 얘기한 건 처음이니까요."

"하하. 그런 거 없다니까.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고. 그리고 난 가문을 떠나 당장 우리 집에서도 형님이 있어서 별 거 없는 존재였어."

"그치만. 태진 자동차 회장님도 알고 계시고... 또 장산 회장님이 할아버지라고 하셨고."

"친척이지. 배경은 배경일 뿐이고. 사람의 진가는 결국 스스로 무엇을 이룩했느냐고 갈리는 법이야."


나가는 길. 장 대표님이 엄마의 사진을 마지막으로 보며 말씀하셨다.


"어머님이 든든하시겠다. 아들을 아주 잘 키우셨어."

"..."

"가마. 나오지 마라."

"네. 안녕히 가세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음."


많은 위로를 듣고 또 많은 말을 들은 오늘. 장 대표님의 마지막 말씀이 가장 큰 위안이 되었다.

딱히 재벌이 말해서 그런 건 아니다. 힘 있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야.

그냥 엄마와 나의 삶을 이보다 함축적으로 잘 표현한 말이 없었으니까.


"엄마. 대표님이 나 잘 컸대. 고생하셨어요."


영정 사진 속 엄마의 미소가 진짜같이 느껴져 가슴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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