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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피의 상상극장.

내 꿈은 지구정복이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새글

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4.08.12 15:17
최근연재일 :
2024.09.19 11:0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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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28
추천수 :
299
글자수 :
24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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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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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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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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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반격

DUMMY

분명 화를 내고 있었다. 따지듯 몰아세웠다. 그런데 내가 한 말이 마음에 들었는가 고모님이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뭐라고 한 거니 방금?"


아닌가? 좋아서 웃는 게 아니라 가끔 엄마도 혼낼 때 보여줬던 얼토당토 안 할 때 짓는 그런 얼굴인가?


"불리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고요."

"중길아. 우리가 있잖아. 근데 니가 불리하고 자시고를 왜 따져."

"따져야죠. 당연히."

"하... 넌 그렇게 우리가 못 미더웠니?"

"고모님. 이건 믿음을 떠나서 전 말씀드린대로 회장님 지지했고요. 그쪽으로 다 투표 몰아넣었어요."

"반대도 똑같이 행동했잖아."

"그러니까 그게 제 판단이라고요."

"판단? 니가?"


일단 미소는 다시 사라졌다.


"그래. 그래서 그렇게 스스로 판단을 하고 행동을 했다?"

"아니. 이렇게 나한테 따질 거면. 방금 당사자 있을 때 뭐라고 하지. 전무 할아버지는 아저씨 아저씨 살갑게 대해놓고, 왜 저한테만 뭐라 그러세요?"

"..."

"제 말이 맞잖아요."

"알았다. 나도 그만 물으마."

"물어보고 싶은 거 물어보세요. 다 말씀드릴테니까."

"아니. 안 묻고 싶어. 그냥.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겠어."


믿는 건 뭐고, 애초에 그럼 왜 따지듯이 나온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장 대표인가 그 사람이 시킨 것도 아니라는 거지?"

"고모님은 그분 누군지도 모르시잖아요."

"보통 사람은 아니겠지... 필근 아저씨가 아는 사람이라고 하니까."

"보통사람이에요. 고깃집 사장님이고. 아니구나 그냥 사장도 아니지 바지사장이지."


그렇게 일단락이 된 것 같다.

고모님은 흔들흔들 얼굴을 가로저으며 깊게 한숨을 쉬며 무덤을 향해 말했다.


"휴우 엄마. 내가 얘를 어쩌면 좋을까?"


귀신이 보이나 왜 자꾸 허공에다 얘기를 하고있어...


"고모님. 저 그냥 지금 빨리 갈게요. 아직 아저씨 밑에 계실 테니까."

"아니. 넌 나랑 같이 가야 돼."

"왜요?"

"말했잖니? 내가 니 보호자라고?"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자기가 날 보호자로 생각한다고?


"전 그런 거 필요 없어요."

"뭐?"

"보호자 필요 없다고요. 혼자 살 수 있으니까."

"역시 보통이 아니야. 정말로 혼자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네."

"그래? 그럼 당장 여기서 집은 어떻게 가려고?"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산 내려가서 버스 타든가 택시 부르든가 방법이야 많겠죠."

"택시를 타겠다고? 여기서 서울까지?"

"왜 못 타죠?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하-! 니가 돈이 있음 얼마나 있다고..."

"무시하지마요. 나 그동안 일해서 700만원 넘게 벌었으니까."

"하하... 아주 당당하구나?"

"그리고. 애초에 내가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같이 온 사람 뻔히 있는데. 그 분 먼저 가라고 한 건 고모님이잖아요. 그래놓고 집에 어떻게 갈 거냐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뭡니까."


우다다 쏘아붙였다. 진짜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은 해야 하겠다 싶었다.

그러자 저쪽도 되게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는데 그게 날 더 황당하게 만든다.


"너..."

"네."

"어른이 얘기할 땐 그렇게 또박또박 말대꾸 하는 거 아니야."

"하하하하! 크하하하!"

"왜 웃어!!"

"와 이제 알았네. 왜 그렇게들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가 했는데, 이제 알았어."

"..."

"고모님 저한테 할 말 없으시면 그냥 하지 마세요."


정곡을 찌른 것 같다. 갑자기 얼굴에 여유가 싹 사라지더니 허-! 참! 이러면서 역정을 낸다.


"얘가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후우..."

"얘기하다 말고 어디 가니!"

"집에 가는 거 아니에요. 아까 납골 내려가요."

"거긴 또 왜?!"

"놓고 올 게 있으니까 그러죠. 아, 뭘 자꾸 하나하나 다 알려고 그러세요."


납골당으로 내려왔다.

전무 할아버지한테 받은 가족사진을 두분 앞에 놓아두니 고모님이 묻는다.


"그건 왜? 집에 가져가지 않고..."

"한번 봤으면 됐어요. 내가 갖고 있어봐야 아무 의미도 없고. 여기 놓을래요."

"..."

"또 왜요?"

"중길이 너한텐 가족이란 게 별 의미가 없는 것 같구나."

"아. 씨... 고모님."

"뭐... 너 지금 씨라고 했니?"

"저한테 왜 이러세요?"


가족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걸 왜 당신이 나한테 묻지?

그 의미있는 가족. 처음부터 가질 수도 없게 한 건 그쪽들 아닌가?


굳이 가슴아픈 이야기는 꺼내지 않아도 눈빛으로 다 전달이 되는가. 고모님도 바로 시선을 피하고 딴청을 부렸다.

그나저나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이분이 어느 정도 나한테 호감 있다는 건 알았지만, 지금 보여주는 행동은 그런 게 아닌 거 같애.

어쩐지 조금 무섭다.

뭔가 집착하는 거 같아서.


"그래. 앞으로 어떻게 할 거니."

"뭘요? 택시 타든가. 버스 탄다니까요?"

"그런 거 말고. 학교나 앞으로의 생활이나."

"제가 알아서 해요."

"..."

"아. 학교는 나도 갈 거라고요. 일도 관뒀고. 근데 아직 방학기간이잖아요."

"그 학교 계속 다닐 거고?"

"전학 가야죠. 이제와서 내신이니 뭐니 다 박살났는데."

"좋다. 그렇게 해. 복학수속은 내가 밟아주마."

"하아... 진짜 미치겠네."

"뭐라고?"

"저기요."


분명하게 말하자. 아닌 건 아니라고 거절할 때 확실하게 얘기해야 돼.


"왜 자꾸 참견이세요?"

"중길이 너..."

"아니, 진짜로 제 보호자가 됐다고 생각하세요? 네?"

"넌 나한테 그런 말 할 자격 없어."

"왜요?"

"날 속였으니까."

"허허..."

"왜 웃지? 그건 맞잖아. 불리하고 자시고 그건 니 입장이지. 결과적으로 내가 너한테 물먹었단 사실은 변하지 않잖니?"

"그래서요."

"우리 집으로 와. 학교도 거기서 다니고. 우리 집 근처도 좋은 학교 많이 있어."

"그러니까.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요."

"너 그럼 유학 갈래? 고모도 같이 나가자면 가줄게."


이제는 의심이 아니라 확신을 가져도 된다.

이분은 지금 날 마치 자기 자식같이 대하려고 하고 있어...


"싫어요. 유학도 안 가고. 전학 가도 전 지금 우리 집 근처로 갑니다."

"..."

"걱정하지 마세요. 못 할 거 없으니까. 집도 있고."

"어른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어떻게 할 거니."

"앞으로 나한테 그럴 일이 있을까요?"

"없을 것 같니?"

"없죠. 학교야 복학하고 졸업하면 되는 거고. 그리고 어차피 졸업하면 스무살인데. 성인이잖아요?"


먼저 집에서 봤을 때도 자기네 집으로 오라고 했어.

싫다. 이런 분이랑 더 오래 있고 싶지 않어. 지금 내가 취할 최선은 나의 자유다.


"윤 실장. 이제 그만 나오라고 했다."

"네? 음. 어. 네."

"내가 왜 그랬을 거 같니."

"모르죠 저야."

"너 때문이야."

"제가 왜요?"

"시키는 일 하나 제대로 못 한 사람. 내 곁에 두고싶지 않았으니까."

"그래서요...?"

"너로 인해 한 사람이 직업을 잃었다. 아무 책임을 못 느끼겠니?"

"그게 왜 나로 인해서예요? 고모님이 사람을 자른 거지."

"네가 그날 협조적으로 나왔다면 그 사람이 직업을 잃을 이유가 없었겠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대체 어디까지 사람을 무시하는 건데요 지금??"


순간 내가 이상한 건가 싶었다.

자기가 자기 직원 짤라놓고 그 책임을 왜 나한테 지라는 건데???


"정말 끝까지 니 마음대로 하겠다는 거니?"

"저기요. 착각하지마요."

"뭐?"

"내가 고모님이라고 불러주니까 진짜 그쪽이 무슨 내 고모라도 된 줄 아세요?"

"하아... 상일아. 정말 니 아들을 내가 어쩌면 좋니..."

"그러니까 내 앞에서 그런 말도 하지 말라고요!! 난 부모 없어! 다 죽었어!!"

"허... 허허... 너 진짜..."

"심지어 아빠는 얼굴도 못 보고 자란 놈한테 뭔데요 지금? 뭐하자는 건데요."

"넌 어떻게 그 많은 유산을 받아놓고 뻔뻔하게"

"아 씨발! 진짜 돌겠네!! 나도 돈 번다니까!!"


참다 참다 못 해 소리를 질렀다.

돈. 돈. 그놈의 돈!! 대체 뭐 얼마나 대단한 거라고.


"난 혼자 살 수 있어!! 그까짓 유산 없어도 내 인생 흔들림 없이 잘 나가도록 나 스스로 만들었다고!!"

"지금 너 '그까짓'이라고 했니?"

"그깟이지 그럼! 그게 뭐 얼마나 대단한데!! 유산이 초능력이라도 줘?! 하늘이라도 날게 해주냐고요!!!"


돈? 좋지. 돈 있으면 편해. 나도 갖고 싶은 거 많고 먹고 싶은 거 있어. 가보고 싶은 곳 많다고.

하지만, 그 모든 것들에 앞서 누군가 날 지배하려는 행동을 인정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흑... 흐윽..."

"또 왜 울어요!!"

"너무 속이 상해서 그런다..."


고모... 아니 안희영 이사장님이라고 하자. 자꾸 생각도 그렇게 하니까 나도 중심을 못 잡는 거야.

안희영 이사장이 부모님 유골함을 보면서 말했다.


"우리 동생이 그냥 결혼하고 가정 이루고 살았으면 너도 이렇게 거친 애로 안 컸겠지?"

"아 진짜. 미치겠네..."


됐어. 뭐하러 상대하고 있냐. 스트레스 받을 바에는 그냥 여기서 내려가자.


"진짜 그냥 가려고?"

"네. 그리고. 주식 이런 거 이제 다 필요없으니까. 달라면 돌려드릴게요."

"후후후. 하하하하! 얘. 중길아?"


더럽다. 저 웃음소리가. 진짜 사람을 끝까지 무시하는 느낌이 들어서.


"...왜요?

"너. 그거? 꼭 갖고 있어라."

"없어도 된다고요. 난 내가 벌어서 혼자 살 수 있으니까."

"아니. 그거 없어면 너 못 살어."

"..."

"그래. 가렴. 가고 싶으면. 붙잡지 않으마."


정말로 피곤하고 힘들다.

정신이 온전한 사람들도 가끔 상대하다보면 지치는데 미친 사람을 상대하자니 멘탈이 부서지는 거 같다.

아니, 저럴거면 애초에 김 팀장 아저씨는 왜 가라고 한 거야?


"잠깐만."


무시해. 내려가라.


"얘. 잠깐만 기다려 봐."


아... 진짜 사람이 너무 착해도 문제지...


"왜요?"

"정말 마지막으로 물을게."

"말씀하세요."

"우리 집으로 들어와서 학교도 다니고 할 마음이 없니?"

"없어요."

"정말 우리와 가족이 될 생각이 없는 거야?"

"없다고요."

"난 네가 원하는 걸 들어줬는데. 끝까지 내 말을 안 듣겠다고?"

"뭘 들어주셨죠?"

"하하..."

"주총? 대리인 그거요? 근데 그렇게 따지면, 그런 거 원래 다 내 인생에 없던 이벤트 아닌가요?"

"참, 말 잘 해. 우리 조카."


안희영 이사장이 뚜벅뚜벅 나를 향해 다가온다.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는데, 처음으로 이 사람이 나와는 사는 세계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계산은 분명하게 하자."

"..."

"넌 내가 도와준 거야. 너에게 자유를 준 건 나야."

"......"


솔직히 무섭다. 완력이라든가 그런 걸 떠나서, 그냥 이 사람이 내뿜는 에너지나 눈빛 자체가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안 들었다.

이질적이라고 해야하나? 상식이 다르다고 해야할까?


"넌 지금 내 말을 들었어야 돼."


너무 밀고 나갔나...

근데 애초에 이건 협상도 뭣도 아니니까...

여기서 물러섰다간 진짜 저 사람의 꼭두각시 같이 될 것 같았으니까.


결과적으로 안희영 이사장이 나보다 먼저 선산을 빠져나갔다.

나는 일부러 더 그곳에 있다가 내려왔다.

감정도 너무 흔들렸고, 다리도 무거웠고, 무엇보다 괜히 내려갔다가 저 사람 다시 보고싶지 않아서.

그나저나 귀찮아 죽겠네. 얘기한 대로 버스든 택시든 못 탈 건 아니지만, 아저씨는 왜 가라고 한 거야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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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피가 물보다 진한 이유 24.09.07 138 6 14쪽
25 브라더 마이 브라더. +3 24.09.05 143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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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변신! +1 24.08.28 205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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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유산 상속자 24.08.24 221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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