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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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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작품등록일 :
2020.11.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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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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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1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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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7화 - 모녀의 갈등.

DUMMY

해준종의 거처에서 나온 황영은 조심스레 시장터로 이동하고 있었다.


태왕과 오부의 귀족들이 기거하는 안학궁성의 시장터는 밤이고 낮이고 늘 국내외의 상인들이 즐비했다.


황영이 시장터 부근의 한 객점에 들어서자 그를 알아본 수하들이 가까이 다가갔다.



“나리. 개기지님은 만나보셨습니까?”


“오냐. 온달놈이 도성으로 들어왔다기에 내 직접 확인하고자 이리로 발걸음을 했지. 놈이 정말 연자유와 함께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냐?”


“예. 나리. 연자유와 아들놈, 그리고 가신들과 함께 시장터에서 기웃거리다가 중리부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 같았습니다.”



도성에 들어오자 마자 시장터에서 기웃거리던 연자유와 온달이 느닷없이 중리부로 향한 것 같다는 수하의 말에 황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중리부로!? 확실한 것이냐?”


“예. 그리고 성 밖에서 활동하던 동료들이 종적을 감추었는데.. 일전에 군사들이 어떤 사내들을 포박해서 끌고 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마도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멍청한!”



황영이 다짜고짜 수하의 뺨을 후려치며 호통을 치자 나머지 수하들이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굽혔다.



“나, 나리. 고정하십시오..”


“이런 머저리 같은 것들! 연자유를 미행할 땐 특히나 조심하라고 했거늘! 잡혀갔다는 놈들은 십중팔구 우리 무사들이 아니겠느냐!?”


“소, 송구합니다. 나리.”


“몇 놈이나 잡혀갔더냐!?”


“세, 세 명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나리.”



황영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집을 만지며 한숨을 푹 쉬었다.



“정하시 행수께서 고려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네놈들도 모두 알고 있을 터, 헌데 네놈들의 실수로 내 체면이 구겨지면 책임을 질 것이냐!? 하물며 아직 호랑이 사냥을 완수하지도 못했다!”


“송구합니다. 나리..”


“후우.. 재이님이 고려에 들어오자마자 또 내게 지랄을 떨겠군. 빌어먹을 놈들, 뒈지더라도 차라리 싸우다가 뒈질 것이지.. 옥중에서 곱게 뒈지길 빌어야겠다.”



정하시의 오른팔이자 최측근인 재이를 두고 투덜대는 황영의 모습에 수하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고려로 들어온 황영은 해준종의 밑에서 지내면서 점점 본분을 망각하고 있었다.


함께 들어온 가신들은 모두 정하시의 부하이자 한족들이었으나 황영은 따지고 보면 한족도 아닌 고려인이었기에 한편으로 고까울 따름이었다.


북제가 이미 망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하시 상단도 고려로 들어오는 마당에 자신은 새 보금자리에서 해준종의 신임을 받고 있었던지라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하시 역시 황영의 능력을 공인하고 있었고 모두들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따지거나 뭐라 할 수는 없었다.



“도성에 있는 모든 놈들에게 전해라. 앞으로 멍청한 실수를 했다간 내가 직접 가차 없이 처분해버리겠다고. 정하시 주인님께서 날 고려로 보내셨을 때 내 말이 곧 주인님의 말이라 말씀하셨으니 네놈들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나리..”


“객점에서 답답한 놈들과 함께 있으니 숨이 막히는 군. 네놈들은 경계를 계속해라. 난 잠시 나갔다 오마.”



황영이 객점 밖으로 나와 황궁 주변으로 이동하며 몸을 풀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마차 소리와 함께 어떤 행렬이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커다란 깃발을 든 기마병들이 마차를 호위하며 이동 중이었고 그 뒤를 많은 궁인이 따르고 있었다.



“이 시각에.. 뭔 일이지..? 가만.. 저 깃발은.. 절노부 깃발인데.. 왕후마저 설치는 것을 보면 온달 그놈이 들어온 게 확실하긴 확실하군.”



***



한편 내전에서는 연자유와 온달, 평원왕과 을지문덕 네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흠.. 이 이방인 온달이라는 자는 평범한 자는 분명 아닐 터, 쓸만한 사내인 것 같긴 하다만.. 내 가신인 호권 마저 아는 자라면 태왕의 심복으로 세를 불리면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계륵 같은 자로군.‘



연자유는 평원왕이 알고 있는 이방인인 온달의 정체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태왕 폐하. 장안성터에서 만난 이방인 온달이라는 사내는 필시 비범하기 그지없었사온데 태왕 폐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신 자라면 평범한 속특인은 아닐 것이옵니다.”



“막리지 말씀대로 평범한 속특인은 분명 아닐 것이오. 내 딸아이가 정신이 팔려있는 것을 보면 말이오..”



평원왕은 뒷짐을 지며 옥좌로 이동해 자리에 앉자 주변에 있던 을지문덕은 그 자리에서 평원왕을 향해 다시금 호궤했다.


느닷없이 평원왕이 공주 얘기를 꺼내자 연자유가 재차 물었다.



“폐하, 공주님께서 정신이 팔렸다고 하셨사옵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온지..”


“장안성터까지 다녀오신 막리지께서 이미 다 보셨을 터..”


“폐하. 하오면.. 내성에서 짓고 있던 서옥은!?”


“공주의 명령으로 짓고 있는 것이오. 허허..”



평원왕은 한편으로 부끄러운 듯 웃음을 짓고 있었고 온달은 그런 평원왕을 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장인어른께서 좀 난감하신가 보다. 그나저나 연자유가 뭔가 계속 떠보려는 눈치인 것 같은데..”』


「‘네가 알던 옛날이야기에서 이런 상황이 있었어?‘」


『“있었을 리가 있나. 바보 같은 온달이 공주 만난 뒤 고려의 장군 됐고 신라에서 싸우다 죽었다.. 이 한마디로 압축이 될 정도로 짧은데..”』


「’또 그놈의 바보라니! 대체 왜 날 바보라고 기록한 거야! 정말 네 말대로 내가 공주님과 혼인하거든 내 역사부터 제대로 기록하라고 해야겠어!‘」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 온달을 바라보던 평원왕은 내심 연자유가 어디까지 캐물어 볼지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었으나 예상외로 연자유는 온달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공주님께오서 반하실 만한 궁술을 지닌 속특인은 틀림없었사옵니다. 폐하.”


“궁술이요? 막리지께서도 이 사내의 활솜씨를 본 것이오?”


“그러하옵니다. 폐하. 주변에서 주몽이라고 떠들기에 무슨 시건방인가 싶어 확인했사온데 가히 주몽이라 불릴 만 하였사옵니다.”


“하하. 맞소. 맞소. 우리 공주가 이자의 궁술에도 반했지.”


“헌데 폐하. 이 온달이라는 사내가 단순히 궁술이 대단하여 우리 고려에 남아있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옵니다. 하물며 폐하께서 장안성터에 직접 이 사내를 보호하시는 까닭이라도 있으시옵니까?”


“흐흠.. 그건 말이오. 막리지..”


『“야. 장인어르신 난감해하신다. 찬스! 찬스!”』


「“차, 찬스?”」


“흠? 지금 뭐라 하였는가?”



온달의 갑작스런 혼잣말에 연자유가 물었으나 평원왕과 을지문덕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하. 또 시작이군. 그래, 뭐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인가. 이방인?”


“폐하. 이방인이라고 하심은..?


”경께서는 아직 모르시나보오. 저 이방인 온달이라는 사내는 가끔 머리가 좀 이상하여 혼잣말할 때가 있소. 바보 같을 때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지..“


『”야. 비누. 비누 얘기해봐.“』


「”그, 그게 막리지. 저는 태왕 폐하께 비, 비누를..“」


”비누?“


”아! 맞소! 비누 비누!“


”폐하. 비누라 하심은.. 어떤 자이옵니까?“


”하하. 비누란 것은 말이오~ 여봐라! 비누와 물동이를 대령하라!“


”예~~ 폐하~~“



곧바로 내관들이 들어와 물이 가득 담긴 물동이와 함께 비단에 쌓인 허옇고 둥그런 고체 덩어리를 금접시에 담아 들고 평원왕에게 올렸다.



”막리지. 이게 비누라는 것이오. 후후, 피부에 아주 좋지. 내 온달을 곁에 두려는 이유 중의 하나요.“


”이게.. 무엇이옵니까? 폐하.“


”자, 보시오.“


평원왕은 곧 옥좌 앞의 좌대에 놓인 먹을 갈더니 붓에 먹물을 묻히고는 자신의 손바닥에 슥슥 문댔다.



”폐, 폐하! 어찌 옥체에..!“


”놀라지 마시오. 감쪽같이 지워질 테니..“



평원왕은 비누를 한참을 주물거리며 거품을 내더니 곧 물동이에 손을 담그며 씻었다.



”자, 보시오~!“



비누로 깨끗하게 닦인 평원왕의 손을 연자유 역시 놀라며 기이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폐, 폐하.. 어찌 손이 이리도 깨끗하게.. 저 덩어리의 명칭이 비누란 말씀이옵니까?“


”그렇소. 이게 바로 비누요. 비누. 손만 닦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몸도, 지저분한 옷도 깨끗하게 만들어 주오. 아참.. 비단에는 조심해야 하고.. 이 비누가 금보다도 귀한데 저 온달이가 이 비누를 만들 줄 아오. 그러니 내 저 사내를 보호할 수밖에..“


”하아.. 대단한 물건이옵니다. 폐하.. 소신에게도 조금 나누어주실 수 있겠사옵니까?“


”여부가 있겠소? 금보다도 비싼 이걸 만드는 데 있어서 시간과 공이 아주 많이 들어가 짐이 경에게 미리 말씀드리지 못했소. 짐이 곧 보내드리리다.“



비누 덕분에 상황을 얼추 얼버무리고는 연자유가 비누에 정신이 팔려있자 평원왕이 온달을 보며 윙크했다.



「”마, 막리지. 원하신다면 제가 따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대가? 정말인가?“


「”예. 막리지.. 이 비누로 말할 것 같으면 사포닌이..“」



당장 들어도 모를 법한 말들을 그럴싸하게 구시렁대는 온달의 모습에 연자유 역시 넘어가고 있었다.



”오오. 이게 그렇게 대단하고 기이한 물건이란 말이지?“


「”예. 막리지..“」


”무기 생산부터 이 비누라는 것을 만들어내는 속특인이라니.. 폐하께서 괜히 보호하시려는 것이 아니었사옵니다. 하하..“


”그렇소 막리지. 그래서..“


”태왕 폐하~! 왕후께서 드셨사옵니다~~!“



비누 덕분에 갑작스레 화기애애해진 분위기를 갑작스레 나타난 왕후 대실진이 망가뜨리고 있었다.


내전으로 왕후가 들어 오자 어좌에 앉아있던 평원왕이 계단에서 내려와 왕후에게 다가갔고 나머지들은 모두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



”어찌 왕후께서 내전에 들었소?“


”폐하. 저 갑주를 입은 자는 누구이옵니까?“



왕후 대실진은 연자유 옆에 있는 한 속특인에게 손가락질하며 물었다.



”이 사내는 말이오..“


『”하아.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그런데 저 여자애가 왕후라고?? 저렇게 어린 거라면 분명 고건무의 생모겠군.. 그나저나 우리 장인어른 난감해서 어째..“』


「‘멍청아! 왕께서 난감하신 게 문제야? 우리가 제일 난감한 상황이라고.. 하.. 차라리 이럴 때 네가 통제하는 게 편한데..‘」



난감한 온달이 왕후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손가락질은 이내 호통으로 바뀌었다.



”이놈! 무엄하기 짝이 없구나! 감히 이방인 따위가 고려의 왕후에게 눈을 마주치다니!!“



놀란 온달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 넙죽 엎드렸다.



『”저 여자가 평강공주의 계모가 맞구나. 죽일 듯이 소리치네..“』


「’이방인. 일단 급한 대로 자세는 숙였는데.. 저 여자.. 왕과는 다르게 초면에 소리부터 지르는 걸 보니 우리랑 안 맞는 여자가 틀림없어.. 제길.‘」



왕후는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온달을 향해 투덜거렸다.



”고려인도 아닌 것이 고려 무사의 갑주를 차려입었구나. 건방진 것..“



평원왕이 다가가 자중하라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왕후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되물었다.



”네놈이.. 필시 온달이라는 자렸다. 내 말이 맞느냐?“


「”그, 그러하옵니다..“」


”흥! 그랬군! 그렇다면 네놈이 공주의 혼사를 방해한 그 속특인 놈이로구나!?“



대꾸하면 할수록 당장이라도 죽일 듯한 기세를 보이는 왕후 대실진의 모습에 온달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냐!? 감히 굴러들어온 이방인(異邦人) 따위가 어떤 농간을 부려 우리 공주를 농락한 것이냐!?“


『”농락이라니요.. 농락이 아니라 운명이라고요, 운명..“』



평원왕을 비롯한 내전의 모든 사내가 당황해하고 있을 때였다.



”농락이라니요! 저는 농락당한 적 없사옵니다!!“



젊은 왕후의 목소리를 맞받아치는 어린 여성의 목소리가 내전 입구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내전 입구에선 당황해하는 내관의 모습을 뒤로하고 태자 고대원과 공주 고담현이 들어서고 있었다.



”고, 공주!? 지, 지금 이 어미에게 큰소릴 친 것입니까?“



내전으로 들어온 평원왕의 두 아이는 부모에게 예를 올렸다.


입술을 꾹 깨물던 고담현은 계모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분명히 말씀드리옵니다. 소녀는 저 온달이에게 농락당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사옵니다. 저의 지아비가 될 사내를 그렇게 꾸짖지 마시옵소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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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221화 - 대모달 온달. +2 22.08.11 130 5 14쪽
222 220화 - 수풀들의 공격. +1 22.08.05 75 4 16쪽
221 219화 - 적목성(赤木城)으로. +4 22.08.04 87 4 15쪽
220 218화 - 대대로의 능욕. +4 22.07.23 80 4 15쪽
219 217화 - 적들을 물리치는 아내. +2 22.07.19 64 3 12쪽
218 216화 - 염탐. +2 22.07.15 59 3 14쪽
217 215화 - 아내와 남쪽으로. +2 22.07.11 72 3 15쪽
216 214화 - 강국과의 거래. +4 22.07.08 62 3 13쪽
215 213화 - 혼혈임을 이용하는 온달. +4 22.07.04 71 3 17쪽
214 212화 - 맹세. +4 22.06.29 88 3 15쪽
213 211화 - 담판. +2 22.06.27 78 3 14쪽
212 210화 - 출산. +4 22.06.21 103 3 14쪽
211 209화 - 온달의 무기. +4 22.06.14 74 3 13쪽
210 208화 - 부정적인 소문. +2 22.06.08 76 3 13쪽
209 207화 - 남하를 위한 준비. +2 22.06.07 73 3 13쪽
208 206화 - 오열. +2 22.06.02 82 3 14쪽
207 205화 - 떠나는 사람들. +2 22.05.30 80 2 12쪽
206 204화 - 도망자들. +2 22.05.26 68 2 14쪽
205 203 화 -무너진 상단. +2 22.05.24 81 2 13쪽
204 202화 - 신라땅에서의 습격. +2 22.05.21 79 2 12쪽
203 201화 - 발각. +2 22.05.18 79 3 16쪽
202 200화 - 회임 소식. +2 22.05.14 91 3 16쪽
201 199화 - 처리해야할 자. +2 22.05.11 85 3 13쪽
200 198화 - 남은 이들을 위한 목표. +2 22.05.07 99 3 13쪽
199 197화 - 충격에서 충격으로. +2 22.05.04 85 2 13쪽
198 196화 - 넋 잃은 온달. +2 22.05.03 72 3 14쪽
197 195화 - 용서를 구하는 부녀. +2 22.04.27 8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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