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성원(省元)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온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성원(省元)
작품등록일 :
2020.11.28 17:19
최근연재일 :
2022.08.11 00:05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3,153
추천수 :
1,767
글자수 :
1,373,441

작성
22.05.11 23:21
조회
85
추천
3
글자
13쪽

199화 - 처리해야할 자.

DUMMY

온달에게서 신라 일대의 지형 탐색을 명받은 바르크는 낙타부대를 이끌고 고려땅을 벗어나고 있었다.


울창한 수풀이 많은 지역에 도달한 바르크 일행은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잎사귀가 많은 지역에서 멈춰 섰다.



“여~!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간다, 낙타 중에서 화가 난 녀석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먹이를 주어라.”



낙타들 중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구린내를 풍기는 녀석들이 몇 마리 있었다. 쉬지 않고 강행군한 탓에 화가 난 모양인 녀석들이었다.



“이놈 이거 화가 잔뜩 났군. 저놈도 그렇고..”



낙타에서 내린 일부 부하들은 자루를 들고 숲 속에 들어가 바닥에 떨어진 잎들로 자루를 채웠다.


화가 난 낙타들의 눈을 가린 뒤, 자신들의 겉옷을 풀어헤치고 통통한 자루에 걸쳐 주고는 낙타의 가린 눈을 풀어주었다.


낙타들은 주인에게 화풀이하듯 겉옷과 자루를 밟아댔다.


낙타의 화풀이가 시작될 무렵, 바르크와 무사들은 육포를 뜯으며 허기를 달래고 있었다.



“바르크님, 온달님께서 신라 땅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무슨 이유로...”


“아.. 그러셨지. 한 나라의 부마가 되시더니 황당한 계획을 세우셨다.”


“황당한 계획이라니요...?”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이 지역 전부가 옛적에는 고려 땅이었다고들 하지. 그 땅을 되찾으려 하시는 것 같군.”


“예?”


“전쟁에서 지형 탐색만큼 중요한 것이 없지. 저 낙타들이 발광하도록 내버려둘 정도로 우리가 괜히 이 어려운 길로 돌아온 것이 이상하지 않았나?”


“예. 지형을 조사하는 것도 조사하는 것이었지만..”


“쉬운 길로 갔다면 금방 신라인들을 만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산길로 오니 사람도 드물고 낙타들에겐 입속에 넣을 식물이 널렸으니 오히려 천국 같은 곳일 테지. 산짐승들이 문제이긴 했지만...”



바르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트레스를 풀던 낙타들도 이내 얌전해졌다.



“풀을 뜯어서 잘 먹여둬라. 낙타의 휴식이 끝나는 대로 다시 이동할 것이다.”



온달은 신라로 들어가는 길목을 일부러 쉬운 길이 아닌 어려운 길로 이동할 것을 주문했다.


바르크는 그의 명령대로 태백산맥을 루트로 이동하고 있었다.


비록 신라가 점령한 지역이었으나 산맥이니만큼 인적이 드물었다.


휴식을 마친 바르크 일행은 다시금 이동을 시작하며 주변의 지형을 기록해나갔다.장안성을 빠져나와 며칠을 이동하며 어느 계곡에 다다랐을 때였다.



“바르크님, 별자리를 확인해보니 이 방향으로 가다보면 분명 성이 나올 것입니다.”


“그래. 여기서 잠시 야영한 뒤 출발할 것이다.”



달빛만이 환하게 비친 캄캄한 밤.


산짐승을 쫓기 위해 사방에 모닥불을 지핀 바르크 일행은 계곡 주변에서 야영하고 있었다.



‘바르크님.. 주변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한 부하의 속삭임에 잠에서 깬 바르크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귀를 기울였다.



‘모두 무장하고 경계 태세를...’



저마다 무기를 들고 경계하던 때, 말을 탄 사내가 어둠 속에서 서서히 횃불을 들고 나타났다.



“오오.. 사람이다.. 사람이다!”



바르크 일행을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사내는 부랴부랴 바르크 일행을 향해 달렸다.



“웬 놈이냐!! 멈춰라!!!”



사내를 경계하자 멈춰선 사내는 말에서 내려 바르크 일행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어설픈 속특인의 언어로 도움을 청했다.



“도와주시오. 도와주시오.”


“한족이냐? 고려인이냐? 아니면 신라인?”



국적을 묻는 말에 사내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하, 한족.. 아니 도와야 하는 고려인이 있소. 도와주시오..”



한족어와 고려어를 섞어 쓰는 사내의 대답에 바르크가 고려어로 되물었다.



“이 지역은 필시 신라의 구역일 터, 어찌 고려인이 도움을 청한단 말이냐?”


“오오.. 고려어를 사용하시다니.. 다행입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도움이 필요한 여인이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여자???”


“예.. 은혜는 반드시 갚을 것입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부하들과 눈빛을 교환하던 바르크는 경계를 유지한 채, 대답했다.



“도움을 청하는 여인이 어디에 있길래 그대 혼자 도움을 청한 것인가? 그 여자는 대체 어디에 있고?”


“이리로 모시고 와도 되겠습니까?”


“허튼수작 부리면 가만두지 않겠다.”


“허튼 수작이라니요, 아무튼.. 모시고 오겠습니다.”



재차 묵례한 사내는 말에 올라 말고삐를 당겨 되돌아갔다.



“괜찮겠습니까? 바르크님.”


“여인이 도움을 청한다는데... 유수 그자가 생각나는군. 혹시 모르니 모두 경계를 유지해라.”



얼마 후, 체구가 큰 사내와 여성을 태운 말,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몇 마리의 기병이 눈에 들어왔다.


여성을 안고 있는 사내는 고려의 갑옷을 입고 있었으나 상처 투성이었고 그에게 안겨있는 여성도 갑옷을 입은 채, 거의 실신상태인 듯 보였다.



“저분들이냐!?”


“예. 재이님...!”


“우린 범의 습격을 받은 사람들이오! 부상자들이 있소! 부디 도와주시오!!”



사내의 울먹거리는 포효에 바르크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너 명의 부하들이 재이에게 접근했다.


재이는 온몸이 피 칠갑 상태였고 그에게 안긴 정하시의 옷에도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이거 전부 그대의 상처로 난 피요?”


“범의 피도 있고 내 피도 있소...”


“여성을 이리 건네고 그대도 옷을 전부 벗으시오.”


“이 여성은 내가 직접 모실 거요. 눕힐 수 있게 도와주시오.”



상황을 살피던 부하 하나가 바르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바르크님. 저들의 상황이 썩 좋지 못합니다. 어찌할까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들이니 일단 돕는다. 상비약들을 꺼내어 치료해주어라.”



기진맥진한 정하시를 눕힌 재이는 핏물이 묻은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주인님. 이제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으으... 상처는요...”


“이 정도쯤은 문제없습니다. 미안하지만 물부터 줄 수 없겠소?”


“물과 깨끗한 천을 가져와라.”



바르크는 문제없다는 듯 그들의 요구대로 해주었다.


가죽주머니에 담긴 물부터 시작해서 일부 부하들은 낙타의 등짐에서 약재를 꺼내 다가왔다.



“약으로 치료해줄 테니 여성의 옷을 벗기..”


“괜찮소. 내가 직접 할 테니 물부터 좀 주시오.”



천과 물주머니를 건네받은 재이는 천을 적시고는 정하시의 얼굴을 닦아준 뒤, 물을 먹였다.



“휴우...”


“주인님.. 정신이 좀 드십니까?”


“살았군요.. 이분들은... 속특인...?”


“예. 속특인 덕분에 살았습니다. 주인님.”



정하시의 얼굴을 닦고 난 후, 소매를 걷어 팔을 닦아주고 있을 터였다.


왼손이 없는 것을 보고는 놀란 바르크가 검을 뽑아들자 정하시 일행을 돕던 부하들도 행동을 멈추고 모두 경계했다.



“설마! 지금 쓰러져있는 여성이 정하시라는 자인가!?”



의심스러운 바르크의 말투에 재이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노려보았다.



“왜 대답하지 않는 것인가!?”


“이 여성이 정하시라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유수를 해치려던 그자로구나!? 정하시라면 분명 성에 갇혔을 텐데!?”


“헌데 당신이 우리가 성에 갇혀있었던 건 어찌 알고 있고, 유수는 어떻게 알고 있소!?”


“질문은 내가 한다! 거짓없이 답변하라! 유수를 해치려던 정하시가 맞느냐?”



목을 축인 정하시가 기진맥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과거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그분들께 은혜를 입은 몸입니다..”


“그분들이라니? 그대가 정하시가 맞는가!?”


“예.. 헌데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태왕 폐하와 온부마, 유수가 저흴 살려주셨는데 어찌 저희를 경계하신단 말입니까...”


“뭐라?? 온달님과 유슈가 그대들을 살려주었다고?”


“예... 저희가 입은 갑옷은 중리부에서 보급해준 물품입니다.. 분명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정하시는 왼팔이 없는 자라고 유수에게서 들었거늘, 의수는 어디에 뒀느냐?”


“제.. 의수가 어디에 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부디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이 은혜 꼭 갚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몇 명 남지 않은 그녀의 부하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간청했다.



“바르크님..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꼬여버린 것 같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군.. 일단 그대들을 도울 것이니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마저 도와라.”



햇빛이 중천에 떠올 때가 돼서야 기력을 되찾은 정하시와 일행은 바르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존함을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난 온달님의 가신인 바르크다.”


“죽을 목숨이었던 저희를 구해주신 것이 온달 부마이십니다. 온부마께서 재차 저희를 구해주시는군요. 헌데 바르크님께선 어찌 유수를 알고 계십니까?”


“강국의 시장터에서 노예로 팔려갈 뻔했던 것을 구해냈지. 내가 떠나기 전까진 분명 감옥에 갇혀있었을 텐데, 어떻게 석방된 건가?”


“부마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목이 달아났을 것입니다."



바르크는 흰 수염을 매만지며 정하시를 응시했으나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안핬다.



"바르크님께선 어디로 가시는 것입니까?”


“온달님께서 신라 지역의 지형을 살펴오라고 하셨다.”


“신라 땅에도 제 상단이 있을 겁니다. 부하들을 만나게 되거든 이 은혜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그대는 신라에 왜 가는 것인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처리해야할 일? 그게 무엇인가?”


“태왕 폐하와 온부마의 명으로 처리해야할 자가 있습니다.”



***



도성에서 출발한 일행은 바르크, 정하시 일행만이 아니었다.


해준종의 도움으로 낭우와 함께 안학궁성에서 빠져나온 황영은 성 밖에서 대기 중이던 무사들 따라 말을 타고 강행군으로 남하했다.


어느덧 신라와의 국경지대에 다다랐을 무렵 미리 승려로 위장한 부하들을 만나게 된 황영 일행도 곧 준비해둔 승복으로 갈아입었다.



“대인께서 명하시길 반드시 정하시를 잡아와야 할 것이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죽은 목숨인 줄 아시오.”


“여부가 있겠소이까.”


"말에서 내리시오. 여기서부턴 당나귀로 이동할 것이오."



황영이 무릎을 꿇자 이미 승려로 위장한 사내들이 황영과 낭우의 머리를 밀었다.


졸지에 자신도 머리가 밀리며 동자승이 되어버린 낭우는 울음을 터트리고 싶었으나 차마 황영의 눈치에 그럴 수도 없었다.


힘들게 도성으로 귀환했건만 까까머리의 낭우는 당나귀 위에서 훌쩍거리자 삿갓을 쓴 황영이 짜증스러운 말투로 대꾸했다.



“그만 훌쩍여라.”


“예.. 스님...”


“제길.. 졸지에 스님 소리나 듣다니! 그나저나 유수가 살아있는 것이 확실하냐?”


“예.. 지난 날, 저택 앞에서 부마와 공주님, 태자 전하와 예쁘장한 시위..를 봤었는데... 표영이었나..? 그 여자를 경당에서 봤었는데 분명 또 다른 예쁜 여자에게 유수라고 말했었습니다.”


“네놈은 스님 흉내는 글렀구나. 눈이 그쪽으로만 돌아가다니. 정하시만 잡는다면 그깟 계집질이야 원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헌데 저희는 어딜 가는 것입니까?”


“아마 뱃길의 지름길로 이동해서 국원성으로 향할 것이다. 정하시라면 필시 그쪽으로 갔겠지. 국원성이라면 부하들과도 합류하기 좋을 것이니.”


“동이땅으로 가면 가는 거지 머리는 왜 밀고 스님으로 위장한 것인지..”


“동이매금이 불교에 환장한 놈이니 동이놈들도 다들 나무아미타불을 외치는 것도 모르느냐? 스님으로 위징하면 잠입하기엔 더없이 좋지.”


“그, 그렇다면 승려 첩자들도 많겠군요..”


“과거 혜량이라는 놈이 망명한 뒤 승통이 된 적도 있었지.”


“망명자가 승통이 됐다고요? 하하~ 그럼 여차하면 저희도 망명을..."



낭우의 헛소리에 주변의 무사들이 죽일듯한 눈으로 노려보자 낭우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강가에 도착할 무렵 낭우가 입을 열었다.



"정말 동이 땅에서 정하시라는 여자를 찾을 수 있을까요?”


“후후. 내 직감은 귀신과도 같지. 분명 거기에 있을 거다. 예쁜 여자라면 눈이 돌아가는 네놈이니 쉽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하..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스님..”


“나이에 비해 미모도 뛰어나고 목소리도 들으면 아마 넋이 빠질 것이다. 행여 그런 여자를 발견하거든 꼭 확인해야 할 게 있다.”


“그게 뭡니까?”


“말한 조건들을 만족하는데다가 왼손까지 없는 병신이라면 그 자가 곧 정하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방인온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업로드 주기 변경. (월, 수, 금) 22.01.10 128 0 -
공지 이야기에서 나오는 역사 속 실존 인물들. (2021.06.18작성) 21.06.18 229 0 -
공지 이야기에 대해서.. +6 21.01.25 667 0 -
223 221화 - 대모달 온달. +2 22.08.11 131 5 14쪽
222 220화 - 수풀들의 공격. +1 22.08.05 76 4 16쪽
221 219화 - 적목성(赤木城)으로. +4 22.08.04 88 4 15쪽
220 218화 - 대대로의 능욕. +4 22.07.23 81 4 15쪽
219 217화 - 적들을 물리치는 아내. +2 22.07.19 65 3 12쪽
218 216화 - 염탐. +2 22.07.15 60 3 14쪽
217 215화 - 아내와 남쪽으로. +2 22.07.11 73 3 15쪽
216 214화 - 강국과의 거래. +4 22.07.08 63 3 13쪽
215 213화 - 혼혈임을 이용하는 온달. +4 22.07.04 72 3 17쪽
214 212화 - 맹세. +4 22.06.29 89 3 15쪽
213 211화 - 담판. +2 22.06.27 79 3 14쪽
212 210화 - 출산. +4 22.06.21 104 3 14쪽
211 209화 - 온달의 무기. +4 22.06.14 74 3 13쪽
210 208화 - 부정적인 소문. +2 22.06.08 77 3 13쪽
209 207화 - 남하를 위한 준비. +2 22.06.07 74 3 13쪽
208 206화 - 오열. +2 22.06.02 82 3 14쪽
207 205화 - 떠나는 사람들. +2 22.05.30 81 2 12쪽
206 204화 - 도망자들. +2 22.05.26 69 2 14쪽
205 203 화 -무너진 상단. +2 22.05.24 81 2 13쪽
204 202화 - 신라땅에서의 습격. +2 22.05.21 80 2 12쪽
203 201화 - 발각. +2 22.05.18 80 3 16쪽
202 200화 - 회임 소식. +2 22.05.14 92 3 16쪽
» 199화 - 처리해야할 자. +2 22.05.11 86 3 13쪽
200 198화 - 남은 이들을 위한 목표. +2 22.05.07 100 3 13쪽
199 197화 - 충격에서 충격으로. +2 22.05.04 85 2 13쪽
198 196화 - 넋 잃은 온달. +2 22.05.03 73 3 14쪽
197 195화 - 용서를 구하는 부녀. +2 22.04.27 85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