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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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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작품등록일 :
2020.11.28 17:19
최근연재일 :
2022.08.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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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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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화 - 신라땅에서의 습격.

DUMMY

신라에 들어온 정하시 일행은 혹시 모를 추격을 피해 이곳저곳의 사찰을 옮겨 다니며 적선했다.


신라의 승려들도 정하시 일행이 그저 한족인 줄 알았기에 적대감은 없었다.


그런 그녀의 상단이 적선까지 해주니 사찰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대부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표영이 물러가자 슬그머니 거처로 들어온 정하시는 뭔가에 열중해 정신이 팔린 재이에게 물었다.



“뭘 만드는데 그렇게 열중입니까?”


“아! 아, 아닙니다.”



재이는 갑작스런 그녀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 하던 것을 멈추었다.


그의 앞에 놓인 광주리에는 한가득 쌓인 나무 조각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신라에 들어와 어느 정도 안정을 취할 때부터 재이는 틈만 나면 두툼한 나무토막을 깎기 시작했었다.



“손 모양 같은데...? 설마 의수입니까?”


“아... 예. 주인님께서 의수 없이 오래 지내셨으니 나무라도 깎아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미소 지으며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고맙군요. 손목에 맞는지도 확인해야 할 테니 줘 보세요.”


“예.. 여기...”



투박한 손이 만든 투박한 의수를 건넸다.


거칠었던 나무토막이 다듬어져 반들반들해졌으나 손가락 모양은 그녀의 손과는 어울리지 않게 들쑥날쑥이었다.



“손목이 안까지 밀착되려면 안쪽을 이렇게 더 파면 좋겠군요.”


“예. 주인님.. 헌데 방금 누가 다녀갔습니까?”


“아. 표영이 왔었습니다.”


“예? 표영이 이곳에 어쩐 일로...!?”


“상단 일행을 직접 끌고 왔더군요. 불길한 꿈을 꾸어 내가 걱정이 되었다는데... 안부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아.. 표영인 줄 알았다면...”


“인력이 보충되었으니 이틀 내로 재정비해서 여길 떠나도록 하지요.”


“예. 그 전에 의수도 완성하도록 하겠습니다.”


“흐음...”



그녀가 크게 한숨을 쉬자 재이는 만지작거리던 의수를 광주리에 내려놓았다.



“주인님,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전에 왜국으로 떠나자는 말을 했었는데 말입니다.”


“예. 주인님.”


“황영을 언제 제거할지는 모르겠으나, 일을 치르고 난 뒤에는 더 늦게 전에 혼인했으면 하는군요.”


“예. 주인님. 좋은 사내가 있다면야 놈을 제거하고 나서 다음 계획은 모두 주인님 뜻대로 하십시오.”


“재이도 마흔이 훌쩍 넘었는데 언제까지고 내 뒷바라지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혼인 같은 것은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재이라면 좋은 규수를 만나고도 남을 텐데...?”


“주인님. 주인님이 어릴 적, 저를 위해 왼손을 희생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저 때문에 잃은 왼손만 해도 한 평생 보필해 드려도 모자랍니다. 그렇기에 혼인은 당치도 않습니다.”


“흐음...”



정하시는 광주리 안의 의수를 다시금 집어 들어 유심히 살피면서 말을 이었다.



“재이가 손재주가 좀 더 좋았더라면 다른 뭔가를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했을 텐데 아쉽군요.”


“무슨 부탁이시기에... 비록 손재주가 부족할지라도 뭐든 만들어 보겠습니다.”


“후후. 의수의 모양을 보아하니 송종지의(수의)까지 만들기는 어려울 듯하군요.”



눈웃음을 치며 재이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오히려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송종지의라니요? 주인님께서 못 만드시는 거라면야 제가 어떻게든지...”


“쯧. 눈치가 없긴...”



정하시는 한숨을 내쉬며 피식거렸다.



“내 왼손만 멀쩡했더라도 재이의 송종지의를 만들어줬을 텐데 참으로 아쉽습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난번, 왜국으로 떠나자고 말했었는데.. 놈을 처리하고 나면 왜국으로 떠나 부부의 연을 맺을까 하는데...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재이만 좋다면...”


“허허.. 불경을 드리는 사찰에서 농담이라니요...”


“농담이라니요? 제 말이 농담 같습니까?”


“아, 아니 저는 주인님의 수하일 뿐입니다만 어찌 저를..”


“만약 우리 가문이 멸족당하지 않았어도 재이를 택했을 겁니다. 아버님과 오라버니도 살아계실 적에 칭찬을 마다치 않은 가신이었으니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고요.”


“주인님의 명이라면 뭐든 따를 거라 맹세했지만... 오랜 시간을 보필해온 주인을 배필로 맞이한다는 것이 저로서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그럼 명령이니 따르도록 하세요.”


“....”


“왜 대답이 없습니까? 거절이라도 하려고요?”


“그러시다면.. 황영을 처리하고 나면 옷감을 짜는 것부터 배우겠습니다. 주인님.”


“그래요. 옷감은 충분히 마련해줄 테니 그렇게 하세요.”



그녀는 임무를 완수하고 나면 모든 걸 내려놓고 남은 삶을 재이와 살고 싶은 소망을 오랫동안 자신을 지켜준 재이에게 드러내고 있었다.



***



이튿날.


정하시는 부하들에게 성 내 위치한 큰 객점으로 집결하라는 명령을 전달했다.



“오늘 밤, 이 사찰을 떠날 것입니다. 재이와 함께 참배 후, 주지스님에게 보답을 드린 뒤 합류할 테니 집결 상황을 정비토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대행수.”



깜깜한 밤이 되자 사찰 곳곳에서 목탁을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불경을 외는 스님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찰 곳곳에 승려로 위장한 수십 명의 자객은 사찰 주변을 빠져나오는 정하시의 부하들을 피해 조심스레 접근하기 시작했다.



‘정하시와 시위 재이는 아직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분명 이 사찰 건물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방해꾼들은 찍소리도 내지 못하도록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


‘재이 그놈은 죽여도 된다. 정하시는 목숨은 붙여놔야 한다.’



담을 넘거나 지붕 위로 올라가는 등 사방에서 접근하기 시작한 자객들은 옷소매와 가슴팍에 숨긴 흉기들을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안으로 들어왔다.


황영과 낭우도 사찰 안으로 들어와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정하시에게 덩치 큰 시위가 있다. 그놈은 특히나 조심해야 할 것이야.’


‘예. 스님.’



낭우도 가슴팍에 손을 넣어 여러 개의 수리검을 만지작댔다.


정하시는 신라의 승려들과 함께 넓은 법당에서 참배 중이었다.



‘저기.. 비구니도 아닌 저 여자가 정하시 같군...’


‘참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순 없으니 우선 재이부터 찾아서 죽여라.’



서로들 수신호를 보내던 자객들은 사찰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고 일부는 재이를 찾기 위해 주변을 탐색했다.


다른 장소를 살피던 자객이 곧 어느 거처의 넉살문 너머 호롱불에 넘실대는 큰 체구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재이 그놈이 이곳에 있는 것 같다.’



한 자객의 수신호에 곧 예닐곱이 조심스레 몰려들었다.



‘이놈만 사라지면 정하시를 잡는 것은 일도 아니니 한꺼번에 들어가서 단칼에 목숨을 끊자.’



조심스럽게 접근하던 자객들이었지만 문지방 안팎의 뒷마루는 많은 이들의 무게를 지탱해주진 못했다.



“뿌득... 뿌드득...”



참배시간에 스님들이 재이가 있는 장소에 나타날 리가 만무한 상황이었기에 곧 넉살문 너머 그림자도 움직임을 멈췄다.



‘제길...’


‘놈이 눈치 챘나?’



뿌드득 소리가 멈추자 이내 방안의 호롱불이 꺼졌다.


한참을 문밖에서 대기하던 자객들은 조용히 문을 열고 공간을 덮쳤다.


-촤악~! 툭..-


“큭!”


“으윽!”


“컥!”



핏물이 사방으로 튀기고 팔이며 머리며 분해된 사지가 땅바닥에 떨궈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셋을 도륙한 재이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양손에 피 묻은 검을 들고 방에서 나왔다.


그 역시 복부를 포함해 곳곳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렸다.



“으아아아아아아!!!!”



포효하는 재이의 모습에 일부는 당황하다가 발을 헛디디고 자빠졌고 재이는 이를 놓칠새라 적들의 사지를 쪼개고 있었다.



“제길!! 놈을 죽여라!!!”



나머지 자객들이 숨겼던 흉기를 꺼내 들고 달려들었지만, 검이나 창도 아닌 단도나 수리검으로는 그를 제압할 수 없었다.


한편 재이의 포효에 주변에 대기 중이었던 상단의 일부 부하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재이님!”


“자객들이다! 어서 대행수를 보호하라!”



곳곳에서 괴성이 울려 퍼지자 사찰에 울려 퍼지던 목탁소리도 끊겼다.


곧 법당의 승려들도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무슨 일인지 어서 살펴보아라.”


“예. 주지스님.”



법당을 나와 밖으로 나오려던 순간 곧 승려로 위장한 자객들의 칼부림이 시작되며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으악!”


“아악!”


“어찌 부처님을 모시는 곳에서 살생이란 말인가!! 당장 그만두지 못할까!!”


‘놈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무의식적으로 왼손을 더듬던 그녀였지만 피리나 비수가 장착된 의수가 아닌 그저 나무 의수였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제길!”


“대행수! 대행수! 어디 계십니까!”



곳곳에서 그녀를 찾는 한족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고 정하시도 그 소리를 따라 도망쳤다.


황영과 낭우도 달아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쫓아 전력으로 달렸다.



‘저년이 정하시다! 말이라도 타고 달아나면 큰일이니 낭우, 넌 다른 방향으로 저년을 쫓아라!’


‘예!’



모습들이 죄다 승려들이었고 캄캄한 밤이었기에 승려들이 신라의 승려들인지 아니면 해준종의 자객들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곧 정하시의 부하 일부가 말을 끌고 와서 그녀를 태웠다.



“대행수! 자객들입니다!! 우선 객점으로 달아나십시오!!”


“재이! 재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재이는 무사합니까!”


“재이님은 저희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어서 달아나십시오! 대행수를 모셔라!”


“꼭 데려와야 합니다! 이럇!”



아수라장의 사찰에 세 마리의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자 이를 응시하던 낭우도 그녀의 퇴로를 따라 내달렸다.



‘저 여자만 잡는다면 고추가께서 큰 상이 내려주시겠지!? 그래 이쪽으로 내달려라, 반드시 잡고야 말테다!’



그녀가 달아나는 방향을 예측하며 뒤쫓던 낭우는 그녀의 일행이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사정없이 수리검을 던졌다.



“히히힝!!”


“으악!”



갑자기 날아든 수리검에 앞서 달리던 부하가 탄 말의 넓적다리에 박히며 고꾸라졌다.



“크윽!”



정하시 역시 다리와 등에 상처를 입고 비틀거렸다.



“으으윽!”


“대행수! 괜찮으십니까!!!



말고삐를 당겨 정하시의 상황을 보려던 차에 동자승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어린 소년이 숨을 헐떡이며 조심스레 접근해왔다.



“네놈도 자객이냐!!”



그녀를 지키려던 부하는 곧 날아든 수리검에 이마를 꿰뚫리며 고꾸라졌다.


이를 지켜보던 정하시는 부하의 머리에 박힌 수리검을 뽑아 낭우와 대치했다.



“.....”


“당신이 정하시가 맞겠군요. 왼손이 이상하게 생긴 걸 보니?”


“내가 누구인줄 안다면 그따위로 지껄일 순 없을 텐데?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꼬맹이로구나.”


“흠흠..! 어쨌든 당신은 여기까지예요. 그러니 죽기 싫으면 순순히 잡히시던가.”


“하룻강아지 따위가... 네놈의 살가죽을 벗겨 젓갈을 담가주마.”


“목소리는 예쁜데 말투는 거친 여자라니... 아프겠지만 죽이진 않겠습니다.”



달빛에 서서히 서로의 모습이 드러나자 낭우는 가슴팍의 수리검을 그녀를 향해 던졌다.



-턱!!-



그가 던진 수리검을 재이가 만들어준 나무 의수로 막아낸 정하시도 곧바로 반격했다.



“으악!!”



그녀가 던진 수리검을 왼팔로 겨우 막아낸 낭우였지만 그의 팔에도 수리검이 박혀있었다.



“으윽! 아파! 이 빌어먹을 여자가!!”



흥분한 낭우는 연이어 남은 수리검 몇 개를 던졌다.


본능적으로 날아올 방향을 예측해 의수로 막아보려 했지만 곧 의수가 깨지면서 하나는 다리에, 다른 하나는 어깨에 상처를 냈다.



“으으윽...”


“으으.. 당신을 죽여선 안 되니, 그만 항복하시죠. 아니면 진짜 죽을 수도 있어요.”


“훗.. 너 따위 애송이에게 죽을 것 같으냐. 내 의수만 있었더라도..”



정하시가 피를 흘리며 낭우와 대치하고 있을 무렵, 곧 신라군의 움직임을 알리는 호각소리가 사찰 주변에서 울려 퍼졌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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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221화 - 대모달 온달. +2 22.08.11 131 5 14쪽
222 220화 - 수풀들의 공격. +1 22.08.05 75 4 16쪽
221 219화 - 적목성(赤木城)으로. +4 22.08.04 87 4 15쪽
220 218화 - 대대로의 능욕. +4 22.07.23 80 4 15쪽
219 217화 - 적들을 물리치는 아내. +2 22.07.19 64 3 12쪽
218 216화 - 염탐. +2 22.07.15 59 3 14쪽
217 215화 - 아내와 남쪽으로. +2 22.07.11 72 3 15쪽
216 214화 - 강국과의 거래. +4 22.07.08 62 3 13쪽
215 213화 - 혼혈임을 이용하는 온달. +4 22.07.04 71 3 17쪽
214 212화 - 맹세. +4 22.06.29 89 3 15쪽
213 211화 - 담판. +2 22.06.27 78 3 14쪽
212 210화 - 출산. +4 22.06.21 103 3 14쪽
211 209화 - 온달의 무기. +4 22.06.14 74 3 13쪽
210 208화 - 부정적인 소문. +2 22.06.08 76 3 13쪽
209 207화 - 남하를 위한 준비. +2 22.06.07 73 3 13쪽
208 206화 - 오열. +2 22.06.02 82 3 14쪽
207 205화 - 떠나는 사람들. +2 22.05.30 80 2 12쪽
206 204화 - 도망자들. +2 22.05.26 68 2 14쪽
205 203 화 -무너진 상단. +2 22.05.24 81 2 13쪽
» 202화 - 신라땅에서의 습격. +2 22.05.21 80 2 12쪽
203 201화 - 발각. +2 22.05.18 79 3 16쪽
202 200화 - 회임 소식. +2 22.05.14 92 3 16쪽
201 199화 - 처리해야할 자. +2 22.05.11 85 3 13쪽
200 198화 - 남은 이들을 위한 목표. +2 22.05.07 100 3 13쪽
199 197화 - 충격에서 충격으로. +2 22.05.04 85 2 13쪽
198 196화 - 넋 잃은 온달. +2 22.05.03 72 3 14쪽
197 195화 - 용서를 구하는 부녀. +2 22.04.27 8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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