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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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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작품등록일 :
2020.11.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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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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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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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5화 - 떠나는 사람들.

DUMMY

온달을 만났던 바르크는 부하들을 이끌고 서옥에서 빠져나와 경당으로 향했다.


피곤한 기색으로 낙타에 오른 그는 온달과의 대화를 곱씹었으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타르칸을 죽인 것이 이 나라 황실이 사실입니까? 헌데 복수해야할 자가 따로 있다니요?”


「“아무튼.. 해결해야할 일들이 있으니 난 돌아갈 수 없다. 게다가 공주의 뱃속엔 아이까지 있어.”」


“온달님..!”


「“이 나라를 바로 떠난다면 네가 데리고 온 유수까지 죽게 될 거야.”」


“온달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요. 그러시다면 전 바로 강국으로 떠나겠습니다. 타르칸을 시해한 이 나라에서 온전히 있기 어렵겠습니다.”


「“다 내 잘못이다. 어릴 적에 이 나라로 오겠다고 투정만 부리지 않았더라도 아버님과 하사안, 그리고 어머님의 일가족이 몰살당하지 않았을 거야..”」


“전 강국으로 돌아가 온달님께서 고려의 부마가 되셨다는 것을 보고드릴 겁니다.”


「“보고하는 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 의문이군. 해결해야할 일이 빨리 끝난다면 다시 만날 것이다.”」


“그 전까지 제가 살아있으면 말입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잠깐...”」



침소로 들어간 온달은 곧 부린활을 꺼내들어 활시위를 고정했다.



『“뭐, 뭐하려고?”』


「“당분간 못 만날 테니, 바르크에게 건네줘.”」



침소에 들어와 활을 만지는 온달의 모습에 고담현이 물었다.



“활은 어디에 쓰시려고...”


『“일어나지 말고 ..어서 자.”』



활을 들고 나온 온달은 바르크에게 활과 동개를 건넸다.



“.....”


『“온달이 주라고 하니, 아니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테니 잘 간수하세요.”』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분이십니다..”



잠시 이상하게 변했던 온달의 모습을 곱씹으며 경당에 도착한 바르크는 오랫동안 경당에서 지냈던 사말을 찾았다.


경당 생활이 길다보니 고려어도 능통해진 사말은 나름 이곳에 잘 정착해 생활했기에 많은 경당 사람들과 가까워졌다.


갑작스런 낙타 소리에 잠에서 깬 사말이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왔다.



“바, 바크르님. 이 밤에 무슨 일이십니까..”


“잠시 휴식 후 강국으로 떠날 것이다. 어떤가? 그대도 떠나는 길에 합류하겠는가?”


“예? 갑자기 떠나시다니요. 무슨 이유로...”


“상인이라는 자가 여기 계속 머물 이유는 없지 않나? 강요하지는 않겠다.”


“음.. 내일 온달님을 뵙고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게.”



한편 바르크가 서옥을 떠난 뒤, 온달은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표영을 다독였다.



“온부마... 대행수와 재이님은 제게 부모나 다름없는 사람들입니다.. 흑...흑... 다시 되돌아가 재이님의 생사라도 확인하면 안 되겠습니까?”


『“위험한 소리.. 정하시도 실종됐는데 신라로 되돌아가겠다니. 가는 길에 무슨 봉변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바르크가 와서 말할 정도면 재이는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 그런 상황에서 신라로 되돌아가는 건 너무 위험해.”」


『“분명 해준종이 벌인 일이겠지. 황영 그놈도 어딘가에서 활개치고 있을 텐데 그러다 표영 너마저 어찌되면?”』


“온부마 부탁드립니다.. 되돌아가게 허락해주십시오..”


「“우린 어머님의 장례 때문에 몇 년간 묶인 신세에 아이까지 가졌어.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니만큼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돼, 경거망동하지 않았으면 해.”」


“흑.. 흑..”


「“그만 울고... 이제 들어가자.”」


『“삼년 동안 어찌할 도리가 없다니... 제길..”』



온달과 표영이 방으로 들어왔을 땐, 침상 옆에 호롱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공주를 보필하던 유수가 물었다.



“온달님. 갑자기 활은 왜 들고 나가셨는지...”


「“아.. 바르크가 급히 강국으로 떠난다기에 선물로.. 자. 피곤하니까 모두들 다시 자자.”」



고담현이 의심스런 눈으로 온달을 바라보았지만 그가 대꾸 없이 입으로 호롱불을 끄자 모두들 침상에 누웠다.



『“이제 어떻게 하지? 신라 땅에서 정하시가 당했다면 여파가 고려로도 올 텐데..”』


「‘이 나라 예법 때문에 발목이 잡혔어. 아내가 홀몸도 아니니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고..’」


『“폐하께 도움을 좀 청해보자. 어머님의 장례 때문에 우린 움직일 수가 없잖아.”』


「‘휴우.. 문덕에게 연락해봐야겠어. 먼저 이렇게 당하다니...’」



천장을 바라보며 잠들지 않은 온달의 모습을 마냥 바라보던 고담현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온달은 아내를 안아주며 잠들었다.


다음날. 온달에게 작별인사를 위해 서옥으로 찾아온 사말은 온달 내외에게 엎드리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일개 잡상인이었던 저를 살려주시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온달은 사말에게 여러 개의 비누가 담긴 나무 상자를 건네며 포옹해주었다.



「“잘 써. 문덕에게도 안부 전해줄게.”」


“예. 물론입니다. 비누.. 가보로 잘 간직하겠습니다.”


「“쓰라고 준 거지 간직하라고 준 거 아니야. 가서 큰 상단을 벌이는데 도움될만한 것도 챙겼어.”」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또 뵙게 되는 그날까지 모두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공주님께서도..”



사말이 떠나자 고담현이 물었다.



“갑자기 왜들 이렇게 떠나는 거죠?”


「“어젯 밤에 찾아온 바르크에게 우리 상황을 털어 놓았어.”」


“아, 그래서...”


「“그리고 바르크가 말하길 정하시가 당했다고 했어.”」


"네?"


“온달님. 그게 정말입니까?”



정하시가 당했다는 말에 가장 놀라는 건 유수였다.



“정하시가... 그렇게 허무하게... 그렇다면 재이라는 그자도..”


「“해준종이 암살단을 보낸 것 같아.”」


“정하시나 재이나 둘 중의 하나만 죽어도 남아있는 상단의 무리들이 복수를 하려들 것입니다. 아마도 분명 온달님께 기별을 할 것입니다. 일이 더 엉망이 될 가능성이...”


「“표영. 넌 을지문덕에게 가서 상황을 좀 전해줘. 그리고 폐하께도 이 상황을 보고 드리도록 해.”」


“예. 온부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



한편 신라에서 고립된 정하시의 상단 일부는 위독한 재이를 살리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신라 내부에서도 태평성대인 상황에서 갑작스레 발생한 암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상황파악을 위해 어떻게든 재이를 살리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심한 부상으로 인해 재이 역시 자신이 여기까지임을 확신했다.


신라의 의원들이 자리를 비운 밤. 재이는 방안의 부하들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여기까지인 것 같다.. 내가 죽으면.. 시신을 화장해서 내 유골을 주인님께 전해드려라.. 너희들은 사라진 주인님을 찾아야 한다..”


“재이님...”


“해준종이 자객을 보낸 것이 확실해졌으니.. 그놈과 황영은 반드시 죽여 없애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온부마에게 가서 도움을 청해라... 분명 도와주실 것이니..”


“알겠습니다...”


“주인님.. 주인님께서 눈감는 날까지 지켜드리고자 했건만.. 다음 생애에서는 연인으로 만났으면...”


“재이님.. 흑흑..”



한편 재이가 숨을 거둔지도 모른 채, 정하시는 거꾸로 고려로 되돌아가기 위해 길을 찾고 있었다.


그래도 상단을 운용한 경험 때문에 그려 땅의 지리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늘이 날 도우시는구나.. 살았다!’



한참동안 산속을 헤매던 중 그녀도 운 좋게 작은 사찰을 발견했다.


길가를 쓸던 동자승이 멀리서 다가오는 그녀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누, 누구시죠!?”


“도움을 청합니다... 제발...”


“으악! 깜짝이야..? 비, 비구니이신가요?”


“도와주십시오..”



여성의 목소리에 동자승은 부랴부랴 사찰 내부로 뛰어 들어가 스님들을 데리고 나왔다.



“비, 비구니라고?”


“예. 스님! 저기요~!”



동자승과 스님들이 그녀를 둘러싸자 정하시가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곳이 고려의 사찰이 맞습니까...?”


“그렇소만. 무슨 연유로 이곳에 오셨소? 불경을 드리러 오신 거요?”


“하아. 다행입니다...”


“오오..!”



맥이 풀려 쓰러진 정하시를 스님들이 부축해 방으로 옮겼다.


비구니와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외모에 왼손도 없는 그녀의 모습에 청년 스님들이 모두 전전긍긍하는 표정이었다.



“분명 평범한 여성은 아닐 것입니다. 혹여 사찰에 재앙이 되는 것은 아닌지..”


“고려의 사찰이라고 묻고 나서 안도하는 것을 보니 그러진 않을 것이다. 허나 네 말대로 평범한 여성은 아니겠구나. 깨어나는 대로 물어봐야겠구나.”



스님들의 돌봄 덕분에 곧 깨어난 정하시는 큰스님에게 절을 하며 입을 열었다.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다짜고짜 부탁이라니요...? 어떤 큰 사연이 있어 보입니다만...”


“장안성의 온달 부마를 알고 계시지요?”


“허허~ 온달 부마를 모르는 고려인이 있겠소?”


“저는 과거 온부마에게 은혜를 입은 몸인데 급한 사정이 생겨 온부마를 뵈어야 합니다. 부디 저를 장안성까지 데려다주십시오.”


“무슨 상황인지 말씀은 해주셔야 저희도 돕지 않겠소?”


“말씀드릴 여유가 없습니다. 상황이 급합니다. 스님.”


“이곳엔 말은 없소이다. 다만 반나절을 꼬박 걸으면 뱃길이 나오는데 그 길을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를 것이오.”


“감사합니다. 스님. 허면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괜찮으시겠소?”


“예. 시간이 없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으니 동행할 사람을 붙여주겠소.”



스님들의 도움으로 정하시는 머잖아 장안성 주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웅장한 성이 보이자 정하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흘렸다.



“여기까지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부처님께서 자비를 베푸신 거죠. 저희에게 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이 은혜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장안성에 들어온 정하시는 곧장 온달의 서옥으로 향했다.


비구니로 보이는 삿갓을 쓴 여성이 서옥에서 서성이자 주변의 하인들이 물었다.



“어떻게 오셨소?”


“온부마를 뵈러 왔습니다. 공주님의 시위에게 그렇게만 전해주십시오.”



하인들이 들어와 비구니가 뵙기를 청한다는 말에 유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설마..’



부랴부랴 대문으로 향한 유수는 비구니로 변장한 정하시에게 다가가 물었다.



“누구이기에 부마를 찾느냐?”


“유수...”



삿갓을 벗은 정하시의 모습에 유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마, 맙소사.. 머리 꼴은 대체.. 살아있었다니!?”


“황영이 직접 습격을 했습니다.. 그리고 재이가... 재이가...”


“당했다고 들었는데 살아있었다니,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비구니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온 유수를 본 고담현이 물었다.



“비구니? 유수. 그자는 누구냐?”


“고, 공주님. 이자는... 정하시 이옵니다.”


“그자가 정하시라고!? 낭군님!!”



고담현의 갑작스런 외침에 온달도 부랴부랴 밖으로 나와 정하시의 모습을 확인했다.



「“머리를 깎다니... 여기까지 어떻게 왔지?”」


『“맙소사. 비구니로 위장했나보구나...”』



온달의 모습을 확인한 정하시는 그 자리에서 엎드려 흐느끼기 시작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일이 있었기에!?”」


“온부마.. 죄송합니다. 갑작스런 습격으로 부하들과 재이가 당하는 바람에...”


「“어떻게 된 거야!? 자세히 말해봐.”」


“황영 그놈이 승려로 위장한 자객들을 이끌고 서라벌 부근의 사찰로 피신해있던 저흴 습격했습니다.”


『“질긴 새끼. 역시나 해준종 그놈이 사주하지 않는 이상 놈이 활개칠 수가 없지!”』


「“황영이라고?! 직접 본 거야?”」


“예.. 제 수중에 마땅히 무기가 없었기에.. 의수만 있었더라면 죽였을 텐데.. 원통합니다..”


「“네가 데리고 다니는 그 시위는?”」


“재이는... 사찰에 습격한 자객들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살아있을 것입니다.. 분명.. 분명...”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부정적인 기운에 정하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오른손으로 입을 막으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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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221화 - 대모달 온달. +2 22.08.11 131 5 14쪽
222 220화 - 수풀들의 공격. +1 22.08.05 76 4 16쪽
221 219화 - 적목성(赤木城)으로. +4 22.08.04 88 4 15쪽
220 218화 - 대대로의 능욕. +4 22.07.23 81 4 15쪽
219 217화 - 적들을 물리치는 아내. +2 22.07.19 65 3 12쪽
218 216화 - 염탐. +2 22.07.15 59 3 14쪽
217 215화 - 아내와 남쪽으로. +2 22.07.11 72 3 15쪽
216 214화 - 강국과의 거래. +4 22.07.08 63 3 13쪽
215 213화 - 혼혈임을 이용하는 온달. +4 22.07.04 72 3 17쪽
214 212화 - 맹세. +4 22.06.29 89 3 15쪽
213 211화 - 담판. +2 22.06.27 78 3 14쪽
212 210화 - 출산. +4 22.06.21 103 3 14쪽
211 209화 - 온달의 무기. +4 22.06.14 74 3 13쪽
210 208화 - 부정적인 소문. +2 22.06.08 76 3 13쪽
209 207화 - 남하를 위한 준비. +2 22.06.07 73 3 13쪽
208 206화 - 오열. +2 22.06.02 82 3 14쪽
» 205화 - 떠나는 사람들. +2 22.05.30 81 2 12쪽
206 204화 - 도망자들. +2 22.05.26 69 2 14쪽
205 203 화 -무너진 상단. +2 22.05.24 81 2 13쪽
204 202화 - 신라땅에서의 습격. +2 22.05.21 80 2 12쪽
203 201화 - 발각. +2 22.05.18 79 3 16쪽
202 200화 - 회임 소식. +2 22.05.14 92 3 16쪽
201 199화 - 처리해야할 자. +2 22.05.11 85 3 13쪽
200 198화 - 남은 이들을 위한 목표. +2 22.05.07 100 3 13쪽
199 197화 - 충격에서 충격으로. +2 22.05.04 85 2 13쪽
198 196화 - 넋 잃은 온달. +2 22.05.03 73 3 14쪽
197 195화 - 용서를 구하는 부녀. +2 22.04.27 8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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