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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박 님의 서재입니다.

톱스타 떡잎 줍는 괴물 신입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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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5
최근연재일 :
2024.07.0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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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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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8화 무참히 깨진 조약

DUMMY

『달빛이 비치는 거리를 걸어가며

생각에 잠기고 떠나지 못해

내 안에 갇혀버린 마음을 풀어』


스피커를 타고 울리는 구슬픈 목소리가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마음속에 잠재된 감정의 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하며, 현장에 있는 모두가 노래하는 고유라의 모습에 집중한다.

그야말로 완벽한 몰입의 상태.


『눈물로 젖은 내 마음을 담아

가슴 깊이 새겨진 너의 모습

잊지 못해 그리워하는 밤

이 노래로 니 마음에 다가갈게』


쇳소리가 섞인 독특한 음색의 목소리가 슬픔과 기쁨, 절망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고요한 밤하늘을 가르며 흐르는 강물처럼, 애잔하면서 힘 있는 목소리는 호흡에 따라 때론 부드럽게, 때로는 거세게 사람들의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은 흘러

우리 사이의 기억도 서서히 사라져

하지만 나는 아직도 너를 그리며

이 노래로 니 마음을 향해 노래할게』


처음에는 당황과 놀라움이었고, 이내 점점 경악으로 바뀌어갔다.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고유라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고, 마른 침만 연신 삼키며 오로지 청각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의 적막 속에 노래는 클라이막스로 치달으며 거대한 해일처럼 장내를 휘감아 쳤다.


"세상에···."


한 음절, 한 음절을 가슴에 아로새기는듯한 가슴 시린 음색.

독특한 쇳소리는 어느 순간 날카로운 한 자루의 검이 되어 청중들의 심장을 관통했다.


그녀의 호흡이 커지면 범람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전율이 느껴졌고,

호흡이 낮아지면 가슴 속에 묻어뒀던 아련함이 솟아올랐다.


"아······."


심장을 사정없이 후벼 파던 목소리가 마지막 여운을 남기고 사라졌을 때, 장내에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짝!


내가 친 박수 소리에 그제야 멈췄던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이 홀린 듯한 얼굴로 손뼉을 쳤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나는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고유라를 쳐다봤다.

내 시선을 느낀 고유라가 입꼬리를 씰룩대며 고개를 푹 숙였다.


저게 무슨 미소냐고 하겠지만 스승은 안다.

놀랍게도 지금 제자가 무척이나 만족하고 들떠있는 상태라는걸.


노래가 준 여운에서 벗어난 보컬 트레이너 박선아가 마이크를 손에 들었다.

잔뜩 상기된 얼굴이 누가 봐도 흥분된 얼굴이었다.


"아니! 유라야? 이, 이게 어떻게 된거야?"


박선아는 '마가렛', '환몽' 등의 히트곡을 낸 가수로도 유명했지만, 지난 10년간 레이준, 한병우, 이한솔 등 유명 가수들의 보컬 트레이너로서 국내 가요계에 보컬 트레이닝을 체계화시킨 인물이기도 했다.


그녀의 보컬 트레이닝은 혹독하기로 유명했는데, 모 가수는 하드한 그녀의 트레이닝 방식과 적나라한 혹평을 견디지 못하고 줄행랑을 치기도 했다.


그 정도로 깐깐한 성격을 자랑하는 박선아가 체통도 잊고 흥분하여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 방금 노래는 정말 말도 제대로 안 나올 정도로 훌륭했어! 대체 연습을 얼마나 했길래···. 아니, 이게 연습한다고 될 수준인가···? 너 무슨 약이라도 먹은 거니? 어머, 내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지?"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박선아가 횡설수설하다가 본인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녀의 처음 보는 모습에 주변인들은 눈은 휘둥그레졌고.


고유라의 노래 실력은 2년 넘게 트레이닝을 봐준 박선아 본인이 제일 잘 안다고 자부했다.

장수 연습생답게 기본기도 튼튼하고 매력있는 음색을 지녔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 보컬.

잘 익은 묵은지였지만, 정작 액젓이 빠져있는 듯한 느낌.


그게 박선아가 고유라를 보는 적나라한 시선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무대는 자신이 알던 고유라의 노래가 아니었다.


발성부터 호흡, 감정전달까지.

한순간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모든 게 바뀌어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니···?"


많은 의미가 담긴 박선아의 물음에 고유라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선아 쌤이 지적해주신 부분을 보완하려고 정말 목에 피가 날 정도로 연습했습니다. 모두 선아 쌤 덕분입니다."


너무나도 정론적인 답변.

하지만 하고 싶다고 저렇게 다 할 수 있으면 세상 모든 이가 가수이지 않을까?

더 캐묻고 싶었지만, 연습생을 평가하는 자리인 만큼 박선아가 흥분된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


"방금 무대는 연습생 중 최고···. 아니, 웬만한 실력파 보컬리스트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발성, 발음, 호흡, 호소력 뭐 하나 나무랄 게 없었어요. 솔직히 아까울 지경입니다. 이런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아이돌을 해야 한다니···."


그렇게 극찬을 쏟아낸 박선아가 미련이 뚝뚝 묻어나오는 얼굴로 마이크를 내려놨다.

다음은 신인개발팀 배민정 팀장이 발언권을 잡았다.


"적어도 이제껏 제가 봤던 연습생 중에서는 노래 실력이 단연 독보적이네요. 뭐라 할 말이 없는 수준입니다.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했을지 머리에 그려지네요. 고생하셨습니다."


극찬에 극찬이 이어졌고, 고유라의 얼굴은 꽃이라도 핀 것처럼 만개해갔다.

어떻게든 트집을 잡으려던 탁호경과 백경석은 똥이라도 씹은 얼굴로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지금 악평을 쏟아내는 건 막무가내로 트집 잡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후끈해진 분위기를 환기하듯 배민정 팀장이 정리 멘트를 했다.


"이로써 개인 평가는 끝이 났습니다. 제가 원래 칭찬에 인색한 편인데 대부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은 팀 평가입니다. A팀 먼저 시작할게요."


A팀은 반골 금쪽이인 정소리와 그 추종자들로 결성된 팀이었다.

규정상 팀은 본인들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연습생 간의 팀웍이나 관계성도 보겠다는 뜻이었다.


정소리를 주축으로 자리를 잡은 5명의 연습생이 긴장한 기색으로 자세를 잡았다.


[두둠칫! 둥.둥.둥!]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동시에 다섯 소녀들이 일제히 앞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칼군무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겠다는 듯, 서로의 동작이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갔다.


"후욱···. 후욱."


음악이 끝이 나자 다섯 소녀들이 가쁜 숨을 내쉬며 평가위원을 응시했다.

크게 실수한 부분은 없다고 생각했는지 다들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표정도 좋았고 동작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습니다. 당장 이 멤버로 데뷔를 시킨다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겠네요."


마이크를 잡은 탁호경이 거침없이 호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센터에 선 정소리 연습생의 존재감이 남다릅니다.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내세우는 모습. 아주 좋았습니다."


팀에 대한 칭찬 한마디 이후에는 쭉 정소리에 대한 극찬만 늘어놓는 탁호경.

누가 봐도 편애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회사 내에 그의 영향력 때문인지 딱히 그걸 지적하는 이는 없었다.


"자, 다음은 B팀 나와주세요."


배민정 팀장의 호명에 까칠 금쪽이 고유라와 4차원 막내 정진주, 짜장면 킬러 조은혜, 극I 랩퍼 강순호, 그리고 중국과 일본 국적의 외국인 연습생 둘까지 해서 총 여섯 명이 앞으로 나섰다.

다들 나에게 뭐라도 하나씩 얻어간 애들이기도 했다.


B팀의 센터는 고유라가 섰다.

본인은 한사코 센터 자리를 거부했지만, 이런 건 짬 순으로 가는 게 맞다며 등 떠미는 막내 정진주의 깔끔한 정리에 마지못해 중앙에 섰다.


"준비됐으면 바로 시작해주세요."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여섯 금쪽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둠칫! 둥.둥.둥.]


사운드가 흘러나오자 평가위원들의 얼굴에 흥미가 깃들었다.

공교롭게도 A팀과 같은 곡이었기 때문이었다.


가사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일제히 앞으로 발을 내딛는 동작은 A팀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지켜보던 사람들의 머릿속에 의문이 생겨났다.


'같은 춤 맞아?'


B팀이 선보이는 춤은 A팀과는 그 결이 전혀 달랐다.


다섯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칼각의 진수를 보여준 A팀과 달리, B팀은 개개인의 춤 선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신기한 점은 그 다름이 뭉쳐지자 오히려 조화로워진다는 점이었다.


"이야···."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여섯 소녀가 서로의 마음을 읽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각자의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마치 반짝이는 별들이 밤하늘에서 춤추는 것처럼 각자가 독특한 궤적을 그리며 하나의 아름다움을 만들어갔다.


갑자기 비트가 빨라지며 소녀들의 움직임은 더욱 역동적으로 바뀌어갔다.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보는 이들의 심장을 사정없이 두드린다.


[이젠 그만 하자!]


노래가 멎으며 여섯 소녀의 춤사위도 막을 내렸다.


짝짝짝!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터져 나온 박수 세례.


발갛게 상기된 사람들 얼굴이 방금 무대가 어떤 무대였는지 보여주는 듯했다.

특히나 놀란 기색이 다분한 안무가 레이나가 다급히 마이크를 잡았다.


"와우! 너무 놀라워요. 세상에! 이런 크레이지한 무대라니. 아직도 흥분이 가실질 않아요. 대체 무슨 마술을 부린거죠? 제가 알던 그 친구들이 맞나요?"


격한 리액션을 보인 레이나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A팀의 춤은 잘 짜인 로봇과 같은 느낌이었다면, B팀은 각자의 매력을 가진 요정들이 추는 춤 같았어요. 사실 여러분들이 선곡한 'Give It Up는 A팀처럼 추는 게 정석이긴 해요. 원래 그런 분위기의 곡이니깐. 하지만 B팀이 그 패러다임을 박살 내버렸어요. 저 파워풀한 리듬을 그런 러블리한 느낌으로 소화시키다니···. 프로 댄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어요. 대단해요."


연이은 극찬에 여섯 소녀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레이나가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근데 그 독특한 포인트 동작들은 여러분들의 아이디어인가요?"


아주 짧은 순간 아이들의 시선이 내 쪽을 향했다.

나는 보살 같은 미소를 입에 내걸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얘들아, 그냥 모른 척 입 다물고 있으렴.'


이럴 줄 알고 미리 신신당부해놨다.

괜히 나를 언급해서 절대 귀찮은 일 절대 생기게 하지 말라고.

따라서 아무런 걱정이 없었······.


"아니요! 주포 오빠 아이디어였어요!"


막내 금쪽이 정진주가 아주 해맑게 웃으며 무참히 조약을 깨버렸고.


"맞아요! 매니저 오빠 진짜 신기해요. 모르는 게 없어요."


다른 아이들도 동조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나중에 예능 나가서 개인기로 써먹으라고 풀피리 부는 법까지 배웠다니까요."

"헐? 진짜? 와! 주포오빠 너무하네. 사람 차별하는 거예요? 나한테는 제기차기 같은 거만 알려주더니. 나도 알려줘요! 풀피리 부는 거!"

"저도요오!"


커지는 원성에 당황한 배민정 팀장이 배신자들에게 물었다.


"대체 주포 오빠란 사람이 누구죠···?"


배민정의 물음에 여섯 개의 손가락이 동시에 나를 가리켰고, 순간 밀려오는 두통에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작가의말

추천, 선작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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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화 무참히 깨진 조약 +17 24.07.02 11,894 384 11쪽
57 57화 하산한 제자 +16 24.07.01 13,045 358 13쪽
56 56화 월말평가 +13 24.06.30 13,009 359 13쪽
55 55화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11 24.06.29 13,515 342 13쪽
54 54화 탐이 난다 +15 24.06.28 14,043 332 15쪽
53 53화 대체 뭘 원하는데요? +19 24.06.27 14,259 353 13쪽
52 52화 그냥 냅둬 +11 24.06.26 14,434 370 13쪽
51 51화 이상한 매니저(2) +21 24.06.25 14,665 353 13쪽
50 50화 이상한 매니저 +20 24.06.24 14,945 388 13쪽
49 49화 진지하게 임해주세요 +24 24.06.23 15,115 365 11쪽
48 48화 호랑이를 모시던 여우한테 호랑이 흉내를 시켜? +14 24.06.22 15,300 344 12쪽
47 47화 오히려 좋아 +33 24.06.21 15,633 345 13쪽
46 46화 걔 존재가 설명이 안 돼요 +63 24.06.20 16,149 351 12쪽
45 45화 화제의 중심 +23 24.06.19 16,482 36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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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화 특종 +13 24.06.14 17,043 406 14쪽
39 39화 독도 잘만 쓰면 약이 될 수 있는 법 +13 24.06.13 16,826 366 13쪽
38 38화 친해질 필요 없어요 +11 24.06.12 16,738 361 12쪽
37 37화 변수 발견 +9 24.06.11 16,970 347 12쪽
36 36화 뒤바뀐 운명 +11 24.06.10 17,330 36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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