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흠박 님의 서재입니다.

톱스타 떡잎 줍는 괴물 신입 매니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흠박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5
최근연재일 :
2024.07.07 12:50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1,214,678
추천수 :
26,570
글자수 :
353,382
유료 전환 : 1일 남음

작성
24.07.03 12:50
조회
14,195
추천
398
글자
11쪽

59화 예상치 못한 전개

DUMMY

금쪽이들의 손가락을 따라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들.

밀려오는 두통에 나는 이마를 짚을 수밖에 없었다.


'아뿔싸, 내가 너무 방심했구나.'


금쪽이는 금쪽인데 며칠 고분고분해졌다고 너무 안일했다.

그렇게 당부했건만 기어코 나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다니.


"누구시죠···?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고개를 갸웃한 신인개발팀장 배민정이 내 존재에 대해 물었다.


"배우 1팀 송주포 실장입니다."

"배우 1팀? 배우팀 매니저가 왜 가수 연습생 관리를 하고 있죠?"


의아한 일이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되긴 했어도 나름 신인개발팀장인데 내 존재를 모른다고?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탁호경 팀장님의 긴급 요청으로 단기 파견 나왔습니다."

"인력이 부족해요? 단기 파견?"


생전 처음 듣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 배민정이 탁호경 쪽으로 스윽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된 일이죠 탁 팀장님? 내가 왜 이 얘기를 여기서 처음 들어야 하죠?"


당황한 탁호경이 횡설수설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 하하, 그게 워낙 사소한 일이기도 하고···. 배 팀장님이 워낙 바쁘시기도 하니깐 괜히 신경 쓰이실까 봐 일부러 말씀 안 드린 겁니다."


같은 팀장급인데 왜 이렇게 쩔쩔매냐고 할 수 있겠지만, 배민정 같은 경우에는 3대 기획사 중 하나인 WJ엔터에서 거액의 연봉과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하고 데리고 온 인물이었다.


'밴디트', '허니레드', '포텐보이즈'와 같은 당대 최고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직접 발탁하고 성공적으로 데뷔까지 시킨 대단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기도 했고.


따지고 보면 대기업에서 잘나가던 과장을 중견기업에서 부장급으로 모셔온 셈이었다.

그것도 문서현 대표가 직접 컨택하여 삼고초려 끝에.

때문에 회사에서 무서울 것 없는 탁호경도 마냥 무시할 순 없는 것이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합니까? 그래서 제가 처음 들어왔을 때 그 부분부터 지적했죠? 연습생 관리는 신인개발팀에서 전담하겠다고."

"아, 예예. 그랬죠."


높아지는 언성에 탁호경이 난감한 기색으로 주변 눈치를 살폈다.

체면을 중시하는 그의 성향상 다른 직원들 앞에서 이런 얘길 듣는 게 치욕스러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눈이 돌아간 배민정 팀장에게 탁호경의 심경 따윈 전혀 안중에도 없었다.


전 회사에서 불리던 그녀의 별명은 '배불독'.

다른 사람과의 의견 충돌이 발생하고 그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상대가 누구든 물어뜯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SH엔터가 원래 신인개발팀이란게 따로 없었고 매니지먼트 팀에서 어영부영 맡아 왔다는 거 잘 압니다. 하지만 저를 데리고 왔다는 건 없던 시스템을 만들고 신인개발을 체계적으로 해보겠다는 뜻 아니었습니까? 저는 분명 문 대표님한테 그렇게 듣고 이 회사로 오기로 결정한 건데요? 제가 잘못 안 겁니까?"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거침없이 들이대는 배민정을 향해 탁호경이 양손을 들어 올렸다.

싸울 의사가 없다는 명백한 제스처.


"아니, 그게 배 팀장님. 너무 흥분하셨는데 조금만 진정하시고."


"지금 당장 대표님한테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네요. 이게 맞는건지."


당장에라도 문 대표한테 전화 걸 것 같은 액션에 기함한 탁호경이 벌떡 일어났다.


"아이구, 배 팀장님. 제가 실수했습니다. 앞으로는 사소한 거 하나라도 모두 공유 드리겠습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결국 탁호경이 백기를 들자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얼굴색이 돌아온 배민정이 다시 차분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아뇨, 다음부터 연습생 관리는 전적으로 우리 신인개발팀에서 맡겠습니다. 더 이상 이런 주먹구구식 운영은 안됩니다."


한마디로 매니지먼트 팀은 아예 발 빼라는 얘기였다.

의외로 탁호경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로서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


'후후, 절대 쉽게 못 놓지. 어차피 결정권자는 본부장이야. 그리고 그 양반은 내 말이라면 꼼짝도 못 하고, 이 멍청한 년아."


연습생들을 발탁하고, 관리하면서 데뷔시킨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이권을 챙길 수 있었다.

절대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는 탁호경이었다.


"일단 그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는 걸로 하시죠. 자리가 자리인 만큼."


미소 짓는 탁호경을 물끄러미 보던 배민정이 마이크를 손에 들었다.


"잠깐 얘기가 딴 데로 새서 죄송합니다. 아무튼, 다들 월말평가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거대 기획사 데뷔조 못지않았어요."


업계에서 유명한 기획자의 극찬에 연습생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특히 몇몇 연습생은 당장 무대에 서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어요. 그만큼 실력도, 매력도 충분히 갖춘 상태라는 뜻이죠. 하지만 명심해야 할 건 절대 자만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정말 많이 봐왔거든요. 알량한 실력 믿고 까불다가 추락해서 울고불고하는 꼴을."


냉기가 흐르는 배민정의 목소리에 희희낙락하던 연습생들이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여러분은 데뷔라는 마지막 관문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마지막까지 긴장 늦추지 말고, 겸손 또 겸손하세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까?"


확실히 보통 짬이 아닌게 말 한마디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바로 잡힌다.

뭐랄까, 문서현 대표의 또 다른 버전 느낌이랄까?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보통이 아니었다.


"오늘 월말평가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추후 공지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송주포 실장님?"


끝나가는 분위기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려다가 갑자기 나를 호명하는 배민정 팀장 때문에 마지못해 쓰윽 손을 올렸다.


"예?"

"끝나고 잠깐 저랑 얘기 좀 하시죠."


솔직히, 굉장히, 매우 가기 싫었지만.


"아, 옙."


화사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직장 상사가 부르는데 어쩌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월말평가가 끝이 났고, 나는 도살장에 소 끌려가듯이 배민정 팀장의 뒤를 따라나섰다.


탁호경은 뭐가 못마땅한지 그런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고.


근데 참 이상하지?

저 양반이 인상을 쓰면 왜 이렇게 속이 개운한지 모를 일이었다.


***


"편히 앉으세요."


소회의실로 나를 이끈 배민정 팀장이 내게 캔 음료 하나를 건넸다.

행동은 그럭저럭 친절했지만, 말투는 얼음장같이 차갑다.


"말씀 많이 들었어요.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신인개발팀 배민정입니다."

"아, 예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배민정이 내민 손을 맞잡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나에 대해 모른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었나?


"아까 모른 척한 건 이해해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연습생 관리 매니저가 누군지도 몰랐겠어요? 상대하기 피곤한 능구렁이 한 마리 때문에 참 서로가 피곤하네요. 그렇죠?"

"아, 이해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내 존재를 명분삼아 탁호경 기강 한번 잡으려 한 거겠지.

눈알 돌면 무대포로 돌진하는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가 보다.


"저에 대해서는 이기백 팀장님께 들으신 겁니까?"

"아뇨, 문서현 대표님께 들었어요. 재밌는 직원이 하나 있다고 눈여겨보라고 하시더군요."


"아···. 대표님이요?"


어째 영 느낌이 싸했다.

대체 뭐라고 했길래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저런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일까?


"뭐, 범상치 않은 분인 건 확실해 보이네요. 오늘 애들 상태를 보니."

"그건 저랑 상관없이 연습생들이 워낙 실력이 출중해서······."


"제가...!"


주절주절 늘어놓으려는 변명을 단칼에 차단한 배민정.


"이 바닥에서 구른 지가 몇 년이나 됐을 것 같아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압니까?' 라고 할 수도 없어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흐음···. 스물여덟에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이 됐네요."


헐, 그럼 지금 나이가 서른여덟?

삼십대 초반 정도로 봤는데 굉장한 동안이다.


"사실 제 첫 직장이 SH엔터였어요. 유라는 10살에 처음 봤고, 진주는 14살에, 순호는 15살 때 봤었죠. 이게 뭘 의미하는 것 같나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매해 어마어마한 숫자의 애들이 연습생 오디션을 보지만 그중 데뷔조 후보까지 올라오는 애들은 0.1%도 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실력있는 연습생들의 가치는 제법 높은 편이고, 다른 회사에서도 탐을 내죠."

"알고 있습니다만···.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


문서현 대표와 비슷한 줄 알았더니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서두가 장황하고 말을 너무 빙빙 돌린다.

문서현 대표였다면 냅다 본론부터 던졌을 텐데.


"걔들 실력은 제가 잘 안다는 거예요. 데뷔조에 오를 정도의 연습생이면 상향 평준화가 된 애들이고 그 단계에서 극적인 실력 향상을 이루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어요. 이번 경우를 제외하고선."


번득이는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는 배민정.


"오늘 평가에서 A팀과 B팀의 실력은 분명히 차이가 있었어요. 추측컨데···. B팀은 송 실장님의 손길이 닿았을 것이고, A팀은 그렇지 않았겠죠. 제 말이 맞나요?"


어떻게 이 회사에 다니는 여자들은 다들 눈치가 귀신 같지?


"혹시나 오해할까 봐 말씀드리는데 전부 모아놓고 얘기했었습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개인 레슨 시간에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그래서 B팀 애들은 송 실장님한테 도움을 요청했고, A팀은 그러지 않았는데 오늘 같은 차이가 벌어졌다?"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따가운 눈빛이 쏘아진다.


"원래 시험이란 게 그렇지 않습니까? 당일 컨디션도 중요하고, 운도 영향을 미치고. 오늘 B팀 애들이 유독 컨디션이 좋았던 거겠죠."


그럴듯한 변명을 해댔지만, 배민정은 별로 귀담아듣지 않는 듯 했다.


"없던 일이 갑자기 생겼다. 그리고 그사이엔 송주포라는 인물이 끼어있었다. 우연치곤 공교롭지 않나요?"

"사람한텐 포텐이란게 있지 않습니까? 하필 그 포텐이 오늘 터졌나 보죠."


"포텐이란게 이미 터질 대로 터진 애들이 모인 게 바로 데뷔 조에요. 무엇보다 송주포씨는 엄연히 배우 매니지먼트 소속입니다. 누군가가 걸고넘어지면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매니저 주제에 뭔데 주제넘게 행동하냐면서 말이죠."


뭔가 분위기도 그렇고 장소도 그렇고 취조당하는 느낌이 든다면 착각이겠지?

나도 인간인지라 몰아세우는 느낌이 들자 퉁명스럽게 말이 튀어나왔다.


"그래서 하고 싶으신 말씀이 뭡니까?"


그제야 원하는 방향대로 됐다는 듯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배민정이 내 쪽으로 몸을 붙였다.

이 여자가 왜 이러나 싶어 살짝 거리를 벌리려던 순간.


"송 실장님!"


별안간 내 손을 덥석 잡은 배민정이 목소리 데시벨을 높였다.


"저랑 같이 일합시다. 신인개발팀으로 넘어오세요. 부탁드립니다."

네?"


순간 배민정의 눈망울이 뛰룩이며 탐욕스러운 빛이 돌았다.

그 집요하면서도 끈적끈적한 눈빛에 나도 모르게 주춤 뒤로 물러섰다.


작가의말

추천 선작 눌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톱스타 떡잎 줍는 괴물 신입 매니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유료 전환 출사표 및 골드 이벤트 공지 +5 24.07.04 1,538 0 -
공지 [제목변경] '톱스타 떡잎 줍는 괴물 신입 매니저' 24.07.01 579 0 -
공지 나무위달빛 님, psysonic 후원 감사드립니다. 24.06.27 471 0 -
공지 신작 인사 및 연재시간 공지 +1 24.05.08 27,974 0 -
63 63화 모든 건 제 자리로 NEW +22 3시간 전 3,963 151 13쪽
62 62화 재미난 거 +16 24.07.06 10,189 329 13쪽
61 61화 재미난게 보여서요 +36 24.07.05 12,047 360 13쪽
60 60화 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40 24.07.04 13,790 367 12쪽
» 59화 예상치 못한 전개 +31 24.07.03 14,196 398 11쪽
58 58화 무참히 깨진 조약 +19 24.07.02 14,763 446 11쪽
57 57화 하산한 제자 +17 24.07.01 15,506 415 13쪽
56 56화 월말평가 +14 24.06.30 15,262 410 13쪽
55 55화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13 24.06.29 15,658 389 13쪽
54 54화 탐이 난다 +15 24.06.28 16,138 379 15쪽
53 53화 대체 뭘 원하는데요? +19 24.06.27 16,306 401 13쪽
52 52화 그냥 냅둬 +12 24.06.26 16,475 413 13쪽
51 51화 이상한 매니저(2) +21 24.06.25 16,658 402 13쪽
50 50화 이상한 매니저 +21 24.06.24 16,920 432 13쪽
49 49화 진지하게 임해주세요 +24 24.06.23 17,064 407 11쪽
48 48화 호랑이를 모시던 여우한테 호랑이 흉내를 시켜? +14 24.06.22 17,269 386 12쪽
47 47화 오히려 좋아 +36 24.06.21 17,621 382 13쪽
46 46화 걔 존재가 설명이 안 돼요 +66 24.06.20 18,155 394 12쪽
45 45화 화제의 중심 +23 24.06.19 18,457 418 13쪽
44 44화 보상 +15 24.06.18 18,469 437 12쪽
43 43화 이게 무슨 냄새야? +20 24.06.17 18,542 419 14쪽
42 42화 호랑이 굴 +22 24.06.16 19,040 460 13쪽
41 41화 아수라장 +18 24.06.15 18,896 456 14쪽
40 40화 특종 +13 24.06.14 18,959 455 14쪽
39 39화 독도 잘만 쓰면 약이 될 수 있는 법 +13 24.06.13 18,733 413 13쪽
38 38화 친해질 필요 없어요 +11 24.06.12 18,650 40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