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울 공방전 (1)
세찬 파도 위로 육중한 선체가 바다를 가른다.
하얀 거품을 주변에 흘리며 나아가는 전함.
드넓은 갑판 위로 거대한 주포탑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그 주변에 사방을 에워싼 수많은 함대가 보인다.
창밖에서 원형진을 이룬 구축함이 보이고 이순신함의 우현 측으로 나란히 항진하는 프린스 오브 웨일즈의 모습도 나타난다.
특유의 4연장 주포탑과 사각형의 캐슬형 함교가 인상적이다.
전함 두 척을 중심으로 항공모함이 뒤따르고 호위함대가 원형으로 주변에 전개한 제13기동부대.
전함 이순신과 프린스 오브 웨일즈, 항모 정운함과 허미즈, 그리고 순양함 4척과 구축함 12척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함대다.
이 20척의 함선을 총지휘하는 기함, 이순신의 제2함교에서 나는 동양함대 총사령관 필립스 제독에게 물었다.
“이순신함은 어떠십니까, 제독님?”
조용히 쌍안경을 내리는 제독.
무심한 눈으로 창밖을 내다보며 말한다.
“좋은 배군.”
꼬장꼬장한 분위기에 비하면 예상 밖의 반응.
그가 타던 프린스 오브 웨일즈보다 덩치도 크고 환기 시설 등 편의성도 충실하여 마음에 든 모양이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네. 조금 더 진중하게 전투에 임하는 태도가 필요하겠어.”
“······.”
어쩐지 좋게 말해주나 싶더니.
순간 퓨젯 사운드 조선소에서 본 깐깐징어 참모총장의 얼굴이 떠오르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승조원들이 자기 앞에서 긴장 안 하는 거 같으니 꼬장 부리는 모양인데. 안 그래도 먼 타향 땅에서 생사고락 하는 놈들이다.
높으신 분 왔다고 바짝 긴장 태울 필요 있냐고. 전투만 잘하면 그만이지. 나부터가 당직 중에 심심하면 견시수들 서 있는 윙브릿지 가서 노가리 까는데.
“이렇게 보여도 이순신함은 전투에서 패배한 적이 없습니다.”
우린 실전에서 증명한다 이 말이야.
그렇게 대꾸하자 필립스는 내 뜻을 알아들었는지 힐끗 나를 돌아보더니 다시 창밖을 응시했다.
“그것참 다행이로군.”
하여간 좋게 말해주는 법이 없어요.
이런 사람들은 뭐 공유하는 회화집이라도 있나?
시간 나면 작전관한테 물어봐야겠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따로 불편하신 점은 없으셨습니까?”
“해군이 배에서 생활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나.”
코웃음을 치며 대답하는 필립스 제독.
맞는 말이지만, 나는 류시원 제독에게 들은 바도 있어서 마냥 안심할 수 없었다,
‘필립스 제독 말이야. 여기 오기 전에는 육상 지휘소 근무를 주로 했더군.’
‘육상 근무 말입니까?’
‘지휘부 참모였나 보더군. 그쪽 주재 무관에 따르면 이번 전쟁에서 함상 지휘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해.’
전장에서 한참 떨어진 런던의 육상 지휘소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현장에 이래라저래라하는 걸 직접 지켜보았다는 말이지.
자기도 통신이 원활한 진주만에 있으면 당연히 런던의 사령부가 사사건건 간섭해 올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니 전파 침묵을 명목으로 지휘소의 간섭을 거부할 수 있는 함상 현장 지휘를 선호한 것.
때마침 나에게 동양함대 지휘권을 넘겨주곤 손 놓고 있지 않았다는 명분도 되고.
‘근데 이거 자기가 하는 건 좋아도 당하기는 싫다는 거 아니야···?’
비호감상이라 그런가.
자꾸만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게 된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면 원격 지휘의 폐해를 아니까 방지하는 거에 가깝겠지만.
아무튼 순순히 해상 지휘에 동행한 건 좋은데.
“그런데 함대 대열이 이렇게 좁아도 되는 건가?”
“대공 화망의 집중을 위해서는 이 정도 간격은 필요합니다.”
“화망을 집중하더라도 회피할 공간이 넉넉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양반, 생각보다 함상 지휘 경력이 오래되었다는 말이다.
적어도 이번 전쟁에서는 바다 위에서 실전을 치러본 적이 없다. 1차 세계대전에서부터 활약했다지만 작금의 전쟁은 그 시절과는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르다.
항공력이 대량으로 운용되는 시대에 함대 운영은 이전 시대하고는 근본적으로 궤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거다.
“13기동부대는 대공 화력의 집중으로 적기를 격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함선의 회피로 공습을 막는 건 피치 못 할 상황이 아니라면 지양합니다.”
“음··· 일단 알겠네.”
어쩌면 원 역사의 말레이 해전에서 프린스 오브 웨일즈가 허무하게 침몰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개인적으로 필립스라는 양반을 잘 아는 것도 아니니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우리 둘 다 이런 교리와 경험 차이로 투닥거릴 시간은 없었다.
“16기동부대에서 공격대 발진. 30분 후, 라바울을 폭격할 예정입니다.”
작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 함대 또한 라바울 항공대의 정찰기에 포착당했다.
“총원, 대공 전투 배치.”
수많은 비행운이 13기동부대의 상공을 가로질렀다.
***
라바울 기지.
뉴브리튼 섬 동부에 위치한 이 항구 기지는 호주를 견제하는 동시에 일본의 절대국방선 경계망에 해당하는 주요 전진 기지다.
요새화된 비행장에는 수많은 항공기가 배치되어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라바울 해전에서 미 함대를 격퇴하고 항공모함 렉싱턴을 격침하는데 일조한 정예 조종사들이다.
약 2,000km 후방에 있는 팔라우 기지에도 연합함대 주력이 정박해서 언제든 미 함대의 침공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기지 자체에도 수많은 병력과 대공포 등의 방어 시설이 갖춰진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
하지만 연합군은 오만하게도 이 기지에 공격을 걸어왔다.
“귀축영미 놈들. 그렇게 깨져놓고 다시 왔다 이 말이지?”
“이번에는 아예 전함도 요절을 내버리자고!”
라바울의 조종사들은 하나같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비행기에 올랐다.
204항공대 비행조장 ‘이와모토 테츠조’도 그 중 하나였다.
“모두 방심하지 말고 제 지시에 따르는 걸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예, 병조장님!”
편대원들과 제로 전투기의 조종석에 오르며 그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맑다.
구름도 별로 없으니 적기를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으리라.
이미 호주에서 발진한 중폭격기들과 미 항공모함의 공격대가 라바울을 공습했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
오히려 기지의 견고함을 본 대원들만 사기충천할 뿐이었다.
이 상태로 적을 마주하면 아군은 분명 흥분해서 용감하게 달려들겠지. 편대원들이 부단히 적에게 뛰어들지 않게끔 주의해야 한다.
개전 초의 항공전에서만 14기의 연합군기를 격추한 테츠조는 라바울이 자랑하는 정예 조종사 중 하나였다.
사병 출신임에도 전투기 에이스가 되어 하사관으로 진급했으니 조금은 자만심이 들 만하지만, 그는 여전히 방심하지 않는 남자였다.
하늘은 매정하고 언제 그에게서 행운을 거둬갈지 모르니까.
[병조장님.]
비행장에서 이륙하여 상승하는 동안 아군 편대원이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듣기로는 연합군 함대에 붉은 남작을 흉내 내는 녀석이 있다고 했는데. 들어보셨습니까?]
붉은 남작이라니.
트럭 기지의 공방전에서 나타난 붉은 와일드캣의 소문인가.
테츠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장에는 헛소문도 많이 도는 법입니다. 무시하세요.”
[예··· 하지만 사실이라면, 저도 기체에 개인 도색 하나는 해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우리 군이라면 격추수를 늘려도 그런 허가 따위는 내려주지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 전장에서는 화려한 도색보다 살아서 돌아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전장에는 공연한 헛소문도 흔히 돌아다니는 법이다.
이런 거에 하나하나 신경 쓰던 이들은 얼마 못 가 격추되기 일쑤였고.
그렇게 주의를 주고서 망망대해를 비행한 지 한참 후.
[적 함대 발견!]
새파란 수평선 아래, 바다 위로 기다란 항적이 여럿 나타난다.
대공 포화가 번쩍이는 창공.
검은 포연 사이사이로 함열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전함이 하늘 위에서도 도드라지게 보인다.
테츠조는 아마도 그 전함이리라 생각되는 함선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이순신···.’
일본 해군의 공포이자 역사상 존경스러운 제독의 이름을 땄다고 알려진 거대 전함.
전쟁만 아니었어도 그는 순수히 감탄의 눈으로 저 거함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함명의 유례가 된 제독도,
저 전함이 이루어낸 업적도,
모두 무인으로서 존경을 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들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적일 뿐이다.
그것도 가장 경계해야 할 의미로.
“음···?”
이윽고 테츠조는 의외라는 눈으로 눈앞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무전 신호에 잡음이 섞인다.
근처에 적 항공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예상대로 무전망으로 아군기의 경보가 울렸다.
[적 항공대 접근 중!]
‘전탐 관제인가···.’
이순신 함대의 방공망은 이미 일본 해군에 명성이 자자하다.
레이더 관제로 정확히 라바울 항공대를 요격하러 나선 전투기 편대.
푸른 도색의 미 해군기.
숱하게 목격한 와일드캣이다.
이전에 많이 보이던 버팔로보다는 까다롭지만 그래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는 기체다.
“편대, 전투 대형으로!”
일본 해군의 무전기는 전투 중에 끊기는 경우가 많아, 교전 도중의 통신은 수신호나 날개 흔들기 등에 의존해야 한다.
대형을 이탈하지 않도록 편대원들에게 단단히 일러두고서 테츠조는 와일드캣 앞으로 달려들었다.
고도는 엇비슷하지만, 이쪽이 살짝 높다.
내리찍듯이 공격을 가하고 빠져나온다.
서로 교차하여 지나가지만 이탈한 기체는 없다.
그렇다고 선회전을 걸어 적을 추격하면 안 된다. 에너지의 우위를 이용해 상승 후 다시 강하하는 게 정석적인 공격법.
그렇게 고도를 올린 테츠조 편대가 다시금 와일드캣의 머리 위를 덮치며 격렬한 공중전이 시작되었다.
“···?!”
몇 대의 미군기를 격추하고 상승하던 테츠조는 문득 새빨간 와일드캣이 스쳐 지나가는 걸 보며 경악했다.
정말로 존재했다는 말인가.
붉은 남작의 흉내를 내는 녀석이.
곧이어 눈앞에서 사라진 붉은 기체.
그는 홀린 듯 다시 강하해 놈의 뒤를 쫓았다.
누군지는 몰라도 전장에서 이런 도색이나 하고 다니다니.
아군의 시선을 끄는 게 목적일 테니 빨리 처리해야 한다.
어렵지 않게 붉은 전투기를 추적한 그가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음···?!”
측후방에서 날아드는 사격을 피해 그는 급히 조종간을 움직였다.
50구경 탄환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기체를 스치고 지나갔다.
“미끼였던 건가!”
잘 연계된 교차 방어 전술이다.
이 정도로 편대 전술이 능숙한 상대라니.
함부로 덤벼서는 안 되겠다.
제로기 특유의 날카로운 선회로 사격각을 벗어난 그가 다시 고도를 올리려 할 무렵,
“무슨···!”
어느새 기수를 돌린 와일드캣이 그의 경로 앞에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의 행동을 예상했다는 듯.
와일드캣이 이 정도로 재빠른 기체였나?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처음부터 그의 행동을 예상하고 미리 움직이지 않는 한.
예상을 넘어 예지에 가까운 능력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붉은 와일드캣과 기수를 마주한 짧은 순간 동안 테츠조는 경악했고.
“제기랄!”
번쩍이는 총구 화염이 그의 눈앞을 가로막았다.
***
“우현 견시 보고! 적기! 화염을 보이며 추락 중!”
견시수의 목소리와 함께 창밖으로 불타며 추락하는 항공기가 보였다.
이순신함을 향해 날아들던 뇌격기다.
함 전체에 걸쳐 대공 포화가 맹렬히 불을 뿜고 구름 하나 없는 하늘이 거대한 포연으로 가득 물들었다.
“우현 견시 보고! 방위 100! 거리 3,000! 적 뇌격기! 숫자 5!”
적 항공대의 규모는 약 80여기.
만만치 않은 숫자지만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미리 전개된 아군 항공대가 적기 상당수를 격퇴하였고, 방공망을 돌파한 몇몇 기체도 밀집된 대공 화망에 가로막혀 격추되거나 공격을 포기했다.
문제는···.
“프린스 오브 웨일즈가 너무 떨어져 있습니다! 당장 원형진을 복구해야 합니다!”
“적기가 저렇게 많이 다가오는데 어떻게 대공포화만 믿고 있겠나! 대공포는 적을 쫓아내는 거지 격추하는 용도가 아니야!”
“회피 기동은 대공포의 사격을 방해할 뿐입니다! 적기가 아무런 방해도 없이 함을 공격하게 두실 겁니까?”
“함대 행동의 숙련도에 있어서는 왕립 해군도 자네 함대에 뒤처지지 않네!”
얼굴을 붉히며 외치며 필립스 제독.
함대 방공에 있어서 내 지시대로 해달라고 그렇게 이야기 했건만 이 고집불통 제독은 묵묵부답이다.
태평양에서 함대 항공전을 치러본 적 없는 Z 부대는 나머지 13기동부대 함선보다 대응이 서투르다.
주로 40mm 보포스 같은 위력적인 화기를 장비한 우리 함선과 달리 영국 해군은 사거리가 짧은 ‘폼폼’ 대공포를 주로 장비해 대공포의 효과도 떨어졌다.
이런 상황일수록 더더욱 방공 화망을 밀집해야 하지만.
“웨일즈에 진형 복귀 명령을 내려!”
“예!”
프린스 오브 웨일즈는 벌써 뇌격기의 접근을 피하고자 진형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직전이었다.
원형진에서 이탈하지 말라고 그렇게 강조했건만.
진형 외곽을 담당한 순양함 드 로이테가 프린스 오브 웨일즈의 진로를 비켜주기 위해 변침해 진형에 틈이 생겼다.
예상대로 이순신함의 포화에 압도당한 적기가 상대적으로 포화가 얇은 프린스 오브 웨일즈에 몰려들기 시작한다.
“웨일즈가 진형으로 복귀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독님, 제독님의 이름으로 웨일즈에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조함은 웨일즈 함장 고유의 권한일세!”
“현장 지휘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당장 웨일즈에 명령을!”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
나는 무례함마저 무릅쓰고 제독에게 간언했으나,
“웨일즈 피탄···!”
이미 늦었다.
거대한 물기둥이 전함의 함미에서 솟구쳐 올랐다.
***
공습이 마무리 된 이후,
“프린스 오브 웨일즈에서 전투 이탈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프린스 오브 웨일즈의 피해는 심각했다.
명중탄은 어뢰 한 발.
왠만한 상황이라면 이 정도는 가벼운 상처로 취급하며 전투를 속행했으리라.
하지만 그 한 발이 너무도 절묘한 장소에 꽃혀 버렸다.
“기관실 두 개가 침수되었고, 발전기 5개도 정지했습니다.”
작약량이 적은 항공 어뢰 한 발의 피해치고는 너무 크다.
참모진의 보고를 듣자 하니, 어뢰가 좌현 추진축 지지대를 날려버린 바람에 축이 함 내에서 회전하며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듯하다.
굉장히 운이 없는 경우다.
정말로 재수가 없으려니 싶은 상황인데 그나마 다행히도 당장 배가 침몰할 염려는 없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말이지.
“이대로는 교전이 불가능 합니다. 즉시 교전 지역에서 이탈해야 합니다!”
Z부대의 참모진이 일제히 심각한 얼굴로 제독에게 간언한다.
노심초사하는 얼굴의 필립스 제독.
내 의견을 따르지 않았다가 귀중한 고속전함이 대파되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겠지.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일본 항공대는 웨일즈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배를 포기해야 한다는 말인가?”
불안한 눈으로 필립스 제독이 묻는다.
프린스 오브 웨일즈는 영국 해군에서도 몇 안 되는 최신예 고속 전함.
겨우 공습 한 번에 상실해버린다면 그야말로 풍비박산이다. 필립스 제독도 목을 건사할 수 없고 영국 해군 전체가 위축되리라.
물론 나도 그렇게 둘 생각은 없다.
내가 왜 이 녀석들을 여기 데리고 왔는데.
“태평양에 몇 없는 고속 전함을 여기서 잃을 수는 없습니다. 아직 부력은 상당수 보전하고 있으니 항공 엄호를 대부분 웨일즈에 집중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때마침 미 항공모함의 공격대도 무사히 귀환했다.
이쪽으로 전투기를 보내줄 여유가 있겠지.
하지만 적기가 웨일즈만 집요하게 노린다면 또 모른다.
그러니 결단이 필요하다.
“이순신함이 선두로 나아가겠습니다.”
절대로 무시하지 못할 도발을 통해서.
필립스 제독은 눈을 크게 뜨며 내게 물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본 함에 공습이 집중될 걸세!”
“괜찮습니다.”
나는 코웃음을 치고 싶은 마음을 숨기며 고개를 저었다.
집중 공격?
우리가 늘 당하던 거 아닌가.
별다를 것도 없는 이야기.
오히려 잘 됐다.
“오게 두십시오.”
이순신함이 굶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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