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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자를 향한 미로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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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greater
그림/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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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12 19:07
최근연재일 :
2024.07.02 22:49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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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
추천수 :
25
글자수 :
248,648

작성
24.06.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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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43화 푸른 손바닥 괴물

DUMMY

“바벨론 궁전을 노리는 또 다른 존재들은 누구일까? 혈공주도 바벨론 궁전을 빼앗으려고 하는데, 새로운 적이 나타나다니... 미치겠다! 더군다나 놈들이 그라나를 손에 넣은 상태이니, 어떻게 싸워야 할지 진짜 모르겠다. 후우-”

킹에르는 땅이 꺼져라,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복잡한 머릿속을 털어내려고 좌우로 여러 번 흔들어 보기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절망이 서서히 그의 머릿속을 채워가고 있었다.

그는 그라나가 없는 바벨론 궁전은 이미 함락된 거나 다름이 없다고 판단했다.


단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그라나를 구해내서 바벨론 왕국으로 돌아가는 일이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라나가 바벨론 궁전으로 다시 돌아올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적이 쳐들어와도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확신했다.


그는 이 난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렇다 할 답이 냉큼 떠오르질 않는다.


“일단 글라우나 족장에게 그라나가 사라진 것을 알려야 한다.”


그는 다시 바벨론 궁전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


바벨론 궁전에서 술사 요정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글라우나 족장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것은 킹에르가 술법을 이용하여 손을 쓰지 않고 큰 구렁이로 변한 일급 술사의 목을 쳤다는 보고였다.


그라나 다음으로 최고 등급의 술력을 지닌 일급 술사를 킹에르가 제거했다는 말을 듣고 글라우나 족장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것도 손을 쓰지 않고 신검을 움직였다는 사실에 글라우나 족장은 입안에서 신음을 겨우 삼키곤 얼굴이 어두워졌다.


무엇이든지 마음만 먹으면 모든 사물을 움직일 수 있는 술력을 얻었다는 의미로 해석을 한 탓이었다.


“어떻게 킹에르가 그런 경지에까지 올라가게 되었단 말인가? 이제는 킹에르를 우리 손으로 제거할 수가 없게 되었다.”

글라우나 족장이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글라우나 족장은 이어서 다른 보고를 받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것은 그라나 공주가 크메르족장이 보낸 술사 요괴들에게 납치된 것 같다는 보고였다.


그 말을 듣고 나서 글라우나 족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크메르족은 판타지아 월드에서 온갖 악행을 일삼던 무리들이었다.


게다가 공개되지 않은 사술법을 쓰면서 많은 요정들을 살해한 요괴들이었다.


하지만 킹데이빗 왕이 바벨론 궁전을 다스릴 때, 치열한 전쟁에서 패배하여 어디론가 종적을 감춘 자가 크메르 족장이었다.


지옥의 요괴들이라는 불리우는 크메르족이 판타지아 월드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 자체가 공포와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만약 크메르족장과 혈공주가 동맹을 맺고 바벨론 궁전을 친다면 달리 승리할 방법은 전무했다.


더욱이 치명적인 약점은 크메르족장이 그라나를 납치해서 가둔 상태라면, 이미 승패는 갈린 셈이었다.


“누가 크메르족장을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 우리 글라우나 족은 판타지아 월드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놈들은 남김없이 요정들을 죽일 것이야.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그라나가 돌아온다면 몰라도, 현재로서는 희망이 일도 없다.”

글라우나 족장이 후들후들 몸을 떨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글라우나 족장은 잠시 후 두 눈에 힘을 주면서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그냥 앉아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다고 여긴 탓이었다.


“그렇다! 마지막 남은 하나까지 놈들과 끝까지 싸워야 한다. 그것이 우리 공동체의 운명이라면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내 딸 그라나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죽기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글라우나 족장이 길게 신음을 토해냈다.


아무래도 킹에르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그는 판단했다.


용감하고 술법의 등급이 높아진 그를 앞세우고 최선을 다해 싸운다면, 뭔가 바벨론 궁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아무것도 안 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어리석음보다는 패가 안 좋아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쪽으로 글라우나 족장은 방향을 잡았다.


그는 모든 군사 요정들과 술사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았다.


바벨론 궁전 안에 있었던 넓은 공터에 군사 요정들과 술사들이 모이게 되자 글라우나 족장은 단상 위로 올라섰다.


“우리는 여전사 그라나가 바벨론 궁전에 없는 가장 위험한 시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 지옥 요괴로 알려진 크메르족이 바벨론 궁전을 침략하려고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서 크메르족을 처단하고 바벨론 궁전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싸운다면 악한 크메르 족을 물리치고 큰 승리를 쟁취하게 될 것이다!”

글라우나 족장이 피를 토하듯 군사들에게 호소하면서 승리를 다짐했다.


갑자기 긴 침묵이 흘렀다.


군사 요정들은 크메르족이 쳐들어온다는 말을 듣고 사색이 되었다.


크메르족은 사납고 강하며 사술법까지 쓰는 악한 자들임을 군사 요정들도 잘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대체 여전사 그라나는 어디에 있는 거야? 이런 때 그라나가 있어야 하는데!”


“소문에 의하면 크메르족장이 그라나를 납치했다는 거야.”


“뭐? 그러면 이번 전쟁은 패한 거나 다름이 없는 거잖아!”


요정 군사들 사이에서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안 좋은 소문들이 삽시간에 그들의 입과 귀를 통해 퍼져나갔다.


바로 그때였다.


단상 뒤에서 홀연히 나타난 자는 킹에르였다.


“여러분! 염려하지 마십시오! 나! 킹에르는, 여러분과 함께 마지막 순간까지 싸울 것입니다. 아무리 용맹스러운 크메르족이라고 해도 죽기를 각오하고 싸움에 임하는 나와 여러분들을 이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하여 바벨론 궁전을 지킵시다!”

킹에르가 목이 터져라 외쳤다.


예상치 못한 킹에르의 등장에 요정 군사들과 술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새 힘을 얻었다.


그의 용기와 지혜가 그라나 못지않다고 여긴 요정 군사들은, 승리를 다짐하며 칼과 창으로 방패를 힘차게 두드리며 “와아-”하고 함성을 질렀다.


“킹에르! 언제 이곳으로 온 것이냐?”

글라우나 족장이 반가운 표정을 지어내며 그를 바라봤다.


“조금 전에 왔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나서야 요정 군사들이 힘을 얻을 것 같아서 단상에 올랐습니다.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가 고개를 숙이고 예를 갖추자, 글라우나 족장은 괜찮다고 하면서 미소를 지어냈다.


그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요정 군사들이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된 것을 글라우나 족장은 다행스럽게 여겼다.


“아직도 그라나 공주를 못 찾은 것인가?”

“그러하옵니다. 아무래도 크메르족장이 그라나 공주를 납치해 간 모양입니다. 무슨 독약을 먹인 것인지, 계속 잠만 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 딸은 남달리 아주 지혜가 많지. 분명히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 거야. 나는 그렇게 믿고 있어. 그라나가 돌아오기 전까지 킹에르가 우리 글라우나 족을 지켜줘야 해! 난 그 누구보다도 킹에르를 신뢰하니까.”

글라우나 족장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전하!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십시오.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사력을 다해 바벨론 궁전을 안전하게 지켜낼 것이옵니다.”


“하지만, 놈들이 우리가 항복하지 않으면 그라나를 죽이겠다고 협박해 온다면 그야말로 큰일이 아닌가?”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런 변수가 생기면 어찌하면 좋겠는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십시오. 그리고 직접 그라나의 생사를 확인한 후에 결정하겠다고 말하시고, 특사로 저를 보내십시오.”


“허면, 그곳으로 가서 뭔가 위험한 일을 하려는 겐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놈들의 성읍으로 들어가 그라나를 구해오겠습니다.”


“그건 실패하면 죽을 수도 있는 일이야.”


“그라나를 위한 일이라면, 제 목숨도 아깝지 않습니다.”


“......”


입을 다물고 있던 글라우나 족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라나를 지키기 위하여 제거하려던 인물이 킹에르임을 재인식하면서, 글라우나 족장은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큰 모험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만약 그라나를 구해내지 못하면, 크메르족장에게 대패하게 될 것이 뻔한 탓이었다.


“크메르 족장이 그런 제안을 꺼내기 전에, 오늘 자네가 직접 그들의 성읍으로 들어가는 것도 예상외로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예에? 지금 출발하라는 말씀입니까?”


“음! 시간이 없네. 서둘러야 해! 포악한 놈들이 그동안 그라나를 어떻게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그라나를 지금 구해내야 한다!”

글라우나 족장의 얼굴이 심하게 어두워졌다.


***


킹에르는 한적한 곳에서 그라나를 구출하기 위해서 마음을 새롭게 하고, 스스로 자신감과 용기를 얻기 위해 술법의 기를 모았다.


“어차피 그라나를 구하지 못하면 모두 죽는다. 바벨론 궁전에서 아무리 전투준비를 잘해도 강력한 크메르 족에게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살길은 딱 하나다.”

킹에르가 혼잣말로 웅얼거렸다.


그라나를 데려오지 못하면 바벨론 궁전도 크메르 족장에게 빼앗길 것이 뻔했다.


현 상황으로는 크메르 족장을 이길 만한 존재가 아무도 없었던 탓이다.


글라우나 족장은 꿩 대신 닭이라고 킹에르를 의지하고 있지만, 그는 강풍 앞에 놓인 작은 등불과 같은 현실의 위기를 절감하고 있었다.


크메르 족장과 싸운다는 것은 마치 고양이가 사냥개를 상대하려는 것과 같다는 걸,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라나 족장이 건네준 낡은 지도 한 장을 갖고 크메르 족장이 거하는 성읍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안개가 잔뜩 끼어있는 들판을 지나 마법의 숲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면서, 킹에르는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뭔가 알 수 없는 흉악한 존재가 불쑥 나타날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느낌이 안 좋아! 뭔가 무섭고 포악한 괴물이 나타날 것만 같아.”


그는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낸 둥근 불덩어리를 만들어 어두운 사방을 밝혔다.


“호오! 이제는 나도 생각으로 불덩어리를 만들 수 있어! 너무 신기하다!”


그는 주변을 맴도는 붉은 불덩어리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어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거대한 독수리 발톱들을 가진 푸른 손이 어두운 숲속에서 불쑥 나타났다.


손바닥에 달린 여러 개의 눈들이 그를 노려봤다.


그것은 그 숲속을 지키는 손바닥 괴물이었다.


‘다다다닥-’ 하는 소리를 내면서 앞으로 달려오기도 하고, ‘툭-툭-’ 튀면서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는 푸른 손바닥 괴물이 그의 앞을 가로 막았다.


“여긴 내 구역인데, 허락도 없이 이곳을 침범한 넌 누구냐?”

손가락 다섯 개를 꼬물꼬물 움직이면서 손바닥 괴물이 눈을 크게 떴다.


킹에르는 어깨에 힘을 주고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기가 꺽이면 손바닥 괴물에게 붙잡혀 몸이 으스러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난 바벨론 궁전에서 온 킹에르다. 이곳을 통과해서 크메르족이 사는 성읍으로 가야 하니 길을 비켜라. 솔직히 말해서 난 너하고 싸울 생각이 전혀 없다.”


“크르르르! 킹데이빗의 아들인 킹에르를 내 구역에서 만나다니 믿을 수가 없구나!”


“네가 나를 알고 있다는 거야?”


“난 알지! 네가 진짜 누구인지를.”


“어떻게 푸른 손바닥 괴물이,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나를 알고 있는 거지?”


“킹데이빗은 나를 죽이려고 했어. 내가 요정들과 요괴들을 잡아먹으니까, 나를 미워하고 저주했거든. 그러다가 독극물로 피살되었지.”


“가만히 보니 넌 죽어 마땅한 괴물이구나! 요정과 요괴들을 잡아먹는데, 바벨론 왕이 침묵할 순 없는 일이니까.”


“그런데 인간 세상에서 살아야 할 놈이 판타지아 월드로 다시 온 까닭이 뭘까?”


“네가 그런 것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 빨리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 길을 열어주든지, 아니면 내 손에 죽든지.”


“크크크글! 아주 재미있는 놈이군. 지금 보니, 킹데이빗을 아주 그대로 빼닮았구나! 급하고 공격적인 성격까지.”

손바닥 괴물 그림0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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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44화 24.07.02 7 0 12쪽
» 제43화 푸른 손바닥 괴물 24.06.30 10 0 13쪽
42 제42화 하늘로 떠오른 신검 +2 24.06.25 21 1 12쪽
41 제41화 그라나의 화살 +2 24.06.23 29 1 12쪽
40 제40화 킹데이빗 24.06.21 33 0 12쪽
39 제39화 아름다운 찻집 24.06.21 27 0 12쪽
38 제38화 봉인된 보호막 앞에 서다 +2 24.06.19 28 1 12쪽
37 제37화 녹색 불길 +2 24.06.18 27 0 12쪽
36 제36화 붉은 가죽 옷을 입은 자 24.06.17 13 0 13쪽
35 제35화 꽃을 먹는 괴물 24.06.16 13 0 13쪽
34 제34화 용고래의 피 24.06.16 9 0 13쪽
33 제33화 마왕 쉐튼 24.06.12 10 0 13쪽
32 제32화 궁금증 24.06.10 24 0 13쪽
31 제31화 새 이름 24.06.07 14 0 13쪽
30 제30화 보물 창고의 문 24.06.06 14 0 12쪽
29 제29화 대승리 24.06.05 14 0 13쪽
28 제28화 바벨론 궁전의 왕 24.06.03 13 0 13쪽
27 제27화 새로운 전략 24.06.02 16 0 12쪽
26 제26화 두 마리의 표범 24.06.01 12 0 13쪽
25 제25화 바벨론 궁전의 군사 24.06.01 14 0 12쪽
24 제24화 숲의 미로 24.05.31 12 0 11쪽
23 제23화 엄청나게 큰 창 24.05.30 12 0 12쪽
22 제22화 역모 24.05.30 10 0 13쪽
21 제21화 눈사람 24.05.28 13 0 12쪽
20 제20화 마음의 소리 24.05.28 10 0 12쪽
19 제19화 그라나의 위기 24.05.25 11 0 13쪽
18 제18화 구멍이 생긴 보호막 24.05.24 11 1 13쪽
17 제17화 외출 24.05.24 11 1 12쪽
16 제16화 마성 궁전 24.05.23 12 1 13쪽
15 제15화 꽃가루 24.05.23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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