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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버터바 님의 서재입니다.

라르곤 사가 - 은색의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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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버터바
작품등록일 :
2023.05.19 10:09
최근연재일 :
2024.03.0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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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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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92화 - 신성 아크사 제국(26) (시나리오에는 없던 일)

DUMMY

아크사 성의 내정원. 황비가 날카로운 소리로 외쳤다.


"옥타, 옥타는 어디 있느냐!"


내정원에는 성벽을 넘어 침투한 네오 까마귀들이 새카맣게 뒤덮고 있었다. 성기사들은 최선을 다해 황비를 보호하고 있었지만, 하나둘 씩 피를 토하며 쓰러져갔다.


까마귀 하나가 황비를 향해 단검을 질렀다. 황비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까마귀의 손목을 낚아챘다.


"감히 내게 칼을 겨누다니."


황비의 손끝이 까마귀의 목젖을 파고들더니 그대로 뜯어냈다. 힘없이 축 늘어진 암살자를 바닥에 내팽개친 황비는 엎어진 성기사들의 시체를 일일이 뒤집어가며 옥타를 찾았다.


황비는 양손에 단검을 든 채 달려드는 까마귀들을 사정없이 찢어발겼고 그 장면을 목격한 에피르 성기사들은 몽골이 송연해졌다. ‘동생을 얼마나 사랑하면 저렇게 하겠는가!’하며 감동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성기사들은 또 다른 여인, 안단트의 주변에 수북하게 쌓인 암살자들의 시체를 보며 다시 한번 혀를 내둘렀다.


'어머니 말씀이 맞았어. 여자는 무서운 동물이야!'


그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단트는 우아하게 몸을 틀어 까마귀의 공격을 피한 뒤, 뒤꿈치로 그의 머리통을 내리찍었다. 까마귀는 복면 아래로 검붉은 피를 왈칵 쏟아내며 절명해 버렸다.


안단트가 움직일 때마다 새하얀 허벅지가 드러났지만, 성기사 중 그 누구도 그것을 들여다볼 생각조차 못 했다. 까마귀의 공격은 둘째치고, 허벅지를 훔쳐봤다간 안단트의 다음 공격대상이 자신이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안단트가 개장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개장수 님! 아직 멀었어요? 빨리 처리하고 여기 힘 좀 보태라고요!"


"아, 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아무리 독에 내성이 있다지만, 처음 접하는 독의 경우에 해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적이 얼마나 더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 중독이라도 되었다간 오히려 짐만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안단트 양의 살해 실력이면 딱히 제 힘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닥치고 빨리하라고요!"


"넵."


개장수의 앞에 선 선임 사제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성기사들의 창과 칼조차 튕겨내던 그의 단단한 피부는 여기저기 깨져있었고, 초록색 액체가 그 틈으로 꾸역꾸역 밀려 나오고 있었다.


개장수는 팔에 튄 선임 사제의 체액을 손가락을 찍어 혀로 핥았다.


"음. 내성이 있는 독이군. 다행이야. 자, 안단트 양의 주문이 있어서 얼른 끝내겠습니다. 사실 말이죠. 진작에 끝낼 수 있었는데 이래저래 상황을 보느라 시간을 끌고 있었거든요. 하하하. 아, 너무 기분 나빠하진 마세요. 당신도 충분히 강했습니다. 제가 상성에 있어서 앞섰을 뿐이죠. 그 정도 극독이면 웬만한 사람은 닿기만 해도 정신을 잃을 겁니다. 아차, 웬만한 사람에 우리 단장님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단장님은 저보다 훨씬 위대하기 때문에······."


개장수의 말이 길어지자 선임 사제가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뒤로 널브러져 있는 까마귀의 시체들이 밟히며 우드득 소리가 났다.


"제발, 말 좀 그만해! 미친 자식아! 그냥 죽여라!"


"생을 너무 빨리 포기하시네요. 이왕 괴수가 되었으니 살고자 발버둥 치는 것이 그대가 섬기던 에피르의 뜻에 부합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지. 에피르께서 괴수가 된 당신을 보면 더 슬퍼하실까요? 하하하. 이거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실 에피르가 아니라 가이아를 섬기는 쪽이라서요."


개장수의 말이 그칠 기미가 없자 선임 사제가 촉수를 마구 휘두르며 발악했다. 개장수는 여유롭게 촉수를 피해내고는 선임 장로의 뒤로 이동했다.


"아, 촉수의 뿌리가 이렇게 생겼군요. 피부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뼈에 가깝네. 신경은 연결된 건가?"


뿌득.


개장수가 촉수 하나를 움켜쥐고 뽑아내자 그 자리에서 검붉은 액체가 왈칵 쏟아져나왔다.


"오호라. 그러니까 인간의 몸 위에 괴수를 입은 형태였네. 이런 식으로도 융합이 가능한 거였군요. 오래 살고 볼 일이라고 하더니 이런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하하하."


마지막 촉수가 뽑혀나가자 선임 사제의 몸이 무너졌다. 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촉수가 뽑혀나간 것도 있었지만, 개장수의 끊임없는 수다가 더 큰 원인이었다.


입맛을 다시던 개장수는 바닥에서 묘한 기운을 느꼈다. 무릎을 꿇고 바닥을 살피던 개장수가 다급하게 외쳤다.


"안단트 님! 시체에서 멀리 떨어지세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은 안개가 바닥에서 솟아올랐다.


우드득 우드득.


검은 안개에 닿은 시체들이 기괴한 움직임을 보이며 천천히 일어났다. 일어난 시체 중에는 성기사들도 섞여 있었다.


"언데드다!"


에피르 성기사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선임 사제의 '영혼을 묶어 놓는다.'라는 말이 바로 이것이었다.


살아있는 이보다 죽은 이가 훨씬 많았다. 그렇다 보니 일어난 시체의 수는 압도적이었다.


"오, 에피르시여."


죽을 힘을 다해 버티던 성기사들이 절망에 빠졌다.


[턴 언데드 - Turn_Undead]


갑자기 하늘 위에서 새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서 있던 시체들 위로 내려앉았다. 그러자 시체들은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폰 위에서 디트리트가 뛰어내리더니 내정원 바닥에 '성황의 홀'을 내리찍었다. 그는 성황의 망토를 두르고, 성황의 법모까지 쓰고 있었다.


[정화 - Purify]


그를 중심으로 밝은 빛이 물결처럼 퍼져나가며 검은 안개를 걷어냈다.


애초에 성황의 홀, 망토 그리고 법모는 에피르의 삼대 신기. 그것이 가진 신성력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에피르의 신성력이 발동되며 흑마법 뿐 아니라 성황이 아크사 성에 걸어놓았던 주술까지도 모조리 지워버렸다.


괴수의 모습이었던 선임 사제의 시체도 어느새 인간의 형태로 돌아와 있었다.


까마귀들은 당황했다. 백색 엘프는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성황의 수족이었다. 그런데 지금 백색 엘프의 수장이 에피르의 신기를 들고 나타나 최후의 보루였던 언데드들을 모조리 무위로 돌려버렸다.


"백색 엘프! 전원 까마귀들을 처단하라!"


디트리트의 외침과 함께 하늘 위에서 백색 엘프 특유의 매끈한 창이 비처럼 쏟아졌다. 창에 눈이라도 달린 듯 성기사들을 피해 까마귀들만 요격했다.


겨우 창을 피해낸 까마귀는 성기사들의 검과 창에 난도질당하며 죽어 나갔다.


그들을 지휘하던 주황 까마귀가 잠시 멈칫했다. 그의 귀에 달린 통신기가 반짝이며 누군가로부터 지시가 내려졌다.


"까마귀, 전원 철수!"


주황 까마귀의 명령과 함께 까마귀들이 순식간에 땅속으로 스며들며 자취를 감췄다.


그때, 중앙홀에서 옥타 티아스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성황을 처단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잘린 성황의 머리를 움켜쥐고 옥타가 열린 문으로 걸어 나왔다.


*


"클레이. 어떻게 된 거야?"


엘람이 얼굴에 잔뜩 튀어 있는 까마귀들을 피를 닦아내며 클레이에게 다가왔다.


"마지막을 옥타가 장식한 거지."


"흠. 그건 내 시나리오에서 상당히 벗어난 이야기인데."


엘람이 벽을 기어 올라가더니 작은 상자가 하나 들고 내려왔다.


"카메라?"


"응. 혹시 몰라서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설치해놨지. 다행히 여기 설치했던 건 바로 볼 수 있는 거야."


[스크린 - Screen]


엘람이 상자에 마나를 불어넣자 그들 앞에 작은 화면이 나타났다.


"음, 여긴 아니고. 좀 더 뒤로. 그래, 여기구나."


화면에 옥타가 성황을 찌르기 바로 전 장면이 나타났다. 클레이와 성황이 대치하고 있었는데, 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옥타가 보였다.


"기회를 노리고 있던 걸까? 하지만, 성황은 어차피 클레이 손에 죽을 거였는데 굳이 왜 모험을 한 거지?"


아닌 게 아니라 화면 안에 나타난 클레이는 성황을 베기 위해 검을 들어 올린 상태였다.


"글쎄. 아크사의 일이니 자신이 마무리하려고 했던 거 아닐까?"


클레이의 말에 엘람이 검지를 들어 좌우로 까딱거렸다.


"클레이. 너는 너무 세상을 밝게 보는 게 문제야. 괴물이 된 성황을 일개 성기사가 죽일 수 있다고 믿고 찔렀다고?"


"흠."


"그리고 애초에, 옥타는 성기사들과 함께 황비를 호위하고 문까지 갔다고. 옥타는 황제 직속의 중앙 성기사란 말이야. 황비 보호가 그의 가장 우선적인 임무라고. 그런 황비를 놔두고 혼자 몰래 이곳으로 돌아왔다는 것부터 수상하잖아?"


엘람이 손을 움직이자 화면이 움직이며 성황의 마지막 말이 흘러나왔다.


[로드! 드래곤 로드! 그녀가 꾸미는 게 뭔지 알려 주······. 큭.]


성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옥타의 검이 그의 뒤통수를 찔렀다.


"잘 봐. 그 전까지는 가만히 지켜보던 옥타가 '로드'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검을 움켜쥐잖아."


"그렇다는 이야기는···?"


"옥타. 적어도 옥타 이놈이 아크사의 명예를 위해 움직인 건 아니라는 거 아니겠어? 로드와 어떤 식으로든 엮여있는 놈이겠지. 하지만, 성황의 목을 친 영웅이 되었으니 이제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지."


"옥타가 성황을 치지 않았다면, 로드가 모습을 드러냈을 수도 있겠군."


"그렇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겠지.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고. 로드가 벨루스를 데리고 나타났다면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을까?"


클레이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 않았겠지."


"그래. 우선은 여기서 마무리하자. 그리고 클레이."


난처한 표정의 엘람을 보며 클레이가 조용히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방금 파드에게 연락이 왔는데."


"황제는 무사하다며?"


"그 이야기가 아니고. 흠,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엘람이 머리를 긁적였다.


푸흥.


발코가 빠른 속도로 중앙홀을 가로질러 날아오더니 엘람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발코는 어찌나 열심히 날아왔던지 혀를 길게 빼물고 숨을 몰아쉬었다. 엘람이 이모르 성에 있는 줄 알고 그리고 향했던 발코였다.


그녀의 목에는 '긴급'을 나타내는 붉은색 연락통이 달려있었는데 개봉한 흔적이 있었다.


연락통에는 제드가 보낸 서신이 들어있었다. 말없이 서신을 읽던 엘람이 발코에게 물었다.


"음. 발코, 파드가 이걸 읽었던 거야?"


푸흥.


엘람은 침울한 얼굴로 제드의 서신을 클레이에게 내밀었다. 제드가 달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글씨를 깔끔하게 잘 쓰는 편이었다. 그러나 서신에 쓰인 그의 글씨는 겨우 알아볼 정도로 휘갈겨져 있었고, 어찌나 펜을 눌러서 썼는지 글자가 끝나는 지점마다 구멍이 나 있었다.


[검성 추원 로우 사망. 증인 에르피안 엘프 장로 프레. 3일 내로 그의 시신 도착 예정.]


*


아크사 제국을 큰 위기에서 구해낸 클레이 일행이었지만, 뒷수습은 황제와 황비에게 맡긴 채 서둘러 에드란으로 돌아갔다.


성황을 처단한 아크사의 영웅 옥타는 성황 사태의 수습 책임자로 임명되었고 아크사 성에 남았다.


성황의 처소. 옥타가 성황이 휴식을 취하던 의자에 몸을 깊숙하게 묻은 채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맞은편에는 금발의 여인이 앉아 있었다.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황금색 눈동자는 드래곤의 것처럼 세로로 길었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열리며 아름다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성룡(聖龍)을 직접 마주한 느낌은 어떠신가요?"


"모든 힘을 다 보이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나 따위는 상대도 안 되어 보이더군요."


여인은 짙은 미소를 띠며 차를 홀짝였다.


"성황의 힘을 흡수한 지금도 마찬가지인가요?"


"글쎄요. 기습한다면 상처쯤은 낼 수 있을 것 같군요."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옥타의 곁으로 다가섰다. 그녀는 씁쓸하게 웃는 옥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제가 곁에 있잖아요? 천천히, 힘을 키우시다 보면 언젠가 성룡이 그대의 발아래 있을 거랍니다. 우선은 그대의 가문부터 재정비하셔야죠."


옥타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쥐었다.


"아버님의 수족들이 당했을 뿐, 저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없습니다. 지금은 어머님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 때이니 저에게도 시간을 좀 주세요."


"물론이죠. 저는 늘 그래왔듯이 그대의 든든한 조력자가 될 테니 천천히 하셔도 괜찮아요."


여인이 옥타의 무릎 위에 살짝 앉더니 그의 머리를 살포시 끌어안았다.


"그래도, 옥타. 언젠가는 비정해져야 할 때가 올 거예요."


"압니다. 하지만, 우리의 약속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그대에게 협력하는 이유는 어머님을 위해서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여인의 황금빛 눈동자에 묘한 빛이 스쳤지만, 그녀 품에 안겨 있는 옥타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럼요. 잊지 않을 거랍니다. 하지만 그대 역시 잊지 말아주세요. 제가 옥타, 그대의 곁에 있는 이유는 제가 그대를 아끼기 때문이란 걸요. 아마, 황비, 그대의 어머니보다 더 제가 당신을 아낄지도 몰라요."


*


클레이 일행이 에드란에 도착했다. 검성 추원의 사망. 그것은 에드란의 수장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에드란 성주인 제드의 조부가 사망했지만, 에드란 주민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추원은 이미 오래전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그가 사실은 살아있었고, 이제 진짜로 죽었다고 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렇기에 검성인 추원의 장례식조차 조촐하게 열릴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그가 원하던 대로 추원은 에드란이 훤히 보이는 왕의 산길 초입에 묫자리를 정했다. 흑마법을 여러번 경험했던 에드란이었기에 언젠가부터 시신을 화장하는 것이 관례로 자리잡았다.


축복이 내려진 납골묘가 있었지만, 흑마법사들이 그것을 뚫지 못하리란 보장이 없었다.


검성 정도 되는 이가 언데드가 되어 다시 살아나고, 적이 된다면 에드란으로서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모두 그의 시신을 화장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의 시체에 불을 놓는 것은 그의 친손자 제드의 몫이었다.


화르륵.


불길이 추원의 시신을 감싸고 천천히 재로 만들었다.


파드가 침울한 표정으로 추원의 시신을 내려다보는 제드가 그에게 다가와 봉투 하나를 건넸다.


"이게 무엇입니까?"


"검성께서 파드 라르곤께 남긴 유언입니다."


"유언이요?"


제드는 동생 파드 로우가 아닌 미르 왕가의 적통 파드 라르곤으로 대했다. 그리고 이 순간만큼은 파드도 그것에 대해 별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 검성께서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었죠. 체내에 마나가 전혀 남지 않으셨기에, 마나와 생명력이 풍부한 에르피안 숲에서 지내셨던 거고요."


몸 안에 마나량이 0이었던 추원은 언젠가부터 그의 생명력도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에르피안 숲이 그에게 끊임없이 생명력을 불어넣었지만, 빠져나가는 것이 더 많아 겨우 목숨을 유지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그럼에도 한 번씩 에드란으로 넘어와 파드에게 검술을 가르쳤던 추원이었다.


파드가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고, 유언장을 펼쳐 들었다. 유언장에는 평소 추원답게 아주 짧고 간략한 유언이 남겨져 있었다.


[파드 라르곤 왕자께.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니 미리 써놓습니다. 제가 죽으면 다음 검성은 당신이 되어야 합니다. -라르곤 왕가에 충성을 다하는 검성 추원-]


그리고 그 아래에 한 줄이 더 쓰여 있었다.


[내 손자 파드 로우에게. 열심히 해라. 넌 재능이 있다. 클레이 님하고 붙어서 열 번 중 한 번은 이길 수 있어야 한다. -못난 손자의 할아버지, 추원-]


파드가 손등으로 슬쩍 눈물을 닦아내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열 번 중 한 번이라고! 자기도 못한 걸 나한테 시키다니. 할아버지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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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194화 - 광룡(狂龍) 크로노 노로크(2) (광룡, 다시 깨어나다.) 24.02.19 11 0 15쪽
194 193화 – 광룡(狂龍) 크로노 노로크(1) (검성, 그리고 사성) 24.02.18 13 0 16쪽
» 192화 - 신성 아크사 제국(26) (시나리오에는 없던 일) 24.02.16 13 0 16쪽
192 191화 - 신성 아크사 제국(25) (성황 vs 클레이) 24.02.15 15 0 14쪽
191 190화 - 신성 아크사 제국(24) (본색을 드러내는 그라툼) 24.02.14 18 0 14쪽
190 189화 - 신성 아크사 제국(23) (궁지에 몰린 성황) 24.02.13 14 0 15쪽
189 188화 - 신성 아크사 제국(22) (성황을 자극하라) 24.02.10 19 0 15쪽
188 187화- 신성 아크사 제국(21) (정령왕의 계약자) 24.02.08 22 0 15쪽
187 186화 - 신성 아크사 제국(20) (마물 토벌대의 복귀) 24.02.07 20 0 14쪽
186 185화 - 신성 아크사 제국(19) (마계 일곱 개의 별, 벨루스) 24.02.06 19 0 15쪽
185 184화 - 신성 아크사 제국(18)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 24.02.05 24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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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182화 - 신성 아크사 제국(16) (카운트다운) 24.02.02 25 0 17쪽
182 181화 - 신성 아크사 제국(15) (완벽한 연기) 24.02.01 2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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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177화 - 신성 아크사 제국(11) (엘람의 정체) 24.01.28 27 0 15쪽
177 176화 - 신성 아크사 제국(10) (엘람, 황비에게 찍히다.) 24.01.27 3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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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170화 - 신성 아크사 제국(4) (엄청난 이야기) 24.01.16 32 0 15쪽
170 169화 - 신성 아크사 제국(3) (샤먼의 기억) 24.01.15 32 0 14쪽
169 168화 - 신성 아크사 제국(2) (무력시위) 24.01.13 31 0 15쪽
168 167화 - 신성 아크사 제국(1) (아크사에서 온 초대장) 24.01.11 29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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