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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르곤 사가 - 은색의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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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버터바
작품등록일 :
2023.05.1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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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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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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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화 - 신성 아크사 제국(18)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

DUMMY

신성 아크사 제국의 수도, 이모르. 왼쪽으로는 바다, 오른쪽으로는 산을 둔 이모르는 육지와 바다에서 나는 물건들이 모여들었다. 덕분에 중앙 거리는 늘 물건을 사고팔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바닷가로 통하는 대로변. 빨간 지붕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생선 수프 냄새가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한 번씩 멈추게 했다.


"와, 역시. 이 맛이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싹싹 긁어 입에 넣은 샤먼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머리는 한쪽으로 뻗쳐있었는데 수시로 잡아 눌렀지만, 금세 다시 솟아올랐다.


그의 맞은편에는 하얀 모래단 단장 율리시스가 턱을 괴고 흐뭇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는 샤먼을 바라보고 있었다.


"테레사 스승님, 입에 맞으십니까?"


"응. 최고다. 자꾸 테레사라고 부르지 마. 지금은 샤먼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고."


샤먼의 말에 율리시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도대체. 샤먼이 뭡니까, 샤먼이! 그 단장이라는 사람은 예쁜 여자아이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그런 이름을 지어놨대요?"


그의 얼굴이 흉터와 주름이 합쳐지며 기괴한 모양새가 되자 샤먼이 손을 뻗어 억지로 주름을 폈다.


"샤먼이 어때서? 누군가에게 이름을 받는다는 건 참 좋은 일이야. 그리고 여자아이라고 불리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지 않니? 예쁘다는 말은 좋지만. 호호."


"스승님이 암살단 같은 곳에 소속되어 있다니. 이 제자의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뭐, 율리시스 네가 생각하는 그런 암살단은 아니야. 지금까지 하는 일을 보면 스케일이 엄청나다고.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자. 준비는 어느 정도 되어있어?"


율리시스는 문밖을 향해 크게 외쳤다.


"쿠시! 스승님께 보고드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리고는 상기된 표정의 쿠시가 들어왔다.


"테레사 선생님! 보고 드리겠습니다!"


"으씨, 이것들이! 샤먼이라고 부르라고!"


"아, 네. 샤먼 선생님. 하얀 모래단 내부에 여전히 믿지 못하는 원로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제가 누굽니까! 잘 설득해서 10%의 방어 병력만 남기고 차례대로 이모르에 잠입 중입니다."


하얀 모래단이 반(反)성황 조직이긴 하지만, 성황이 이모르를 공격할 거라는 샤먼의 말에는 쉽게 동의하지 못했다. 애초에 예전 하얀 모래단의 정신적 지주였던 테레사라가 조금도 나이를 먹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 자체를 믿지 못했다.


하지만 단장의 명령은 절대적인 것. 쿠시는 자신이 설득했다고 했지만, '늦는 사람은 단장님이 따로 면담하시겠답니다.'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샤먼이 뻗친 머리를 잡아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믿기 힘들겠지. 너무 뭐라고 하진 마. 율리시스, 너도 쿠시한테 미쳤다고 했다며."


"예? 제가요? 도대체 누가 그럽니까! 저는 테레사, 아니 샤먼 스승님께서 살아계신 것을 누구보다 철석같이 믿고 있던 사람입니다!"


율리시스가 잔뜩 흥분해서는 쿠시를 째려봤다. 샤먼은 됐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내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어?"


"예, 여기 샘플입니다. 확인해주시면 두 시간 이내로 1차 분량은 완성될 것 같습니다."


샤먼은 쿠시가 내민 헝겊 주머니를 끌렀다. 안에 들어있는 검은 가루를 자세히 살피던 샤먼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잘했어. 1차 분량 정도로는 주민들 희생이 클 거야. 속도를 좀 더 내줘. 파드!"


한쪽 구석에 앉아 있던 파드가 천천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의 머리카락도 한쪽으로 잔뜩 쏠려 있었다.


"선배님. 머리에 바르는 기름 같은 건 없습니까? 도대체 머리카락이 가라앉을 생각을 안 하는군요."


M지역에서 마물과의 전투가 본격적이 됨과 동시에 파드는 샤먼을 안고 이모르까지 날아왔다. 실피르만 합체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 다른 포가튼들이 갑옷에 한꺼번에 들어가준 덕에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이모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하하하. 파드, 머리 진짜 웃긴다."


"샤먼 님도 만만치 않소."


"그래, 그래. 다음부터는 우리 헬멧을 꼭 쓰자. 머리 꼴이 이래서는 용사와 치유하는 신의 대리자 체면이 안 서잖아. 자, 이거."


샤먼은 헝겊 주머니를 파드에게 내밀었다.


"샘플로 만들어 온 건데 완성도가 높네. 굳이 기다리지 말고 어서 황제한테 가. 동틀 때 이모르를 공격한다고는 했지만, 황성은 좀 더 일찍부터 작업할 수도 있으니까."


황제의 건강은 상당히 호전되어 있었다. 무턱대고 이모르 민가부터 습격했다가 황제가 이끄는 중앙 성기사단에 의해 정리가 되는 것은 성황으로서도 달갑지 않을 터였다.


똑똑.


"계십니까? 에드워드입니다."


때마침, 에드워드가 문을 두드렸다. 방문하기로 했던 시간보다 훨씬 일렀기에 파드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어서 오십시오, 대령님. 그런데 약조한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만."


파드는 에드워드가 혼자임을 눈치챘다. 일과 시간에 에드워드 정도의 직급이 수발을 드는 하급 병사 없이 다니는 것이 상당히 이상한 일이었다.


"황제 폐하의 전언입니다. 황성 안에 이상한 조짐이 보이니 가능한 대로 빨리 와달라고 하셨습니다."


"이상한 조짐이라 하심은?"


"황성 안에 있는 성황의 측근들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성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황비 마마의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는 듯한 눈치였습니다."


에드워드는 불편한 표정으로 율리시스를 흘끔 쳐다봤다. 에드워드는 아크사의 기사, 그리고 율리시스는 반란군으로 분류하고 있는 하얀 모래단의 단장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우우우웅.


샤먼이 주머니에서 가벼운 진동음이 들렸다.


"아, 대영감인가 보다."


샤먼이 통신구를 꺼내 들고 마나를 불어 넣자 대영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선배님. 저희 다 왔지 말임다. 빨간 지붕이 너무 많아 못 찾겠지 말임다.]


"집 앞에 중년 아저씨가 서 있어. 수상하게 생긴 사람이니까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거야."


[아, 찾았슴다. 정말 수상하게 서 있슴다.]


"어. 걔는 앞에 서 있는 게 오히려 방해되겠다. 들어올 때 데리고 들어와."


통신을 끝낸 샤먼이 어색하게 서 있는 에드워드를 쳐다봤다.


"대령님. 과거야 어쨌든, 지금 당장은 협력하는 사이니까 율리시스를 좀 믿어주세요. 어떻게 알려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얀 모래단은 이모르 주민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조직된 단체니까."


"제가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그러라고 하시니 저는 따를 뿐이죠."


"그러면 된 거죠, 뭐. 파드는 지금도 출발할 수 있으니 황제 폐하께 연락드리세요."


"다행이군요."


에드워드가 손에 쥐고 있던 빨간색 보석을 바닥에 던지더니 군화로 밟아 깨뜨렸다. 통신으로 대화를 하다가는 성황에게 감청당할 수도 있어서 찾아낸 방법이었다.


문 주변으로 오묘한 빛이 일렁이더니 이내 잦아들었다.


"자, 가시죠."


에드워드가 문을 열자, 뭔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황제가 보였다. 그는 파드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고개를 숙였다.


황제가 자신의 부모, 그리고 성황을 제외한 다른 이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황제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고, 이모르까지 지켜주려는 파드와 그 일행을 향해 기꺼이 고개를 숙였다.


파드가 에드워드를 따라 황제의 방으로 들어서자 마법이 사라지며 일렁이던 빛도 사라졌다. 곧이어 문이 열리더니 대영감이 다른 주작단원들과 함께 들어왔다.


"어? 이상하지 말임다. 조금 전까지 문이 안 열려서 부수고 들어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말임다."


"에드워드 대령이 왔다 갔어. 황제가 자기 방으로 연결되는 게이트를 열어서 그랬을 거야."


대영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크사 황제 말임까? 게이트 마법을 쓸 수 있다니 대단하지 말임다."


"그러게. 나중에 소개해줄게. 사람 됨됨이도 괜찮더라."


대영감이 잔뜩 흥분했다. 마법사, 심지어 대마도사의 위치까지 올랐던 대영감이었다. 그런 그도 공간을 잇는 게이트 마법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대영감은 오랜만에 마법에 대한 연구욕이 마구 샘솟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곧 고개를 갸웃거리며 샤먼에게 물었다.


"그런데 에드워드라고 했슴까?"


"응. 황제 측근인데 그 아저씨도 사람 참 좋아."


"원래 에드워드들은 다 사람이 좋지 말임다."


"아, 맞다. 대영감 너도 원래 이름이 에드워드였지.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샤먼이 히죽 웃었다. 그러자 대영감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샤먼 선배님. 머리에 이상이 있으신 검까? 머리 스타일도 엉망이고. 원래대로면 '웃기고 있네!'라고 해야 했는데 말임다."


"시끄러워. 내 이미지 망치지 마."


몇십 년 만에 만난 율리시스와 쿠시, 그리고 곧 만나게 될 하얀 모래단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샤먼이었다.


"오랜만에 한바탕 뛰어보자고!"


"샤먼 선배님은 매일 한바탕 뛰시지 말임다."


"아씨. 이럴 때는 좀 가만히 있어, 이 영감탱이야."


*


M지역. 마물을 번식시키고, 키우는 성황의 마물 농장이었다. 필요할 때면 다른 이들에게 마물을 대여해주기도 했는데, 그렇게 벌어들이는 수익이 엄청났다.


하지만, 그 마물 대여 사업은 오늘로 문을 닫게 될 터였다.


[파멸참 - 破滅斬]


클레이의 검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자 수십 마리의 마물이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하늘 위에서 그리폰을 타고 성기사들을 지휘하던 엘람이 그를 향해 크게 외쳤다.


"클레이, 자잘한 애들은 놔두고 큼직한 애들 좀 부탁해. 성기사들도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것 같거든. 전원 돌격!"


엘람이 급강하하면서 사방에 전격을 뿌렸다. 그는 마법의 위력은 낮추고, 범위를 넓혔다. 감전된 마물들의 움직임이 둔해진 사이, 엘람의 뒤를 따라 날아드는 성기사들이 창을 내질러 마물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여러분들의 공격력으로는 몸통을 공격해 봐야 소용없어요. 정확하게 머리를 노리고 공격하세요."


"예!"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엘람의 말이었지만, 성기사들은 우렁차게 대답하며 그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랐다.


클레이는 하급 마물들은 내버려 두고 중급 마물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성황이 하급 마물들을 개조해서 만들어 낸 중급 마물이다 보니 마계에서 넘어온 중급 마물보다 훨씬 약했다.


물론,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일 뿐 하급 마물 보다 전투력은 훨씬 높았다.


서걱.


쿠궁.


지네처럼 생긴 거대한 중급 마물의 머리가 잘려 떨어지며 묵직한 굉음을 냈다. 클레이는 드래곤의 힘을 끌어내지 않고 있었음에도 그들을 사냥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각성이 생각보다 많이 진행됐나 보군."


그의 검이 번쩍일 때마다 중급 마물의 머리가 날아갔다.

엘람의 그의 머리위로 낮게 내려 앉아서는 질렸다는 듯 말했다.


"클레이! 생각보다 수가 너무 많다. 인간의 땅에 마물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나 싶었는데. 판단 미스! 체력이 떨어진 기사들은 상승해서 회복하세요. 괜히 잡혀서 죽지 마시고."


성기사들은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온종일 신체를 단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전 처음 접하는 마물과의 전투에 상당히 지쳐있었다.


M지역에 이렇게 많은 마물이 있다는 것은 그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사제들은 주기적으로 에피르 성기사단에 M지역 현황에 대해 보고했는데 최근 보고 자료에 따르면 넉넉하게 잡아서 300마리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클레이 일행이 죽인 마물의 수만 해도 300마리를 훨씬 넘어섰고, 아직 남은 마물은 그의 몇 배는 되어 보였다. 게다가 마물의 힘을 억눌러야 하는 결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아 더욱 애를 먹고 있었다.


"엘람. 조금만 버텨. 원군이 온다."


클레이의 말대로 먼 하늘에서 수십 마리의 그리폰이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장 선두에는 백색 엘프의 수장, 디트리트가 있었다.


*


백색 엘프의 거주지. 일반인들의 눈을 피해야 했기에, 성황은 그들을 M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거주하도록 했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M지역을 통과해야 했기에 성황과 몇몇의 측근 이외에는 아무도 백색 엘프가 어디에 거주하는지 알지 못했다.


바스락.


"누구냐!"


백색 엘프의 거주지 입구를 지키던 보초가 날카롭게 외쳤다. 수풀이 흔들리더니 작은 인간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묘족 수인이 뭔가 연신 투덜거리며 따랐다.


"여기가 백색 엘프 거주지야?"


소녀가 다짜고짜 반말을 하자, 보초는 기분이 상했다. 자신이 먼저 반말로 물어본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그였다.


"뭐야. 어린 인간이 어떻게 여기에 온 거지? 게다가 수인까지 달고."


"야. 지금 내가 묻고 있잖아. 여기 백색 엘프 거주지냐고!"


"코딱지만 한 계집애가 버릇이 없구나. 당장 꺼져!"


소녀는 한숨을 푹 쉬었고, 묘족 수인은 창백한 표정으로 한참 뒤로 물러났다.


소녀의 주변으로 얼음장같이 차가운 마나가 소용돌이쳤다. 그 기세가 얼마나 거대하고 흉흉한지 보초는 무릎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일단, 하나 정도는 죽여도 괜찮겠지? 클레이가 딱히 죽이지 말라는 말은 없었으니까."


인간 소녀 니에브 모습을 한 네바스카가 보초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뒤에서 묘족 장로 위글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죽이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냥. 클레이 님이 구해주라고 했지, 죽이라고는 안 했으니까냥."


"시끄러워. 실수로 죽였다고 하면 되지. 클레이는 착해서 내 말은 다 믿는다."


"클레이 님은 착하고 댁은 나쁜 년이다냥."


네바스카가 위글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게 요즘 덜 맞아서 그런가! 자꾸 기어오르네."


"아닙니다냥! 위대하신 네바스카 님. 용서해주세요냥!"


둘이 툭탁거리고 있는데, 백색 엘프의 수장 디트리트가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


"위대한 빙하의 네바스카시여. 이런 누추한 곳에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디트리트가 정중하게 네바스카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네바스카는 '봤지? 너도 좀 배워라.'라며 위글에게 핀잔을 주고는 디트리트 앞에 섰다.


"클레이 부탁을 받고 왔다. 흰둥이 엘프 따위가 감히 나의 클레이에게 일을 시키다니. 미쳐도 보통 미친 게 아니구나."


"......."


디트리트는 잠시 당황했다. 클레이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한 것이 이 난폭한 드래곤을 보내겠다는 이야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그였다.


"백색 엘프가 에피르의 신기도 다 빼앗기고, 이런 변방에서 처박혀서 사이타륵의 도구 노릇이나 하고 있다니. 에피르 신이 땅을 치고 울겠구나."


디트리트에게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에 네바스카는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딱히 틀린 말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 디트리트는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어차피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니었고.


"송구합니다. 저희도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요. 클레이 님께서 네바스카 님께 부탁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흥. 정중하게 구니까 그나마 살려놓는 줄 알아라. 저 보초 놈처럼 굴었으면 여기를 다 쓸어 버리고 클레이한테는 '갔더니 다 죽어 버린 후였다.'라고 할 수도 있었다."


"인내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디트리트는 다시 한번 허리를 숙였다. 힘을 다 찾지 못한 클레이를 상대로도 생채기 하나 내지 못 했다. 완전히 각성한 네바스카의 상대로는 어떨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아무튼, 연좌의 진이지?"


"예."


디트리트는 옷을 끌어 내려 쇄골부터 어깨까지 그려진 연좌의 진을 내보였다.


"이 몸이 해결해주겠다."


"연좌의 진을 말씀입니까?"


디트리트가 알기로 연좌의 진을 해제하는 방법은 그 진을 심은 당사자가 풀어주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의 생각을 읽은 네바스카가 위글의 로브를 걷어 올렸다.


"꺄앙! 외간 남자 앞에서 이게 무슨 짓입니까냥! 악독 드래곤이다냥!"


"시끄러워, 가만히 좀 있어!"


드러난 위글의 팔에는 연좌의 진이 있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디트리트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이 고양이도 연좌의 진에 묶여있던 친구다. 이 몸이 구해줬지."


"함께 묶여있던 동족들도 말씀입니까?"


"그래. 고양이들은 지금 에드란이란 곳에서 땡자땡자 놀면서 잘살고 있지. 이 몸 덕분에."


위글은 주섬주섬 로브를 다시 챙겨 입으며 투덜거렸다.


"클레이 님이 구해주라고 했으니까 구해준 거면서 생색은 자기가 다 낸다냥."


"너, 연좌의 진으로 나한테 묶어 버린다?"


"꺄아아아. 그건 싫어냥! 잘못했어요, 못된 드래곤 님아냥!"


네바스카가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디트리트에게 지시를 내렸다.


"자, 시간이 없다. 백색 엘프들 다 불러 모아. 연좌의 진이 해제되자마자 너희는 클레이를 도우러 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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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191화 - 신성 아크사 제국(25) (성황 vs 클레이) 24.02.15 14 0 14쪽
191 190화 - 신성 아크사 제국(24) (본색을 드러내는 그라툼) 24.02.14 17 0 14쪽
190 189화 - 신성 아크사 제국(23) (궁지에 몰린 성황) 24.02.13 14 0 15쪽
189 188화 - 신성 아크사 제국(22) (성황을 자극하라) 24.02.10 19 0 15쪽
188 187화- 신성 아크사 제국(21) (정령왕의 계약자) 24.02.08 22 0 15쪽
187 186화 - 신성 아크사 제국(20) (마물 토벌대의 복귀) 24.02.07 20 0 14쪽
186 185화 - 신성 아크사 제국(19) (마계 일곱 개의 별, 벨루스) 24.02.06 18 0 15쪽
» 184화 - 신성 아크사 제국(18)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 24.02.05 24 0 17쪽
184 183화 - 신성 아크사 제국(17) (포섭) 24.02.03 23 0 15쪽
183 182화 - 신성 아크사 제국(16) (카운트다운) 24.02.02 24 0 17쪽
182 181화 - 신성 아크사 제국(15) (완벽한 연기) 24.02.01 25 0 14쪽
181 180화 - 신성 아크사 제국(14) (우아하고 요염하게) 24.01.31 22 0 14쪽
180 179화 - 신성 아크사 제국(13) (백색 엘프) 24.01.30 24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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