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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725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9.11 21:30
조회
366
추천
3
글자
11쪽

219화

DUMMY

정예 몬스터는 보통 일반 몬스터의 열 곱절의 강함을 가진다.

열 배 강하다고 해서 놀 열 마리로 취급하는 게 아니다. 수 배, 혹은 못해도 스물이나 서른 마리 이상으로 봐야 했다.


왜냐면 입은 장비부터가 다르니.

낡은 가죽이라도 갑옷은 갑옷이고, 짧아도 창은 창이니.


그런 요소들은 정예 몬스터인 놀 나이트가 배의 강함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니 다른 놀보다는 뛰어난 모습을 보여야 했다. 보이는 게 맞았다.


피슉-!


그것도 아니라면, 못해도 끝까지 살아남기라도 해야 했다.


“일단 하나.”


설진은 미간을 적중시킨 마력 단검을 거두며 중얼거렸다.


“금방 끝나겠네.”


강한 축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꽤 성가시다고 평가되는 놀 나이트였다.

분명 그러할진대 죽었다. 정예다운 저항도, 모습도 보이지 못하고 한 번에.


주륵-.


단검이 꽂힌 미간에서는 다량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쓰러진 몸은 급격하게 기울었고, 낮게 튄 피는 사방을 어지럽혔다.

누랬던 놀의 피부에 붉은 액체가 묻었다. 노랑과 빨강이 뒤얽힌 놀들이 일순 주춤거렸다.


초인으로 신체를 강화하지도 않았건만.

잔여 스텟 포인트를 전부 투자하지도 않았건만.


지금 설진의 신체는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상태였다. 마력이 뭉쳐 만들어진 단검과 스트렝스의 버프를 받은 근력은 확실히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뭐, 상대가 놀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확실히 지금의 설진은 강하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아마 플라임과 엘리나와의 일기투에서도 승리를 점칠 수 있을 터.


물론 그렇다 한들 방심할 생각은 없었다.

마력 단검이 이렇게 압도적인 성과를 뽑아낸 이유는 놀에게도 있으니.


애당초 탑의 6층에서도 쉽게 이겨낸 몬스터였다. 56층에 다다른 지금에서 고전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질 않았다.


“죽은 거에요? 죽은 것 같은데요?”

“아마 죽었을걸. 정확히 틀어박혔거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찬우에게 대답했다. 대답하며, 다시 마력 단검의 생성을 시작하려고 했다.


타다다다!


···그러려고 했었다.


“···바로 돌격하네.”


그러나 그 행동은 놀의 움직임 탓에 멎었다.

놀 나이트가 죽었으니 적어도 혼비백산해져 몇 분 정도는 가만히 있을 줄 알았는데, 놀은 상상 이상으로 적극적이었다.


행동에 망설임이 없다고 해야 할지. 지성이 없다고 해야 할지.

곧바로 전진해 오는 놀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어찌 되었든 놀이 가까이 접근해 온 이상 마력 단검을 생성시키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설진은 곧바로 생성 중이던 마력 단검을 흩트렸다. 동시에 오른손에 쥔 검을 치켜들었다.


빠른 호흡과 동시에 신경을 집중시키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한 번에.’


장기전으로 갈 생각은 없었다.

질질 끌어봤자 얻는 것도, 도움이 되는 부분도 없었다. 차라리 빨리 끝내고 56층을 클리어한 뒤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 훨씬 나았다.


그렇게 판단한 설진은 또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마력 단검처럼, 아니. 마력 단검보다 훨씬 더 오래 써 온 그의 아이덴티티 스킬.


[초인(오른팔)이 활성화됩니다.]

[다음 공격에 추가적인 마법 공격이 깃듭니다.]

[일시적으로 ‘근력’ 스텟이 3 상승합니다.]


[근력 : 23(+2)[+3]]


초인.

스킬을 사용한 덕에 근력 스텟이 보정을 받았다. 거기에 찬우의 스트렝스 버프까지 남아 있으니 능히 쓸어버릴 수 있을 터.


그렇게 생각하며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다가오는 놀 무리를 향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맹렬히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끝이 아니다.

한 차례의 공격이 끝난 직후, 설진은 다시금 공세를 준비했다.


타앗-!


검을 휘두른 땅을 회전축 삼아 왼발을 감았다.

강함이라기보단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춘 느낌.


다시금 살검이 재림했다. 용오름치며 빗발친 마법 공격은 나무를 노리고 달려든 놀들의 몸을 살라 먹었다.

베이고, 찢기고, 짓이겨졌다.

한 치의 생명조차도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설진의 검 앞에서, 그저 앞을 보고만 달려들었던 놀은 그제야 느낄 수 있었다.


덜덜.


느끼기보단 본능의 영역이었다.

명확하게 상하 관계가 나뉘는 포식자임을 깨달은 건 온전히 본능이었다.


우연히 살아남은 몇몇은 뒤늦게라도 몸을 돌려 도망치려는 모습을 보였다.

상처투성이인 몸을 애써 이끌고 도망가는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타다다다!!


한 발걸음을 걷고 내디딜 때마다 놀의 몸에선 피가 흘러내렸다. 피는 저들의 시야를 가렸고, 가려진 시야는 놀에게 길을 찾아주지 못했다.


동시에 속도가 느려졌다. 지르밟힌 피가 발목을 붙잡았다.


설진은 그런 놀들을 향해 걸었다. 오른손에 쥔 검은 여전히 귀기를 내뿜고 있었고, 왼손에 잡힌 마력 단검은 가히 살인적인 기운을 풍겼다.


촤악-!


총 예순하나, 개중에서도 나무를 노리고 온 건 서른 마리의 놀과 하나의 놀 나이트.

그런 놀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베이고 베인 목은 마치 학살의 현장을 보는 듯했다.


피슉-!


마지막 하나. 도망가려는 놀의 뒷통수를 꿰뚫은 설진은 검을 털었다.

떨쳐나온 피는 땅에 묻혀 양분이 되었다.


오전을 말했던 하늘은 슬며시 저물고, 높아진 바람의 빈도에 쌀쌀하다는 생각이 들 즈음, 모든 상황이 종료됐다.


설진은 이지를 잃은 채 죽어버린 놀의 시체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시연과 채린.

밭을 지키러 갈라진 둘의 진행 상황을 보기 위함이었다.


‘끝났으려나.’


다시금 마력 단검을 생성하고자 기운을 움직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도와줄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돌린 고개가 밭을 마주한 찰나, 설진은 볼 수 있었다.


“저쪽은 진짜 화려하게 했나 본데요?”

“···그러게.”


밭의 앞. 그러니까, 놀의 침공 범위가 모조리 불태워져 있었다.

범위 안인만큼 놀도 존재했다. 벼락이라도 친 듯 살이 붙태워진 놀을 바라보며 설진은 조용시리 마력 단검의 생성을 멈췄다.


휘익- 휘익-!


이쪽이 저쪽을 본 만큼, 저쪽도 이쪽을 본 모양.

끝났다는 것을 알리듯 흔들어 오는 손이 보였다. 채린이었다.


설진 또한 손을 흔들며 상황의 종결을 알렸다. 이후 쓰러진 놀의 시체와 하늘을 번갈아 보던 그는 익숙한 메시지를 접할 수 있었다.


[56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57층에 진입했습니다.]


56층의 클리어 메시지.

한 단계 더 올라, 이제 설진의 레벨은 57이 되었다.


잔여 스텟 포인트도 하나가 올라 8이 되었다. 스킬 포인트가 없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래도 스텟 포인트를 보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8은 절대 적은 수치가 아니었으니.

불리한 상황을 역전하고도 충분할 정도의 포인트였으니 말이다.


‘이걸로 한 층···.’


떠오른 메시지에서 고개를 돌렸다.

돌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벌써 절반이나 넘게 왔구나.’


참, 많이도 왔다는 생각.

세 개의 에피소드 중 벌써 두 개를 끝내고, 마지막을 진행하고 있으니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탑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두 차례의 여주인공을 지나쳤다.


설진을 목을 올려 위를 바라보았다.


하늘은 더 이상 하늘이 아니었다. 외려 밤하늘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았다.

별은 떠오르지 않았건만 어두웠다. 밝은 남색이 점차 짙어지고 있었다.


“설진아, 찬우야. 다친 덴 없어?”

“없어요. 없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요.”


스르릉-.


조금은 어이없다는 듯, 약간은 능청스럽게 말하며 검을 집어넣었다.

허리춤의 매인 검집에 검을 납도하자 바람이 잦아드는 듯했다.


“그러면 그쪽은 어때요? 다친 데는?”

“이쪽도 없어요 오빠.”

“채린이가 마법 한 번 쐈는데 다 죽더라고. 내가 할 게 없었다니까.”

“아, 저도 형이 다 처리해 주시던데.”


짧게나마 나눈 대화 속, 시간은 점차 흘러가고 있었다.

빛이 잦아들었다. 차갑게만 보이는 푸른 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슬슬 돌아갈까요.”


완전히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설진은 돌아가기를 제안했다.

기실 헤임 제국 에피소드의 엔딩에서 느낀 심정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마침 층도 하나 클리어했으니 누워서 쉬고 싶었다.


“그럴까. 맛있는 것도 좀 먹고.”


시연 또한 설진과 같은 마음인지, 한 손을 위로 뻗으며 말했다.

채린이나 찬우도 휴식을 원하는 건 마찬가지인 듯했다.


“좋아, 그럼-.”

“끝난 건가?”


모험가 길드로 돌아가자는 말을 하려는 찰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 만난 중년의 엘프 사내였다.


“부탁하신 일은 전부 끝냈습니다. 이걸로 밭은 안전할 거에요.”

“고맙네. 덕분에 살았어.”

“돈 받고 하는 일인데요. 그럼 저희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아아, 잠시만. 내 할 말이 있는데···.”


이제 막 발걸음을 돌려 길드로 향하려 할 즈음이었다.

엘프 사내는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듯 말을 흐렸다. 그 모습에 뭔가 싶어 고개를 돌린 설진은, 이윽고 엘프 사내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늘 하루는 우리 집에서 묵지 않겠는가. 아무도 쓰지 않는 방이 두 개 있다네. 그곳에서 하루만 자고 갔으면 하네. 물론 식사도 제공하고.”

“···.”

“이건 보수와는 별개네. 그저 이쪽의 호의라 생각해 주면 고맙겠네.”


엘프 사내는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말해 왔다.


얼핏 보면 호의인 듯 보이지만, 사실 거래에 가까웠다.

몬스터가 출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가능성은 낮아도 다른 몬스터들의 출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했다.


그러할진대 싸울 수 있는 전력인 설진 일행을 보낸다면, 그리고 운이 나쁘게 다른 몬스터들이 밭을 습격한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곤란한 상황이 될 터.


눈앞의 엘프 사내는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다.

방을 빌려주고 음식을 내주는 대신 밭을 지켜달라고.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뭐, 다른 몬스터들이 습격할 가능성은 없는 것 같은데요. 딱히 기척에 걸리는 게 없기도 하고요.”

“혹시 모를 일이잖는가. 그러니 오늘만 부탁할 수 없겠나.”

“음···.”


솔직히 말해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어차피 길드로 돌아가 쉬려고 했는데.’


56층 클리어를 끝으로 일과를 종료하려고 했었다.

금일, 이 이상으로 탑을 공략하진 않을 생각이었다.


모험가 길드를 가든, 이곳에서 하루를 묶든.

어느 쪽을 골라도 상관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쪽이 더 좋을지도 몰랐다.

모험가 길드로 가는 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반해, 이쪽은 바로 쉴 수 있으니. 곧장 휴식에 들어갈 수 있으니 말이다.


“어떡할래요?”


설진은 의견을 묻듯 시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였다. 마음대로 하라는 의미였다.


이윽고 채린, 찬우의 반응마저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한 설진은 약간의 고민 끝에,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내일까지 잘 부탁드려요.”


엘프 사내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정확히는, 호의의 탈을 쓴 거래였다.


“그럼 먹을 걸 내오겠네. 저쪽 집에 있어주겠나.”

“알겠습니다.”


하루의 끝이, 밤과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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