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윤겸

현대마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재필장수
작품등록일 :
2024.01.04 17:18
최근연재일 :
2024.02.27 00:44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5,046
추천수 :
157
글자수 :
229,318

작성
24.01.04 18:05
조회
502
추천
8
글자
16쪽

프롤로그

DUMMY

"저... 선생님, 제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요?"


"앞으로 한달도 장담 할 수 없습니다."


"네?"


내가 깜짝 놀라자 알록달록 색동옷을 입은 박수무당이 미간을 찌푸렸다.


"뭘 놀라노?"


"아니, 뭐 점 같은거 안보고 바로 그렇게 알 수가 있는건지..."


"...내 지금 참 어이가 없다. 그를 꼭 점 치봐야 아나? 니 보기엔 니 스스로가 오래 살 것 같나?"


으음. 아니요.


키 185cm인 내 몸무게는 46kg.


피부는 시커멓게 죽었고, 눈알도 탁한데다 다리까지 전다.


얼핏 보면 좀비와 다를바 없으니 저런 반응이 당연하긴 하다.


"내는 뭔 귀신 들어오는 줄 알았다. 니 뭐, 암이가? 병원에선 얼마나 남았다카는데?"


무당은 날 시한부 환자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뭐, 누가봐도 그렇겠지만...


사실 병원에 간적은 없다.


내가 이 지경이 된게 마약 때문이라 그렇다.


하루하루 몸이 망가지는게 심상치가 않아서 겁은 나는데, 의사 도움 받으려다간 교도관 먼저 만날게 뻔해서 토속신앙에라도 기대보러 온거다.


"아, 그게..."


내가 곤란한 기색을 비치자 무당이 쌀알을 움켜쥐며 눈을 감았다.


"있어봐라. 으음... 하이고- 니 명줄은 진작에 다 됐다. 지금까지 살아 있는게 용하구로."


"하아..."


의사한테 듣는 것 만큼 절망적이진 않아도 한숨이 나오는건 어쩔 수가 없다.


"니는 전생에 살겁(殺劫)을 너무 많이 쌓았다. 그 벌로 이번생에 사문(死門) 절명(絶命)운에 흉격(凶格)까지 타고났구로."


"네?"


"전생에 큰 죄를 지어서 뭘해도 안되고, 억수로 지독한 악귀까지 씌였단 뜻이다. 그 악귀가 니랑 가까운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싹 다 죽이삐네."


"아..."


"쯧! 어디 큰산 드가 혼자 조용히 눈감아라."


"..."


자살하란 말이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긴 커녕 오히려 진짜 용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내 엄마는 날 낳다가 죽고.

아빠는 그 충격에 만취해서 물에 빠져 죽고.

보육원에선 친구들과 보육교사 몇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아내와 돌쟁이 딸은... 아, 이거 뭐 좋은 얘기라고 하고 있다.


아무튼 기대감에 부풀어서 물었다.


"저, 선생님. 그럼 제가 살 수 있는 방법이 혹시 있..."


"없다."


"네?"


"병원가도 소용없다. 아무리 명줄 긴 놈도 니만치 몸 망가지믄 죽는다."


"..."


갑자기 힘이 쭉 빠져서 지갑을 꺼냈다.


"복채가 십만원이죠?"


"씁- 됐다. 부정탄 돈은 끄내지도 말고 그냥 가라. 장군님 노하신다."


"예? 그래도 그냥 가기는 좀..."


"어허!! 드럽다!!"


"..."


불결한 세균 취급이 불쾌했지만 이런 대접은 익숙하다.


"네, 그럼 저는 이만..."


"그란데 니 눈에 살기가 그득하네. 사람 죽일 생각이가? 복수한다고?"


"네?"


"니 주변 사람 죄다 사고로 죽고, 병으로 죽고, 또 누구는 지 손으로 갔을긴데, 개중에 딴 놈 손에 죽은 사람 없겠나."


"아..."


"니, 그 범인들 죽일 생각이제?"


"...아뇨, 안죽일건데요."


"그기 다 천신님이 내리신 벌이다. 니 죄값 치른거니까 괜히 범인들 죽이고 그러지 마라."


순간 뱃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울컥 튀어나왔다.


"내가 뭔 죄를 지어?"


"니가 아니라 전생의 니가 지었다 안하나. 천신님이 이 생의 니를..."


"천신은 시팔. 그 새낀 어디가면 만나는데? 번호라도 알려주든가."


"쓰읍!! 벌을 내가 주나? 와 나한테 도끼눈을 뜨고 지랄이고?"


"뭐요? 지랄? 아니 뭐 이런 씨ㅂ... 아, 됐고. 아무튼 난 그놈들 죽이고 그럴 생각 없으니까 엄한 사람 몰아가지 맙시다."


"어서 그짓말을 해쌌노."


아니라는데도 자꾸 범죄자 취급을 하니까 화가 치민다.


"아이 씨발 진짜 왜 이래? 내가 살인범이야? 어? 그러길 바래? 그래 그럼 어떻게, 내 그 말 받들어서 당신부터 죽여줄까?? 연쇄살인마 이혁도의 첫 희생자로 길이길이 회자 되든가!!! 씨발!!"


"어허!! 장군님이 니를 생각해서 하시는 말씀인데 어서 큰 소리고!! 경치기 싫으믄 퍼뜩 마음 고치 먹어라!!"


"아, 아니라고오!! 나는 그 새끼들 진짜 안죽일거라고!!"


너무 답답해서 가슴을 쾅쾅 치니까, 무당은 그제야 한풀 죽은 목소리로 수긍했다.


"맞나."


"예! 맞고요!! 그리고 씨팔, 인생 진작에 경친 새끼한데 뭘 경치기 싫으면이야. 협박도 개좆같이 하네."


"...알았다. 가봐라."


"예! 그럼 바쁘신데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말은 거칠게 했지만 공짜로 점본게 괜히 미안해서 허리를 90도로 꾸벅 숙였다.


그렇게 돌아서 절뚝 걸음으로 나가려는데, 무당이 날 불러 세웠다.


"잠깐!!"


"??"


뒤를 돌아보니까 무당이 눈깔을 휙 까뒤집더니, 몸을 경련하면서 뭔 랩을 하기 시작했다.


"어헛!! 와이카노!! 오오오!! 대해만신이시여!! 나는 저놈을 모릅니다!! 어허! 어허! 꺼어어져어어~랏! 이 잡스럽고 드러운 악귀야!! 여긴 니깟 놈이 감히 침범하지 못할 영지로다!! 성스러운 맹호들의 둥지로다!!! 이 돌로 쳐죽일 악랄한 새!!!"


그러다가 또 갑자기 뚝 끊고선 온몸을 부르를 떨고...


"...별 지랄을 하네."


딱 봐도 굿이나 부적 팔아먹으려는 속셈 같길래 무시하고 가려는데 무당의 한탄스런 목소리가 들렸다.


"아- 거 불쌍해도 어째 이리 불쌍하노. 내는 이, 이 측은지심 때문에 제 명에 몬산다."


"뭐요?"


"니가 하도 불쌍해가 내가 천기를 누설 한다꼬!! 이라믄 나만 천벌 받는기라!! 어허이!!"


"아니 갑자기 뭔... 거 혹시 굿이나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마요. 난 털어 먹을 것도 없어."


"니 살고 싶나?"


"엉?"


"살고 싶냐고."


"아, 뭘 물어. 살고 싶으니까 이런데까지 왔지."


"카믄 조건이 있다. 내가 니 살길 일러줄테니까, 난중에 와서 복채 두둑이 내라."


"나중?"


"그래, 여유 되는 만큼 주믄 된다."


"아이 뭔 소리야. 복채는 그냥 지금 드린다니까? 그냥 이것만 받아. 나 진짜 전재산이 60만원이야."


"아잇! 그 드러운 돈 말고! 그런 푼돈도 말고!!"


"..."


지금은 더럽고 나중엔 아닌가 싶었지만, 딱히 손해 볼 일은 아닌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뭐. 그럼 그렇게."


"후... 잘 들으라. 명줄 진작에 끝난 니가 왜 여즉 살아 있는줄 아나?"


"모르죠."


"니한테 붙은 악귀 명줄이 한참 남아가 그렇다."


"..."


"금마가 지금 니를 필사적으로 살려두는기라. 니가 뒤지면 지도 같이 가삐니까. 그 악귀가 살겠다고, 지 새끼들을 애타게 부르고 있다."


악귀가 날 살려주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내게 소중한 것들을 다 앗아갔다는 놈이 날?


지랄한다.


"조만간 그 악귀를 모시는 놈이 널 찾아갈기라. 금마가 널 살려줄 귀인이다."


"귀인?"


무당이 눈을 매섭게 뜨고 날 노려봤다.


"그라니까네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이사 가지 말고 지금 사는 그 집에 그대로 있어라. 알았나."


마침 다음달이면 월세 계약기간이 끝나서 이사를 가려고 했는데, 이러니까 귀가 솔깃하다.


집주인 아줌마가 월세 밀렸다고 난리 치는거 보증금에서 까라고 큰소리 쳐놨는데 좀 곤란하긴 하지만.


"... 그럼 이사만 안가면 귀인이 와요?"


"온다. 정확히는 니가 아니라 그 악귀한테나 귀인이지만서도."


"..."


"잊지 마라. 죽어야 될 니한테 내가 이래 피하는 방법을 알리줘삤다. 천벌 받을거 각오하고 알려준거니까네, 니 꼭 복채 줘야된다."


"...그럽시다."


날 보는 무당의 눈빛이 여간 미친놈이 아니었지만, 그냥 이런 직종 특유의 느낌이려니 했다.


다시 한번 고개를 꾸벅 숙이고 점집을 나오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허허, 10만원 굳어 버렸네."


돈 10만원에 기분이 좋아진 속편한 하루였다.




***



그 10만원 줬으면 속 뒤집어져서 죽을 뻔 했다.


무당을 만난게 4개월이 넘었는데 귀인은 커녕 해로운 인간들 천지다.


도덕, 상식, 예의, 위생 같은건 개나 줘버린 미친놈들.


하도 여기저기 득실거려서 하루를 견디기가 벅차다.


다 지능의 문제다.


지능이 낮아서 자기가 하는 행동이 뭐가 문제인지 조차 인지를 못하는...


이 새벽, 캄캄한 시장골목에서 마주한 이 여자도 그렇다.


"오빠야, 20만원에 주면 안되나?"


"노노, 안됩니다."


"아, 왜? 쫌만 깎아주라."


"반값이 좀만이야?"


"으으응- 대신에 내 함 대줄게. 응?"


간드러지는 콧소리와 부산 사투리가 만났지만 소용없다.


나는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 단단한 남자니까.


"필요 없으니까 빨리 돈이나 줘."


"아앙~ 왜애! 내 비싼 여자다! 내랑 하믄 오빠가 이득이라니까?"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왔다.


"하아... 이모."


"응?"


"이모가 젊었을 땐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2024년이야. 이모 출생 이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뭐어? 야!! 내 아직 서른 하나다! 아직 탱글하고 쫄깃해! 자, 만져봐라."


"아잇! 어딜 갔다대! 서른 하나는 지랄하고!! 여기가 어둡다고 내 눈을 속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개도 주지마!!"


"아, 씨발새끼야 드럽게 치사하게 구네!! 야! 어리나 늙으나 불 끄면 다 똑같다!!"


"아니 똑같고 나발이고 나는 싫다고!! 돈을 내라고!!"


"돈이 없으니까 이러지 개새끼야!! 한번만 좀 깎아도!! 응? 오빠야앙~~"


"이모옹~~ 안된다고옹~~"


"아 진짜!!"


"돈 없으면 갑니다."


단호하게 돌아서서 딱 두번 절뚝였는데, 갑자기 낮선 남자의 소리가 들렸다.


"아따- 거 숙녀한테 와 그리 매정하노?"


"???"


돌아보니 웬 중년의 대머리 아저씨가 날 보며 실실 웃고 있다.


"서울 아들은 이래서 안된다니까. 이리 온나. 니는 콩밥 좀 무야겠다."


형사시고.


기상청에 거금 100만원을 주고 산 달력에 따르면 분명 오늘은 단속이 없는 날인데.


아무튼 기상청은 믿을 수가 없다.


믿어서도 안되고.


"마약류 관리법 위반, 불법 마약류 매매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 할 수 있고, 묵비권을..."


형사가 수갑을 꺼내고 다가서길래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면서 물었다.


"잠깐만."


"응?"


"아저씨 혼자야?"


"와? 저쪽으로 튈라고? 가봐라. 우리 애들 쫙 깔맀다."


"...그럼 여기 이모부터 잡아요. 레이디 퍼스트."


"싸나이가 그라믄 되나.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 이리 온나."


형사가 이모를 지나쳐 점점 내게 다가서자, 슬금슬금 게걸음을 치던 이모가 후다다닥 도망을 갔다.


"저, 저 이모 가잖아!! 이모 잡아!!"


"저쪽에 우리 아들 많다. 니나 이리 온나."


"어어! 오지마!! 오면 나 뛴다?"


"뛰라. 절름발이가 뛰봐야 얼마나 뛰겠노."


"뭐? 당신 지금 장애인 무시해?"


"무시가 아니라 팩트... 어허! 거 안서나? 내 뛰게 만들지 마라잉?"


"잠깐만!! 잠깐만 거기 서서 나를 봐!!"


"엉?"


"잘 봐. 내 얼굴 보이지? 나 시한부야. 잡아가 봐야 어차피 3개월도 못살고 죽는다고!! 그냥 보내줘!!"


"그래, 그래 보이긴 하는데... 일마야. 그런 놈이 마약이나 파나?"


"씨팔 그러니까 팔지!! 뒤지기 전까지는 먹고 살아야 될거 아니야!!"


내가 계속 뒷걸음질을 치자 대머리 형사가 슬슬 짜증을 냈다.


"거 뒤로 그만 가라잉. 지금 순순히 가믄 내 국밥 한그릇 시키줄게."


"싫어. 나는 떡볶이 좋아해."


"사내자슥이 떡볶이가 뭐고? 그래, 알았다. 그 시켜주께."


"잠깐만!!"


"하아... 또 뭐??"


"대머리!!"


"뭐어?"


"아저씨 대머리 고쳐줄게!! 내가 비밀의 약을 알아!! 효과 직빵!!"


"...이 새끼가 쳐 돌았나? 이리 온나!!"


"진짜야!! 대머리 고치면 아저씨 가족들도 엄청 좋아... 아, 머리가 없으니까 가족도 없나?"


"이 미친새끼가!!"


형사가 도끼눈을 뜨고 달려들길래 나도 전력을 다해 질주했다.


"씨발!! 진짠데 왜 안 믿어!! 평생 대머리로 살다가 죽을거야? 어? 지금 날 믿으면 풍성하게 살 수 있어!!"


"개새끼야!!"


"이히히히!!"


시원한 새벽공기를 타고 비행하듯 골목길을 절뚝였다.


"거 서라!! 헉, 헉!! 절름발이가 와이리 빠르노!! 서라고!!"


"훅! 훅! 대머리는 왜 이렇게 느리노!!"


"아악!! 저 새끼가 진짜!! 니는 잡히기만 잡히라!!"


못 잡을걸?


내가 괜히 저 대머리를 놀린게 아니다.


사람이 흥분을 하면 호흡이 차고 근육에는 힘이 쭉 빠진다.


특히 발가락이나 손가락 같은 소근육은 덜덜 떨리기까지 해서 제대로 땅을 박차고 뛸 수가 없다.


가뜩이나 늙고 뚱뚱한 저 형사는 1분도 못가서 제대로 숨도 못쉴거다.


"카학!! 거 서라!! 거 서라... 고 새끼야!!!"


"염병하네. 너 같으면 서... 에이."


뻔한 멘트는 지양하고 절뚝이는 속력을 더 높였다.


어둠 속 골목길을 자유롭게 누비며 한켠에 놓인 플라스틱 상자들을 넘어 뜨리고, 중간중간 입간판도 훌쩍 빼서 대머리의 경로를 막았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평소에 꼼꼼히 정해 놓은 경로다.


여긴 한두사람 겨우 지날만한 좁은 골목이 개미굴 같이 사방팔방으로 뻗어 있기 때문에, 아주 잠깐의 시간만 벌면 충분히 몸을 숨길 수 있다.


예를 들면 지금 여기, 족발집에 쳐진 천막 같은.


이 족발집 또한 그냥 들어온게 아니라 미리 정해놓은 후보지 10개 중 하나다.


가게 입구가 간이 천막에 가려져 있고, 그 천막에도 문과 자물쇠가 달려 있고, 천막 옆으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으며, 오전 11시가 넘어도 문을 열지 않는 가게들.


이렇게 꼼꼼하고 실용적이어야 마약을 팔면서도 오랫동안 잡히지 않을 수 있다.


가진 만능키로 조심스럽게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다시 잠근 후 계산대 밑에 웅크리고 앉으니 저 밖에서 대머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일마 어디갔노??"


"계장님!!"


"마!! 거 절름발이 아 하나 안갔나??"


"예? 절름발이요?? 몬봤는데요!!"


"하따!! 여 뒤쪽으로 싹 뒤지라!! 이, 이 천막 안도 다!!"


"예!!"


덜컹!


족발집 천막 안으로 들어 온 누군가가 문을 거칠게 흔들었지만, 잠겨 있는걸 알곤 금세 떠나갔다.


"여 안엔 없습니다!"


이제 여기서 버티다가 아침 해가 뜨고도 한참이 지나서 나가야 안전하다.


형사들의 소리가 들렸다 말다 한지 약 한시간.


주변이 고요해짐에 따라 내 정신도 차츰 어두워졌다.



***



시끌벅적한 사람들 소리에 눈을 뜨니 벌써 아침 10시다.


새벽 냉기가 묻은 몸을 뒤뚱이면서 집에 도착했는데, 마침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밥 시간 알람이라 자연스레 싱크대로 가서 젖병에 분유를 탔다.


쪽쪽...


빨대를 통해 들어온 따듯한 액체가 차갑던 뱃속을 따듯하게 데워줬다.


"후-"


나는 하루에 세번, 겨우 한살에 죽은 내 딸이 먹던 시간에 분유를 먹는다.


아, 내가 미쳤다거나 '먼저 간 딸 배고플까봐 대신 먹는다' 같은 신파는 아니다.


아내와 딸을 잃은 충격이 너무 커서 한동안 둘의 환각과 함께 지냈다.


그 때 딸 먹인다고 때마다 분유를 탔는데, 그거 버리기도 뭐해서 먹던게 습관으로 굳은 것 뿐이다.


"어- 잘 먹었다."


분유를 먹었으니 다음은 간식먹을 차례.


오늘은 마침 특식을 먹는 날이다.


방 한구석에 놓인 검은 비닐 봉지에서 작은 주사기 하나를 꺼냈다.


달칵, 푹.


부르르르...


이제 진짜로 푹 잘 시간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현대마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부족한 글 부끄럽지만 잘 부탁 드립니다. 24.01.11 83 0 -
39 같은 시대 24.02.27 19 1 12쪽
38 세상이 왜이래 24.02.23 28 1 13쪽
37 슬럼프 24.02.21 38 1 12쪽
36 극성 학부모 24.02.19 34 1 11쪽
35 차 값 24.02.16 45 1 11쪽
34 차가 생각보다 빠르네 24.02.15 43 1 12쪽
33 내가 함정이야 24.02.13 42 1 10쪽
32 살려야 하는 사람들 24.02.12 45 1 9쪽
31 거짓말 24.02.09 65 1 15쪽
30 내가 넘버 투야 24.02.08 67 1 10쪽
29 연기자들 24.02.06 61 1 14쪽
28 서열정리 +2 24.02.05 76 2 13쪽
27 돈까스 두개 24.02.02 70 2 13쪽
26 지도자의 삶 24.02.01 61 3 14쪽
25 신용카드와 주식 24.01.31 75 3 12쪽
24 마약왕 박한일 24.01.30 74 4 12쪽
23 차도살인 24.01.29 70 5 10쪽
22 나도 상처가 저렇게 많진 않았는데 24.01.28 79 5 15쪽
21 가스 검침 24.01.27 85 4 14쪽
20 장남을 장님으로 +2 24.01.26 92 3 17쪽
19 간첩이 있어요 24.01.25 85 5 10쪽
18 강자지존 24.01.24 91 4 13쪽
17 아기새 24.01.23 93 4 12쪽
16 필요 없는걸 손에 쥐고 있으면 24.01.23 98 4 14쪽
15 무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 +2 24.01.22 110 4 15쪽
14 내가 많이 봤어. 24.01.20 118 5 13쪽
13 심법을 잘못 골랐다. +2 24.01.19 126 4 13쪽
12 저는 최종선택을 하겠습니다. 24.01.18 129 4 12쪽
11 금요일에 만나요 +2 24.01.17 143 5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