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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현대마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재필장수
작품등록일 :
2024.01.04 17:18
최근연재일 :
2024.02.27 00:44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5,064
추천수 :
157
글자수 :
229,318

작성
24.02.13 23:30
조회
42
추천
1
글자
10쪽

내가 함정이야

DUMMY

내 얘길 다 들은 박한일은 한참 말이 없다가, 어딘가 이상하게 복잡한 표정으로 물었다.


"글마들이랑 결혼한 사람하고 아는 아무 죄도 없는데 죽이겠다고?"


"그런 새끼들하고 결혼한 년놈이면 똑같은 수준이란 얘기야. 죽어도 돼."


"아, 맞나. 그캄 아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 어린 아들도 죽어 마땅하나? 연좌제 없어진지 좀 됐는데."


"그딴 부모 밑에서 행복할거 같애? 잘 커봐야 똑같은 쓰레기야. 애 입장에서도 어릴 때 죽는게 날걸."


"...니 뭐 그 심법 할라믄 살심이 없어야 된다고 안했나?"


"죽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합당한 벌이 그것밖에 없는거야. 내 말이 틀려? 웬만큼 미친놈도 이건 반박 못할텐데."


"..."


박한일이 눈을 게슴츠레 좁혔다.


"그래. 니는 니 빼고는 죄다 미친놈으로 보이지?"


"뭐?"


"맞잖아. 이 세상에서 니만 정상이다 아이가. 하긴, 당연하다. 외눈박이 눈엔 양눈박이가 괴물로 밖에 더 보이나."


"...?"


언젠가 대리놈에게 들었던 말을 박한일의 입에서 들으니 현실이 붕 뜨는 기분이다.


"니가 처음 내 점집에 왔을 때 부터 그 미친 눈까리 알아봤다. 하, 참. 내 팔자야. 어쩌다 이런 도라이랑 엮여가 작두를 타고 앉았노."


평소엔 그냥 무시하던 말인데, 대리의 얼굴이 떠올라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눈이 뭐가 어떤데? 어떻길래 맨날 그 소리야?"


"말한다고 니가 아나? 백날 거울 봐봐야 니는 몰라. 미친놈들이 죽었다 깨나도 몬하는 딱 한가지가 그거다. 지가 미쳤다는 생각."


"..."


"지 입으로 자긴 미친놈이네, 미친개네 하는 아들. 그거는 진짜 미친게 아이다. 똑같이 미친짓을 해도, 그게 미친짓인걸 안다는 소리니까 정신 멀쩡한기라. 진짜 미친놈은 미친 짓거릴 하고 '뭐가 잘못 된건지 조차' 모른다. 지금 니처럼."


"받은거 똑같이 돌려 주는게 미친거야? 그게 당연한걸 모르면 그게 미친거야."


"됐다. 백날 천날 얘기 해 봐야 우이독경이다. 아무튼 니 개인사 니가 알아서 하는긴데, 웬만하믄 그놈들만 벌하는 쪽으로 마음 고치봐라. 사람 죽이봐야 니 죄만 늘어난다고 지겹게 얘기 했다잉?"


"그래. 내 개인사는 내가 알아서 할게."


"알았다. 이제 일 얘기 하자."


"...그게 다야?"


"뭐가?"


"뭐, 도덕이니 어쩌니... 안 죽인다고 약속 안하면 때려 친다고 협박 안해?"


"안한다."


"아니... 캐릭터가 왜 갑자기 달라졌어? 진짜 괜찮아?"


그러자 갑자기 박한일이 내 손을 움켜 쥐었다.


"갑자기가 아이다. 솔직히 말해가 내는 원래부터 니 이해했다."


"뭐?"


"신정동 모녀 살인사건. 희생자 남편 이혁도. 그때 뉴스 보고 내도 참 많이 울었다. 도대체 그 남편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내 진짜 가늠을 할 수가 없더라."


"..."


"그런 니가 내 점집에 왔을 때 처음엔 못 알아봤다. 뉴스에서 본 얼굴이랑 너무 많이 변해가. 근데 니 이름에, 눈에 살기 보고 알아챘지. 아, 그 양반이구나. 이래 살고 있구나. 그 고통이 얼마나 컸으면 이래 썩어 문드러지고도 버티고 있노."


"..."


"내 주제 넘게 범인들 죽이지 말라고 떠들긴 해도, 사실 속으론 내가 대신 살이라도 날리주고 싶었다. 그 고통을 어째... 어째 끌어안고 그 긴 시간을 살아가... 끄흑... 니 진짜 얼마나 힘들었노. 끄흐흑..."


내 손 위에 엎어진 박한일의 뜨거운 눈물이 느껴져서 남은 한 손으로 그의 혈 몇개를 짚어 진정시켰다.


"아니, 갑자기 왜... 당신이 울 일은 아닌데 진정 좀 하지?"


"크흡. 그래, 미안하다. 호씨야, 내 정말 미안해."


"또 뭐가 미안... 아이, 됐으니까 당신도 가서 물 한잔 하고 와."


"알았다. 있어봐라."


저렇게 울어 대니까 오히려 내가 민망해진다.


공감능력이란게 저런건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감정선이다.


금방 냉수를 들이키고 온 박한일이 이번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니 근데 진짜로 빈틈 안보있나?"


"뭐?"


"아까 한 장로한테 강시 얘기 듣고 뭐 실수한거 없냐고. 그래 정신이 없었으면 뭐라도 하나 있을텐데?"


"..."


혹시나 싶어서 잠깐 생각을 해보니까...


"있네."


"응? 뭔데?"


"나오면서 그놈 점혈도 안했고, 추적 여부 체크 안하고 바로 여기로 왔어."


"어... 그캄 어찌 되는긴데?"


"뭘 어떻게 돼. 마인놈들 우르르 몰려 오는거지."


"어엉? 그캄 빨리 나가야 되는거 아이가? 있어바라. 내 조 사장 나오라카께. 니는 짐싸라."


"됐으니까 그냥 조 사장이랑 방 안에 들어가 있어."


"와? 빨리 짐 싸야지."


"벌써 왔어."


"...네?"


"하아..."


한 순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박한일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마스크를 쓴 다음 우산검을 들었다.


스릉-


"조씨 데리고 방에 있어. 금방 끝나."



***



어리둥절한 얼굴로 끌려나온 나체의 조 사장과 박한일이 방으로 들어간지 약 5분.


호텔 밖에서 느껴지던 기감들이 복도 앞까지 다가왔다.


딱 천마대 한개조 인원인 열둘이다.


'천마대가 벌써 왔을리는 없고...'


혹여나 저놈들이 방문을 부술까봐 내가 먼저 열어줬다.


삐리릭-


"들어와."


"???"


내가 먼저 문을 열어주니 역시 놀랐는지, 놈들은 걸음을 멈추고 바로 전투태세를 취했다.


"난 들어 갈건데, 니들끼리 복도에서 싸울래?"


"..."


내가 방 안쪽으로 쑥 들어서자 놈들은 여기저기 기감을 뻗대느라 바쁘다.


당장은 안들어 올 것 같아서 브레짜에서 분유 한병을 타서 한모금씩 빨아 먹으면서 기다렸다.


쪽...쪽...


한병을 다 먹을 때 쯤이 돼서야 선두가 한발 한발 거북이 걸음으로 방에 들어섰고, 그 뒤의 놈들도 따라 들어와 넓게 포진을 했다.


그렇게 나 하나를 학익진 마냥 포위를 하자 전원이 검을 뽑아 들었다.


챙!! 채재재쟁!!


이어 왼쪽 날개의 두번째 놈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함정이 있을 줄 알았는데. 자신감이 과한거 아니야?"


"함정이야."


"뭐?"


"함정이 뭐냐. 범위에 들어온 사냥감을 잡는게 함정이다."


"..."


무슨 소린지 이해를 못하는거 같아서, 나도 검을 뽑으며 쉽게 설명을 해줬다.


"내가 함정이라고."


후웅!!!


나는 검을 횡으로 그어 반월형의 검기를 쏘아 보냈다.


전방 180도로 퍼져 열두놈 모두에게 걸칠만큼 넓은 검기.


"!!!!"


까아아아앙!!!


그걸 본 놈들이 기겁을 하며 검을 수직으로 세웠지만, 내 검기는 그것들을 두부 마냥 절단했다.


물론 그 뒤의 몸통들도 깔끔하게 잘라냈고.


후둑. 후두두둑...


잘린 몸통의 단면에서 내장과 피가 쏟아 지는걸 보면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한놈에게 다가갔다.


그놈이 강해서 살아 있는건 아니고, 내가 일부러 이놈에게 닿는 부분만 옅게 조절을 했다.


한 획에서도 강약을 나누는 붓글씨처럼 검의 한 획도 그런 조절이 가능하다.


"괜찮아요? 많이 놀랬죠?"


"흐읍!!!"


진짜 많이 놀랐는지 경기를 일으키며 눈을 이리저리 굴려 대길래 어깨를 움켜 쥐었다.


"나 봐. 미안해. 나도 마음은 검 좀 섞어주고 싶은데, 니들이 공력 뽑아먹는 진법을 쓰면 좀 곤란해서 그랬어. 내가 밑천이 얼마 없어가지고."


턱!


놈의 머리통을 손바닥으로 감싸고 마기를 무식하게 밀어 넣었다.


"끄윽... 끄아아아악!!!"


마인이라고 해서 주혼술에 안걸리는건 아니다.


다만 원래 있던 마기를 완전히 잠식할 만큼의 마기를 쏟아 부어야 하고, 당하는 놈이 바보가 되거나 금방 죽어 버려서 의미가 없을 뿐.


그래도 한 5분은 제정신을 유지 할 수 있다.


"끄륵... 끄그극..."


놈의 것보다 훨씬 진한 마기를 꽉꽉 채워 넣으니 놈의 눈동자는 물론이요 얼굴 전체가 시커멓게 변해 버렸다.


금세 얌전해졌길래 질문을 했다.


"대답 잘 하면 살려 줄거야. 부마강시 제작 계획, 그거 진짜야?"


"저... 저는 모릅...니다."


"교주 이름."


"모릅니다."


"천마대 소속은 아닌거 같은데, 연비대야?"


"네, 연비대 내 살수조 소속입니다."


"...쯧."


뻐걱!!


그대로 두개골을 으스러뜨리고 바로 방으로 향했다.


"박변, 조 사장. 빨리 짐 싸."


"사장님, 무슨 일입니... 흡!!!"


거실의 참혹한 광경을 본 둘도 낮빛이 하얘져선 숨을 몰아쉬었다.


"사, 사장님. 이기 갑자기 무슨..."


"설명 할 시간 없으니까 빨리 싸. 당분간 이런 놈들 계속 몰려 올거야. 박변, 괜찮아?"


"어? 어. 괘안타. 지, 지, 짐 싸자. 조 사장님. 빨리 짐 쌉시다."


"예, 예. 사장님. 저희 아들 부를까요?"


"그런 애들 모여봐야 의미 없어. 부를거..."


'부를거면 이사들이나 불러 보던가.'


라는 말을 하려다가 잠시 멈칫했다.


저 시체들 몸에 아직 있을 감청장비를 의식해서 조 사장의 귀에 속삭였다.


"이사들 풀무장으로 준비시켜. 대전쯤에서 만나는걸로."


조 사장도 눈치가 빨라서 고개만 끄덕인 후 짐을 쌌고, 우린 약 10분 후에 호텔방을 나섰다.


"제 차로 가이소. 차에 총 몇자루 있습니다."


"좋지."


지하 주차장에 있는 조 사장의 차에 거의 근접을 할 때 쯤, 또 다른 무리의 기감이 느껴졌다.


"둘 다 차에 타 있어. 시동 걸어 놓고."


스릉-


이번엔 서른이 넘는 관계로 칼질을 몇번 더 해야 할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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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상이 왜이래 24.02.23 29 1 13쪽
37 슬럼프 24.02.21 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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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차가 생각보다 빠르네 24.02.15 44 1 12쪽
» 내가 함정이야 24.02.13 4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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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간첩이 있어요 24.01.25 86 5 10쪽
18 강자지존 24.01.24 9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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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필요 없는걸 손에 쥐고 있으면 24.01.23 98 4 14쪽
15 무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 +2 24.01.22 111 4 15쪽
14 내가 많이 봤어. 24.01.20 118 5 13쪽
13 심법을 잘못 골랐다. +2 24.01.19 127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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