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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현대마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재필장수
작품등록일 :
2024.01.04 17:18
최근연재일 :
2024.02.27 00:44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5,060
추천수 :
157
글자수 :
229,318

작성
24.01.31 00:02
조회
75
추천
3
글자
12쪽

신용카드와 주식

DUMMY

"두혁이 따라오고 나머지는 여기서 각자 할 일들 하고 있어."


마음이 다급해져서 그대로 호텔방을 나서며 물었다.


"상태는, 제 정신이야?"


"저도 방금 눈 떴다는 연락만 받았습니다."


"빨리 가."


"네."


차를 타고 가는 내낸 범익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오만가지를 떠올리다 보니 어느새 병원 앞이다.


"주차하고 올라와."


주차장에 진입하기도 전에 먼저 내려서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이어 병실 문을 열었는데...


침대로 한걸음씩 다가설 수록 뭔가 불길한 기분이 목덜미를 감쌌다.


"..."


눈은 깜박이는데 초점이 없다.


"어이, 내 말 들려?"


"..."


"들리면 눈 세번 연속해서 깜박이고 5초 기다려."


"..."


안들리는 모양이다.


"하아..."


다리에 힘이 쭉 빠져서 의자에 앉아 놈의 맥을 짚었다.


외상은 80% 가량 회복이 됐고, 내상은 완벽하게 회복이 된 상태.


어딘가 기혈이 막힌걸 내가 놓쳤나 싶어 전신으로 공력을 흘려 봤지만 전부 다 뻥뻥 잘만 뚫려 있다.


뇌의 맥도 멀쩡하고...


다만 나는 현대 의학만큼 정밀한 사항은 알 수가 없다.


저 밖에서 김두혁의 기감이 느껴지는데 들어오진 않는걸 보니 의사와 상담을 하려는 모양이다.


"후배님, 설마 뇌사는 아니지? 김두혁이가 선천진기까지 퍼줬는데 이러고 있으면 안되는거 아니야? 나도 손 좀 보탤게."


후배의 단전에 마기를 꽉꽉 채워 넣고, 뇌의 혈에 맑은 공력을 집중적으로 순환 시켜줬다.


마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마기만 쓰는 것은 아니다.


체내에 오래 담아 둘 수 없다 뿐, 잠시 잠깐은 정파의 심법 경로를 통해 맑은 공력을 생성할 수 있다.


보통은 살수들이 흔적 교란용으로 정파의 무공을 펼칠 때나 쓰지만, 가끔은 이렇게 치유 목적으로도 사용한다.


드륵-


병실에 들어온 김두혁이 내 앞에서 고개를 푹 떨궜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긴 했는데... 지속식물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답니다."


"...뇌사야?"


"그건 아닙니다. 식물인간입니다."


"정신 차릴 확률은?"


"..."


김두혁의 창백한 낮빛으로 대충 답은 알겠다.


"그날 제가 바로 병원에 데려 왔어야 했습니다."


"뭐?"


"부교주님 집에서 쓰러진걸 6일이나 방치했으니... 그때 제가 데리고만 나왔어도..."


"노느라 그런거 아니잖아. 그런놈들 추적 확인하고 흔적 지우는게 쉬운 것도 아니고."


"시간이 없어서 못갔겠습니까. 혹시나 부교주님 손에 죽을까봐 무서워서 못간겁니다."


이젠 아예 눈물을 글썽이길래 김두혁의 명치를 가볍게 두드려 줬다.


"그래서 선천진기까지 줬잖아. 의사가 그게 뭔지나 알아? 선천진기 쓰면 죽은 놈도 살아나."


"..."


"두혁아. 저 의사가 제대로 된 의사가 아니다. 면허 박탈 당하고 이런데서 깡패들이나 보는 돌팔인데. 남자 새끼가 그런 놈 말 듣고 울어?"


"...아닙니다."


"아니긴 새끼야, 너 이거 괜히 나중에 쪽팔릴 일 만드는거야."


"안울겠습니다."


"걱정 하지마. 얘가 너한테도 중요하지만 나한테도 중요해. 진짜 식물인간인지 야채인간인지 되면 내 선천진기라도 줄테니까."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너 농담으로 듣는다? 내가 빈말 하는거 같냐?"


"아닙니다. 믿습니다."


"1도 안 믿는거 다 느껴지는데?"


"진짜 믿습니다."


거짓말이다.


끝까지 우기는게 괘씸해서 나도 오기가 생겼다.


"어쭈, 어 그래. 잘 봐라. 내가 지금 쑤셔 넣을라니까."


"네? 아니, 부교주님. 정말 믿습니다."


내가 범익의 단전에 손을 얹자, 김두혁이 기겁을 하며 내 팔을 움켜 쥐었다.


"부교주님!! 정말 믿습니다!!"


"너 한번만 더 거짓말하면 선천진기 대신에 귀살마장 쏜다. 믿어 안믿어?"


김두혁은 그제야 한걸음 물러섰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선천진기라는게 그렇게 쉽게..."


"염병하네."


사아아아아악!!


"!!!!"


범익의 아랫배에 얹은 내 손에 청아한 진기가 일렁이자 김두혁의 눈과 입이 떡 벌어졌다.


"부, 부, 부교주님...??"


"봤지. 나는 누가 나 못 믿는거, 내 말 가볍게 듣는거 절대 못참아."


"..."


"많이는 못주고 30%정도 넣었다."


멍한 얼굴로 눈물만 주륵주륵 김두혁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병실을 나섰다.


"시간 되는데까지 옆에 있다가 와. 조사장 쪽 인사개편 끝나고 심법 전수할 때 까지는 여유 있으니까."


탁.


쿨하게 병원을 나서 느긋하게 길을 걸었다.


화사한 햇살, 차가운 공기, 거리의 소음... 모든것이 내게 축하의 말을 건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김두혁이 완전하게 내 사람이 된 것에 대한 축하.


이제 저놈은 날 위해서라면 제 목숨 열번이고 백번이고 가져다 바칠거다.


감정적인 놈이니까.


그리고 그게 김두혁의 가장 큰 단점이다.


마인은 커녕 애초에 무인조차 돼선 안됐을 놈이다.


누구보다 냉철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는 포지션인데다 지금 내겐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자원이 저 모양이라니...


그래도 어쩌겠나.


실력은 나쁘지 않으니 심상을 편하게 유지하도록 도와줘야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선천진기의 3할 씩이나 투자할 가치가 있는건 절대 아니지만... 괜찮다.


안줬으니까.



***



맑은 공력과 주변에 떠다니는 자연진기를 조합해 잠깐의 눈속임을 했다.


자연진기를 이용해 유의미한 위력을 못낸다 뿐이지 사용하지 못하는건 아니다.


극소량을 잠시 손에 스치게 하는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두혁을 속인걸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포장할 생각은 없고, 마인은 원래 이렇다는 뻔한 합리화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이대로 둬도 깨어날 확률이 있는데 섣부른 출혈이 될까 조심했을 뿐이지.


솔직히 말해서 과거의 나였다면 아까 그 자리에서 진짜로 내 선천진기를 퍼줬을거다.


범익과 김두혁이 내게 꼭 필요하단 것만 생각하고, 뒷일이나 주변상황은 고려도 안하고 덥썩 저질러 버리는게 나였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본 지금은 다르다.


나는 이 현대에서 주식과 신용카드라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배웠으니까.


범익은 내게 주식이다.


올라갈 것 같다고 성급하게 샀다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내 돈만 갈려 나가는거다.


방향성이 확실해 질 때 까지, 혹은 바닥이라는 확신이 들 때 까지 기다렸다가 투자 하는게 좋다.


그러니 한달 쯤 지켜 본 후에도 범익이 깨어나지 않으면, 그 때 진짜로 선천진기를 줄 생각이다.


신용카드로는 김두혁의 절대적인 신뢰와 충성을 샀다.


당장은 가상의 자금으로 그놈의 마음을 사고, 현물 정산은 다음달에 하면 되는거다.


"으흠흠..."


700년 전의 나였다면 결코 상상도 하지 못했을 현명함을 갖춘 나 자신을 대견해 하며 호텔방으로 들어섰다.


"엇, 사장님 오셨습니까."


조 사장이 벌떡 일어나 허리를 직각으로 숙이자, 옆의 부장과 차장의 얼굴이 요상하게 변했다.


매일 말로만 듣던 조 사장이 진짜인지도 아직 헷갈릴텐데, 나한테 저렇게 깍듯하니 혼란이 가중될만도 하다.


"부장, 차장. 당신네 사장이 이러니까 어색해?"


"예? 아, 아입니다."


"나는 거짓말 하면 다 안다. 이 양반 진짜 당신네 조 사장 맞아. 나중에 이사들 오면 확인 될거니까 괜히 머리 시끄럽게 의심하지 마."


"네, 사장님."


"음."


등을 다독여 주면서 두사람의 몸에 박았던 마기를 뽑아 냈다.


주혼술을 풀어도 당분간 큰 변화는 없다.


자신들이 왜 그렇게 쉽게 내 밑으로 들어왔을까란 의문은 남겠지만, 지금까지 하던 관성이란게 있어서 쉽게 변하진 않는다.


물론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충성심이 사라지는건 어쩔 수 없다.


조 사장이 있다곤 하지만, 저놈들이 조 사장까지 벗어나겠다고 하면 그것도 어쩔 수 없다.


요즘 블랙 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가 많다고 하던데 안전운전 해야지.


"인수인계는 얼마나 됐어?"


박한일이 앉은 몸을 쭉 피며 답했다.


"중요한건 거의 다 들었고, 나머지는 서류로 보믄 된다. 그 양반은 어째 됐노?"


"몰라, 야채인간인지 뭔지... 당분간 더 지켜봐야 된다니까 신경 꺼."


"맞나. 그리고 지금 경찰들이 하도 여기저기를 들쑤셔가 말도 아이다. 일양물산은 당연하고, 과장 금마가 주변 지사들을 3개나 불었다."


"그놈 아는게 스무개가 넘는데 3개면 적은거 아니야?"


"그카긴 한데 당분간은 뭐 암것도 몬하게 생겼다."


"그럼 그동안 진천록이나 읽어. 나랑 조 사장이도 바쁘니까."


"알았다. 그캄 내는 여 차장이랑 부장이랑 술 한잔 하고 와도 되제?"


"좋지. 그전에 잠깐만 따로 얘기좀 하고."


박한일을 방으로 불러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차장하고 부장 주혼술 풀었어."


"...그럼 어째 되는건데?"


"당장은 관성이 있어서 일에는 협조하겠지만 사석에선 몰라. 무조건 우호적이진 않을걸."


"본래 성격이 나온단 뜻이가?"


"비슷해. 저런 깡패들은 말 한마디 거슬린다고 당신 두들겨 팰 수도 있어."


"아잇, 니는 차장을 뭘로 보노. 부장이란 양반도 그런 인사 아이라고 못들었나."


"뭐? 아니, 이거 순 머리만 좋았지 사람을 이렇게 모르네."


"뭐가?"


"당신 연수원 수석이란 사람이 그걸 몰라? 사람들 좋고, 싫고, 억울한 사연 다 지 입장인거? 부장이 힘 없는 사람은 안건드렸다고? 기준이 뭔데? 저놈한테 죽은 깡패들도 그 힘 없어서 죽은거야."


"아따... 꼬였다. 그래가, 원하는기 뭔데?"


"웬만하면 당분간 일만 하면서 분위기 보라는거야. 순간순간 스치는 눈빛이며, 튀어 나오는 말투며, 쭉 보면서 다른 방식으로 다시 친분 쌓아. 저런놈들은 이상한거에 야마 돌고 급발진 하니까."


"알았다."


"...쯧, 김두혁도 없고 나도 없이 당신 혼자 저놈들하고 두는게 영 불안한데."


"흐흐! 와, 내가 얻어 맞을까봐?"


"맞기만 하면 다행이지. 까딱하면 불구고 사망이야."


내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자 박한일이 쓴 미소를 지었다.


"아이고야, 호씨야. 니는 와 그래 신뢰가 없노."


"뭐?"


"니가 그래 내를 걱정하는 마음이 고마워가 조심은 하겠는데, 사람에 대한 믿음도 좀 가지바라. 자존심이니 욕심이니 없애지만 말고."


"믿음 같은 소리 한다. 차장, 부장 하니까 여기가 진짜 회산줄 알아? 저 새끼들 깡패야. 믿을 새끼를 믿어야지."


"그럼 니, 그냥 평범한 회사에 있는 사람들은 믿나?"


"뭐래는거야 또."


"거 있으믄 누구라도 믿고, 거금 턱턱 맡기고 그래 할 수 있냐고."


"당연하지."


"그짓말 하지마라. 평범한 사람들이라 간이 작아가 뭘 하지도 몬하고, 뭘 해도 별 위협이 안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걱정을 안하는거지. 니 몬 믿는건 똑같다 아이가."


"..."


"내 말했지? 내는 신기가 없어진게 아이다. 아직도 내눈에는 사람 영혼이 훤히 보여가, 저놈이 그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도 다 안다."


"..."


박한일은 참 사람 말문 막히게 하는 재주가 있다.


"호씨 니랑 김 조장, 조 사장 빼믄 누구한테 내 경호를 맡기는게 좋겠노?"


"뭐?"


"그 많은 이사, 부장, 차장, 과장, 대리들 중에 누구한테 내를 맡길거냐고."


"..."


"객관적으로 지금 저 밖에 있는 부장하고 차장이 제일로 낫제? 당장 어디 깡패들이 쳐들와가 위급한 상황 되믄 니는 분명 그래 할기다."


"그래봐야 차선이야."


"차선보다 몬한 선택지도 수두룩 하다."


"염병하네."


"그래도 내를 걱정하는 호씨 마음이 진심이라 고맙다. 점마들 심보도 내 잘 보고 조심할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카고 약속하나 해라. 부장하고 차장 믿기로."


"...좋지."


"오야. 내도 좋다."


뿌듯하게 미소를 짓는 박한일의 얼굴이 너무 꼴보기가 싫어서 먼저 방을 나섰다.


"나가서 일이나 해. 대낮부터 술판 같은 소리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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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거짓말 24.02.09 65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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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연기자들 24.02.06 61 1 14쪽
28 서열정리 +2 24.02.05 76 2 13쪽
27 돈까스 두개 24.02.02 70 2 13쪽
26 지도자의 삶 24.02.01 61 3 14쪽
» 신용카드와 주식 24.01.31 76 3 12쪽
24 마약왕 박한일 24.01.30 75 4 12쪽
23 차도살인 24.01.29 71 5 10쪽
22 나도 상처가 저렇게 많진 않았는데 24.01.28 80 5 15쪽
21 가스 검침 24.01.27 85 4 14쪽
20 장남을 장님으로 +2 24.01.26 92 3 17쪽
19 간첩이 있어요 24.01.25 86 5 10쪽
18 강자지존 24.01.24 92 4 13쪽
17 아기새 24.01.23 94 4 12쪽
16 필요 없는걸 손에 쥐고 있으면 24.01.23 98 4 14쪽
15 무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 +2 24.01.22 111 4 15쪽
14 내가 많이 봤어. 24.01.20 118 5 13쪽
13 심법을 잘못 골랐다. +2 24.01.19 127 4 13쪽
12 저는 최종선택을 하겠습니다. 24.01.18 12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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