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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현대마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재필장수
작품등록일 :
2024.01.04 17:18
최근연재일 :
2024.02.27 00:44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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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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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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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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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장남을 장님으로

DUMMY

- 뭐? 간첩?


"이 약이 북한산인데, 중국 공산당이 지정한 루트로 들어오는거래요."


- ...확실한거야?


"전재산 겁니다."


- 손모가지는?


"네?"


- 너 전재산 42만원이잖아.


"... 그건 또 언제 조회 했어요?"


- 그냥 정기적으로 해.


"업데이트가 좀 늦네. 지금 잔액은 30만원 정도 될걸?"


- 그러니까 손모가지 거냐고.


"아니 뭔 야쿠자도 아니고 손목을 왜 걸어요."


- 니 손모가지보다 내 승진이 더 중요해 이 새끼야. 구라지?


"..."


- 뭐야? 왜 의미도 없고 혼도 안담긴 구라를 쳐?


"아이, 그냥 얼굴 한번 보고 싶어서 그랬지."


- 너 뭐 저주니 어쩌니 하면서 만나긴 싫다며?


"왕자님이 나타나서 저주가 풀렸어요."


- ...이거 전화 계속 할거야? 끊는다.


뚝.


진짜 끊어 버리네.


"아, 국정원은 와줘야 결과가 빨리 나오는데..."


"네?"


"아니야. 가자."


"네."


김 장로가 들고 있던 우산검을 김두혁에게 건냈다.


"이거 너네 대주 일어나면 줘. 그놈거 내가 쓰니까."


"아, 감사합니다. 부교주님."


"응? 뭐가 감사해?"


내 검(원래 범익의 것이었던)이 훨씬 좋았기 때문에 괜히 찔려서 물었다.


"좋은거 내가 가지고 이런거 준다고 맥이는거야?"


"네? 아닙니다. '일어나면'이라고 말씀 해 주신게 감사하다는 뜻 이었습니다."


"..."


이거 생각보다 감성적인 놈이구나.


보통 무림에서 이런 놈들은 살아남기 힘든데...


"너는 시대가 살렸다."


"네?"


"아니야. 가."


***


호텔에 돌아오니 방에서 서류들에 파묻혀 있던 박한일이 활짝 웃으며 나왔다.


"왔나? 잘 됐나?"


"잘 되고 말고 할 거 뭐. 밥은?"


"내 묵었지. 배 고프나? 밥 시키주까?"


"됐어. 일단 앉아."


박한일이 자리에 앉자 김두혁이 백팩에서 웬 책들을 주섬주섬 꺼냈다.


"부교주님, 교구에 마침 진천록 인쇄본이 있어서 챙겨 왔습니다."


"전에 말한거?"


"네. 총군사도 그렇고 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순서대로 총 10권 입니다."


"좋네. 내가 죽은 이후부터가 몇권이야? 난 거기서 부터 보고, 박변은 1권 부터 봐."


박한일이 1권을 집으며 물었다.


"이기 뭔데?"


"교주님이 입교하셨을 때 부터 최근까지 교내 안팎 일들 정리한거래. 앞으로 일하는데 도움 될거야."


"오오, 맞나? 그캄 이게 원조 무협이네? 캬- 역시 우리 김조장님이 최고다."


"나중에 읽어. 일단 내 얘기부터 듣고."


"...또 일장연설 할기가?"


"얼마 안돼. 그놈하고 얘기 많이 하지도 않았어."


"맞나. 알았다."


"음."


물 한모금 마시고 김장로에게 들은 내용들을 모두 전달했다.


약 20여 분에 걸친 얘기를 들은 박한일이 뭔가를 골똘히 생각 하다가 물었다.


"그렇다고 여 김조장님하고 연비대주가 교로 복귀할 순 없겠네. 새 교주가 호씨 니를 어찌 대할지 전혀 모른다 아이가."


"그렇지. 그거 아니라도 찝찝한게 한두개가 아니야."


"와, 함정 같나?"


"범익 놈이 교주 죽여달라고 그러잖아. 뭐가 트러블이 있다는건데. 그럼 이게 유인이 되는거거든."


"니가 잘못 들은거 아이가? 여 김조장도 그런 말은 모른다 안하나."


"글쎄, 그거야 그놈이 깨어나야 뭘 알지."


"으음... 복귀만 하믄 도움이 많이 될긴 할긴데. 일단은 이 진천록에서 새교주 단서를 찾아 보자. 니 죽은 다음 기록도 있다하니까."


"그렇겠지."


김두혁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부교주님, 제가 복귀 하겠습니다. 그럼 함정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고, 새 교주가 부교주님을 적대시 하는지, 아니면 오히려 반기는 지도..."


"됐어."


"..."


"니가 죽나 안죽나 보면서 알아내는게 정보야? 그놈 무위 알았으면 더 알것도 없어."


"그래도 만약 제가 살면 다른 필요 정보들도 많지 않습니까? 교주의 정체나 계획이라던지, 무영문 관련해서도요."


"내가 회복되고 가서 직접 물어보면 돼. 막상 너 혼자 지금 가면, 그 안에서 정보 전달하기는 쉬워? 이 디지털 세상에? 가면 대포폰도 못쓸텐데 뭐, 옛날처럼 어디 객잔에 서신 숨겨 둘래?"


"...아닙니다."


박한일이 다시 물었다.


"근데 그 무영문이란데는 뭐고? 위험한데가?"


"위험하지. 그냥도 위험한데... 혹시라도 그놈들이 세상에 무공을 알리면 진짜 위험해져."


"뭐가? 니 저번에 조사장 때도 그렇고 엄청 신경쓴다. 사람들이 무공을 알면 안되나?"


"알려지는게 문제가 아니라 익히는 놈들이 생기면 안돼."


"아, 그니까 왜?"


"...그러면 저 위에서 뭐가 내려와."


"엉? 뭐가?"


"..."


"아, 뭔데!! 퍼뜩 말해바라!!"


"사도."


"사도?"


"신의 사도들. 72 사도라고, 72명인데 전부 다 나랑 같거나 그 이상..."


"..."


"아, 그 눈빛 진짜. 당신이 먼저 물어본거야. 못 믿겠으면 말어."


어차피 알아봐야 좋을 것도 없는 얘기다.


"저 표정 보니까 진천록은 봐야 믿지도 없겠네. 아무튼 그건 그렇고, 두혁이."


"네."


"너는 지금부터 뉴스 잘 보다가 부산교구 관련 얘기들 나오면 보고해."


"네."


"거는 와?"


"본교에서 진짜 지원병력 보내는지 확인 좀 하게."


"안보낼 수도 있단 말이가?"


"아마도. 진짜 지원을 보내면 경찰 특공대, 대태러, 군대 순서대로 싸우겠단 소린데 말이 안되잖아."


"하긴, 아무리 천마신교라도 군대가 상대가 되나. 아, 천마코퍼레이션이면 또 모르나? 아닌데. 한국군도 한국군이지만 전면전 나믄 뒤에 미국이랑 일본 있는거 뻔히 알긴데?"


"그게 말이 안된다는게 아니라. 싸우면 새 교주놈 혼자서도 싸워."


"응? 교주가 혼자 군대랑 싸운다고? 한, 미, 일 세군대랑?"


"이겨."


"...니는 누가 사이비 아니랠까봐 교주라고만 하믄 막 그냥 눈까리 돌아가나?"


박한일의 표정이 너무 짜증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 거 진짜!! 그러니까 무인들 전력 개념 이해 하는게 쉽지가 않다는거야! 비대칭 전력이라고!! 일단 들어 좀!!"


"...알았다.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노."


"아무튼. 이기고 말고를 떠나서 그렇게 세상 시끄럽게 만들어서 얻는게 뭐냐고? 당장 대통령이고 합참이고 꼭두각시로 만드는건 일도 아닌 놈이."


"으음... 진짜 전쟁을 낼라카나?"


"그래, 새 교주가 완전 개 쌩 미친놈이라 전쟁 낸다고 쳐. 그럼 이미 한국이랑 전쟁 중인 북한 있잖아. 거기 병력 내리면 될걸 왜 찌질하게 지방 약쟁이들 부터 일을 키워?"


"혹시 미군이 개입 못하게 할라고 그카나?"


"뭐?"


"그렇다 아이가. 북한이 쳐들어 오믄 당장 미국, 일본에 유럽 연합군까지 총 출동인데, 깡패들 신분으로 싸우믄 내부 테러고 내전이니까. 내전이면 미군이 참전 안할걸? 아인가? 데프콘1 발령 나믄... 이 확인 한번 해야겠다."


"아니, 그러니까. 그 난리쳐서 미군 개입 막는다고 한들, 야금야금 위로 올라가면 결국 끝에는 청와대 밖에 없잖아."


"아- 어렵다. 그 교주가 분명히 머리가 있는 놈인데, 그런 놈이 이칸다는건 분명..."


"당장 알 문제 아닌거 아니까 천천히 생각해봐. 판 만들어 줬으니까 결과 나오겠지. 국정원이 오면 더 빨리 알텐데 그건 어려워졌고."


"알았다. 내 깊게 생각해볼게. 그캄 얘기 끝난거가?"


"일단은."


"그럼 호씨 니 조사장 함 만나 바라."


"뭐? 걔를 왜?"


"천마신교가 마약 사업을 본격적으로 한다 안하나. 이래 김 장로가 정신 없을 때 조 사장을 딱 영입 해야된다."


"그러니까 걔를 왜 영입하냐고."


"이것도 이상하잖아. 천마신교가 마약 팔고 싶으믄 그냥 박회장 세뇌 시키믄 될건데, 뭐하러 여 부산서 부터 이간질을 시켜가 둘을 척지게 만들었는지 등등."


"조 사장이 그 이유를 안다고?"


"조 사장 관리하는 마인이 알겠지. 이번에 김 장로가 어찌 돼도 분명 다른 놈들이 내리 올거라. 이 틈에 미리 조 사장 선점해 놓으믄 저쪽 동향도 알기 쉽고."


"조 사장이 듣는 정보라야 말단 마인들 보다 못할텐테... 아."


잠시 잊고 있었지만 첩보원들이 가장 금기시 하는게 임의로 정보의 질을 분류하는거다.


아무리 하찮은 정보라도 군사는 거기서 어떤 단서를 눈치 챌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예를 들면 감시 지역을 지나가는 수레의 수, 그 수레를 끄는 소나 말의 수, 눈깔 상태, 근처 점포들의 하루 매출, 심지어 어느 객잔의 점소이가 화장실에 간 횟수와 시간까지...


개중 어떤 것이 결정적인 단서가 될 지 알 수 없기에, 첩보원들은 임무지를 돌아 다니는 똥개가 싼 똥의 양, 색, 어제와 다른점 까지 세세하게 기록을 해서 올리곤 했다.


만약 박한일이 뛰어난 군사라면 가장 낮은 곳에 떨어지는 정보 몇 조각만으로도 꽤 많은 것을 유추 할 수 있을테다.


"알았어. 그런데 주혼술 걸어 놓으면 같은 마인은 바로 눈치 채는데. 몸 안에 마기가..."


"꼭 그 세뇌를 해야 영입하나? 호씨 사람 하나 데리오는 능력 없나?"


"..."


"내 보기엔 충분히 할 수 있다. 가가 호씨 진심을 보이주믄 그쪽에서도 협조 할기라. 절대 협박이나 고문, 이런거 하지 마라. 그래하믄 결국 나중엔 파탄 나니까. 진심으로 설득을 해야 신뢰가 생기고 오래 가는기라."


"좋네."


"약속한거다. 협박, 고문 절대 안하기로."


"알았어. 근데 만약에 설득이 안되면? 그럼 죽일 수 밖에 없어. 그놈도 그렇게 말을 해야 그나마 얘기를 들을텐데."


"말 안들으믄 죽인다는기 협박 아니믄 뭐노? 실패해도 내가 다 생각이 있으니까 일단 설득 해바라."


"...좋소."


"그래. 그캄 다녀온나. 내는 이 진천록 빨리 읽고 싶다. 분명 이 안에 새 교주에 대한 단서가 있을기라."



***



김두혁과 함께 조사장의 거처로 향했다.


조사장에게 떨어지는 정보는 하찮을지 몰라도 저놈이 배신했을 때의 여파는 하찮지 못하다.


하루아침에 새 교주놈에게까지 내 정보가 올라갈 수도 있는 구조.


아주 비효율적인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이지만 어쩌겠나.


나는 시키는건 뭐든지 기꺼이 하는 호씨인것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차가 슬슬 멈췄다.


"부교주님, 저깁니다."


"음."


조사장은 마약왕 답게 아주 의리의리한 대저택에 살고 있었다.


한적한 일대에 주변엔 야산 뿐이고, 넓은 정원 뒤에 세워진 3층 저택.


많은 경호원들이 상주하면서 주변을 감시하기 편하고, 유사시에 몸을 피하기에도 최적화 된 조건들이다.


딱 내가 원하던 그런 집이다.


역시 처지가 비슷하면 생각도 다 비슷한가보다.


"지금 집 안엔 조사장, 가족들, 가정부 둘, 경호원 5명 있습니다. 평소엔 10명 이상씩 있었는데, 박회장 제거하고 나서는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정원부터 500m 반경까지는 경호원 20명 배치 돼 있구요."


"가족이 있어?"


"네. 아내하고 애 셋 있습니다. 다들 늦둥이라 아들은 8살, 딸은 각각 3살, 2살 입니다."


"...의외네."


보통 이렇게 목숨 내놓고 사는 놈들은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따로 살기 마련인데.


"그동안 수집한 조사장 정보 간략하게 정리 드리겠습니다. 일단..."


약 10분에 걸쳐 전반적인 설명을 마친 김두혁이 물었다.


"그럼 기다렸다가 새벽에 들어 가시겠습니까?"


시간을 보니 아직 오후 5시다.


"아직 해도 다 안졌는데 뭘 새벽에 들어가. 그동안 뭐하게?"


"식사도 좀 하시고, 괜찮으시면 사우나나..."


"사우나 같은 소리 한다. 나 혼자 갔다 올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알겠습니다."


혹시 모를 몽타주 방지용 마스크를 쓰고, 가벼운 경공으로 야산 1부를 빙 둘러서 뒤쪽 담벼락을 바라봤다.


뒷마당을 지키는 경호원은 넷.


그놈들을 향해 동시에 작은 마기 알갱이 몇개를 쏘아 보냈다.


통상 극마에 올라 기를 방출할 수 있게 되면 이렇게 공력을 암기처럼 날려서 혈도에 박아 넣는 '원격 점혈'도 가능하다.


점혈을 대표하는 손가락질을 안하다 보니 뭐가 허전하긴 하지만... 결과만 같으면 됐지 뭐.


기절을 시킨게 아니라 선 자세 그대로 굳혀 놨기 때문에 당분간은 누가 봐도 이상한걸 눈치채기 못할거다.


저택의 뒷문이 잠겨 있길래 문 고리를 부수고 들어가니, 1층 거실에서 장남으로 보이는 아이가 뛰어 다니고 있었다.


주방에 두명, 집 전체엔 여기저기 6명 가량의 인기척이 느껴지고...


"으음."


막상 들어오고 나니 도대체 어떻게 조사장을 설득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뭘 가지고 설득을... 금전적인 이익? 아니면 권력?.'


이런저런 고민 끝에 결국 제일 직관적이고 솔직하게 하기로 했다.ㅏ


괜히 어설프게 새로운걸 시도하다가 망치느니 그게 낫다.


그렇게 결심을 하고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놨다. 괜히 가정부들 일 늘리는 것도 민폐다.


거실로 나가면서 보이는 경호원들도 점혈을 해 놓고 아이에게 물었다.


"안녕?"


"??"


"아빠는 어디 계셔?"


"2층에요."


"정말? 그럼 너 아빠 찾을 수 있어?"


"아부지요? 네. 보여줄까요?"


"오, 좋지."


"그캄 내 따라오세요!!"


"흐흐!"


콧구멍을 벌렁 거리며 뛰어 올라가는 모습이 제법 귀엽다.


"아저씨, 여기에요!!"


2층에 있던 놈들에게도 마기를 날려서 망부석으로 만들자 아이가 방문을 열었다.


"아부지!!!"


"오, 우리 아들."


"히히! 거봐요. 아부지 여있죠?"


"응? 왜? 누가 아빠 찾..."


"안녕하세요."


상당히 널찍한 방의 책상에서 서류들을 보던 조사장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동훈아, 니 나가 있어라."


"네, 아부지."


아이가 나가려고 하길래 다급하게 붙잡으며 조사장에게도 원격 점혈을 해줬다.


"아이, 가긴 어딜가요. 너 이름이 동훈이야?"


"네."


"너 혹시 엄마랑 동생들도 찾을 수 있어?"


"네!!"


"으음. 그럼 엄마랑 동생들 다 찾아서 여기로 데리고 올래? 그럼 아저씨가 상 줄게."


"오오! 알았어요! 잠깐만요!!"


쿵! 쿵! 쿵!!


조사장 맞은 편에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스몰 토크를 했다.


"우리 조사장님 지금 귀는 들리지? 내가 이제 아혈... 아니, 말은 할 수 있게 해줄건데, 어설픈 짓은 안할거라고 믿어. 그치?"


"..."


이미 내가 여기까지 온 걸로 분위기는 파악 했을테다.


손가락을 가볍게 튕겨서 아혈에 박힌 마기를 뽑아내자 조사장이 한껏 참았던 숨을 터트렸다.


"후우!! 후!!"


"응? 숨도 막혔었어? 그럴리는 없는데?"


"...누, 누구십니까."


이놈이 다짜고짜 존댓말을 하네.


이건 조사장이 강하기 때문에 그렇다.


무공의 여부를 떠나서, 진짜 강자로 살아온 사내들은 상대의 강함 또한 순식간에 간파 하는- 맹수와 같은 육감이 있는거다.


대리나 과장은 물론이요, 무공 꽤나 익혔다는 김장로도 갖추지 못한 본능.


거기에 더해 마인도 아닌 놈이 강자지존을 실천하니, 세상의 순리 또한 깊게 이해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게 기특해서 좋게 대답을 해줬다.


"나는 호씨지."


"네?"


"성이 호씨야. 호사장님이라고 불러."


"..."


"얘기는 충분히 할건데, 일단 가족들 오면 하자고."


"가, 가족들은 건드리지 마이소."


"좋지."


"네?"


"좋다고. 근데 지는 남의 가족들 졸라게 건드려 놓고 양심은 좀 없다. 그지?"


"..."


"흐흐! 괜찮아. 양아치들이 다 그런거 뭐."


쿵! 쿵! 쿵!


"어이구, 아드님 오시네."


"아부지!! 엄마랑 지윤이랑 지영이 다 데리 왔어요!!"


"여보, 무슨 일이에요?"


조사장이 긴장해서 말을 못하는 관계로 내가 대신 칭찬을 해줬다.


"우와- 너 진짜 잘 찾는구나. 자, 여기 용돈 받아. 오만원."


"키야!! 감사합니다!!"


"으음, 그래그래. 사모님 안녕하세요. 막내 따님이 엄청 귀엽네요. 아이구, 볼살 좀 봐. 너무 애기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근데 누구..."


"뭐 그냥. 조사장님 거래처 사람이에요."


그러면서 방문을 슬쩍 닫았다.


달칵.


바로 이어 조사장 가족들을 점혈해 선 채로 기절 시킨 다음, 팔다리에도 일정량의 마기를 박아 넣었다.


이렇게 사지에 박힌 마기를 운기하면 내가 원하는대로 상대의 몸을 조종 할 수 있다.


마치 끈으로 연결 된 인형처럼.


"이렇게. 팔을 위 아래로... 그렇지."


온 가족이 눈알이 까맣게 변한 채 양팔을 위아래로 흔들어 대는 기괴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걸 맨정신에 목도한 조사장은 뒤로 넘어가려는 눈깔을 겨우겨우 붙잡는 지경이 됐다.


"끅... 히끅..."


"야- 막내 딸은 팔다리가 짧아서 그런가 귀엽네."


스릉-


검을 뽑아서 날 끝을 동훈이의 눈꺼풀 위에 붙였다.


"우리 조사장님. 장남이 장님 되는거 구경하게 생겼네."


조금 거칠지만 어쩌겠는가.


170여 년.


살아온 그 세월 동안 설득이라곤 이렇게 밖에 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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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남을 장님으로 +2 24.01.26 93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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