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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현대마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재필장수
작품등록일 :
2024.01.04 17:18
최근연재일 :
2024.02.27 00:44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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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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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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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슬럼프

DUMMY

100명이 모이면 어떻게든 눈에 띌게 분명했기에 일단 이사들 중 견장 단 12명만 만나기로 했다.


약속 장소인 인근 야산 공터에서 기다리는 동안 조 사장에게 간단한 설명을 해줬다.


"니가 최대한 빨리 크려면 시체가 필요해. 많을 수록 좋고."


"시체요? 그걸로 뭘 합니까?"


"적당히 썩혀서 시독이 나오면 그걸 흡수할거야. 별거 아니니까 걱정하진 말고. 그냥 손 푹 담구고 헤집으면 돼."


"예."


"박변도 있고 해서 아무나 막 죽일 수는 없고, 박변이 정해준 기준이 있어. 남을 죽이거나 죽게 해놓고 정당한 벌을 안받은 놈들."


"예."


"그런 놈들 찾고, 자료 정리해서 박변한테 컨펌 받고, 잡아다 죽이는거 이사들한테 시킬 생각인데."


"아, 예. 알겠습니다."


"음. 근데 그 이사들은 어떻게, 전부 군대에서 만난 후임들이야?"


"아입니다. 지금 오는 12명만 그렇고, 나머지는 여기저기서 인맥으로 영입한 아들입니다. UDT 출신도 있고, 707, HDI 뭐 다양합니다."


"개중에 특별히 아끼는 놈들은?"


"이사 아들 30명은 아무래도 지랑 오래 고생한 놈들이다 보이까네 각별합니다. 친형제나 다름 없습니다. 아, 그리고..."


"왜?"


"그... 혹시 이사 아들은 군인으로 대해주시믄 안됩니까."


"응?"


"제가 용병으로 모아 놓은 아들입니다. 제 밑에 와서도 훈련 아니믄 행정 일만 보게했고, 지 같은 양아치랑은 결이 다릅니다."


"..."


"대부분 고아들이라 전역하고 괜히 어데 엄한데 흘러 갈까봐 붙들어 뒀습니다. 평생 군인으로 살던 아들 깡패 취급 받게 하고 싶지가 않아가... 주제 넘었다면 용서해주이소."


참 할 말이 많았지만, 호호 모드기도 하고 같은 고아 입장을 들먹이기도 해서 고개를 끄덕여줬다.


"좋지. 그리고 앞으로 그 친구들 쓰면 이래저래 사망자 나올거야. 아끼는 놈들은 미리 빼둬."


"아, 그런건 괜찮습니다. 군인이 그런거 따집니까."


원랜 그런놈들 죽든 살든 알바 아닌데, 내 제자가 아끼는 놈들이라고 하니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그래도 박변한테 말해서 HQ로 빼놔. 군인이고 뭐고 막상 죽고나면 사람 마음이 그런게 아니야."


"예, 사장님."


조 사장은 확실히 상명하복이 몸에 베어서 그런지 대화에 막힘이 없는게 좋다.


몇마디만 해도 말문이 턱턱 막히는 박한일하곤 아주 영 딴판이다.


"아, 걔네 월급 줄거 아니야. 지금 돈 얼마나 있지?"


"가방에 현금 50억 있고, 비트코인 계좌들 다 합치믄 200억 쯤 됩니다. 부산 정산 시스템도 영향 없을꺼니까 돈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좋네."


퍼석! 퍼석!


저 멀리서 들린 낙엽 부숴지는 소리를 시작으로 하나 둘 낮선 사내들이 공터에 모여 들었다.


"인사는 다 모이면 하자고."


"예, 사장님."


한명씩 나타나 조 사장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 이사들이 다 모이기까진 약 1시간이 걸렸다.


조 사장이 반듯하게 도열한 사내들을 소개했다.


"여기 셋이 중대장들이고, 나머지 9명이 소대장들입니다."


"음."


"다들 인사 드리라. 이 분은 호 사장님이라고, 내가 모시는 분이다. 이제 니들도 깍듯이 모시라."


"???"


다들 이게 도대체 뭔 소리냐'란 눈빛으로 조 사장을 바라보자, 당사자가 갈무리를 했다.


"미리 말 못해가 미안하다. 내 나중에 자세하게 설명 해줄테니까네 일단 그래 알고들 있어라. 니들 월급도 이분한테서 나간다."


"...네, 알겠습니다."


여전히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는 면면들은 다양했지만, 다부지고 강인한 느낌은 일관된게 오랜시간 합을 맞춘 놈들이란게 티가 났다.


"반가워."


중대장들에게 악수를 청하자 다들 아주 반듯한 동작으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대위 김한길."


"대위 박정우."


"대위 이동훈."


소대장들에겐 눈인사만 건내는 걸로 인사를 마쳤다.


이게 만약 그냥 깡패나 마인들이었다면 깡마른 나에 대한 불신이나 호승심을 보였을텐데, 베이스가 군인이라 그런지 아주 쉽게 새로운 상관을 받아들이는게 마음에 든다.


굳이 때리고 뭐하고 안해도 되니 얼마나 좋아.


"사장님이 이제 저희 대대장이십니다. 경례 한번 받으시겠습니까."


"됐어. 그냥 호 사장으로 통일해."


"예."


첫만남을 만족스럽게 마치고 나서 조 사장과 이사들의 자리를 만들어줬다.


"술 한잔 하면서 할 얘기 하고 들어와."


"감사합니다."


"그리고 니 재료들. 그거 하는데 필요한 장비들 있으면 돈 아끼지 말고 구매하고."


"예, 사장님."



***



그날밤 부터 이사 및 부대원 전원을 같은 호텔로 입실 시키고 본격적인 제자 육성에 돌입했다.


"전투에 돌입하기 전엔 항상 단전에 있는 공력을 중완혈로 끌어 올려야 돼. 그래야 어깨, 팔, 손, 목,머리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으니까. 다리를 쓸 땐 단전에 있는걸 그대로 내리고."


"네."


"여기, 손목이 내관혈이고 손바닥 안쪽이 노궁혈이야. 여기에 공력을 집중시켜봐."


"네."


잠시 눈을 감고 집중한 조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됐습니다."


"음. 앞으론 그걸 숨 쉬듯이 즉각적으로 옮길 때 까지 하루 종일 반복할거야. 일단 그걸로 이거 때려봐."


조 사장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내가 내민 큼직한 돌덩어리를 바라봤다.


"무식하게 쎄게는 아닌데, 그렇다고 아주 약하지도 않게. 끊어 친다는 생각으로."


"네."


스윽- 떠억!!


주먹을 맞은 돌덩어리의 일부분이 부숴져 내리니 조 사장의 표정이 아주 다채로워졌다.


"느낌 나쁘지 않지?"


"예."


"흥분한 상태에서 공력 다루면 역류하니까 항상 차분해. 당장은 단전이 손톱만해서 괜찮아도 나중가면 위험해."


"알겠습니다."


"지금은 주먹에만 공력을 몰았는데, 나중엔 순서대로 팔, 어깨, 등, 하체, 발바닥에까지 공력 채워서 칠거야. 그럼 위력이 어떻겠어."


"...어마어마 합니다."


펀치의 위력은 대지를 디딘 발바닥에서 부터 시작된다.


조 사장이 그만큼 공력을 다루게 되면 경차만한 바윗덩어리는 일격에 부숴낼테다.


그러는 사이 이사들도 제 역할을 착실하게 해줬다.


겨우 하루만에 재료 후보들의 정보를 가지고 온 걸 보니 보통 빠릿한게 아니다.


나는 사실 A4용지를 생각했는데, 최신장비를 다루는 군인들이라 그런지 전부다 태블릿 PC다.


"호 사장님, 금일 타겟 리스트 취합한 파일입니다."


"음."


대위들 중 이동훈이란 놈이 건낸 태블릿을 받아 보니 죄다 죽어 마땅한 놈들 뿐이다.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에 쳐들어가서 여자와 그 부모까지 모조리 칼로 찔러 죽이고도, 호화 변호인단을 대동해 고작 8년 형으로 출소한 미친놈.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동료직원을 자살 할 때 까지 지독하게 괴롭히고, 그의 임신한 아내한테까지 폭언과 욕설을 지속해서 유산하게 만든 노동 조합원.


층간소음을 항의하러 온 신혼부부 중 남편을 때려 죽이고 잠적한 조선족 놈들.


그 중 특히 한놈이 눈에 띄었다.


같은 반 친구를 때리다가 옥상에서 떨어져 죽게 해놓고, 경찰조사에 피해자의 패딩을 입고 나온 학교폭력 가해자.


그걸 본 피해자의 엄마가 '저 패딩 우리애건데' 라며 오열을 했다는 설명이 눈에 밟힌다.


"..."


검사인 내가 볼 땐 모조리 사형감인데, 판결은 판사 박한일의 권한이다.


"앞으론 나 말고 저 안에 박 판사한테 바로 전달해."


"네."


"근데 이거 잠적한 놈들은 찾을 수 있겠어?"


"네, 시간만 조금 주시면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있게 말하는 모습에 또 기분이 좋아졌다.


이놈들이라면 김두혁을 대체 할 수 있다.


"됐어. 그렇게까지 할 건 없고, 그 시간에 부대 나눠서 박변이나 좀 도와줘. 조 사장이 분배해주고."


"예, 사장님."


"그리고 시체들 처리할 장소가 좀 필요한데. 한적하고 널찍한데로."


내 말에 이동훈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외진데 있는 공장 하나 매입해놓겠습니다."


"좋지."


이후로는 모든게 순조로웠다.


이사들은 매일 십수명의 '죽일 놈 리스트'를 만들어 왔고, 박 판사는 개중 몇몇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렇게 선고를 받은 놈들은 이틀 내에 시체가 돼서 공장으로 이송됐고.


나는 그 시체들에게 마기를 넣어서 빠르게 부패를 시켰다.


"여기. 배꼽 위가 기해혈이야. 제일 먼저 여기에 손을 박고 시독을 흡수해. 코 대신 손바닥으로 흡입한다는 느낌으로. 계속 박고 있다보면 단전 만들 때 처럼 느낌이 올거야."


"예, 사장님."


"다음엔 단중, 천돌, 뇌 차례대로. 여기 적어놨으니까 보면서 하고."


"예."


"아직 니 피부는 여리기 때문에 시독에 오래 담궈두면 오염이 될거야. 그건 내가 때마다 중화시켜 줄테니까 아파도 무시해."


"예."


"오케이. 그럼 저녁 때 보자고."


조 사장을 수련 시키는 외의 시간은 모두 헬스에 투자했다.


고기를 먹고, 단백질 쉐이크를 먹고, 쇠질을 하며 뼈 위에 근육을 붙여가다 보니 날 옥죄던 번뇌들을 대부분 떨쳐냈다.


그래.


범으로 살다 고양이가 돼서 도피나 하고 있다한들 뭐 어떠랴.


이렇게 좋은 호텔에서 비싼 밥 먹고 사는데.


내 이름으로 된 핸드폰 하나 못쓰고, 폰뱅킹도 못하지만 또 어떠랴.


어차피 내 계좌엔 30만원 밖에 없는데.


로또에 열번 당첨 돼도 이렇게 풍족하게는 못산다.


내친 김에 이 대전에 으리으리한 저택이나 하나 사서... 아, 그건 욕심이고.


아무튼 나는 만족한다.


천마신교라는, 저 멀리에 있는 최종목표만 아니라면 이런 소소한 삶도 나쁘지는 않다.


원래 슬럼프에 빠지면 그냥 주저 앉아서 쉬는게 제일이다.



***



그러는 동안 박한인은 뭔가가 아주 바빠 보였다.


가끔 호텔방에 들어갈 때 마다 노트북에 코를 박고 있더니, 어느날엔 아예 데스크탑 컴퓨터에 대형 모니터를 두대 씩이나 걸어놨다.


"뭐가 그렇게 바빠?"


"응? 아이다."


"뭐 할 일이 있어? 이사들도 그렇고 엄청 부려먹는거 같던데."


"아이, 뭐 그냥."


뭔갈 대충 넘기려는 눈치길래 괜히 오기가 생겼다.


"아, 뭔데? 허구헌날 나한테 비밀 만드네 어쩌네 하더니 태도가 아주 그러네?"


"...아이, 비밀은 무신. 그냥 저. 혹시나 해서. 김 조장."


"뭐?"


"원래 범익 그 양반 여 대전으로 옮기기로 안했나. 인근에 있나 없나 찾아만 보는기다."


"...아, 박변. 왜 이래. 이사들 일 충분히 잘 하잖아."


"그 일 잘 하는거랑 김 조장이랑 같나? 우리가 천년만년 못된놈들만 잡을 것도 아이고. 무인이 있어야지. 우리 주적이 무인들인데."


"아... 거 참. 사람 미안하게..."


"니가 미안할거 아이다. 그냥 내가 김 조장이 편해서 그런다."


박한일 입장에선 군사로서 처음 합을 맞춘 첩보원이니 그럴만도 하지만...


"정 그러면 전화라도 한번 해보든가. 번호 외우고 있을거 아니야."


"진작에 해봤지. 문자도 남기놨는데 답은 없다."


"아, 그럼 찾아봐야 말짱 황이지 그게. 뭘 그렇게 집착을 해?"


"집착은 무슨 집착이고? 그냥 혹시나 해서라고 안했나?"


"어허..."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니는 그 김 팀장이나 한번 만나고 온나."


"...벌써?"


"벌써는 이 호텔에 들어 앉은게 벌써 2주다. 평생 여기 있을라고?"


"아니, 뭐 그런건 아닌데... 아직 진우 수련도 자리를 못 잡아서."


"당장 국정원 드가도 무영문 없을 확률이 더 크다면서? 무영문 찾는데 몇년 걸릴지도 모른다고 니가 안했나."


"그렇...긴 한데."


"그냥 바람 쐰다 생각하고 다녀 온나. 나는 그 사이에 살 집 좀 알아보게."


"집?"


"언제까지 호텔에 있는다고. 한적한데 있는 단독주택에 드가야 조 사장 수련도 그렇고 이사들 살기도 좋지."


"좋지. 그럼 꽤 큰데로 해야겠네."


"맞다. 그건 내 알아서 볼테니까 퍼뜩 서울이나 다녀온나."


"...알았다."


아주 갑작스럽긴 하지만 뭐.


박한일 말대로 당장 무영문을 만나는 것도 아니고 몇년은 걸릴 일이니까.


가뜩이나 슬럼프에 드러누워 있는 내겐 아주 만족스러운 장기적 플랜이다.


오랜만에 서울 구경이나 좀 하고, 김 팀장 얼굴도 좀 보고 와야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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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같은 시대 24.02.27 19 1 12쪽
38 세상이 왜이래 24.02.23 28 1 13쪽
» 슬럼프 24.02.21 38 1 12쪽
36 극성 학부모 24.02.19 34 1 11쪽
35 차 값 24.02.16 45 1 11쪽
34 차가 생각보다 빠르네 24.02.15 43 1 12쪽
33 내가 함정이야 24.02.13 42 1 10쪽
32 살려야 하는 사람들 24.02.12 44 1 9쪽
31 거짓말 24.02.09 65 1 15쪽
30 내가 넘버 투야 24.02.08 67 1 10쪽
29 연기자들 24.02.06 61 1 14쪽
28 서열정리 +2 24.02.05 75 2 13쪽
27 돈까스 두개 24.02.02 70 2 13쪽
26 지도자의 삶 24.02.01 60 3 14쪽
25 신용카드와 주식 24.01.31 75 3 12쪽
24 마약왕 박한일 24.01.30 74 4 12쪽
23 차도살인 24.01.29 70 5 10쪽
22 나도 상처가 저렇게 많진 않았는데 24.01.28 79 5 15쪽
21 가스 검침 24.01.27 84 4 14쪽
20 장남을 장님으로 +2 24.01.26 92 3 17쪽
19 간첩이 있어요 24.01.25 85 5 10쪽
18 강자지존 24.01.24 91 4 13쪽
17 아기새 24.01.23 93 4 12쪽
16 필요 없는걸 손에 쥐고 있으면 24.01.23 97 4 14쪽
15 무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 +2 24.01.22 110 4 15쪽
14 내가 많이 봤어. 24.01.20 118 5 13쪽
13 심법을 잘못 골랐다. +2 24.01.19 126 4 13쪽
12 저는 최종선택을 하겠습니다. 24.01.18 12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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