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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현대마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재필장수
작품등록일 :
2024.01.04 17:18
최근연재일 :
2024.02.27 00:44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5,056
추천수 :
157
글자수 :
22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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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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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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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세상이 왜이래

DUMMY

김 팀장과 약속을 잡고 간단하게 짐을 챙겼다.


우산, 지갑, 대포폰, 끝.


이사 하나의 신용카드도 챙겼으니 뭐가 더 필요하진 않겠지 싶다.


오랜만에 혼자가 돼서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덜컹. 우웅-


기차가 출발한 후엔 조용히 눈을 감고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을 떠올렸다.


김 팀장. 김정훈.


괜찮은 사람이다.


인성도 훌륭하고, 능력도 있고, 나름 의리도 좋고.


아, 그렇다고 정신이 멀쩡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 인간도 미친놈이다.


호국, 반공, 안보에 미친 인간.


또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 일엔 곧 죽어도 굽히질 못해서 소령 주제에 대령이나 스타들한테도 큰소릴 쳐댔다.


어차피 군대야 파견 나온거니까 계급 무시했다고 쳐도, 기본적으로 뭐랄까... 연장자에 대한 예의가 없다고 해야되나.


제 아랫사람들한텐 참 잘하는데 윗사람들한텐 밉상인 타입.


국정원 복귀하고도 10년이 넘게 팀장인거 보면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는 뻔하다.


이번에 들어간 김에 그 윗사람한테 주혼술 걸어서 승진이나 시켜줘야지.


군생활 6년 동안 고마운 것도 많고 신세진 것도 많은 양반이라 그정도는 해주고 싶다.


그나저나 국정원 안에 진짜 무영문이 있어도 골친데...


한놈 잡아다가 이런저런 정보 듣는거야 그렇다고 치는데, 정말 문주까지 연결을 해도 될까?


"..."


또 가슴이 답갑해지려고 하길래 흩어냈다.


무영문을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을리가.


무영문주 찾자고 혈안이 돼도 몇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다.



***



몇년 같은 소리 한다.


세상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


약속장소인 신촌에 도착해서 전화를 하니 10분 쯤 지나서 김 팀장이 나타났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기감이.


저 멀리서 부터 미약하면서도 기이한 공력이 느껴져서 슬쩍 우산검을 잡았는데, 그게 점점 내게 가까워지더니 기어이 내 앞에 와서 멈춰섰다.


"..."


아, 김 팀장이 무인이었네.


허허 이것 참.


다행히 나는 상시 반박귀진의 상태기에 김 팀장은 내 정체를 눈치 채지 못했다.


"이혁도!!"


"..."


"야- 니가 갑자기 웬일이야?"


"...아니요 뭐, 그냥."


"새끼. 얼굴 보니까 좋네. 얼마만이야? 근데 너 왜 이렇게 말랐어? 어디 아픈거 아니지?"


날 반갑게 끌어 안는 그의 기맥 하나하나가 아찔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언제부터?


군 시절의 기억을 되돌려봐도 그런 기색은 전혀 없었는데?


아무리 내가 공력이니 무공이니 몰랐던 시절이라지만 무인은 걸음걸이와 보폭 부터가 워낙 독특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김 팀장은 그때도, 지금도 태양혈이나 기도까지 완전하게 숨긴 채 여느 평범한 사람과 다름없이 보인다.


나 정도 수준이 아니라면 죽었다 깨어나도 못 알아챌 만큼 완벽한 은폐.


"야, 뭐해?"


"에? 아, 아닙니다."


나도 모르게 뛰는 심장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나니 김팀장이 내게 어깨동무를 했다.


"커피 한잔 할까? 아니면 너 밥 먹을래?"


"어... 밥 좋죠. 제가 좋은데 압니다."


"니가? 여기 아는데가 있어?"


"예. 근처에 진짜 맛있는 중국집이 있어가지고."


"야이씨, 오랜만에 만났는데 뭔 짱깨야. 가, 내가 한우 사줄게."


"그거는 나도 맨날 먹어요. 거기가 진짜 오래되고 유명한데라 먹고 싶어서 그래요. 여기 아니면 못 먹는 맛이라."


"어? 한우를 맨날 먹어? 뭐야? 너 성공했냐?"


"뭘 또 성공은... 아무튼 빨리 가요."


그말을 함과 동시에 점혈로 김 팀장을 기절시키고 부축을 했다.


턱!!


그리곤 대로변에 나가 택시를 잡아탔다.


"저기 보이는 저 산 입구까지 갑시다."


"예?"


"저 산이요. 저거."


"아..."


정신 없는 사람을 부축한 놈이 산으로 가달라니까 기사가 놀란 눈치길래, 바로 마기를 박아 넣었다.


"빨리 갑시다."


"아, 예."


부웅-


작은 야산이긴 하지만 대화를 나누기엔 충분해 보인다.


금방 택시에서 내린 나는 주변을 확인 한 후 등산로에서 한참 떨어진 산등선을 치고 올랐다.


퍼석!! 퍼석!!!


7부까지 올라서고 나니 50평 쯤 되는 평지가 나와서 김 팀장을 내려놨다.


툭.


"하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고.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내 자세가 서툴러서 싫고.


김 팀장이 무인인 것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수준이 가늠되질 않는다는거다.


처음 느꼈을 때 부터 내 신경을 건드리는 이 기이한 위화감.


극도로 미약한 이 공력이 처음엔 거리가 멀어서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그 강도가 균일하다.


하수들은 공력이 '작고 하찮게' 느껴지지, 이렇게 무슨 향 연기 퍼지듯 옅고 모호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


뭔가 알것 같으면서도 도저히 모르겠는 이질... 아.


생각났다.


이건 단전이 없는거다.


후악!!


위화감의 정체를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훌쩍 뛰어 검을 뽑자, 김 팀장은 기다렸다는 듯 눈을 번쩍 떴다.


"이런데서 짜장면을 팔아?"


"..."


"야, 혁도야. 이거 양복 비싼건데 이런데다가... 나 이제 군바리 아니야."


등골이 서늘하게 얼어 붙는다.


이건 정말 말이 안되는건데.


콰득...


일수.


단 일수라면 내 몸을 포기하고 원래의 무위에 맞는 위력을 낼 수 있다.


저놈이 그 일검에 당해 줄지는 의문이지만...


아니다.


아직 동귀어진을 할 단계는 아니다.


이성을 찾은 내가 투기를 거두자 김 팀장이 피식 웃어보였다.


"그래.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


"..."


"많이 놀랬냐? 미안."


"..."


"야, 나도 너 아까 보고나서 소리지를 뻔 했어. 이게 뭐야?"


그래. 만약 김 팀장이 내가 생각한 경지라면 내가 무인인 것도 단번에 알아 챘겠지.


투기는 거뒀으나 살기는 유지한 채로 물었다.


"너 뭐야? 무영문이야?"


"넌 뭐야? 니가 왜 마인이야?"


"언제부터? 당신 진짜 김정훈 맞아?"


"너는 이혁도 맞냐?"


"..."


내가 가만히 노려보니 김정훈이 먼저 손을 들었다.


"알았어. 알았어. 질문 하나씩 주고 받는걸로. 오케이?"


"...그럽시다."


"너 먼저 해."


"내가 알던 김정훈 맞아?"


"맞아. 넌 왜 마기가 있어?"


"마인이니까."


"대답이 무성의하네."


"당신 먼저 말해. 무영문엔 언제부터 있었어? 그 수준이면 설마..."


"야, 대답을 그따구로 하면 질문 하나씩 하는 의미가 없지."


"..."


"에이씨. 그래, 내가 먼저 다 깐다. 나 무영문 문주야. 본명은 석해존이고."


"!!!!"


그 말 한마디의 충격이 얼마나 큰지.


뒤로 무려 다섯걸음이나 휘청이고 말았다.


"흐! 흐흐!"


소교주님의 사생아가 지금까지 살아 남았고. 나는 이런 꼴로 이놈 앞에 서 있구나.


이런게 운명인가보다.


내가 천마신교 교주 자리에 앉아서 교의 총력을 기울여도 결코 못 찾았을 무영문주를 이렇게 어이없게 만나는게.


이게 운명이 아니라면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뭘로 설명할까.


아. 죽기 전에 교주님은 꼭 뵙고 싶었는데.


이 미친 악귀놈은 뭘 아는 척 하더니 꼴 좋다. 그 오만의 대가로 같이 뒤지자 새끼야.


악귀랑 같이 지옥에 가서 드잡이질이나 하자 싶은데, 김정훈은 지 혼자 계속 떠들어댔다.


"지금은 김정훈인 것도 맞아. 한 40년 그 이름 그 인생 살고 있으니까. 오래 살다보면 이런 유희가 필요하거든."


"..."


"니 차례야. 어쩌다 마교에 들어 갔는지 부터 말해. 도대체 언제부터야? 지금 니 내공이 일이십년 수련한다고 되는게 아닌데."


잠시 이놈을 속여서 살길을 마련해볼까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치졸한 생각은 개도 안줄란다.


"글쎄, 언제 입교했는진 기억이 잘 안나는데. 이번 생이 아니라서."


"뭐?"


"700년 전에 죽었다가 다시 태어났거든. 그 기억 찾은건 얼마 안됐고."


"그게 뭔 소..."


다행이다.


이제 저놈도 나만큼 놀랐다.


"너 설마... 아니지?"


"뭐가 아니야?"


"그... 부교주 아니지?"


"..."


내 부답의 뜻을 알아챈 김정훈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실소를 터뜨렸다.


"흐흐! 흐흐흐흐!! 뭐야 이거? 니가 그 마영이라고? 이혁도가? 이게 말이 돼?"


"말이 되고 말고 뭘 쳐웃고 앉았어. 일어나 새끼야. 내가 아무리 이 꼴이라도 니 팔 하나는 자르고 가줄테니까."


내가 다시 공력을 끌어 올리며 검을 겨눴음에도 김정훈- 아니, 석해존은 반쯤 정신이 나가서 같은 말만 반복해댔다.


"흐흐! 어떻게 니가... 그 많은 사람 중에 어떻게..."


"앉아서 목 잘리고 싶어?"


"...야 혁도야. 이것도 운명이냐? 뭐가 이렇게 지랄 맞아?"


"지랄하네."


후웅!!


일검에 목을 자를 각오로 검을 후렸다.


이 검이 놈의 살갖을 벌리는 순간, 주변의 모든 진기를 휘몰아친다면 아마 반절쯤은 잘라 낼 수 있을테다.


내 몸은 전체가 갈려 나가겠지만.


지금.


텅!!!


"!!!!"


그러나 내 검은 미처 경로의 반도 가기 전에 진기의 덩어리에 튕겨져서 꼴 사납게 시작점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지금 그 몸으로 자연진기 쓰면 니 몸만 터져. 알면서 왜 그래? 나는 너 죽일 생각 없으니까 너도 하지 마."


"...뭔 개수작이야."


"뭐가 개수작... 아, 연비대주 습격한거? 그건 그 마영이 넌 줄 모르고 그런거지. 니가 마영인줄 알았으면 그 영단 내가 고이 품고 가져다 줬지 새끼야."


"..."


그 말이 또 날 혼란스럽게 해서 말을 잃었다.


"마영 선배."


"..."


"선배 맞잖아. 나도 마인으로 산게 120년인데. 말로만 듣긴 했어도 선배 내 시대에도 아주 유명했어. 충신의 표본. 무인의 귀감... 뭐."


석해존 혼자 떠들어 대는데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가 없다.


이놈이 내 생사여탈권을 쥔 강자라서가 아니라.


내 눈엔 이놈이 아직도 김정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적립이 안되는 관계가 짜증나서 물었다.


"니가 왜 날 안죽이는데?"


"...내가 널 왜 죽이는데?"


"말 장난 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흐! 아, 이 선배 까칠하네. 그래, 선배가 예전 힘 되찾으면 석해존 입장에서 위험하지. 껄끄럽고. 근데 지금 나는. 김정훈이는 이혁도를 못죽인다잖아."


"..."


"유희라는게 그래. 아무리 체험 삼아 사는 인생이라도 내가 한번 김정훈으로 살겠다고 했으면, 그게 끝나는 그 날 까지는 김정훈으로 사는거야. 수능도 보고, 연애도 하고, 술 주정 하다 병신들한테 두들겨 맞고. 맨날 사표 품고 다니는 회사에서 날 좌천시키고, 승진 드럽게 안시켜줘도 버텨. 왜? 다달이 전세대출 이자에, 차 할부금에, 관리비에, 식비에, 핸드폰비에... 씨팔. 돈 없으면 숨도 못쉬는 세상이라."


"..."


"아무튼 그냥 가. 그 미친 노인네 생각하면 죽이는게 맞는데, 지금은 내가 김정훈이라 못죽이니까."


"...미친 노인네?"


"당신네 교주."


"..."


순간 두근거린 내 심장이 석해존을 놀라게 했다.


"왜 그렇게 놀래?"


"...교주가 누군데?"


"뭐?"


"지금 천마신교 교주가 누구냐고."


"..."


석해존이 다시 할 말을 잃었다.


이놈은 내가 교에서 나왔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지금 내겐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다.


"당신 설마 교로 복귀 안했어? 왜??"


"뭘 왜야. 범익 그놈이 송장 돼서 왔으니까. 교주님도 안계시고."


"아니, 이건 또 뭔... 그럼 지금까지 어디서 뭐한거야?"


"그냥 뭐. 부산에서 마약회사 인수하고 수련하... 말 돌리지 말고 대답이나 해. 교주가 누구냐고."


"크큭!! 나 진짜 어이가 없네. 교주가 누구긴 누구겠어. 염광 그 미친 노인네지."


"..."


"선배도 잘 안다며?"


허허 참.


예전엔 이렇게 많이 웃었다.


젊었을 땐 그렇게 웃는 노인네들이 참 고루하고 가식적이라고 느껴졌는데.


나도 100년 세월을 훌쩍 넘기고, 세상만사에 통달하게 되니 누가 무슨 말을 해도 '허허, 그것 참' 이란 말 밖에 할 말이 없더라.


그러고 보니 내가 딱 120살 쯤 여름에, 산에서 낮잠을 자다가 멧돼지 한마리를 본 적이 있다.


딱히 공격성도 없고 나도 배가 안고파서 그냥 무시하고 자려는데, 그 멧돼지 놈이 나한테 슬금 슬금 다가오더니 뭐라고 말을 하려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귀를 기울이고 물었다.


"뭐라고? 이놈아, 잘 안들리니까 똑바로 말해. 뭐가 필요한게 있더냐?"


그러니까 멧돼지가 그러더라.


"꾸엑... 염...광..."


"...뭐? 염광? 허허, 그놈 참."


한동안 멍해졌던 시야에 다시 석해존의 얼굴이 맺혔다.


그래. 이젠 뭐 놀라지지도 않는다.


둘 중 하나만 아니길 그렇게 바랬는데.


새교주는 염광이고 무영문주는 석해존이구나.


세상이 참.


허허, 그것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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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같은 시대 24.02.27 19 1 12쪽
» 세상이 왜이래 24.02.23 29 1 13쪽
37 슬럼프 24.02.21 38 1 12쪽
36 극성 학부모 24.02.19 34 1 11쪽
35 차 값 24.02.16 46 1 11쪽
34 차가 생각보다 빠르네 24.02.15 44 1 12쪽
33 내가 함정이야 24.02.13 42 1 10쪽
32 살려야 하는 사람들 24.02.12 45 1 9쪽
31 거짓말 24.02.09 65 1 15쪽
30 내가 넘버 투야 24.02.08 68 1 10쪽
29 연기자들 24.02.06 61 1 14쪽
28 서열정리 +2 24.02.05 76 2 13쪽
27 돈까스 두개 24.02.02 70 2 13쪽
26 지도자의 삶 24.02.01 61 3 14쪽
25 신용카드와 주식 24.01.31 75 3 12쪽
24 마약왕 박한일 24.01.30 74 4 12쪽
23 차도살인 24.01.29 71 5 10쪽
22 나도 상처가 저렇게 많진 않았는데 24.01.28 80 5 15쪽
21 가스 검침 24.01.27 85 4 14쪽
20 장남을 장님으로 +2 24.01.26 92 3 17쪽
19 간첩이 있어요 24.01.25 86 5 10쪽
18 강자지존 24.01.24 92 4 13쪽
17 아기새 24.01.23 94 4 12쪽
16 필요 없는걸 손에 쥐고 있으면 24.01.23 98 4 14쪽
15 무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 +2 24.01.22 111 4 15쪽
14 내가 많이 봤어. 24.01.20 118 5 13쪽
13 심법을 잘못 골랐다. +2 24.01.19 126 4 13쪽
12 저는 최종선택을 하겠습니다. 24.01.18 129 4 12쪽
11 금요일에 만나요 +2 24.01.17 143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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