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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현대마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재필장수
작품등록일 :
2024.01.04 17:18
최근연재일 :
2024.02.27 00:44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5,057
추천수 :
157
글자수 :
22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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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0 14:51
조회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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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마약왕 박한일

DUMMY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는 사이 김두혁이 방에서 나왔다.


"부교주님, 전반적인 교육 끝났고 이제 진천록 읽고 있습니다."


"음, 심법은 내가 잡을테니까 나머지 기본기는 부탁해. 혼자 바쁜데 일 늘려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은 비급이 아무것도 없어서 초식을 가르치긴 어렵겠네요."


"저놈은 굳이 초식 없어도 돼. 지가 알아서 치고 빠지니까 운기만 가르쳐 놔."


무공의 초식이란 쉽게 말해 가장 효율적인 공격과 방어, 회피의 연계 동작이다.


각 동작을 하면서 정해진 타이밍에 정해진 경로로 내공을 운용하면, 본래의 실력보다 훨씬 빠르고 강한 공격이 가능하다.


종류도 워낙 많다보니 적에 따라 초식을 고르는 수 싸움도 중요한데, 간혹 조 사장 같은 종자들은 순간순간의 반사신경으로 대응을 한다.


흔히들 타고난 싸움꾼으로 불리는 놈들.


지고한 고수들 또는 개파조사들이 고심 끝에 완성한 무공을 본능만으로 상대하니, 가히 천재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조사장은 나이가 많아서 그런 고수가 되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네, 그럼 당분간은 내공 수련하고 웨이트 위주로 하겠습니다."


"아마 혈자리 외우는데만 한 세월일거다. 혈자리 니가 다 그려줘야 되냐?"


"아닙니다. 인터넷에 한의학 관련해서 이미지 많습니다."


"세상 좋네."


"그래도 파만은 운기 경로가 워낙 심플해서 구결만 가지고 전수가 되지 않겠습니까?"


"뭐? 니가 파만을 알아?"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이 동그래졌다.


파만(破萬).


언젠가 나도 독문무공 한번 만들어 볼까란 마음에 혼자 끄적이던 무공이다.


방어나 회피는 거의 없고 대부분 공격 일변도인 무식한 검법인데, 중간에 막히는 것도 많고 마침 일도 바빠져서 완성을 못했다.


또 거기에 내가 아무렇게나 적어 놓은 부끄러운 설명들이 떠올라서 얼굴에 열이 올랐다.


[파만은 세상 만물을 부수는 무공으로, 대성한다면 하늘도 산산조각 낼 수 있는...]


웬만하면 감추고 싶은 흑역사인데 그걸 쟤가 어떻게 아는걸까.


"저희 기본 교범입니다. 안 익힌 마인이 없습니다."


"...완성도 안된걸? 그거 7장까지 밖에 없잖아."


"네? 그게 마지막 아닙니까?"


"원래 12장 까지가 계획이었는데 중간에 귀찮아서 접었다."


"아... 그래도 교주님께서 운용은 쉬운 반면 위력은 강하기 때문에 이 시대에 딱 맞는 무공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니, 심심해서 만들다 만걸 뭘 기본교범 씩이나 그걸..."


"그래도 큰 공부가 됩니다. 다른 무공은 한 동작에 혈자리 10개 20개씩 거치는거 파만은 2~3개에서 끝나지 않습니까. 공격이 직관적이고 효율도 높아서 각 초식마다 의미를 깨달으려고 많이 노력 중 입니다. 나중에 지도 한번 부탁 드립니다."


"그거야 그땐 내가 내공이 남아 돌아서 그런거고. 그거 진짜 아무 생각 없이 폼 잡을라고 시작한거니까 때려쳐."


"하하, 고수는 대충 한글자만 써도 그 안에 깨달음이 녹아 든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희한텐 파만이 교과서고 성경입니다."


"고수 같은 소리 하네. 야, 그거 내가 한참 어릴때, 겨우 신검합일 시절에 중 2병 같은거 걸려서 만든거야. 아무 의미 없다."


"저희에겐 신검합일도 미지의 영역입니다. 지도 한번 해 주십쇼."


얘기를 듣던 박한일이 요상하게 웃으며 말했다.


"흐흐! 야, 교주님이 호씨 니를 참 아끼셨는갑다. 오죽했으믄 니가 만들다 만 무공을 교범으로 삼으셨겠노."


"아니, 안그러던 양반이 왜 이래 진짜? 그래놓고 오지는 않고..."


괜히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요즘 세상에 전화라도 한통 하는거 일도 아닐텐데,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계신걸까.


교주님만 계셨다면 정말 많은 것들이...


아니다.


없는 것에 얽매이는 것 만큼 멍청한 짓이 없다.


사탕 더 달라고 떼 쓰는 애도 아니건만, 이미 이런 영단까지 쥐어 주셨는데 뭘 더 바라겠는가.


그 쉬운 전화조차 못하시는 이유가 있을거다.


달칵.


마침 방문이 열리며 조사장이 진천록 몇권을 꼭 쥐고 조심스럽게 걸어 나왔다.


얼굴 표정이나 걸음 걸이가 들어가기 전과는 사뭇 다른걸 보니 많이 놀란 모양이다.


몇마디 해줘야겠다 싶어서 맞은편을 턱짓으로 가르켰다.


"조 사장, 앉아."


"네, 사장님."


"어떻게. 들어도 뭔 소린지 모르겠지? 믿기도 어렵고."


"마이 놀랍긴 해도 믿어 보겠습니다."


"시간 지나면 차차 익숙해질거야."


"예."


"책은 왜 들고 나왔어?"


"사장님 쉬시는데 여 계속 있을 수 있습니까. 집에 가서 읽고 오겠습니다."


"난 거의 안자니까 괜찮아. 먼저 박변하고 일 얘기 하고, 그 다음에 단전 만들거야.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데 빨리 시작 해야지."


"예, 사장님. 감사합니다."


"원래는 아닌데 당신 나이 때문에 속성으로 하는거야. 박변."


"응."


"이제 조사장이 내공 생기면 당분간 마인들하고 마주칠 수가 없어. 빈 자리 메꿀 방법 있나?"


"있지. 이번 김장로 사건 때문에 식겁해가 전면에 안나선다고 하고, 대리 경영인을 세우믄 된다. 조 사장님, 이사들 중에 괜찮은 인사가 있습니까?"


조사장이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글쎄요. 이사들이 다 몸은 잘 쓰는데... 변호사님 말 알아 들을 만큼 똑똑한 아는 없습니다."


"아, 맞습니까. 전에 들어보이 뭔 특수부대 훈련을 한다 하던데."


"예. 저희도 하룽회 처럼 화력망을 갖춰가, 지금도 제주도에서 타격훈련 하고 있습니다. 총 100명 1개 대대니까네, 언제든 필요하면 편하게 쓰이소. 전원 특수부대 출신이라 실력 좋습니다."


"좋네요. 그만한 특수전 병력이믄 쓸데가 많을겁니다."


"예, 더 바짝 준비시키 놓겠습니다."


"네, 그럼 이사들은 그카고... 호씨야, 그 부장한테 맡기 볼까?"


"부장? 이사도 아니고 부장을 바로 올리면 이상하지 않아?"


"연비대 정보력이믄 그 부장 능력 좋은거 다 알긴데. 오히려 이사들보다 자연스럽다."


"근데 부장은 주혼술 걸어 놨잖아. 마기 때문에 안돼."


"그거 뺄 수도 있다며? 이제 여 조 사장님도 우리 사람인데 문제 없다."


"믿을 수 있겠어? 차장한테 사연 좀 들은 걸로 사람이 믿어져?"


"으음... 쉽게 배신 할 양반 같진 않은데... 내가 옆에서 잘 지키보께. 나도 현장에 있을거니까."


"박변이?"


의외의 말에 놀라려니 조 사장이 맞장구를 쳤다.


"맞네요. 지금 이 후임은 사업이 아니라 천마신교 인원들 접촉을 위한거 아입니까. 전후사정 암것도 모르는 부장 통해가 듣는거 보다, 박 변호사님이 직접 마인들하고 얘기 하는게 훨씬 도움 안되겠습니까."


"..."


맞는 말이다.


이런저런 유도나 질문을 통해서 핵심적인 정보를 뽑아 낼 수도 있을거고.


박한일의 말이 맞다면 이제 부산엔 볼 일 끝났으니 김장로 이상의 고수가 내려 올 확률도 적다.


"근데 괜찮겠어? 안 무서워?"


"어차피 일 얘기만 할긴데 뭐가 무섭노. 정 불안하믄 니가 어데 숨어 있든가."


"당연히 처음 몇번은 나나 두혁이가 그러긴 하겠지만... 우리 박변은 하루아침에 마약왕 되게 생겼네."


"흐흐! 내 팔자도 참 기구하다 그제?"


"그러게. 판사에, 무당에, 군사에 마약왕까지 해보는구나."


"임관도 몬한거 판사는 무신. 아무튼 내 차장한테 연락 넣을게. 부장이랑 다 같이 함 보자."


"나는 운기조식 좀 할테니까 당신들끼리 해. 조 사장은 박변한테 인수인계 확실하게 하고, 끝나면 나한테 와."


"예, 사장님."


그렇게 박한일과 조 사장을 보내고 화장실로 들어섰다.


쏴아아아...


진짜 심법을 갈아 치울 생각으로 비장하게 탈의를 하고 가부좌를 틀었다.


심범을 교체하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냥 집 인테리어 뜯어 고치는 정도?


그 과정에서 통장 잔고가 상당히 줄어들긴 하지만...


심법 마다 주요 통로로 삼는 기맥이 다르고, 운기의 순서도 다르다 보니 구조변경에 소모되는 내공이 상당하다.


이게 원래는 기존의 내공을 싹 다 비우고 새로 개통한 경로로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하는데, 나 정도 되는 고수들은 임시 단전을 만들어서 거기에 기존의 내공을 담아 뒀다가 이전을 하는 운기가 가능하다.


어차피 지금은 그거 아니라도 중완혈에 마기가 남아도니 새로 뽑아와도 되고.


문제는 이 천마할천심법을 대체할 수 있는 심법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만 해도 내 단전이 마지막 점검인 3일 전 보다 20% 정도 커져있다.


겨우 2성에서 이정도인데, 3성, 4성을 지나 대성을 이루기만 하면...


'갈(喝).'


조급한 것도 욕심이다.


스스로를 꾸짖고 다시 심상을 정돈... 아니지.


'심법을 바꾸면 이제 그런건 상관 없잖아. 욕심의 화신으로 살아도 된다고.'


'아니, 그런데 이 심법만큼 효율이 좋은게 없는데.'


'조 사장을 첫 제자로 삼아 놓고도 효율 타령이 나와? 나중에 어떤 놈이 뭘 요구 할 줄 알고?'


"..."


번뇌에 휩쌓이는게 오늘만 벌써 세번째다.


이럴땐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면 안된다.


내 자아는 철저하게 배제하고, 객관적인 시점에서 문제를 분석해야 한다.


"후우-"


깊게 심호흡을 하고 주요 항목의 체크를 시작했다.


이 심범으로 인해서 입게 된 직접적, 실질적인 피해가 있는가? 없다.


호호 모드로 인해 생긴 불편함이 정신적으로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가? 아니다.


이 심법과 같거나 비슷한 등급의 대체재가 있는가? 없다.


이 심법의 효과가 동반하는 모든 불편을 감수할 만큼 뛰어난가? 그렇다.


"..."


잠깐잠깐 내 기분이 상하는 것만 빼면, 이 심법을 버릴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므로...


호호모드는 계속된다.


***


내 심법 문제가 해결 됐으니 이제 나의 첫제자.


조 사장에게 전수할 심법을 고민해야한다.


'너도 X 돼 봐라' 라는 심정으로 이 천마할천 심법을 전수해 줄까도 싶었지만 그놈은 못 견딘다.


아마 정복심이나 자존심을 버리겠다고 용을 쓰다가 미치광이가 되고 말거다.


물론 지금도 미친놈이지만 다른 방향으로... 낄낄 거리면서 똥이나 싸고 다니다가 87살 쯤에 죽지 싶다.


그렇다고 태청심법을 전수하자니 그것도 불가하다.


그건 심상이 아주 맑은 도사들이나 익히는건데, 조 사장은 심상이 아주 악하고 더러우니까.


"으음..."


여러가지 고민을 하다가 그냥 단순하게 결정하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은 어릴 때 부터 수련 해도 일급 고수조차 되기 어려운 세상이다.


지금 조 사장의 가장 현실적인 목표는 3급 고수.


목표가 그 정도라면 오히려 기본적인 마공 심법이 딱이다.


언제나 세상의 공적이었던 천마신교는 정파연합에게 큰 타격을 입더라도 빠르게 세력을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 없이 연구해왔다.


그 결과 대부분의 마공은 시체만 적당히 제공 되면 아주 빠르게 일정 수준의 마인이 될 수 있도록 진화해왔다.


물론 초반 성취가 빠른 대신 뒤로 갈 수록 막히긴 하지만, 어차피 조 사장은 그 전에 늙어 죽을테니까.


그래서 나는 마인이라면 누구나 입문용으로 배우는 '입마심법'.


이름부터 아주 대충 지은 그 심법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


밖의 인기척이 소란스러워서 마무리를 하고 나가니, 박한일과 김두혁, 조사장은 물론이고 부장에 차장까지 한데 모여 있었다.


"뭐야? 반상회 해?"


하나둘 따로 볼 땐 몰랐는데, 다 모아놓고 보니까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튀어 나왔다.


어떻게 제 정신인 놈이 하나도 없네.


죄다 무언가에 미쳐서 정신이 훼까닥 한 놈들 뿐이다.


"부교주님."


한발 앞서는 김두혁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아서 괜히 긴장이 됐다.


"뭔데?"


"연비대주가 깨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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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간첩이 있어요 24.01.25 86 5 10쪽
18 강자지존 24.01.24 92 4 13쪽
17 아기새 24.01.23 94 4 12쪽
16 필요 없는걸 손에 쥐고 있으면 24.01.23 98 4 14쪽
15 무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 +2 24.01.22 111 4 15쪽
14 내가 많이 봤어. 24.01.20 118 5 13쪽
13 심법을 잘못 골랐다. +2 24.01.19 126 4 13쪽
12 저는 최종선택을 하겠습니다. 24.01.18 12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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