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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현대마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재필장수
작품등록일 :
2024.01.04 17:18
최근연재일 :
2024.02.27 00:44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5,052
추천수 :
157
글자수 :
229,318

작성
24.01.23 22:46
조회
93
추천
4
글자
12쪽

아기새

DUMMY

"호사장."


"왜."


"아이지, 이제 집도 절도 없는데 사장은 뭔 사장이고. 니는 이제 그냥 호씨다. 호씨."


"..."


"호씨야 잘 들어라. 사내란 모름지기 사람하고 돈이 있어야 뭘 하는기라. 안글나?"


"나도 같은 생각이긴 해."


"근데 와 호박넝쿨을 걷어 차고 길거리에 나앉을라카노?"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게 아니라. 아니,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건데..."


내 얼굴에 번진 고민을 눈치챈 박한일이 물었다.


"뭔데? 뭐 말 못할 사정이 있나?"


"사정...까진 아니고. 심법 때문에 그래."


"심법?"


"지금 내가 익히는 심법이 조금 특이해서 각 단계마다 조건이 있거든. 그래서 욕심... 뭐 그런걸 버려야 돼."


"그기 뭔소리고? 욕심을 부리믄 안된다는기가??"


"그렇지. 내가 회사 돈을 쓰는 것도 욕심이니까."


"...그캄 내가 사장하믄 안되나? 내 돈으로 치고 호씨는 그냥 누리기만 해라."


"심득이라는게 그런 말장난으로 되는게 아니야. 남을 통해서 나한테 필요 없는 호사들을 누릴 생각만 해도 무너진다고. 아예 관심도, 관계도 없어야 돼."


"아따 지랄맞네. 무인들이 다 그런기가? 아니라매? 마인들은 뭐 돈, 여자에 미칬다매?"


"대부분 안그런데 내가 익힌 심법만 그래."


"와 그걸 익힜는데?"


"어쩔 수 없었어. 영단에 담긴 진기가... 복잡한 얘기야."


솔직하게 말했다간 더 무시를 당할 것 같아서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하- 그럼 이제 우야노. 이래 날벼락 같이 길가 나앉을 줄 알았어야 뭐 대비를 하지."


"그럼 당신 전세금으로 뭐 비트코인이라도..."


"콱 마!!"


"..."


"욕심 내믄 안된다며?? 그건 뭐! 일확천금은 욕심 아이가??"


"그냥 해 본 말이야."


"그냥 같은 소리 하고 있다. 아, 그럼 이건 어떻노."


"뭐."


"차장한테 지사들 줘뿌고 사장 시키라."


"그게 그거라니까."


"아니, 아이다. 봐라. 차장은 원래 부터가 그 조직 직원이니까 그냥 승진한기라. 그 친구인 내가 금마 돈 받아다가 생활하면, 호씨는 그냥 얹히 살아."


"그게 결국은 내가 쓰는거잖아. 심법이 세무선 줄 알아? 그렇게 뭐 분식회계, 돈 세탁 하듯이 속일 수 있는게 아니라니까."


"니가 아니고 내가 쓰는거라고. 그라고 내도 대출 받을기다."


"뭐?"


"니 벌써 호텔비랑 차값은 빌맀다 아이가. 내가 차장한테 대출 받고, 차용증도 쓸게. 호씨는 뭐 혼자 반지하 살든 우리집 와가 얹히 살든 마음대로 해."


"..."


"내도 욕심 안 부리고 딱 생활에 필요한 만큼만, 긴급 생활안정 자금으로다가. 그건 욕심일 수가 없제?"


솔직히 안해본 생각은 아니지만, 너무 구질구질해 보여서 포기한 방법이다.


그냥 반지하에서 살면 살았지 굳이 그 몇푼 때문에 깡패들한테 손 벌리고 싶진 않다.


이건 자존심이 아니라 체면과 염치의 문제고.


그러나 내겐 선택지가 없다.


나는 호사... 아니, 호씨니까.


"좋네."



***



박한일에게 얘기들 들은 차장은 역시 깜짝 놀란 표정이 됐다.


"뭐? 내가 사장?"


"그래. 니 사장하고, 내한테 돈 빌리도. 지금 진천그룹 지사들 다 합치면 연매출 한 300억 되제? 그 다 니꺼다."


어디 건실한 기업도 아니고, 깡패들 모인 회사 몇개 매출이 연 300억이다.


조사장이 있는 본사는 1천억대 까지 간다는 뜻.


왜 그렇게들 마약유통에 목을 매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아,아니 갑자기 이 무슨... 내가 무슨 사장을 하노?"


"아따- 사내 자슥이 뭐 자신감이 없노? 그냥 하던거 해라. 니가 자리를 잘 잡으믄 우리한테도 도움이 된다 아이가."


"..."


잠시 눈알을 굴리던 차장이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저, 사장님. 그람 저말고 부장 시키주믄 안됩니까?"


"뭐?"


"부장이 회사 운영에는 딱 적임잡니다. 저는 뭐, 시키는 일이나 할 줄 알지 다른건 일자무식이라서 그럽니다."


며칠전 본 부장의 얼굴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미간이 일그러졌다.


"그놈은 눈치도 없고 머리도 나빠 보이던데."


"네? 어데요. 부장이 생긴건 그래도 이 바닥에선 유명한 능력잡니다. 약 팔러 온 일본 아들한테 오히려 우리 약을 팔만큼 수완도 좋고, 삼합회 용역 계약도 금마들이 부른거 반값에 했다 아입니까."


"그건 그냥 개진상 부린거 아니야?"


"아이, 아입니다. 지금 저희 조직망, 유통망, 운영 시스템 죄다 부장이 만든 겁니다. 이 바닥 안 있었으면 어디 큰 회사 사장했을기라고 다들 그럽니다."


"..."


"호사장님은 마음에 안드십니까? 여 박변도 서류 봐가 알겠지만 일 하나는 진짜 믿고 맡길 인잰데... 인덕도 높습니다."


"그놈이 인덕? 차장 뭐 신세진거 있어?"


차장이 복잡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떨궜다.


"저 빵에서 나왔을 때 거둬준 오야가 부장입니다. 지 새끼들 8명이나 죽있는데도 지를 잡긴 커녕 친아들 처럼 맥이고 입히주대요. 제 남은 동생 놈 대학 갈 때 까지 학비며 생활비며 뒷바리지도 다 해주고... 덕분에 그놈 하나는 남부럽지 않게 키웠습니다."


"..."


"조사장 패거리가 이바닥 쳤을 때도, 자기가 먼저 조사장네 찾아가 자기는 죽이도 밑에 애들 만큼은 살리 달라고 무릎 꿇고 울면서 사정을 안합니까. 그때 부장이 안그랬으면 저나 밑에 애들이나 지금 다 송장 됐을긴데."


"깡패새끼가 별 지랄을 했네. 결국 그 새끼가 니 동생 굶겨 죽인거야. 그래도 고마워?"


"아입니다. 저를 등친건 부장이 사업 확장한다고 정신 팔린 틈에 딴 마음 품었던 말단 아들입니다. 부장이 원래 시계나 금만 밀수 했는데, 살라고 어쩔 수 없이 약도 얹어가 이래 된거지, 정작 하는 일은 무역회사랑 별 다를 것도 없습니다."


"그럼 무역회사를 들어가지 왜."


"직업은 떳떳하지 몬해도 부장이 힘 없는 사람들 괴롭힌 적은 없습니다. 어데 술집에서 엄한 놈들이 시비 걸어도 먼저 자리 피하고요."


"병신이야?"


"아, 같은 건달들 상대로는 안그럽니다. 전쟁 함 나가믄 정글도 하나 들고 발광을 해가 사람을 걸레짝으로 안만듭니까. 지금은 나이가 들었지만 예전엔 진짜 인간 땡크였습니다."


"...정파면 정파고 사파면 사파지 이중적인 새끼네. 깡패가 왜 선량한 척을 해? 그런 회색분자가 겉 보기엔 무해해보여도 제일 위험한 놈들이야. 그런 놈들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


"네? 정파 사파가 뭡니까? 나라는 또 왜..."


"..."


그냥 마음에 안들어서 나온 말인데, 나도 뭔소린지 모르겠다.


나라가 왜 나왔지?


"아무튼 난 좋아. 이제 나랑 상관없는 회사니까 둘이 알아서 해."


"감사합니다."


"박변, 부장 호출해서 상황 설명하고, 조 사장네 낌새 못채게 잘 도와줘. 월급을 받든 배당을 받든 그건 알아서 하고."


"내는 계속 회사일을 보라고?"


"당신이랑 나 둘 중에 하나는 벌어야 될 거 아니야."


"그캄 호씨는 뭐하고?"


"나는 수련해야지."


"... 내 졸지에 어미새 되뿟네. 알았다. 카믄 집 구할 때 까지는 다시 호텔로 가자. 빌리든 뭐든 내 돈으로 내가 하는건 군말 없제? 이건 내 욕심이니까네."


"좋네."


"그래, 일단 호텔 먼저 잡고. 짐들 좀 정리하고 하자."


"좋지."


어미새 박한일이 호텔에 둥지를 튼 덕분에 나도 팔자 좋은 아기새가 돼서 다시 호텔방에 짐을 풀게 됐다.


"이런게 뭐가 좋다고... 산속에서 한 3년 살아 봐야 그 반지하방도 감사한 줄을 알지."


사실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억지로라도 물질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자 한 말이다.


"내가 깔끔 떠는 성격이라 그런기라. 호씨 니 하고는 아무 상관 없으니까 마음 편히 지내라."


"좋지. 나 운기조식 좀 하고 운동하러 갈거니까 무슨일 생기면 불러."


"또 며칠씩 있나?"


"지금은 5분만 할거야. 혹시 나중에 들어가 있어도 아무때나 불러도 돼."


"알았다. 여 밥값 두고 가께. 룸서비스는 비싸니까 배달시키 무라. 나가서 먹든가."


"좋지."


이번 일주천의 목적은 내공이나 신체 회복이 아니라 예방접종이다.


내가 약을 해야 하는 주기는 통상 3일. 그게 오늘이다.


미리 혈자리를 찍어 놓아야 또 그 지랄맞은 경련이 일지 않을거다.


간단하게 예방 접종을 마친 후, 분유를 타서 마시고 근처 고깃집에 가서 혼자 삼겹살 2kg 을 먹었다.


"어, 좋다. 딱 좋아. 이제 운동하러 가자."


이제 혈맥과 장기들은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슬슬 근력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


그 지겹고도 고통스러운 과정을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에 숨이 턱 막혔지만, 그래도 700년 전 보단 훨씬 빠르고 쉬울거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헬스장이 있으니까.


이젠 무식하게 바위 들고 산을 뛰어 다니지 않아도 충분히 근육을 붙일 수 있다.


아기새가 된 나는 이제 1일 차 헬린이기도 하다.


***


지난 5일간 먹고, 자고, 운기하고, 운동하는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다 보니 과거의 한때가 생각났다.


긴 살수 생활을 마치고 나이 60에 호법원에 들었던 시절.


중원 곳곳을 돌아 다니는 살수 시절과 달리 교내 고위 인사들을 호위하는 호법원 생활은 참 별 일 없이 먹고, 자고, 근무하고, 수련하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 지겨운걸 20년이나 하다보면 사람이 약간 멍해진다고 해야 하나?


내가 누구고, 왜 이곳에 있고, 수련은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한 번뇌 때문에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더랬다.


20년 동안 단 한번도 교를 벗어난 적이 없으니 오죽할까.


남들은 호법원이 제일 편하고 봉급도 높다고 부러워 했지만, 봉급 절반만 받더라도 살수 생활이 백번 낫다.


맨날 어디 숨어서 따라 다니다가 부르면 튀어 나가고, 다시 숨으러 가고...


이게 얼핏 지금의 경호원과 비슷해 보여도 전혀 그렇지 않다.


호법의 대상이란게 보통은 나보다 한참 위의 고수니까.


그러니 평시엔 그냥 심부름꾼이요, 외출시엔 폼 잡기 과시용이요, 전투시엔 시간 버는 칼받이나 다름 없다.


"끄응... 후우-"


내공을 쓰지 않고 순수 내 근력만으로 들려니 힘이 딸려서 자꾸 잡생각이 든다.


제일 가벼운 무게인데도 이 꼴이라니... 새삼 지금 내 처지가 처량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그렇게 한참 2kg 덤벨을 어깨 위에 지고 끙끙대고 있는데, 헬스장에 있던 모든 사내들의 시선이 어느 한곳으로 집중되는 기현상이 보였다.


"...아."


그럴만도 하네.


숨만 쉬어도 요염해 죽겠는 김두혁이 당당하게 헬스장을 가로질러 내게 다가왔다.


"부교주님, 복귀 했습니다."


"고생했어."


"아닙니다. 보고 여기서 들으시겠습니까?"


"올라가. 여기 남자들 눈알 빠지겠다."


"하하, 네."


뒤통수에 수십 사내들의 시선을 받으며 헬스장을 나서니 마침 박변도 라운지를 건너 오고 있었다.


"호씨야. 얘기 들었나?"


"뭔 얘기?"


"아직 안했나? 박회장이 죽었단다."


"뭐? 벌써? 어디서?"


김두혁이 답했다.


"전쟁은 없었고, 조사장이 히트맨을 보냈답니다. 박회장 뿐 아니라 아내와 아들, 그리고 주요 간부들 전부 참수 당했습니다."


"...슈퍼 박사장도 아니고 그 박회장 일가를 참수 씩이나? 조사장 솜씨가 아니겠네."


"네, 히트맨 총 5명 전원 연비대 인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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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강자지존 24.01.24 91 4 13쪽
» 아기새 24.01.23 9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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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무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 +2 24.01.22 111 4 15쪽
14 내가 많이 봤어. 24.01.20 118 5 13쪽
13 심법을 잘못 골랐다. +2 24.01.19 12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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