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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현대마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재필장수
작품등록일 :
2024.01.04 17:18
최근연재일 :
2024.02.27 00:44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5,058
추천수 :
157
글자수 :
229,318

작성
24.02.19 23:21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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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극성 학부모

DUMMY

갑작스럽게 무영문을 상대한다고 생각하니 가슴한켠이 답답해진다.


레벨 20 밖에 안되는데 100레벨 퀘스트를 받은 느낌?


설령 레벨 100인 과거의 나였다고 해도 어려울 일인데 진짜 괜찮은걸까?


막막함에서 기인한 무기력에 삼켜진 채로 대전에서 가장 큰 호텔의 스위트 룸에 자리를 잡았다.


박한일이 대충 짐을 풀며 말했다.


"며칠은 쉬어도 된다. 조 사장님은 수련하시고, 호씨 니도 뭐 할거 해라. 내는 샤워 좀 하고 일 할란다."


그렇게 말하고 화장실로 향하는 박한일의 뒷모습이 쓸쓸한걸 보니 아무래도 김두혁의 빈자리를 슬슬 느끼는 것 같다.


"사장님, 그럼 지도 화장실에서 수련 하겠습니다."


"음."


조 사장도 다른 화장실로 들어가고 나니 괜히 뭐가 허전하길래, 가방을 뒤져서 분유통과 젖병을 꺼냈다.


"아, 이게."


그새 브레짜에 익숙해졌는지 번거로움을 느끼며 분유를 제조했다.


삐릭-


TV를 켜니 역시 내가 부산에서 치고 온 난리들로 시끄러웠다.


- 부산에서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3인조가 수십명을 살해하고 도주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들은 도검류를 들고 서로를 ...


- 지하 주차장과 고속도로 CCTV화면에는 두 조직이 충돌하는 모습도 담겨 있는데요. 사망자들은 모두 신원을 확인 할 수 있는 소지품이 없었던 것으로...


- 범인들이 거쳐간 대구의 한 중고차 매매상에는 운영자인 A씨가 시신으로 발견 돼...


이번엔 천마신교에 대한 언급이 없는걸로 봐서 깡패들 싸움으로 모양이 잡힌 모양이다.


삐릭.


화면이 정신 사나워서 전원을 끄고 쇼파에 드러누웠다.


"...음."


이런저런 잡생각은 많이 드는데 뭐 하나에 집중은 안되고, 힘이 쭉 빠지고, 머릿속은 싱숭생숭하다.


마침샤워를 마치고 나온 박한일이 물었다.


"호씨야, 뭐 밥이라도 물래?"


"됐어. 운기조식이나 좀 할라고."


"알았다. 내는 일 하고 있을게."


"뭐 할 일이 있어? 날 샜는데 잠이나 좀 자."


"아이, 이제 김 조장도 없는데 정리할게 많다. 우리 돈도 얼마나 있는지 좀 보고, 앞으로 어쩔지 생각 좀 해나야지."


"...잘거 자고 먹을거 먹어 가면서 해."


"알았다."


괜히 미안해서 시선도 못 마주치고 화장실에 들어왔다.


쏴아아아-


옷을 다 벗고 가부좌를 틀고 앉자마자 억누르고 있던 답답함이 들불처럼 번져 내 숨통을 꽉 막았다.


내 손으로 앞날이 창창한 후배들 수백을 죽였고, 무영문주를 만나면 죽을 걱정부터 해야 한다.


모두 내가 약해서 생긴 문제다.


힘이 없음으로 인해서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원래의 나였다면 그 많은 마인들을 죽일 필요도, 무영문주 따위를 겁낼 필요도 없는데.


천하를 누비는 범으로 살다가 한걸음만 가도 사방을 경계해야 하는 고양이가 된 이 기분이 참... 쉽지가 않다.


"후우-"


결국 다 자존심이다. 거둬내야 한다.


깊은 호흡으로 불편한 감정들을 뱉어내고 서서히 일주천을 시작했다.


단전을 비롯한 전체적인 상태는 며칠전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상태.


이게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나는 오래전 분명하게 자존심을 버렸다.


그 긴 시간을 인내하고 또 인내한 대가로 자존심이라곤 정말 티끌 하나 남아 있지 않은 물렁한 인간이 됐다.


그럼에도 있다고 해서 열심히 호호거리면서 저 깡패까지 제자로 받았잖은가.


그런데 왜?


도대체 왜 이 자존심이 없어지질 않지?


그 알 수 없는 의문과 이 빈약한 몸, 하찮은 내공, 더딘 성취, 새 교주놈, 무영문...


그 모든 것들이 한데 뭉쳐서 내 코와 입을 꽉 막고 날 질식 시키고 있다.


짜증이 치민다. 주변에 있는 모든걸 부수고 싶지만 꾹 참았다.


그래봐야 답답함만 더해질 뿐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무인으로 살면서 이런 상황이나 감정 한두번 겪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분출이 아니라 해결점 부터 찾아야 할 때.


이 모든 번뇌의 원흉은 힘의 부족이니, 힘을 가지면 다 해결 되는거다.


보통은 그 힘을 어떻게 가지는지가 가장 큰 문제지만 지금 나는 명확한 방법이 있으니까.


호호.


당장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라도 괜찮다.


잠시 잊고 다른 일에 집중하다 보면 언젠가 벼락처럼 실마리가 풀리기 마련이다.


그때까지는 무조건 호호요, 호호고, 또 호호다.



***



일주일을 아주 한가롭고 평화롭게 보냈다.


박한일은 일을 하고, 조 사장은 명상을 하고, 나는 먹고, 운동하고, 자는 단순한 생활의 반복.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에 무엇하나 소흘히 하지 않았다.


오늘도 푹 자고 일어나서 건강한 식사를 하고 호텔 헬스장으로 가려는데, 생소한 기감이 내 발목을 잡았다.


...벌써?


그리고 조 사장이 화장실 문을 열고 나섰다.


"사장님."


"..."


예상 밖이다.


못해도 2달을 걸릴 줄 알았는데.


조 사장은 겨우 10일 남짓한 시간에 단전을 만들어냈다.


"사장님. 느껴집니다."


"...나도 그러네."


조 사장의 표정만 봐도 그렇지만 심장 박동도 보통 흥분을 한게 아니다.


이대로 두면 고혈압으로 넘어갈 것 같아서 조 사장의 어깨를 통해 공력을 조금 흘려 보내줬다.


"축하해. 이제 첫걸음이니까 너무 흥분하지는 말고."


"흐흐! 예."


"몸 좀 가벼워졌나?"


"예. 20년은 젊어진 기분입니다."


"기분이 아니라 실제로 그래. 내공이 늘어날 수록 근육이나 장기에 활기가 차니까 익숙해져."


"예."


"그럼 일단 혈자리 부터 외워야겠다. 내가 한의원 뭐 그거 찾아줄테니까 일단 계속 일주천 해봐. 지금보다 단전 두배는 커져야 기본 초식이라도 쓸 수 있다."


"예, 사장님."


"며칠 굶었지? 밥 먹고 다시 들어가."


"예, 사장님은 식사 하셨습니까?"


"난 방금 먹었어. 편하게 먹어."


"예, 그럼 지는 나가서 금방 먹고 오겠습니다."


아마 지금은 룸서비스나 배달을 기다리는 것도 견디기 힘들만큼 마음이 급할거다.


조 사장이 나가고 나니 나도 아랫배가 간질간질해져서 쇼파에 털썩 앉았다.


"...어, 이게 왜 이러냐."


당황스러울 만큼 기분이 이상해진다.


분명히 별 기대나 감흥은 없었는데.


첫 제자가, 처음으로 단전을 만든다는게 생각보다 사람을 감동 시키는 모양이다.


'당장 초식은 어려우니까 외공 위주로... 검을 수련할 시간이 있을까?'


'먹는 것도 신경 써야돼. 하루 수련 일정에 식단표도 추가해서 만들어주자. 그럼 이제 헬스도 같이 하고...'


뭔가에 빠질 땐 언제나 처음의 그 순간이 가장 흥분되는 법이다.


그렇게 한참이나 이런 저런 청사진을 그리다가 문득 현실의 벽을 마주했다.


"아."


내가 영혼을 갈아 넣어서 키운다고 한들, 결국 조 사장은 김두혁의 반의 반도 이루지 못하고 죽는다.


"..."


원래라면 여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내 속의 무언가가 이성적인 판단을 방해했다.


사방이 꽉 막힌 내게 주어진 유일한 숨 구멍이기 때문일까?


내 머릿속은 오직 조 사장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강한 고수로 키우는 방법으로 꽉 차버렸다.


'시체만 충분하면 되는데...'


어려운 일 아니다.


박한일만 아니면.


슬쩍 박한일의 방으로 들어갔다.


"바빠?"


"응? 아이, 괜찮다."


"으음. 조 사장이 단전을 만들었네."


"어엉? 진짜가?"


"오늘 뭐 축하 파티라도 한번 하지."


"파티? 니가 그런것도 하나?"


"원래 첫 제자가 입문하면 술 한잔 해."


"허허. 그래, 내야 좋지. 야- 조 사장이 진짜 물건은 물건인갑다. 니 예상한거 보다 훨씬 빠르네."


"그러니까. 그래서 말인데."


"응?"


"재능이 아깝기도 하고 해서 좀 성의껏 키워볼라고. 전력감으로 만들 수 있을거 같애."


"아, 맞나? 기왕 하는거 그래하믄 좋지."


"음. 그런데 그럴려면 그... 시체가 좀 필요한데."


"...응?"


"시체가 많을 수록 빠르다고 보면 돼. 그 조건만 되면 생각보다 빨리 두혁이 절반 정도는 될거야."


몰래 할 수도 있지만 만약 그러다가 박한일이 알게되면 진짜 사이가 틀어질 것 같아서 솔직하게 얘기했다.


장수로써 군사가 필요하기도 하고, 여기서 박한일까지 없어지면 난 정말 길을 잃어버릴거다.


잠시 말이 없던 박한일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가? 엄한 사람들 죽이겠다는건 아이지?"


"그렇지. 죽어도 괜찮은 놈들만 어떻게 좀."


"죽어도 괜찮은 사람들이 뭔데?"


"뭐, 요즘 나쁜놈들 많잖아. 여기도 깡패들 많을거고."


"깡패들이라고 다 죽어 마땅하나? 니는 내가 그래 얘기를 했는데도 또 그러나?"


"..."


하다하다 이제 난 사람 하나 마음대로 못죽이는 처지다.


정말 사방이 막힌게 느껴질 수록 조 사장이라는 숨구멍이 절실해진다.


그리고 다행히 박한일은 내게 그 구멍을 허락해줬다.


"니 마음대로 그래 하지 말고, 내가 말하는 조건에 맞는 놈들만 죽이라."


"어?"


"악심을 품고 다른 사람을 죽게한 놈들. 직접 죽있든, 괴롭히가 죽게 만들었든 상관없다. 그런 놈들은 내 허락을 한다."


"오."


"아니믄 대전에도 천마신교 교구 많다 아이가. 거 가서 잡아 오던가."


"아, 후배들은 좀 그래. 부산에선 추적을 끊어야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죽인거고."


"별... 니 알아서 해라. 대신 허투루 하지말고 한놈한놈 조사한 정보 내한테 컨펌 받고 죽이야 된다."


"정보수집을 나보고 하라고?"


"그럼 니가 하지 내가 하나? 첩보 수집하는 군사가 어딨노?"


"...아."


"조 사장 시키든가."


"안돼. 걔는 수련에만 집중해야 돼."


"흐! 니 갑자기 극성 학부모 됐네."


"아니, 뭐 그런건 아니고. 아무튼 나도 그럴 시간은 좀 애매하긴 한데... 일단 알았어."


정보수집에 재능은 없지만 못하는건 아니다.


특히 요즘엔 인터넷이 워낙 발달을 했으니 죽일 놈들 찾는거야 쉽겠지.


그렇게 박한일과 협상을 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혈자리 그림을 프린트 한 후 조 사장을 기다렸다.


빨리 와라.


내가 이것도 가르쳐주고, 저것도 가르쳐주고, 그것도...


가르칠만한건 모조리 다 가르쳐 줄 거다.



***



40분이 채 안돼서 돌아온 조 사장을 반갑게 맞이해줬다.


"많이 먹었어?"


"네? 아, 네."


"그래. 그럼 이거 받고. 혈자리 이름이야. 최대한 빨리 외워."


"예."


"그리고 오늘 밤에 축하주 한잔 하자고."


"하하, 예. 감사합니다. 참, 그라고 저희 이사들 말입니다."


"아, 도착했어?"


"예, 장비들 다 가지고 온다고 조금 걸렸습니다. 어제 새벽에 전부 들어왔고, 지금은 근처에 흩어져가 대기 중 입니다."


"다해서 몇명이야?"


"108명 입니다."


"꽤 많구나. 아, 첩보조."


"예?"


"흐흐! 아니야. 일단 다 모아봐."


굳이 내가 첩보원이 될 필요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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