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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현대마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재필장수
작품등록일 :
2024.01.04 17:18
최근연재일 :
2024.02.27 00:44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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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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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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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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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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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돈까스 두개

DUMMY

조 사장이 주문한 음식들이 도착해서 분유를 탔다.


삑- 위잉-


진짜 버튼하나만 누르면 딱 알맞은 온도의 따듯한 우유가 분유와 완벽하게 섞어져서 나온다.


이젠 기술의 발전이 무섭다.


쪽... 쪽...


10초만에 한병을 다 빨아먹고 조 사장과 마주 앉았다.


이 조 사장은 특이하게 내가 분유 먹는걸 봐도 별 눈치가 없어서 나도 굳이 설명을 하진 않았다.


"먹자."


"예, 사장님. 식사 맛있게 하십쇼."


"오냐."


조사장은 내가 젓가락을 드는걸 보고 조심스럽게 젓가락을 들었다.


그런 공손한 태도를 보고 있으니 이놈이 언제까지 이렇게 순종적일지가 문득 궁금해졌다.


"진우야."


"예."


"내가 너무 꼰대 같아서 말은 안했는데, 스승과 제자라는게 부모하고 자식 같은 관계야. 니가 아무리 늙었어도 나한텐 자식이나 다름 없다는 뜻인데."


"예."


"내리사랑이라 그러잖아. 아무리 효자라도 부모가 자식 사랑하는 마음은 못 따라 가거든.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안버릴거라는거 알아둬. 니가 믿든 안 믿든."


"..."


"스승의 마음이라는게 그럴 수 밖에 없어. 근데 그런 스승도 제자를 치는 경우가 딱 두가지가 있네. 뭘거 같애."


"어... 제자가 배신 했을때 아입니까? 하나는 모르겠습니다."


"미친놈이면 그래."


"아... 예."


"이유는 여자, 돈, 질투, 피해의식 뭐 다양한데. 나는 미친놈이 아니니까 그건 걱정 안해도 되고."


"네."


"그런데 문제는 너지. 너도 사람이니까 언젠가 힘이 좀 생기면 나에 대한 고마움, 충성심. 뭐 그런게 옅어질거잖아? 그게 어떤 결과를 만들지는 모르겠다."


"..."


"나야 어차피 때 되면 이 바닥 뜰거니까 서로 마주칠 일은 거의 없겠다만... 혹시 내 반대편 애들한테 제보를 한다던지 그러지는 마."


조 사장이 눈을 부라리며 항변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그런 개새끼 아입니다."


"지금이야 그렇지. 그런데 내 얼굴 본지 한 3,4년 지나고 나면 다르지 않겠어? 제보 대가가 한 500억 쯤 될 수도 있는데."


"사장님. 지는 살면서 단 한번도 은혜 준 사람 문 적 없습니다."


"박회장은 물었잖아."


"... 박회장한테 은혜 받은 적 없습니다."


"그래?"


"예전에 IMF 때, 밑에 아들 용돈도 몬 줄 만큼 휘청였습니다. 마침 딱 박회장 쪽에서 저희 같은 용역 건달들 일자리 준다 카대요. 근데 막상 가보이 하는 일이라곤 죄 마약, 금 밀수에, 지 밑에 아들 사고친거 깜빵 대타에... 그냥 총알 받이로 쓴겁니다."


"그랬어?"


"월급이나 제대로 받았는 줄 아십니까. 200 받을거 80도 몬받고 일했습니다. 5공 시절 건달들이야 개밥만 줘도 고맙다고 충성했을지 몰라도, 밀레니엄 시대에 그기 말입니까."


"으음. 그렇지"


"박 회장이 전두환 때 건달들 거둔걸로 대부 되고 나서 재미 들린겁니다. 근데 막상 거두고 보이까 이번엔 자기도 주머니도 넉넉치 않지, 대가리 수는 많지. 그카니까 여기저기 무리해서 사업 확장하고, 걸리는 족족 저희처럼 밖에서 거둬온 아들 대신 빵에 보내고... 그게 어찌 은혜가 됩니까."


"..."


"네, 당연히 그 덕에 배는 안곯고 산것도 맞습니다. 그래가 20년 동안 시세보다 50%나 비싼 값에 물건 안샀습니까. 그칸데도 독립을 안시켜 주는데..."


조 사장이 말을 이렇게 많이 하는걸 보니 정말 억울한 것 같아서 다독여줬다.


물론 사람 말 한쪽만 듣고는 모르지만, 박 회장 시체 파서 그쪽 얘기 들어 볼 수도 없고. 별로 그러고 싶지도 않다.


"그런 내용인줄은 몰랐네. 오해해서 미안해."


"아입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충분히 그럴만 합니다. 그캐도 하나 알아 주이소. 지가 14살 때, 처음으로 사람 때리가 경찰서 끌리갔을 때 만난 형사가 있습니다."


"음."


"지는 천애 고애라 뭐 어디 기댈대도 없어가 그냥 빵이든 어디든 들어갈 생각했는데, 그 형사가 조사를 쭉 하더니 저를 데리고 돈까스 집엘 안갑니까."


"..."


"그 당시에 돈까스 먹어본 아가 몇명이나 됩니까. 전 세상에 그런 음식이 있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가 정신없이 코박고 쳐먹는데 그 형사가 그러대요. 자기도 고아라고. 그캐가 자기도 어릴 적에 여기저기 쌈박질 무지하게 다녔다고요."


"계속 해."


"뭐 어째어째 자기 형사 된 얘기 해주면서 돈까스 두개 시켜주고, 자기가 피해자랑 합의까지 해주고 지 보내 줬습니다. 그래가 지는 아직까지도 그 돈까스 두개 은혜 갚고 있습니다."


"어떻게?"


"저만 보면 하도 쌍욕을 하고 때리싸가 직접 찾아가진 몬하지만서도, 그 형사님, 사모님, 자식 둘 생일마다 케이크 제가 직접 골라가 용돈이랑 해서 보냅니다. 형사님 늙어 죽을 때 까지 보낼겁니다."


"...그건 좀 과한데?"


"솔직히 웃긴 얘기지만, 그 형사가 지 생명 살린거나 마찬가집니다. 돈까스 보이까네 안억울합니까. 세상에 이래 고급지고 맛있는게 있는데 왜 나는 지금까지 감자에, 보리밥만 겨우 먹고 살았는지도 모르겠고. 원래보다 세상이 더 좆 같아져서 이 악물고 돈 번깁니다."


"잘했네."


"그날 사람 뒤지게 팬 것도, 지가 그때 3일을 넘게 굶었다 아입니까. 이대론 진짜 죽겠다 싶어서 어디 식당 가가 먹다 남긴 거라도 좀 달라 하는데 사장놈이 저보고 병신 같은 고아새끼라면서 뺨을 때리대요. 그래가 씨발 그래, 더 살기도 싫은데 임마한테 맞아 죽자 싶어가 싸운겁니다. 금마 등치가 제 두배여가지고 그래 될 줄 알았는데."


"근데 그걸 이겼어? 3일을 굶고?"


"네. 제가 쎈거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으음, 그랬구만."


겉으론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론 참 지루했다.


얘기가 긴건 둘째 치고 깡패 새끼들 사연은 어떻게 그렇게 똑같은지.


다들 세상에 버림 받은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으로 그 수많은 악행들을 정당화 한다.


나도 그랬고.


아, 물론 나는 정말 어쩔 수 없었지만.


아무튼 이자리에선 스승으로써 조 사장을 다독여 줄 필요가 있다.


"무슨 말인지 알겠고. 그럼 이거 하나만 명심해. 애초에 내가 얘기를 꺼낸건 니가 날 배신하는게 걱정돼서 그런게 아니야. 니가 배신을 했을 때, 내가 널 죽여야 되는 그 상황이 불편해서 그러는거지."


"..."


언뜻 듣기엔 '배신하면 죽여버리겠다' 라는 협박 같지만, 이건 그런 말이 아니다.


조 사장 한테는 굳이 말하지 않았어도 난 진심으로 생에 첫 제자를 내 손으로 죽이고 싶지 않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너는 알아 듣지? 어른이 애한테 불장난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뭐야. 그 뒤에 생길 상황이 걱정돼서 그러는거잖아."


"예, 압니다. 그캄 지가 하나 부탁 드리겠습니다. 만약에 언젠가 부산을 떠나신다고 하믄, 떠나시기 전에 지를 딱 보이소. 그래 딱 보고, 정 못 믿겠다 싶으믄 죽이고 가이소. 의심 받으믄서 사느니 그래 죽는게 속 시원 합니다."


"처자식도 있는 놈이 죽을 생각은 하지말고. 그럴 일 없게 서로 노력하자고. 지금 당장 믿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니까."


"맞습니다. 지도 노력하겠습니다."


"좋지. 아, 그리고 나도 고아야."


"아... 그캅니까."


"음, 엄마는 나 낳다가 죽고, 아빠는 그날 밤에 술 먹고 물에 빠져 죽어서 둘 다 얼굴도 몰라."


"...지는 그캐도 엄마 얼굴은 봤는데. 생김새는 기억 안나지만 5살 때 마지막으로 봤습니다."


"좋겠네. 먹어."


"예, 사장님."


어색하게 달그락 거리는 식기 소리.


내겐 그 소리가 조 사장과 나의 관계가 변하는 변속음으로 들렸다.



***



조 사장을 다시 화장실로 보내고 헬스장에 한참을 있다가 올라가니 박한일과 김두혁이 벌써 돌아와 있었다.


"부교주님, 저희 왔습니다."


"일찍 왔네?"


"네, 인사하고 간단하게 일 얘기만 해서 1시간도 안돼서 끝났습니다."


"어땠어?"


박한일이 뿌듯한 얼굴로 답했다.


"어땠겠노. 내 이 화려한 언변과 카리스마로 휘 잡았지."


김두혁을 보고 다시 물었다.


"어땠어?"


김두혁과 박한일이 서로를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김장로 그놈이 다 분 것 같습니다."


"응? 어디에 뭘 불어?"


"부교주님이랑 저 말입니다. 김장로 보다 윗선에 있던 놈이 부산 담당으로 와서 이상하게 쎈 놈들 못봤냐고 묻던데요."


"저런."


"그래도 박변호사가 연기를 잘 해서 일단 넘기긴 했는데, 당분간은 그놈들이 뒤지고 다닐겁니다. 전도사들도 20명이나 데리고 왔더라고요."


"무영문 찾는데 겨우 20?"


"현상금이 워낙 크지 않습니까. 자기선에서 마무리 하고 싶을겁니다."


"20명으로 퍽이나 찾겠다. 200명이 와도 못찾을 걸..."


"네, 어차피 저희 인상착의를 본것도 아니니까 한동한 찾다가 걸리는거 없으면 포기 할겁니다."


"그래도 넌 앞으로 얼굴이랑 체형 잘 가리고 다녀. 걸음걸이 조심하고."


저만큼 몸매가 좋으면 웬만큼 펑퍼짐한 옷으론 실루엣이 가려지질 않는다.


가뜩이나 눈에 띄는 몸매에 무인 특유의 걸음걸이까지 보이면 생각보다 쉽게 발각 될 수도 있다.


"네, 조심하겠습니다."


"일은? 조 사장 갑자기 없어졌다고 의심 안해?"


"네. 이번 김장로 체포건으로 조 사장이 숨을거라고 예상 했답니다. 부장 실력도 진작에 알고 있었고... 아, 약 가격도 기존하고 동일 할거랍니다."


"박회장이 없어졌는데도 싸게 주겠다고... 돈이 목적이 아니란거네."


"아직까지 보기엔 그렇습니다."


괜히 박한일이 떠든 과거의 재현이니 뭐니 하는게 떠올라서 또 찝찝해졌다.


"아, 그리고 부교주님 이거... 저랑 연비대주 실종자 전단입니다. 본교에서 총 수색령이 떨어졌답니다."


"수배가 아니고 수색?"


"네. 전국 신도들 부터 경찰, 깡패들한테까지 도배 중 입니다. 아마 총군사 입김인거 같습니다."


"그 총군사는 신뢰가 좀 있어?"


"음... 글쎄요. 알고 지낸지 70년이 넘긴 했는데 사람 속 알겠습니까. 저보단 연비대주가 잘 압니다. 둘이 생각부터 취향까지 뭐, 거의 동기화 수준이라서요."


"..."


정신도 없는 야채 놈 얘긴 해서 뭐하랴.


"어떤 놈인야? 우리 박변 라이벌인데 좀 읊어 봐."


"네, 전대 총군사 장손입니다. 어릴 때 부터 미국에서 공부하고 하버드 졸업했고, 국제 변호사 자격증도 있습니다. 총군사로 정해진 이후엔 한국에 들어와서 로펌 설립하고, 전관 출신들 영입에 열 올렸습니다. 장차관급 인사들 로비도 상당히 해서 10년 만에 법조계, 정계 인맥 완성했습니다."


"뇌물?"


"네. 현금, 금, 여자, 차 등등 대가성 없이 약점 잡기 딱 좋게 퍼줬습니다. 지금은 전 현직 장관이며 대법원장, 여야 대표들도 한손에 쥐고 흔듭니다."


"그놈이 우리 박변하고 인연이 있나보네."


박한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내 접신 안했으면 금마가 내도 컨택 했을 수 있지."


"당신은 뇌물 먹고 빌빌대고?"


"뭐라카노!! 호씨 니 내를 그런 인간으로 보나?"


"돈 밝히는거며 두혁이 보고 침 질질 흘리는건 봤지."


"..."


박한일이 말이 없길래 다시 김두혁한테 물었다.


"이름은 뭐야?"


"사마연입니다. 지금 56세니까 박 변호사님 보다 세살 많네요."


"사마연? 아직도 사마 집안이야?"


"네, 인재들이 워낙 많습니다. 20년 마다 후보 시험을 보는데 상위권은 사마씨들 독점입니다."


"거기도 유전자가 무섭구나. 박변, 이길 수 있겠어?"


"뭐를? 사마씨를? 걸 어째 이기노. 사마씨는 몬이긴다."


"엉?"


"잠깐은 이길 수 있어도 결국은 진다. 최후의 승자, 그기 그 집안 패시브 아이가."


"...박혁거세로 못이겨?"


"거세 같은 소리 한다. 이 뭐고? 도라이가?"


"..."


누가 또라인지 모르겠다.


"특이사항은 그게 다야?"


"네, 오늘 내용은 이게 전부입니다. 당분간은..."


띠리로리.


전화벨 소리를 들은 박한일이 휴대폰을 꺼내 발신인을 확인했다.


"응? 부장이네. 잠시만. 어, 여보세요."


창가쪽으로 가서 전화를 받은 박한일이 금세 통화를 마치고 돌아와서 말했다.


"호씨야, 한장로가 오늘 저녁에 다시 보자캤다는데?"


"다시?"


"응, 첫 만남 기념으로 술 한잔 산단다."


"아깐 그런 얘기 없다가 갑자기?"


"...흠."


문득 생각나는 놈들이 있어서 물었다.


"부장이랑 차장 미팅 끝나고 어디로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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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상이 왜이래 24.02.23 29 1 13쪽
37 슬럼프 24.02.21 38 1 12쪽
36 극성 학부모 24.02.19 35 1 11쪽
35 차 값 24.02.16 46 1 11쪽
34 차가 생각보다 빠르네 24.02.15 44 1 12쪽
33 내가 함정이야 24.02.13 42 1 10쪽
32 살려야 하는 사람들 24.02.12 45 1 9쪽
31 거짓말 24.02.09 65 1 15쪽
30 내가 넘버 투야 24.02.08 68 1 10쪽
29 연기자들 24.02.06 61 1 14쪽
28 서열정리 +2 24.02.05 76 2 13쪽
» 돈까스 두개 24.02.02 71 2 13쪽
26 지도자의 삶 24.02.01 61 3 14쪽
25 신용카드와 주식 24.01.31 76 3 12쪽
24 마약왕 박한일 24.01.30 75 4 12쪽
23 차도살인 24.01.29 71 5 10쪽
22 나도 상처가 저렇게 많진 않았는데 24.01.28 80 5 15쪽
21 가스 검침 24.01.27 85 4 14쪽
20 장남을 장님으로 +2 24.01.26 93 3 17쪽
19 간첩이 있어요 24.01.25 86 5 10쪽
18 강자지존 24.01.24 92 4 13쪽
17 아기새 24.01.23 94 4 12쪽
16 필요 없는걸 손에 쥐고 있으면 24.01.23 98 4 14쪽
15 무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 +2 24.01.22 111 4 15쪽
14 내가 많이 봤어. 24.01.20 118 5 13쪽
13 심법을 잘못 골랐다. +2 24.01.19 127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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