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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현대마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재필장수
작품등록일 :
2024.01.04 17:18
최근연재일 :
2024.02.2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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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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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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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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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내가 많이 봤어.

DUMMY

일주천은 몸의 회복만을 위할 뿐, 심법의 3성을 넘보지는 않았다.


누가 똥을 먹으라고 해도 진심으로 좋아야 허락 될 경지다.


쏴아아아아-


반지하와는 사뭇 다른 고급 물줄기를 맞으며 공력을 일주 시켰다.


한번, 두번, 세번...


운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단전의 크기도 제법 커졌다.


교주님의 선천진기 덕분인지 벌써 내가 익힌 수많은 무공들을 거의 다 펼칠 수 있는 정도.


다만 예전엔 하루종일 수백개를 펼치던 무공을 딱 하나밖에 못쓰고, 위력도 1% 수준에 그칠테다.


나는 초식은 물론 검의 형과 식을 벗어난지 오래기 때문에 전투형 무공을 쓸 일은 없으나, 양강이나 음강, 경공 같은 부수적인 무공은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조급해지면 안된다.


가장 까다로운 관문인 4성을 돌파하려면 '욕심'을 없애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예전엔 쉬웠다.


천마신교의 장로로써 부족한 것이 없었으니까.


가지고자 하면 뭐든 가질 수 있었던데다가 워낙 무(武)라는 바다에 깊이 빠져 지냈던 시기라서 뭔가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 땐 돈으로 할 수 있는게 기껏해야 큰 집이나 비싼 옷, 여자가 다였기도 하고.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아본 지금은 아니다.


지난 30여년 간 나는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건 오직 돈 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돈의 가치가 그때와는 아주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당장 집이나 차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지금의 집과 차는 그 때의 그것들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차원이 다른 무언가니까.


그러니 나는 이제부터 이 지독한 물질만능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돈 욕심은 물론이요, 몸의 회복과 무공의 수복을 서둘러서도 안된다.


그 또한 욕심이기에.


지금은 어느 때 보다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수련에 임해야 할 때다.


언제, 얼마나 강한 적을 마주칠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느긋해진다는게 말은 안되지만 어쩌겠나.


본디 무인이란 가장 모순 되고 가장 쓸데 없는 것들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죽는 종자들이다.


예전엔 '왜 검은 모두 딱딱하고 차가울까'란 고민을 시작했다가 무려 1년만에 눈을 뜬 적도 있다.


그때도 이과생이 있었어야 됐는데.


꼬르르륵.


"..."


몸이 회복되는 만큼 허기가 지는 빈도도 높아졌다.


확 쪼그라들어서 비명을 질러대는 위를 달래며 나가자 어느새 날이 한참 밝아져 있었다.


"부교주님, 나오셨습니까."


"어, 두혁이 언제 왔어?"


"한시간 쯤 전에 왔습니다. 박변호사는 이틀 내내 병원에 있다가 지금은 옆방에서 자고 있습니다."


"이틀?"


내가 놀라자 김두혁이 알겠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목요일입니다. 안그래도 계속 명상을 하시면 오늘 오후 쯤 말씀을 드릴까 했습니다."


기껏해야 몇시간이겠거니 했는데 36시간을 넘게 화장실에 앉아 있었네.


"...미쳤네. 별 일은 없지?"


"네. 아, 그리고 김장로가 본교 사람이라는 얘기 들었습니다."


"확실한건 아니야. 뭐 아는거 있어?"


"부산교구 인원들을 알긴 하는데 그게 그놈들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연비대 클라우드에 접속만 할 수 있으면 되는데 지금 제 아이디로는 접속이 어려워서..."


"아이디가 막힌거야, 아니면 그냥 조심하는거야?"


"조심하는겁니다. 제 아이디로 접속하면 3분 안에 근처 지부 인원들이 출발을 할겁니다."


"그정도야? 다른놈 아이디로 접속하면 안되나?"


"휴대폰이나 OTP로 2차 인증을 해야 됩니다. 한놈 잡아서 본다고 해도 누가 어떤 정보를 열람하는지 기록이 남다 보니까... 부산교구 정보를 볼 일 없는 놈이 열람한 기록이 있으면 눈치 챌겁니다. 저희 지역도 노출 되고요."


"그럼 방법이 아예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다음에 CCTV 없는 산 속에서 보고 나오면 됩니다. 산 인근 CCTV도 전부 뒤지긴 할텐데 변장 충분히 하면 저를 특정 못하니까 괜찮습니다. 아니면 개발자 수배해서 우회 접속 가능한지 알아보겠습니다. 접속 경로 해외로 돌리고 돌리면 누가 눈치 채고 직접 차단하기 전 까지는 자료 서치 가능 할 겁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이대로 있다간 저나 연비대주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가 않습니다. 맡겨주십쇼."


부끄러움과 자괴감이 한데 어우러진 김두혁의 얼굴을 보니 괜히 옛날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났다.


"흐! 인터넷 못하니까 아무것도 못하네. 옛날 연비대 애들은 품 속에 서류만 수백장씩 넣고 다녔어. 일장일단이다."


"저도 2000년대 까지만 해도 빼곡한 수첩들 수십개 들고 다녔는데 시대가 바뀌니까 이런게... 죄송합니다."


"됐어. 연비대 넘버원, 투가 연비대에서 떨어져 나올걸 누가 예상해. 아무튼 김장로는 과장급들도 직접 만난다니까 나중에 거래할 때 멀리서 한번 확인해 봐."


"그냥 제가 지금 한번 가볼까요? 부산교구면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그 교회 건물도 위장용으로 쓰는 것 같은데 근처구요."


"당장 내일 전쟁이니까 지금은 좀 그렇고. 겨우 과장급하고 거래하던 놈인데 진짜 마인인지 아닌지도 모르잖아. 괜히 위험 감수할 필요는 없지."


"네, 그럼 이번일 마무리하고 다음주 쯤 가보겠습니다."


"...흠."


잠시 고민하다가 마침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아니야. 일단 김장로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넌 병원 가서 너네 대주나 한번 들여다 보던가."


"아,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거기 가면 차장이라고 있어. 보니까 휴민트로 쓰기 딱 좋아. 밑에 두고 부려봐."


"네, 부교주님."


"밥 먹었냐? 안 먹었으면 먹고 가."


원래 무인들끼리는 식사 안부를 묻지 않는다.


일정 수준을 지나면 체내에서 소비되는 모든 에너지를 내공으로 대체 하기에 음식을 거의 먹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 입맛이 돌 때나, 술 안주로 몇점 먹거나, 그것도 아니면 임무를 위해 들린 객잔에서 시늉만 하던게 전부니, 만약 과거의 내가 밥 먹었냐는 질문을 들었다면 무슨 암어인 줄 알았을거다.


그런데 한국인으로 살다보니 나도 모르게 이런 질문이 자꾸 나온다.


"저는 괜찮습니다. 식사 준비해드릴까요?"


"룸서비스 시킬거야. 아, 가는 길에 박변 부르고."


"네."


김두혁이 나가고 나서 요리를 이것저것 시킨 다음 휴대폰을 열었다.


"보자... 김정훈."


이름 하나를 선택해서 전화를 거니 신호 몇번에 금방 연결이 됐다.


"여보세요? 팀장님 접니다."


- 뭐야? 니가 전화를 다 하고 웬일이야? 아직 날짜 안됐잖아?


"그거 때문에 전화한거 아닙니다."


- 그게 아니면 더더욱 웬일이야?


"제보 하나 하게요. 사이비 종교가 마약을 팔아 가지고."


김장로에겐 공권력의 힘을 빌려 접근 해 볼 생각이다.



***



"뭐? 국정원??"


잠시 후 들어와서 얘기를 들은 박한일이 너무 깜짝 놀라서 나도 놀랐다.


"뭘 그렇게 놀래?"


"호사장이 어째 그런 인맥이 있노?"


"뭔 소리야? 나는 그런 인맥 있으면 안돼?"


"아이, 그기 아니라. 호사장 같은 팔자는 주변에 사람이 남아나질 않는다 아이가. 그나마 몇명 남았어도 스스로가 다 연락 끊고 지내게 될텐데?"


"...그렇긴 한데 그 양반 딱 하나만 남겨뒀어. 사정이 있어서."


"뭔 사정?"


"그냥 때마다 받을게 좀 있어가지고. 안 그래도 찝찝해서 우편으로만 받다가 연락한건 몇년만이야."


"맞나. 와... 거 참 신기하네. 국정원 직원은 어째 아는데?"


"나 군대 있을 때 그 양반이 우리 부대로 파견 나와서 몇년 있었어."


"어? 호사장 군대 가왔나? 고아는 면제 아이가?"


"... 박변 오늘따라 왜 이렇게 편견 덩어리야?"


"아이, 그기 아니라. 그냥 굳이 왜 갔나 싶어서 한 말이다."


"부사관으로 갔어. 보육원 나가라고 쥐어 주는거 달랑 500 그거 뭐, 월셋방 구하면 끝나는데."


"아."


"군대 가면 월세 안들어, 밥값 안들어, 공과금 없고, 옷 주고, 비누 주고, 칫솔 치약에 팬티까지 주는게 천국이지 그게."


"맞나."


"백날 공사판 뛰어봐야 군대가 두배는 더 벌려. 나가는게 없으니까 내 위에 놈들도 많이들 그렇게 가대."


"으음... 그카기도 하겠다. 근데 무슨 부댄데 국정원서 파견을 다 나오노?"


"그냥 정보부대. 말만 파견이고 좌천 돼서 온거지 뭐."


"맞나. 그캐도 어째 다시 국정원 갔나보네. 흐흐! 근데 호사장."


"왜?"


"내 병원서 얘기 들었는데, 엊그제 차장 이름 무봤다면서?"


"그게 뭐?"


"말로는 뭐 쓰레기니 뭐니 하면서 은근히 맘에 들었는갑지?"


"뭔 개소리야? 그냥 박변 지키겠다고 애쓴게 기특해서 기분이나 좋으라고 물어 본거지. 이름 기억도 안나."


"내를 지킨거는 그 세뇌 하는 무공 때문이잖아. 물론 차장 글마는 그거 아니었어도 그랬을 놈이지만서도."


"퍽이나 그랬겠다."


"아무튼 호사장도 마음이 맑다."


"...또 뭔 개소리야."


"내는 그 맑은 속이 다 보인다. 지금까지 저 깡패들 안죽이고 다 살리 놓은 것도 그렇고."


"쓸데가 있어서 그런거라니까? 쟤네 나중에 다 죽어."


"말만 그케 하지 속은 안 그런거 안다. 이 핑계로 살리두고, 저 핑계로 살리두고, 난중 되면 또 그 핑계로 살리둘거제?"


"아- 미치겠네 진짜. 어쩌라고? 일 하지마? 군사가 전쟁 하지 말자 그러면 뭐, 놀고 먹겠다고?"


"그카는게 아이라, 필요할 때만 내보내라는거다. 죽어도 그만이란 생각말고, 최대한 아끼 가믄서."


"아, 좋지. 그리고 그런 계획은 어차피 당신이 짜는건데 마음대로 해."


"흐흐! 오야. 호사장 앞으로도 쭉 그래 맑게 살아라. 옛날에 어찌 살았든 지금은 마영이 아니라 이혁도다 아이가. 다시 옛날로 돌아갈라카지 말고, 개과천선 한 마음으로 새사람 되라."


"뭔 개풀 뜯어 먹는 소린진 모르겠는데 좋다."


"맞제? 약속했다?"


"아, 뭘 자꾸 약속을... 어, 룸서비스 왔다."


"엉?"


"가서 문 열어줘."


"응? 벨 소리 몬들..."


딩동-


마침 밥이 와서 불편한 자리를 벗어났다.


"와- 뭐를 이래 많이 시킸나? 이기 다 들어가나?"


"한참 먹을때니까. 같이 먹어."


"됐다. 내는 그냥 한두개 맛이나 볼란다."


박한일과 마주 앉아 식사를 하다보니 문득 범익 생각이 났다.


"병원에서 범익은 봤어?"


"아, 그 양반 봤지. 상태가 마이 안좋은거 같던데."


"얼마나? 힘들대?"


"아이, 그런건 아이고. 머리 쪽에 외상이 워낙 심해가 언제 깨날지 모른단다. 깨어나도 뭐, 사람 구실 못할거 같이 말하더라."


"...쯧."


"그 무공으로 어째 몬하나? 점혈 같은거."


"점혈은 구속 아니면 고문할 때나 쓰는거고. 아, 지혈은 좀 된다."


"아, 맞나. 무협지 보믄 막 이래저래 고치고 그러던데?"


"그놈의 무협지 좀 보지마. 나이가 몇인데 쓸데 없는거 보고 자꾸 여기다가 대입해."


"흐흐! 알았다. 이제 그런거 볼 시간도 없다. 근데 그 양반 중요한 인사 아이가? 상태가 그래가 어쩌노?"


"하아- 그러게 말입니다. 교주님만 계셨으면 그런건 고민할 일도..."


"교주님?"


"...아니야."


"아, 뭔데? 말을 하다 마노? 비밀 만드나?"


"당신 또 안 믿고 비웃을까봐 그러지."


"아이다. 내 진짜 딱 들을게. 말해바라. 혹시 교주님이 사람도 막 고치고 그러나? 의술도 잘 하시나?"


"의술은 아닌데 그냥 손만 대면 뭐."


"손만 대면? 장님도 막 눈 뜨나?"


"그런건 기본이고, 사지 잘린 놈 고쳐주신 적도 있어. 잘린 팔다리를 붙이는게 아니라 아예 새로 만들어지..."


"..."


웃음을 참느라 요상하게 일그러지는 박한일의 얼굴을 보니 이마에 마기를 박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크흠! 교주... 님이 참 대단한 분인갑네."


웃음소리 한번만 새도 진짜 그럴려고 했는데, 어떻게 잘 참고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


여러모로 용한 놈이다.


"나중에 직접 뵙고 나서 기절이나 하지 마. 내가 당신 팔 하나 잘라서 체험 시켜 줄라니까."


"어? 아, 아이. 그런 농담 하지마라. 무섭다."


"그럼 손가락 하나만 잘라."


"..."


"어, 잘 먹었다."


한상 거하게 해치우고 일어나서 기지개를 쭉 폈다.


"끄그극... 그럼 나는 방에서 명상 좀 한다."


"지, 진짜 자를기가?"


"뭐, 손가락? 잘라야지. 그래야 믿을거 아니야."


"아... 아이다. 내 믿어. 억수로 믿는다."


"그러니까. 믿으면 잘라도 괜찮잖아. 내가 자르면 언제 잘린지도 몰라."


"어?"


"점혈하면 아프것도 모르니까 쫄지마. 금방 잘렸다가 또 금방 다시 생겨. 내가 많이 봤어."


"..."


"새벽 12시 되면 불러."


자가당착에 빠진 군사를 뒤로 하고 이번엔 침대 위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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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같은 시대 24.02.27 19 1 12쪽
38 세상이 왜이래 24.02.23 29 1 13쪽
37 슬럼프 24.02.21 38 1 12쪽
36 극성 학부모 24.02.19 35 1 11쪽
35 차 값 24.02.16 46 1 11쪽
34 차가 생각보다 빠르네 24.02.15 44 1 12쪽
33 내가 함정이야 24.02.13 43 1 10쪽
32 살려야 하는 사람들 24.02.12 45 1 9쪽
31 거짓말 24.02.09 66 1 15쪽
30 내가 넘버 투야 24.02.08 68 1 10쪽
29 연기자들 24.02.06 62 1 14쪽
28 서열정리 +2 24.02.05 76 2 13쪽
27 돈까스 두개 24.02.02 71 2 13쪽
26 지도자의 삶 24.02.01 61 3 14쪽
25 신용카드와 주식 24.01.31 76 3 12쪽
24 마약왕 박한일 24.01.30 75 4 12쪽
23 차도살인 24.01.29 71 5 10쪽
22 나도 상처가 저렇게 많진 않았는데 24.01.28 80 5 15쪽
21 가스 검침 24.01.27 85 4 14쪽
20 장남을 장님으로 +2 24.01.26 93 3 17쪽
19 간첩이 있어요 24.01.25 86 5 10쪽
18 강자지존 24.01.24 92 4 13쪽
17 아기새 24.01.23 94 4 12쪽
16 필요 없는걸 손에 쥐고 있으면 24.01.23 98 4 14쪽
15 무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 +2 24.01.22 111 4 15쪽
» 내가 많이 봤어. 24.01.20 119 5 13쪽
13 심법을 잘못 골랐다. +2 24.01.19 127 4 13쪽
12 저는 최종선택을 하겠습니다. 24.01.18 130 4 12쪽
11 금요일에 만나요 +2 24.01.17 143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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