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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910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6.01 13:42
조회
546
추천
7
글자
12쪽

진천 - 36화

DUMMY

“김대협. 이제 떠나시오. 훗날 또 연이 닿길 바랍시다.”


“...”


진호는 공진의 말에 고개를 느릿하게 돌려 변을 쭈욱 둘러봤다.


우렁찬 함성이 없는 조용한 전장.


저 멀리서 가만히 서 있는 황금 갑옷의 장수 둘을, 모든 섬서성의 무인들이 바라보며 숨도 제대로 못 쉴 만큼 긴장하고 있었다.


“저들이 당장 쳐들어올지, 저번처럼 그냥 돌아갈지는 모릅니다. 조금 더 지켜 보지요.”


“흐. 김대협도 정이 많은 사람이군요. 혹 모르니 작별인사는 미리 한 것으로 칩시다.”


“좋습니다.”


황군 전력에 대한 정보도 정보였지만, 진호는 왠지 공진을 두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진짜 현경인지 아닌지만 확인하고... 내가 현경을 이길 수 있을까? 역시 안 되려나?’


진호는 성벽위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구학영의 말을 떠올렸다.


[강기는 절정의 상징, 그 강기의 성질을 양강, 음강 등으로 변화 시키는게 천마(화경)의 대표적 상징이지. 그럼 현경을 대표하는 상징은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강기의 크기? 위력?]


[자연진기다. 내공을 물, 번개, 불로 변화시켜 내보내는 것이 현경임을 알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상징이지. 범요가 네 아비와의 대련 때 쓰는 걸 봤지?]


[네 스승님.]


[물론 이런 강기나 자연진기는 단순한 경지의 증명일 뿐, 현경과 화경의 고수는 같은 강기라도 최소 열배 이상의 위력차이가 난다.]


[아...]


[네가 절정을 이루기 전에 초식으로 강기를 간접 경험 했듯, 지금 연마하는 상승무공도 이 자연진기를 억지로 쓰게 해준다. 항상 말하지만 초식의 위력에 혹하지 마라. 자연진기의 느낌에 익숙해지면서 공력의 흐름에 집중해라.]


진호는 자신의 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했다.


‘느낌... 느낌이라. 나는 어느 순간 이 이상의 경지는 간절히 원하지 않고 있다. 왜지?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해서? 북적(北敵)이 실감이 안 나서? 스승님도 오랜 시간 못 넘고 있으니 지레 포기했나?’


적들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고, 연합군은 매 순간 생명력이 깎이는 듯 한 긴장감을 견디며 대치를 이어가고 있었다.


‘쉽게 생각하자. 아버지는 그냥 그러겠다고 생각하니까 됐다고 했어. 나도 아버지의 핏줄이고, 강기도 그렇게 깨달았다. 만약 저놈들이 진짜 현경이라면...’


진호가 잠시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뒤로 훅 제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며 눈을 부릅 떴다.


‘일단 확인만 하자. 젠장, 어떻게든 되겠지!’


진호는 진천과 달리 평생을 무인으로 살아왔기에, 현경의 고수를 앞에 두고서도 경지를 높일 기회가 될까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이다.


‘흠. 그나저나 저 놈들 대체 언제까지...’


약 2시진이 지났음에도 적들은 멀뚱히 서 있다가 밥까지 지어 먹는 둥, 도저히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에 반해 무림맹의 무사들은 일각이 다르게 얼굴이 수척해지며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어느새 해가지고 시야가 어두워지자 그 긴장은 극에 달해 모두들 물만 겨우 마시며 전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모두들 무공을 익힌 고수였기에 며칠 안 먹는다고 별 영향은 없지만, 무지막지한 정신력의 소모는 그들에게도 쉽지 않은 고난이었다.


그렇게 연합군의 진기가 반은 빠져나간 다음 날.


아침부터 진하게 낀 흐린 구름이 천하를 회색빛으로 물들인 정오였다.


“...!!”


“전원 전투 준비!”


황군의 진열이 조금씩 꿈틀대더니 우르르 흙먼지를 일으키며 성벽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재진이 이성조의 옆으로 바짝 붙으며 난데 없이 술병을 내밀었다.


“장문인! 오늘 우리가 현경을 성취할지 저승으로 갈지는 모르니 축하주와 이별주 한번에 합시다!”


“흐흐. 당가주, 고맙소.”


“크으-!”


두 무림의 거두가 각자 한 병의 술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약속이라도 한 듯 온몸에 청색 강기를 두르고 성벽위로 둥실 떠 올랐다.


훙!후우우우웅!


퍼버버버버벅!


그 둘이 내지른 수백가닥의 강기가 적의 선두를 단숨에 쓸어 버렸고, 그게 신호라도 된 마냥 황군이 돌진에 박차를 가했다.


와아아아아아아!!!


“오라!!!”


수십만의 군세가 내뿜는 기세는, 누가 봐도 오늘 전투를 끝내겠다는 황군의 결연한 의지를 담은 듯 했다.


그리고 전투는 실로 처절하기 그지 없었다.


무공을 모르는 병사들은 무력하게 죽어 나가면서도 끝없이 무인들의 공력과 체력을 깎아먹었고, 무인들은 한 명당 수십, 수백의 병사들을 베어 나가다 활이나 쇠뇌, 심지어 일반 병사의 창에 찔려 죽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재밌는 것은 그 와중에 깨달음을 얻어 곧바로 한단계 위의 무위를 내쏟는 자들도 꽤 있다는 것 이었다.


화살과 쇠뇌살은 끝도 없이 성의 하늘을 덮었고, 진호는 자신의 대원들에게 날아드는 살들을 전력으로 쳐내며 저 멀리서 멀뚱히 서있는 황군의 고수 둘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된지 두 시진 째, 돌진한 황군의 3할이 성벽아래에 시체가 되어 쌓이자 황군의 대열이 100장 밖으로 물러나 재정비 하는 듯 하더니, 드디어 황금 갑옷을 입은 두 고수가 느릿한 속도로 성벽을 향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당재진이 엄청난 공력을 실어 연합군에게 외쳤다.


“전대! 100장 밖으로 물러나 산개하라!”


당재진의 명이 떨어지자 대부분의 무사들이 물 빠지 듯 빠르게 산개했고, 당재진과 이성조 주위에는 공진을 포함한 절정고수 이상의 무인 40여명 만이 남아 합격진을 준비했다.


‘역시. 공진도 절정을 이루었구나.’


진호는 공진을 바라보며 슬쩍 무사들과 함께 몸을 빼고는 그들을 관찰했다.


이성조와 당재진이 가장 선두에서 그들을 맞이 했고, 맹의 절정 고수들이 그 뒤에서 공력을 끌어 올렸다.


부우우우웅-


황군의 장수 둘 중 하나가 앞서 나와 자신의 검에 자색의 강기를 불어 넣고는 이성조를 향해 검을 겨눴다.


그에 이성조가 화답하듯 앞으로 튀어나가 검을 부딪쳤고, 둘 사이에 천지를 뒤흔들 만한 위력의 강기 폭풍이 몰아치며 둘의 신형을 가리기 시작했다.


푸카가가가가가각!


청색과 자색의 강기폭풍이 극에 달하자 성벽이 진동하며 점점 깎여 나가는 듯 했고, 그저 관전할 뿐인 무사들의 호신강기 마저 깨져 나가며 일대를 집어 삼킬 듯한 굉음이 터져나왔다.


쐐애애애액!


퍼억.


“...!!”


그 강기의 폭풍 속에서 난데없이 쏘아져 나온 검이 당재진의 팔을 자른 것은 정말 일순간 이었다.


“가주!!!”


“당가주!!!”


정작 장본인인 당재진은 아직 실감을 못하는지 멍한 채로 떨어져 나간 자신의 팔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경의 고수가 극한의 긴장상태에서 온몸에 두르고 있던 호신강기에도 불구하고, 다른이와 전투중에 견제 하듯 던진 검으로 팔을 통째로 잘라낸 광경은 쉽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친! 진짜 현경인가? 이대로면 이곳은 오늘 전멸한다!’


진호가 방금전의 기습을 최대한 복기하며 적의 무위를 가늠하려 할 때, 천지를 삼킬 듯 한 기의 폭풍이 점차 가라 앉더니 그 자리에 전신이 만신창이가 되어 비틀대는 이성조와 생채기 조차 없이 멀쩡한 황군 장수가 드러났다.


“...!!”


1각도 안되는 사이 화경의 고수 둘을 어린애 다루듯 무력화 시킨 정체불명의 적은 가볍게 손을 휘둘러 비틀대던 이성조를 쓰러뜨리고는 훌쩍 성벽위로 올라섰다.


“아...아...”


“저,저, 전원... 후...”


“으라아아압!”


당재진이 하나 뿐인 팔로 기합을 내지르며 엄청나게 응축된 자색 강기를 쏘아 보냈다.


허무.


당재진의 전력을 담은 강기는 황군 장수가 천천히 올린 검과 충돌한 후 엄청난 충격파를 남겼지만, 동시에 그대로 소멸해 버렸다.


그리고 이어진 황군 장수의 검에서 나온 작은 회오리가 당재진의 남은 팔 하나에 둘러지더니, 순식간에 그 팔을 쥐어짜듯 터뜨리며 피 보라를 흩뿌렸다.


“크헉!!”


“가주!!!”


이제 양팔을 잃은 당재진은 뒤로 두 세 걸음 휘청 이더니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고, 황군 장수는 주변의 연합군을 향해 침착하게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퍼어어억!


스걱!


“끄르륵...”


맹의 절정고수들이 너무도 무력하게, 마치 연습용 짚단처럼 툭툭 쓰러져 나갔다.


그 사이 어느새 정신을 차린 이성조가 성벽위로 뛰어올라 적의 등에 비장한 참격을 날렸지만, 결국 황군 장수가 휘두른 단 한 번의 검에 두 다리가 잘려 나가며 그대로 바당에 나뒹굴었다.


“...!”


모든 맹의 전사들이 죽음을 직감한 듯 성채에는 암울한 탄성과 두려움에 이탈하는 자들의 경공 소리만 울려 퍼졌다.


‘젠장... 아직 자연진기를 쓰지는 않았는데... 화경의 고수를 저렇게 어린애 다루듯 한다면 역시... 아냐. 스승님처럼 화경의 끝자락 일 수도 있다. 저런 적을 두고 물러나면 평생을 후회 속에 산다. 그리고 어쩌면..."


계획에 없던 강자의 등장에 진호의 심장은 엄청나게 뛰고 있었고, 그는 애써 이 철없는 호승심을 정당화 시키기 시작했다.


‘한쪽이 크게 패배하면 군사의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긴다. 또한 공진도... 저대로 두면 곧 죽어!’


후아아아악!


자기 합리화를 마친 진호가 순식간에 신형을 날려 성벽위로 올라서자, 그의 부대원들은 물론 모든 연합군의 무사, 그리고 절정고수 40인 까지 하나같이 화들짝 놀라 진호를 바라봤다.


“대...대장!!”


“김 대협!!”


진호가 나지막이 공진을 바라봤다.


“공진 부장.”


공진은 얼마나 놀랐는지 적의 존재도 잊고는 적에게 완전히 등을 보이며 진호의 어깨를 밀어냈다.


“김대협! 어서 가시오! 대협이 죽을 자리가 아니오!”


“부장. 난 죽으러 온 것이 아니오.”


“대협! 그대의 의협심은 충분히 아오. 허나 저들은 대협이나 본도의 힘으로는 감당키 어려운 고수. 부디 삶을 이어가 훗날 우리의 싸움을 후학들에게 전해 주시오!”


진호는 눈물이 차오르는 공진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다 생긋 웃었다.


“부장. 그간 본의 아니게 속여서 미안했소. 오랜만에 보니 반갑군.”


“...?? 무슨...”


당황한 공진이 입을 우물거릴 뿐 할 말을 찾지 못하자, 진호가 슬쩍 공진의 손을 내렸다.


“곧 알게 될 거요. 자, 조금 떨어져 계시오. 맹의 무사들도 뒤쪽으로...”


“...”


맹의 무사들은 적을 견제하면서도 진호를 바라보며 별다른 말을 꺼내지 못했다.


화경의 고수들도 맥 없이 떨어져 나가는 적 앞에 겨우 일류고수 하나가 덤벼든다니, 황당 하다기 보다는 아직 무슨 상황인지 파악을 못하는 듯 했다.


“끄응... 말로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


순간 진호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공력이 휘몰아 치며 그의 전신이 시커먼 강기로 둘러 쌓이기 시작했다.


그에게서 방출된 강기는 성채 모든 고수의 숨을 턱 막히게 했고, 살갗이 찢어지는 듯 한 날카로운 기세를 내뿜었다.


“마...마기!”


“마교의 고수가 어찌!!!”


맹의 절정고수 무리가 진호의 마기에 기겁을 하며 버둥대자, 진호가 묵직한 음성을 성채 전체에 퍼트렸다.


“모두 들어라. 본좌는 천마신교의 소교주 백진호다. 너희를 돕기 위해 이 자리에 있음이니 괜한 오해로 본좌를 방해하지 마라.”


“...지, 지, 진호!!”


공진의 외침에 진호가 고개를 돌려 가벼운 미소로 답했다.


“공진도사. 오랜만이오. 할 말이 많겠으나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아... 아아... 이런...”


“마교의 소교주가 왜...”


전장의 모든 연합군은 물론, 양팔이 잘린 채 황군 장수들을 노려보던 당재진과 그 옆의 이성조도 멍한 얼굴로 진호를 바라만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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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진천 - 26화 22.05.24 716 8 13쪽
26 진천 - 25화 22.05.22 730 10 16쪽
25 24화 22.05.22 736 8 11쪽
24 진천 - 23화 22.05.21 730 12 17쪽
23 진천 - 22화 22.05.20 771 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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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진천 - 12화 22.05.15 1,000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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