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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881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5.17 14:30
조회
891
추천
13
글자
13쪽

진천 - 15화

DUMMY

천마대주의 집에 도착해 독대를 청한 진호는 곧장 고급스런 응접실로 안내를 받았다.


"신 천마대주 우학, 소교주님을 뵈옵니다."


우학이 꽤나 예를 차려 진호에게 예를 올리자, 진호는 곧장 사마교가 일러준 대로 최대한 우물쭈물하며 눈치를 보는 연기를 시작했다.


“천마대주님. 일전 여행길에서 미흡한 저로 인해 큰 고생을 하셨는데... 그간 마땅히 감사 인사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헛, 소교주님께서 그 어인 말씀 입니까. 그것은 속하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 결코 괘념치 마십시오.”


“하하. 아닙니다. 저희 부모님께서도 항상 그 때 그 호위무사님께 감사함을 잊으면 안된다고 이르십니다.”


“허어 이것 참. 야밤에 찾아오셔서 갑자기 이 늙은이 얼굴에 금칠이라니. 편하게 말씀해보십시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저, 그것이 사실은... 제가 기거하는 외성의 무관에 빈민 아이들이 여럿 있습니다. 아시듯 저와 부모님도 한때 극심한 가난을 겪었기에 제가 가여이 여겨 이번 출정 전에 금덩이를 하나씩 나눠 주었는데...”


말끝을 흐린 진호가 괜히 우학의 눈치를 살피는척 눈을 굴렸다.


“그 중 한 형제의 부모가 유력 세가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집의 주인이 금덩이를 빼앗고 곤장까지 쳐서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합니다.”


“허어. 그런 놈들이? 허면 혹 그 놈들을 벌해 달라 속하를 찾은 것입니까?”


“아, 아닙니다. 그런 일에 감히 대주님의 손을 청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진호가 일부러 침을 크게 삼켜 소리를 내고는 말을 이었다.


“제가 잠깐 화가나는 마음에 놈들을 벌하려고 보니... 그... 그 집의 주인이 대주님의 조카인 우보라 하기에...”


“...아!”


“제가 섣불리 일을 바로잡으려 하다가 본의 아니게 대주님의 이름에 흠을 낼까 걱정이 되어 고민하다가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아 대주님께 도움을 받고자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허어.”


“천민이라고는 하나 장차 본교의 검이 될 소중한 인재들입니다. 살펴 주십시오. 대주님.”


비참한 표정의 진호가 고개를 깊게 숙이자, 우학도 따라 눈을 감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허어...”


잠시 말이 없던 우학은 금세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눈을 샐쭉 좁히며 진호를 바라봤다.


“소교주님. 헌데 제가 이 일을 덮으려 하면 어쩌려하십니까.”


"..."


‘사마교 그 새끼...’


이번엔 진호가 눈을 질끈 감고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그 새끼가 이걸 어떻게 알았지??’


바로 이어 튀어나온 진호의 외침.


“교, 교주님께 고하겠습니다!”


“뭣... 교주님께... 허헛! 허허허허!!!”


진호는 호탕하게 웃는 우학의 모습을 보며 사마교의 조언을 떠올렸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맞췄지?'


[우학은 아마 ’내가 이 일을 덮으면 어쩔 거냐?’ 라고 물을겁니다. 답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참았다가 교주가 된 후 쓸어 버리겠다든지, 이 일을 공표하여 망신을 주겠다든지... 하지만 이런 협박은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우리의 목표는 우학이 아닌 우보를 벌 하는 것. 괜히 어른스럽거나 부담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 불필요한 견제를 사게 됩니다. 무조건 ‘아이스러운’ 모습을 보이셔야 합니다. 그러니 그냥 교주님께 이르겠다고 하십시오.]


진호가 숙인 고개 아래로 둔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며 사마교의 예언(?)에 감탄하는 사이, 한바탕 호쾌하게 웃어재낀 우학이 차를 한모금 음미한 후 입을 열었다.


“교주님은 무서우니 그러지 마십시오. 자, 저와 함께 가시지요.”


"엇, 어디로..."


"어디긴요. 망나니 같은 놈 때려잡아지요."


그날 밤, 대노한 우학의 손에 피떡이 될 때 까지 구타를 당한 우보는 열 개의 금덩이를 진호에게 바치고 두 번 다시 천민들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것으로도 모자라, 천마대의 무사 열두명을 4교대 감시조로 두겠다는 명까지 받아들인 후에야 우학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진호가 벌이 과하다며 우학을 만류했지만, 우학은 오히려 우보에게서 빼앗은 금덩이 10개에 자신의 창고에서 꺼낸 10개를 더해 20개를 진호의 품에 안겨주고는 재차 고개를 숙여 사과의 뜻을 전하고 난 후에야 떠났다.


“...”


그리고 약 반시진 후, 다시 동산에 모인 아이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금덩이를 감상하고 있었다.


“이게 다 얼마야. 이거면 오... 오리탕... 돼지고기... 만두...”


“이 놈들아, 금방 내려가서 다 사줄 테니 침 그만 흘려라.”


“오! 형님!”


“쯧... 그래. 의원이 뭐라더냐?”


“장독이 심해 위험... 했으나... 흐윽! 태부님께서 보체단 두 개와 금창약을 내어주셔서...”


대길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자 그 옆에 섰던 단길이 대신 제 형의 말을 이었다.


“저, 저희 가족은... 평생 소교주님을... 위해 목숨을 걸겁니다. 흐흐흑...”


“... 아 거 새끼들... 그래, 내가 그 마음 아주 잘 알지. 크크! 이제 너희 부모님들 엄청 장수하실 거다. 앞으로 우리 집에서 일하시게 할테니 걱정 말고 무공이나 익혀서 효도해라.”


“흐흐흑...”


“아이, 사내새끼들이... 그나저나 사마교. 넌 어떻게 우학이 할 말을 미리 다 알았냐?”


“알긴요. 그냥 예측 해본 것 것뿐입니다.”


“아니 그 예측이 다 맞았다고.”


“하하, 그랬습니까. 뭐, 별거 아닙니다. 다른 무력대와 달리 천마대와 만마대주는 큰 규모의 병력을 통솔하는 만큼 평소에도 시비의 공정함을 중요하게 여길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 점을 이용했을 뿐입니다.”


“아 거, 기분 나쁘게 잘난척을... 됐다. 이 금덩이나 어떻게 쓰면 좋을지 말해봐라. 보니까 너네는 나눠줘도 제대로 쓰지도 못하겠는데.”


“...저희를 위해서 쓰는 방법입니까?”


“당연하지.”


“흐흐, 역시 형님이십니다. 흠, 보자... 은자나 전표로 바꿔서 주시는 방법이 있고...”


“그리고?”


슥-


"음?"


갑자기 사마교가 저쪽으로 가자는 눈빛을 보냈다.


"여기서 하지 뭘..."


진호를 데리고 다른 아이들로부터 50장 가량을 이동하자, 사마교가 진호의 귀에 속삭였다.


“이 돈으로 문파를 사들여서 저희와 저희 가족 모두를 거두실 수 있겠습니다.”


“무, 문파를 사?”


“네. 새로이 세우자면 일이 너무 커지고 괜한 견제를 받습니다. 대리인을 내세워서 기존 하위문파 하나를 인수하시고, 각자의 부모와 저희가 모두 그곳으로 가면 훗날 호법원으로 넣어 주셔도 되고... 아니면 소교주님만의 비밀 전력으로 쓰실 수도 있습니다. 살수조 같은...”


“살수조? 월비 정살대가 있는데?”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적을 향한 살수입니다.”


“뭔 개소리야?”


“소교주님이 교주의 위를 받으면 처음 몇년은 암투가 이어질 것입니다. 대비하셔야 합니다.”


“엉? 야, 천마신교는 강자지존이야. 내가 신마의 경지를 이루면 감히 누가 내 자리를...”


“본교는 원래 그런 곳입니다. 일단 무공의 1인자가 교주에 앉기는 하나 그 이후에 온갖 함정과 술수로 그 권력을 차지하려는 자들은 항상 있지요.”


“지금은 안 그러잖아?”


“현 교주님께서는 100년 전 마정대전 때 적잖은 활약을 함으로 본교에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그런 교주님을 존경하고 따르는 대주들이 많지요. 그리고 그 스승이셨던 전 태상장로 독고단은 마정대전 당시 본교의 본대가 무림맹의 함정에 전멸 당할 위기 때 원로원을 움직여 단 20기로 1만의 적을 사살하고 본대의 퇴로를 열어 준 전설적인 인물. 어느 순간 사라져 생사도 알 수 없지만 아직도 그 분을 존경하는 마인들이 태반입니다.”


사마교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었다.


“또한, 같은 스승의 제자로서 교주님과 사제지간인 범요 부교주의 무위도 본교에서 교주님과 더불어 유일한 천마의 경지. 현재 교주자리를 두고 암투나 정치가 없는 것은 노리는 자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입니다. 자신의 편을 늘려야 되는데 대부분이 교주님과 태상장로님을 존경하니 말 꺼내기도 힘들죠.”


“그럼 나도 그만한 공을 세워야 된다는 소리야?”


“소교주님이 신마의 경지에 이르시려면 얼마나 걸리실 것 같습니까?”


“...몰라.”


“왠지 자신감을 잃고 오셨군요.”


“...”


“제가 볼 땐 길어봐야 20년입니다.”


“...”


“그런데 공은 전쟁에서 세워야 합니다. 10년 안에 마정대전이라도 다시 일어나지 않는 이상 기회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소교주님을 지지하고 받쳐 줄 고수 또한...”


“아.”


잠시 멍해졌던 진호가 머리를 휘젓고는 사마교에게 물었다.


“근데 그걸 왜 여기서 몰래 얘기하냐? 애들이 들으면 안되냐?”


“형님께서 문파를 인수 하신다는 사실은 절대 비밀이 되어야 합니다. 비밀로 했다가 들키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대놓고 하는 것이 나을 만큼 들켰을 때의 위험은 큽니다. 과연 저놈들이 그 비밀을...”


“못 지키지.”


“예.”


“... 근데 넌 점쟁이냐?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아?”


“별거 아닙니다. 그냥 집안 내력입니다.”


“집안?”


“저희 가문은 대대로 군사가(軍思家)로써 저희 아버님은 현재 본교에서 마지 군사부를 맡고 계십니다.”


“엥, 그런 곳은 들어 본적이 없는데? 비밀 조직인가?”


사마교의 얼굴에 씁쓸한 웃음이 어렸다.


“쩝. 그게 아니라... 지난 60년간 할 일이 없어서 점점 잊혀졌습니다. 지금은 아버님과 큰 형님 둘이서 지키고 있습니다.”


“...그럼 너희 아버님과 형님도 새 문파로 오시는 거냐?”


“아닙니다. 아버님께선 3년 전부터 곧 교주님께 군사부가 필요해질 것이라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그러다 계속 일이 없으면?”


사마교가 씨익 웃으며 중얼거리듯 답했다.


“괜찮습니다. 사마가는 항상 최후에 승리하니까요.”


“..."


진호의 눈에 사마교가 새로이 보였다.


분명 저 얼빠진 놈들이랑 똑같이 먹을 것만 밝히는 코찔찔이 바보였는데.


진호는 왠지 모르게 믿음직한 사마교에게 새 문파의 인수와 대리인 등 모든 실행 계획을 전임하고, 아이들을 이끌고 객잔에 들러 진수성찬을 배터지게 먹고난 후에야 느긋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진천에게 대길 형제의 사정을 설명하고 단길 부모의 거처를 부탁했는데, 그제야 진호가 매일 밤 밖에서 뭘 했는지 알게 된 진천과 악야는 그런 진호의 마음 씀씀이에 크게 감동하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ㅏ.



***



다음 날, 교주의 부름을 받은 사마의는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자신의 첫째 아들 사마소에게 온갖 생색을 내고 있었다.


“하하하! 봐라 이 놈아! 이 아비가 뭐라 했느냐! 곧 교주님께서 찾으실 거라 했지?”


“무슨 일로 찾는지도 모르시잖습니까.”


“크흐. 이 놈아. 교주님께서 직접 부르셨는데 더 할 말 있느냐? 인정할 건 인정해라!”


“쩝... 네, 인정합니다.”


그간 교주의 부름이 있을 것이라는 사마의의 희망을 무시하며 차라리 마교를 떠나 다른 주인을 찾자고 줄창 요구하던 사마소였다.


“그런데 전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우리가 왜 필요한지...”


“이놈아, 지금은 필요 없지. 훗날 필요하기에 부르시는 게다.”


“아니 그러니까 도대체 왜요. 교주님이 전쟁을 일으킬 분 같진 않던데 생각이 바뀌셨나?”


"모자란 놈. 지금 천하는 황궁과 무림맹, 그리고 우리 천마신교가 삼분하고 있다. 아무리 교주님께서 뜻이 없으셔도 마정대전 이후 무림맹의 세력이 점점 약해지는 동안 본교의 전력은 오히려 3배는 늘었는데, 우리를 곱게 보겠느냐?”


“그러니까 말입니다. 허면 오히려 약해진 저쪽에서 먼저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대놓고 싸움을 걸지는 못하겠지. 둑에 구멍을 내듯 뒤에서 수를 쓸 거다. 이번에 태부님의 진천대가 토벌했다는 놈들이 군부의 검을 쓴 것도 그렇고. 미심쩍은게 많아. 이제부터 우리가 알아 봐야겠지.”


“젠장! 역시 저는 아버지께 안되는군요.”


“흐! 아니다. 이것은 내가 과거의 본교를 겪었기에 알 수 있었던 것일 뿐이야. 산 시간에 비례하는 정보의 차이니 너무 낙심하지 마라.”


“네...”


"자, 가자. 서둘러야지."


그렇게 사마가의 두 부자는 당당하고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콧노래까지 부르며 교주전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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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진천 - 26화 22.05.24 715 8 13쪽
26 진천 - 25화 22.05.22 729 10 16쪽
25 24화 22.05.22 736 8 11쪽
24 진천 - 23화 22.05.21 729 12 17쪽
23 진천 - 22화 22.05.20 771 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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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진천 - 16화 22.05.17 891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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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진천 - 12화 22.05.15 1,000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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