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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880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5.19 13:43
조회
821
추천
11
글자
10쪽

진천 - 19화

DUMMY

진호가 녹림왕의 산채로 다가가자, 당연하게도 입구를 지키던 산적 둘이 진호를 향해 무기를 겨눴다.


“멈춰...”


퍼어어억!


어차피 뻔히 아는 대화가 지겨웠기에 걸음을 멈추지 않고 휘두른 주먹 두 방으로 그들을 때려 눕힌 진호가 안으로 들어서자 역시 그를 본 산적 몇몇의 외침이 들려왔다.


“웬 놈이냐!!”


“기습이다!!”


입구에서의 타격음을 들은 산적 수백이 순식간에 무기를 뽑으며 우르르 몰려 들었고 금세 진호를 중심으로 커다란 원형의 포위막이 생겨났다.


진호의 공력이 실린 외침이 산채를 가득 뒤흔들었다.


“녹림왕!! 비무를 신청한다!!!”


“으으으윽!”


그 어마어마한 공력에 진호를 포위한 모든 산적들이 귀를 틀어 막으며 괴로워 할 때.


"크하하하! 전부 비켜라!!"


후우우욱- 꾸웅!!!


진호의 눈앞으로 엄청난 충격음을 내며 육중한 몸뚱이가 떨어져 내렸다.


7척의 키에 근육이 두텁게 붙은 그 사내는, 떨어진 자리에 대충 자리를 잡곤 대뜸 반가운 친구라도 만난 듯 밝은 표정을 지었다.


“오! 고수! 반갑다!”


“...”


“통성명이나 하지! 나 녹림왕 장패요!”


‘그때 그놈이 이름까지 따라 했구만.’


“무사 수행중인 진비다.”


“하하하! 사내구만! 헌데 내가 여기 있는건 어떻게 알고 오셨소?”


“뭐, 여기저기 돌아 다니다가 우연히.”


“어엉? 거짓말쟁이구만. 사내란 말은 취소다!”


“...”


“좋아. 그나저나 화경의 고수께서 뭐 하러 나 같은 하수에게 비무를 청하시나?”


“... 나는 화경이 아닌데.”


장패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진호를 쳐다봤다.


“크흐! 또 거짓말이오? 그 엄청난 기감이 감춘다고 감춰지는 줄 아오?”


진호는 대답없이 검을 뽑았다.


철컥.


“내가 진짜 화경이면 너한테 그런게 보이지도 않는다. 무기나 들어라.”


“아, 그런가? 허 참, 못 이길 것 같은데...”


장패는 투덜대면서도 슬쩍 양팔을 뒤로 꺾어 등 뒤에 걸렸던 큰 도끼 두 개를 꺼내 들었다.


‘무기도 똑같고... 의도적으로 자기 행새를 시켰군.’


후읍-


깊게 숨을 들이쉰 진호가 다짜고짜 화연십검의 초식을 펼쳤다.


눈 깜짝할 새에 쏘아진 새빨간 10개의 강기가 장패의 전신을 향해 쇄도했다.


파파파파파팍!


쾅!콰콰콰쾅!


장패가 가벼운 몸놀림으로 거대한 도끼를 휘둘러 강기를 쳐냈지만, 먼저 쏘아낸 강기를 미처 다 쳐내기도 전에 장패의 다리를 노리고 휘둘러진 진호의 검.


‘운무대룡검!’


후우우웅!!


"흡!"


장패가 가볍게 몸을 공중으로 띄우며 제 하체를 베려는 검을 피하고는 진호의 정수리를 향해 강기 두른 도끼를 마구 휘둘러 댔다.


진호는 그것을 방어하는 대신 구룡검을 펼쳐 장패의 공격을 상쇄시켰다.


텅! 터더더더덩!


진호의 검이 장패의 거대한 도끼와 부딪히자 마치 철문을 두드리는 듯 한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충격파가 터져나갔다.


이때까지 진호의 검에는 강기가 끊김 없이 유지되고 있었다.


진호는 지금 강기를 쓸 수있는 모든 초식을 초인적인 내공과 집중력으로 연속해서 펼치고 있었다.


‘보검을 가져오길 잘했군. 일반 검이었으면 진작에 가루가 됐겠어.’


안 그래도 두껍고 단단해 보이는 장패의 도끼에 강기까지 둘러지자 그건 무기라기 보다는 두꺼운 성벽을 치는 느낌이었다.


후아아아악!


까가가가각...


둘의 대결은 순식간에 100합을 넘었고, 대부분은 장패가 진호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는 모양새였다.


진호는 강기만 못 쓸 뿐이지 내공이나 초식의 운용, 반응속도 등은 이미 화경의 수준이었기 때문에 장패로써는 마땅한 틈을 보기가 어려웠다.


‘젠장. 이제 슬슬 한계다. 더는 강기를 유지하기가 힘들어.’


픽.


"!!"


진호의 강기가 끊어질 듯 하자 잠시 그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사이, 그 바늘구멍 같은 틈을 놓치지 않은 장패가 진호의 팔에 발차기를 가격 시켰다.


뻐어어어억!!!


“끄으윽...!!”


그 일격에 진호의 호신강기가 모두 깨지며 팔이 크게 부어 올랐고, 진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왜인지 장패는 당장 진호를 끝장 낼 생각이 없다는 듯 도끼를 내리고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흐음. 넌 도대체... 경지가 어디냐?”


“...”


“그래, 네 말대로 화경이 아니긴 한데. 움직임이나 속도는 절정을 훨씬 상회하고... 공격이랑 방어는 또 약하고... 뭔가 이상한데?”


“수다나 떨자고 온 것 아니다.”


“허 참, 이 정도 검을 섞었으면 그 정도는 말해 줄 수 있잖아?”


“없는데.”


“...냉정한 놈이네.”


스윽-


진호가 아직 멀쩡한 한 쪽 팔로 검을 치켜 올렸다.


후아아아악!


곧 이어 진호의 검에서 펼쳐진 소림의 항룡장.


장패의 전면으로 시퍼런 강기를 흩뿌린 진호는 곧장 그의 뒤로 몸을 날려 화연십검을 연달아 펼쳐 장패의 등을 난도질 했다.


훙-


콰앙!


당연하게도 장패는 그 공격을 맞아 줄 생각이 없다는 듯 땅을 박차고 5장 밖으로 몸을 날렸고, 진호가 지체없이 쫓아 들어가며 순식간에 수백번의 찌르기로 장패를 압박 했지만 장패가 단 한번 휘두른 도끼질에 진호의 강기가 모두 흩어지며 10장 밖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커헉!!"


쿠당탕!!


“쿨럭..!!”


“크크! 알겠다. 네 놈 강기를 못 쓰는구나!”


“!!”


약점을 들킨 진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크하핫!! 어쩐지! 오만가지 초식을 섞어 쓰길래 자객의 습관인가 했더니! 위력이 다르잖아!”


같은 강기라고 해도 심득을 얻은 고수가 뽑는 강기와 초식으로 억지로 뽑아내는 강기는 그 위력이 천지차이.


초반- 중반까지는 진호의 엄청난 전투감각과 속도로 그 차이를 메꿨지만, 결국 임시방편이 그 바닥을 드러내고 만것이다.


“이 몸의 눈이 정확하지? 크하하하하!”


“제기랄...”


분한 얼굴로 장패를 노려보는 진호의 주먹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크크 분하냐? 나도 그 마음 이해한다. 나도 벽에 막혀 있거든.”


장패가 슬쩍 도끼를 내리고는 물었다.


“근데 넌 나를 왜 죽이러 왔냐? 원한 진 일이 없을 텐데? 그냥 의뢰만 받은 건가?”


“산적 놈이 원한이 없다고? 양민이나 약탈하는 놈들이...”


“흐음... 그렇다고 녹림왕이 있는 위치를 알아내서 직접 치러 오지는 않지. 쩝, 묻는다고 알려 줄 것 같지도 않고... 그냥 가라.”


“뭐?”


“난 딱히 널 죽일 이유가 없어서. 죽이고 싶지도 않고.”


당황하는 진호를 두고 슬쩍 미소를 흘린 장패가 몸을 돌리자, 진호가 외친 악이 그의 등 뒤로 쏘아졌다.


“죽여라!!”


“죽고 싶으면 자살해라. 네 공격이 약하긴 해도 작정하고 방어만하면 나도 죽이기 힘들다.”


“으드득...”


그 순간, 진호는 저 스스로도 놀랄만큼 엄청난 굴욕감을 느끼고 온 몸에 힘이 쭉 빠져 버렸다.


단순히 비무에서 지고도 상대가 살려줘서가 아니라, 왠지 저 놈과 더 대화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제기랄...’


스윽- 터벅.


한순간에 모든 투지가 식어버린 진호가 천천히 일어나 걸음을 옮기자, 그 경로에 있는 산적들이 슬쩍 길을 터주며 진호를 구경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뭘 보냐. 눈깔 치워라 새끼들아.”


“...”


겁을 먹고 눈을 피하던지 화를 내며 덤빌 줄 알았는데, 산적 놈들은 별 반응 없이 계속 그대로 서있었다.


‘젠장. 기분 나쁜 놈들...’


진호는 곧장 산채를 벗어나 근처 숲속에 자리를 잡고 보체단을 복용한 후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후... 마음이 시끄럽다. 가라 앉혀야 해.’


진호가 가부좌를 틀고 앉자 금새 그의 단전을 중심으로 스산한 바람이 휘몰아치듯 불었고, 진호의 팔에 뭉쳐있던 시커먼 멍 자국에서 검은 피가 새어나오며 붓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스승님도 내 내공은 이미 천마의 경지라고 하셨다. 몸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천마. 그럼에도 강기를 오래 유지 못하는 건... 역시 효율의 문제인가.’


고수들의 강기는 심득을 기반으로 하기에, 그 위력에 비하면 생각보다 내공의 소모가 적은 편이었다.


하여 절정의 끝자락에 있는 고수만 되어도 상대가 호적수라면 거의 10일 밤낮을 강기를 휘두르며 싸울 수 있었고, 화경의 고수라면 100일 밤낮도 가능하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진호가 펼치는 강기는 초식으로 억지로 구현하는 것이기에 필요한 내공의 양 또한 못 잡아도 20배는 넘게 소비되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강기를 억지로 쓰면서도 최대한 효율을 조절하는 것만도 상당한 것이었으나 그 정도로 만족할 진호가 아니었다.


‘그 자식도 벽에 막혀있다고 했으니... 역시 화경의 벽이겠지? 젠장. 그놈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뭔가 얻는게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사실 검강의 벽에 막힌 것은 진호에게는 천운이나 다름 없었다.


남들은 최소 50년 이상을 수련해야 얻는 경지를 겨우 20세에 얻은 천무지체 였기에,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본인이 가진 것에 대한 가치를 전혀 모른 채 방심에 빠져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호적수에게 허무하게 죽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후. 좋아 자존심 따위 뭐가 중요하냐. 어떤 가능성이든 부여잡자.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올지 모른다.’


진호는 그렇게 하늘이 내린 천재가 가장 갖추기 어려운, 자존심을 참는 방법을 배워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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