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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882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5.15 11:26
조회
1,009
추천
14
글자
11쪽

진천 - 11화

DUMMY

“옷을 가져와라.”


“존명”


흑의 무사 한명이 쏜살 같이 몸을 날리자 구학영이 진천에게 다가가 말했다.


“고생 많았네.”


“헉헉... 교주님... 헉...”


“숨을 고르게. 큰 부상은 없는 듯 하니.”


“네...헉,헉...”


“범요, 전력을 다한 것이 맞나?”


“10년 전 화산 전투 때 보다 더 전력으로 했습니다.”


"..."


잠시 말을 아낀 구학영이 진천을 바라봤다.


“진천, 네놈이 얼마나 강한지는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겨우 그 정도의 내공으로 이만한 무위라면... 앞으로 꾸준히 수련한다면 얼마나 강해질지 감도 안오는군.”


“네?”


“굳이 이걸 알려주는 이유는 괜히 겁먹다가 허망하게 죽지 말란 뜻이다. 지금 보니 그럴 필요도 없었군.”


“제... 제가 싸울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내가 시키는 일을 하기로 하지 않았더냐.”


“아, 그, 그것이...”


진천이 어두워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자, 흑의인이 곱게 접힌 옷가지를 가지고 와서 진천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받쳐 올렸다.


“새 옷을 가져 왔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진천이 무사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후 주섬주섬 옷을 입고 있으니 교주가 말했다.


“혹 가족을 두고 죽는 것이 두려워 무인의 삶을 고민하는가?”


“...”


“네가 두려워 할 것은 훗날 너나 네 아들도 어찌 할 수 없는 강자가 네 가족을 해칠 때, 네가 힘이 없어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네가 강해지고자 한다면 천지간에 너를 해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 같은데.”


순간, 진천의 가슴에 얼마 전 가족을 두고 죽음을 각오한 그 순간의 절망감과 비참함이 생생하게 몰아쳤다.


“...하겠습니다.”


"그래야지."


교주가 장적소에게 명했다.


“적소. 5년만 더 두 부자를 수련 시켜라. 이후 소규모 무력대를 조직 해 진천을 대주로 하고 대명은 진천대(鎭天隊)로. 일급부터 신검합일을 적절히 배분해 40인으로 개대(開隊)하라.”


“존명!”


“범요, 가자.”


교주가 부교주와 함께 신형을 날려 사라지자, 장적소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진천을 바라봤다.


“네놈은 정말...”


“스승님.”


“그간 천치라 구박해 미안하다. 느리게 배워도 되니 천천히 해보자. 내가 너보다 약하다 해도 무(武)란 단순히 휘두르고 찌르는 것이 다가 아니니.”


“네... 스승님.”


진천과 진호는 5일의 휴가를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온가족이 모여 진천의 무인 입성(?)에 대해 밤새 토론 했고,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나서야 진천은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



이 후 두 부자는 수백가지의 초식수련으로(진천은 육방합검만) 기초를 다졌고, 내공의 양을 늘리기 위한 심법 수련을 반복하며 다소 지루한 나날을 보냈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수련이 4년에 접어든 어느 날. 어느새 14세가 된 진호는 초식수련을 마치고 가부좌를 튼 채 명상을 하고 있었다.


‘내공이 조금 더 늘었다.’


안그래도 천재적인 머리에 몸까지 천무지체로 태어났으니, 당연히 그의 내공 증진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 할 정도였다.


거기에 더해 교주가 내린 교주 전용 영약인 만천기단 까지 복용했기에 현재 진호의 내공은 4년간 꾸준히 늘어 이제는 60년을 정진한 고수를 상회 할 만큼이나 늘어나 있었다.


‘검기가 응축되는 밀도가 일정량을 넘으면 강기가 된다고 했는데... 응축하는 것이 어려워. 역시 실전을 겪지 못하면 성취가 느릴 수 밖에 없는 건가?’


진호는 이미 초식을 통해 검강을 두르거나 강기를 발출 할 수 있었지만, 초식을 쓰지 않은 상태의 독립적인 강기를 이용하지는 못했다.


‘화연십검을 펼칠 땐 확실히 적은 내공으로도 검강이 자연스럽게 뽑혀 나온다. 그럼 내공의 양이 문제는 아니라는 말인데... 후우. 어렵다.’


진호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명상을 끝내고 일어나자 옆에서 함께 명상을 하던 장적소가 실소를 흘렸다.


“크흐흐! 이 놈아, 검강을 못 뽑아서 답답하냐?”


“네, 스승님. 될 것 같은데 안 되니 더욱 답답합니다.”


“원래라면 네 나이에 검기만 뽑아도 기절초풍 할 일이다. 안달하지 않아도 금방 때가 올 것 이니 잡념을 지우고 초식수련에 집중해라.”


“네...”


진호가 어릴 적 고생으로 철이 빨리 들었다고는 해도 이제 겨우 14세.


주변에서 잘한다고 치켜 올려 줄수록 그 칭찬에 더욱 목말라 했고, 이 무시무시한 천마신교의 모두가 자신을 우러러 보는 시선에 익숙해져 점차 거만해진게 당연했다.


그런데 화려한 성과 없이, 4년을 매일 같이 산골에서 기본 훈련만 했으니 진호가 가지는 불만은 여간 깊은 것이 아니었다.


그탓에 요즘은 진천과 악야에게도 반항을 밥 먹듯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고집하고 있는 진호였다.


‘흐음...’


그런 진호의 변화를 알아 챈 장적소는 뭔가 결심을 한 듯 진천과 진호를 불러 검을 치켜들었다.


“진호. 왜 초식을 반복수련 해야 하느냐?”


“같은 한수라 해도 미세한 빠르기와 기의 운용, 검로의 차이에 따라 생사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정확하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적보다 느리거나 잘못된 검로를 택한다면 목이 날아가는 건 한순간이지. 그럼 너는 왜 다른 문파처럼 한, 두 가지의 중요 비급에 집중하지 않고 수백 가지의 무공을 모두 수련하느냐?”


“궁극적으로는 초식을 없애야 하기 때문입니다.”


“허면 너는 초식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느냐?”


“아직은...”


“나도 그렇다, 무던히 노력해도 아직 그 경지는 이루지 못했지. 그만큼 초식의 힘은 강하다. 내공과 초식. 이 두 가지가 약자가 강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네, 스승님.”


“자 그럼 진천. 너는 초식을 없앨 수 있느냐?”


“어, 예? 저는...”


“크흐흐. 대답 못할 것이다. 애초에 넌 초식을 쓰질 않으니.”


“하하, 네...”


“진천 너는 초식을 운용하지 않아도 강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헌데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그냥 휘두르는 검은 눈먼 검이다. 그걸론 누구도 죽이지 못해.”


“네.”


“그래서 네게도 초식을 수련 시키는 것이다. 그 강검이 더 빠르게, 더 효과적인 검로로, 더 혼란스러운 변초로 들어 간다면 천하에 네 검을 10합 이상 받아낼 고수는 없을 것이다.”


“하하...”


“그러니 진천은 지루하다 생각 말고 열심히 ‘기술’을 익혀라. 내공도 많이 늘지 않았느냐?”


실제로 진천은 진호와 함께 만천기단을 복용한데다 그간의 내공 수련으로 내공의 양이 3배나 늘어나 있었다.


그래봤자 워낙 콩알만 했기에 이제 매실 한 알 정도의 단전이었지만, 이제 진천은 내공을 어느 정도 사용하는 외공도 거의 완벽하게 펼칠 수 있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냥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얻어 맞는 것과, 상대의 공격을 피하고 막으며 기술적으로 공격하는 것의 차이는 상당했다.


진천은 스스로 지난 싸움들을 생각하며 자신이 얼마나 무모하고 단순했는지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네, 스승님.”


“그래, 네가 그냥 휘두르는 강검은 검강으로도 막기 벅차다. 그런 네가 강기를 검에 두른다면 난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다.”


“하하...”


장적소가 진호의 얼굴을 살폈다.


역시 호승심에 조급함이 한층 더 해진 표정. 그를 확인한 장적소가 검을 내밀며 진호에게 말했다.


“진호, 검을 뽑아라. 대련에서 내가 만족할 성과를 보이면 내 너의 벽을 깰 단서를 알려주마.”


“...!”


진호가 상기된 얼굴로 검을 뽑자 장적소가 자세를 잡으며 진천에게 말했다.


“진천. 너는 옆에서 네 아들의 무공을 자세히 살펴라. 작년에 보던 것과는 또 다를 것이다.”


“네. 스승님.”


우웅-


장적소가 검강을 두른 채 진호를 마주했고, 진호는 시퍼런 검강을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응시했다.


진호의 검이 새하얀 검기를 두르고 앞으로 쏘아져 나가자 그가 가장 애용하는 무공, 화연십검의 초식이 강한 열기를 내뿜으며 장적소의 사방을 덮쳤다.


화륵!!!


새하얗던 진호의 검기가 새빨갛게 달아올라 화염이 됐고, 장적소의 옷깃을 태우며 더욱 세차고 빠르게 번져갔다.


꽈앙!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장적소의 몸 전체를 집어 삼킬 듯이 맹렬하게 타오르던 진호의 화기는 단 한번 장적소의 검에 부딪힌 것으로 산산히 흩어졌다.


진호는 곧바로 허공으로 뛰어올라 화연십검의 4초식, 월야원살(月 夜遠殺)을 펼쳐 검강을 쏘아 보냈다.


쐐애애액!


마치 비수처럼 꽂히는 진호의 검강이 장적소의 어깨를 관통했지만, 어느새 진짜 장적소는 그보다 훨씬 먼저 공중에 뜬 진호의 착지점을 선점 하고는 냉기 가득한 검으로 진호의 호신강기를 모두 박살 내버렸다.


‘이형환위! 역시 내공이 많으니 저런게... 캬...’


호신강기를 잃은 진호가 거리를 벌리기 위해 엄청난 내공을 실어 수백번의 찌르기로 엄청난 두께의 검기를 장적소에게 밀어 넣으며 뒤로 몸을 빼려 했지만, 진호가 미처 땅을 박차기도 전에 그의 검기는 순식간에 쇄도한 장적소의 검에 허망하게 소멸됐다.


꽈아아아아앙!


장적소의 검강이 진호의 검과 부딪혔고, 당연히 진호의 검은 나뭇가지처럼 두 동강이 나버렸다.


‘윽...’


장적소가 검을 거두며 물었다.


“강기의 위력을 실감 했느냐?”


“네, 스승님.”


“실제로 익숙해지면 지금 네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네...”


“들어라. 네가 이 강기에 집착하여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네가 아무리 천무지체라고 해도 강기를 깨닫는데 10년, 20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강기는 무의 재능이나 강함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릴 때 비로소 자유롭게 구현되는 심상의 반영.”


“...”


“허니 네가 필사의 노력으로 집착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면 당장 오늘에라도 네것이 될 것이다.”


“네...”


“집착과 욕망으로 20년이 걸리느냐, 바른 노력으로 1년 안에 얻느냐 하는 것은 순전히 너의 선택이란 뜻이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제자 마음을 비우고 심상을 단련하겠습니다.”


장적소는 진호가 순수한 무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단순히 무인의 호승심과 자존심으로 인해 검강을 갈망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렇기에 막연하게 ‘다음 경지’로써 인식하는 검강이 아닌 ‘검강의 진짜 위력’을 체감시켜 주면 검강을 갈망하는 이유가 바뀌고, 더 간절히 원하게 될거라 여겼다.


장적소가 돌아가자 진천도 슬슬 복귀 준비를 하며 진호에게 물었다.


“오늘도 집에서 저녁 안먹고 친구들 만날거냐?”


“네.”


“네 어미가 며칠째 새벽에 들어온다고 걱정 하던데. 오늘은 밥 좀 같이 먹지 그러냐. 보고 싶다는데.”


“아 벌써 약속 했어요. 갈게요.”


진호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경공을 펼쳐 순식간에 사라지자 진천이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투덜댔다.


“저, 저놈이... 내가 너무 오냐오냐 키웠나?”


진천과 악야는 어릴 적 찢어지는 가난에 진호를 고생 시킨게 너무 미안했단 이유로, 그간 진호가 원하는 건 뭐든 허락해 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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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진천 - 25화 22.05.22 729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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