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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874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5.22 20:21
조회
735
추천
8
글자
11쪽

24화

DUMMY

‘힘. 대체 얼마의 힘이 있어야...황궁도 짓누를 수 있는 힘이면 될까?’


서서히 깊어지는 생각에 잠겨가는 진천이 느릿한 걸음으로 마당으로 들어섰다.


'내게 힘이 없나? 실감은 안나지만 지금 이상의 힘을 가질 수가 있나?’


진천이 마당을 중간쯤 지나자 이미 입구 근처엔 섬서 분타의 마인 수십명이 시커멓게 모여 있었다.


그리고 곧 진천을 본 장광이 그의 앞으로 후다닥 달려와 포권을 올렸다.


“도련님.”


장소를 의식한 장광의 호칭에도 진천은 무심하게 그를 지나치며 말했다.


“가자.”


그렇게 진천이 장광과 함께 화산파의 입구로 두어발자국을 옮긴 그 찰나.


오른쪽의 무관 건물에서 상당히 고급스런 옷감으로 짜여진 청색 무복을 입은 무인 40여명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엔 비교적 허름한 옷을 입은 사내 6명이 섞여 있었는데, 진천은 잠시 스친 시선에도 그들이 모녀를 살해한 범인들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아차!”


이어 멀찍이서 진천을 배웅하려 따라 오던 장문인 이건이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내질렀다.


옆을 따르던 소호연과 화산파의 무사들도 잔뜩 긴장한채 진천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선을 느낀 진천은 허탈하게 웃으며 이건을 안심 시키려는 듯 곧바로 몸을 돌려 입구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때.


“어! 저 놈 그 거지년들한테 돈 준 놈 아니야? 크하하하!! 왜? 복수라도 하려고 쫒아왔냐?”


...!!!


순간 이건과 소호연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고, 진천은 의외로 차분하게 몸을 돌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봤다.


“크흐흐, 이 촌구석에서 지루 했는데 재밌는 놈이 있었구나!!”


“...”


그리고 낭인의 조롱에 이어진- 그 대열의 가장 선두에 있던 무사의 꾸짖음.


“황고! 뭘 잘했다고 큰 소리냐! 황풍대 천인 대장의 체면을 지켜라!”


그 호통에도 낭인은 진천을 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흐! 미안하다. 너도 이런데 쳐 박혀 있어 봐라. 얼마나 심심한지 상상도 못 한다.”


어느새 그들이 돌처럼 굳은 진천에게 점점 가까워지자 황고라는 낭인과 같은 계급인 듯한 청의 사내가 진천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이봐. 미안하게 됐네. 저 놈은 본대에 가서 징계를 받을 것이네. 괜히 저놈에게 걸려 경치지 말고 조금 있다 내려오시게.”


“...”


청의 사내가 지나가고 나니 진천에게 몇걸음 더 가까워진 황고.


“어이, 미안하다! 나도 죽이려던 건 아닌데 무공을 안쓴지 하도 오래돼서 그만... 허 참, 많이는 안 때렸는데 말야.”


순간, 황고의 말을 가만히 듣고있던 진천의 얼굴에 샐쭉한 웃음기가 번졌다.


“하하, 아닙니다. 나으리. 그러실 수도 있죠. 하하하”


그 의외의 반응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 황고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의 지위가 꽤 높은지, 40명의 무사는 물론 가장 선두에 있던 사내도 못마땅한 표정을 지을 뿐 딱히 황고를 재촉 하지는 못하는 듯 했다.


“엉? 뭐야 이놈. 복수하려 온 게 아니냐? 내가 보니까 약 주고 돈 주고 지극 정성이던데? 하긴, 힘 없으면 괜한 객기는 부리는게 아니지. 암.”


“아, 다 보고 계셨습니까?”


“크크. 그럼. 내가 하도 심심해서 낮술 중에 네놈이 큰 돈을 거지들한테 주길래 지켜봤지. 거지들 주긴 좀 아까운 돈 아니냐? 마침 점소이 놈이 나랑 좀 친해진 줄 알았는지 네놈이 가자마자 나한테 달려 오길래 겸사겸사! 크크크.”


“하하. 저에게 말씀 하셨으면 더 큰 재물을 드렸을 텐데...”


이건과 소호연은 진천이 막상 마주한 황실의 위엄 앞에 비굴해지자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진천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그런 이건과 소호연의 표정은 물론 황고의 뒤에서 킬킬 대며 비웃는 다른 낭인들의 표정까지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오? 그래? 지금 줘도 된다! 이거 괜찮은 놈이네! 하하! 암! 사내가 사소한건 거두고 크게 생각 해야지!”


“하하하. 맞습니다. 크게 생각해야죠!”


“흐흐. 이놈 진짜 마음에 드는구만. 너, 재물을 바치면 내가 뒤를 봐주마!”


“아, 그럼요! 다만 그전에, 아까 하신 말씀이... 안 그래도 그 전부터 제가 계속 고민하던 부분을 상기시켜 주셔서...”


“엉? 뭔 소리냐? 무슨 말?”


“힘이 없으면... 이라는 말씀...”


“음? 설마 자존심 상해서 그러냐? 허, 짜식. 미안하다! 그냥 한 말이니 신경 쓰지 마라! 하하!”


황고가 진천의 등을 두드리며 호쾌하게 웃었고, 진천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 그런 건 아니고... 힘을 얼마나 가져야 안부족한지...”


“엉? 뭔 소리냐?”


갑자기 진천의 얼굴이 심각해지자 황고는 물론 이건과 소호연, 연비대원들 까지 한껏 숨을 멈추고 진천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듯 했다.


“쩝. 내가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보다 더 큰 힘을 가질 수는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힘이 부족해서 내가 하고 싶은걸 못 한다는게 이해가 안된단 말이지.”


“헛!”


진천의 그 허무맹랑한 말에 황고와 청의 무사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숨을 들이켰고, 진천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턱을 괴고 바닥을 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아! 생각만 해도 정말 속이 시원하다. 진작에 아버지 말 좀 들을걸... 부모가 다 자식 잘되라고 하는 말인데, 그걸 몰랐네.”


그런 진천의 알 수 없는 태도에 슬슬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황고가 입술을 이죽였고-


진천은 이건을 향해 고개를 돌려 멋쩍게 웃었다.


“장문인! 미안하게 됐수다. 허나 이로 인해 무고한 이들이 희생 당하는 일은 없게 할테니 너무 걱정 마시오.”


“시주! 황궁의 힘은 그대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오! 젊은 혈기로 목숨을 버리지 마시오!”


진심이 담긴 외침이었지만, 진천은 황고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지며 비릿하게 웃었다.


“흐! 황궁의 힘이라...”


진천이 흑룡검을 서서히 뽑으며 말했다.


“연비대 들으라.”


“존명!”


“도망가는 놈은 즉살해라. 화산파의 무사라도 신경쓰지 말고 베어라.”


“존명!”


한순간에 변한 진천의 말투.


그리고 심상치 않은 속도로 산개하여 황궁 무사들을 둘러싼 흑의인들의 움직임에 황고를 비롯한 황궁 무사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진천이 어느새 뽑아든 흑룡검을 황고에게 겨누고는 화산 전체에 울려 퍼질만큼 상당한 공력을 실어 말을 흘렸다.


그것은 나지막했지만 아주 또렷하고 묵직한 음성이었다.


“화산파에 고한다. 본좌는 무고한 희생을 늘리고 싶지 않으니 섣불리 끼어들지 마라.”


그 진천의 공력을 느끼고 나서야 황풍대의 무사들은 다급하게 검을 뽑아들었고, 황고도 새빨개진 얼굴로 검을 뽑으며 이를 갈았다.


“이 버러지 같은 놈이 주제를 모르는구나. 그년들 처럼 도륙을 내주마.”


“... 범인 여섯놈만 나오면 남은 황궁 놈들은 살려 주겠다.”


진천의 말에 황풍대의 대장인 듯한 청의사내가 진천에게 검을 겨누며 물었다.


“그대는 어느 문파의 고수지? 보아하니 절정을 이룬 고수 같은데 나와 황고도 마찬가지요. 그대의 병력으로 우리 모두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 하니 그만 객기를 멈추고...”


“닥쳐라 지학! 나는 이놈들 모두 쳐 죽이고 화산파 놈들도 도륙을 내겠다! 감히 황풍대의 장수들이 공격을 받는데 멀뚱히 구경만 하고 있다니!”


그 황고의 외침에 이건과 장로들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으윽!”


“자, 장문인! 어서 저들을...!”


“화산파 전원... 흑의인들을 제압하라. 사... 살상은 하지 말...”


순간, 이건의 말을 끊고 들려온 진천의 목소리.


“장문인. 오늘 멸문하고 싶지 않거든 그만 두시오. 내 분명히 전쟁을 막아 주겠다 약조했소.”


“시주!”


진천은 이제 아까부터 수백번은 고민하던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젠장. 어쩔 수 없다. 이러면 내 말을 믿겠지.'


“연비대. 마기를 숨길 필요 없다.”


“존명!”


화아아아악!


“...!!!”


순식간에 장내에 지독한 마기가 퍼져나갔고, 동시에 화산파의 모든 무사들이 기겁을 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챙! 채채채챙!!!


“마, 마교!!”


“마교도들 이더냐!!!”


화산파 도사들의 그 격렬한 반응에 진천은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흐흐! 편견 이란게 참...”


우웅-


흑룡검의 검신에 강기를 두른 진천이 화산파의 장문인과 장로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장문인. 천마신교의 교주쯤 되면 황실을 막을 힘이 있지 않겠나? ”


“아악!! 교, 교주?!!”


“...!!”


그 말에 황고와 황풍대의 얼굴이 더 없는 혼란으로 일그러졌고, 화산파의 무사들은 어마어마한 살기를 뿜어대며 공력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본좌가 그토록 말했거늘. 나는 너희들을...”


“닥쳐라! 이 사악한 마귀 놈이 기어코 전쟁을 일으키려 수를 쓰는구나! 겨우 그 정도 내공으로 교주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허나 장로쯤은 되겠으니 오늘 그 비루한 목숨을 거둬주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고매한 도사였던 이건은, 지금 전혀 다른 무언가로 변해있었다.


화경의 고수가 뿜는 살기가 장내를 가득 채운 마기를 잠식하며 퍼져 나갔다.


‘제길...’


이건의 공력을 느낀 진천이 연비대원들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100장 밖으로 빠져라. 황풍대 놈들이 도망치려 하면 그놈들만 잡아놔라.]


[존명.]


그리고 그때, 황급히 진천에게서 멀어진 황풍의 외침.


“크큭! 교주? 겨우 그깟 무공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사기를 쳐?! 크크크! 뒈져라 새끼야!”


쿠하아악!!


황풍의 검에서 사납기 그지없는 강기다발이 쏘아져나오자, 거의 동시에 이건과 장로를 비롯한 모든 화산의 무사들도 진천을 향해 말 그대로 ‘총공격’을 퍼부었다.


“죽어라! 오늘 본문 천추의 한을 안고 네놈의 목을 잘라주마!”


후와아아아악!


순식간에 엄청난 수의 강기와 검기가 진천에게로 집중되며 진천을. 아니, 진천이 서있는 공간 자체를 초토화 시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궁!


콰앙!


콰아아아앙!


해일과 같이 몰아치는 그 어마어마한 공력은 거의 반각이나 이어졌고, 그동안 그 중심에서는 어떠한 움직임이나 저항도 느껴지지 않았다.


콰가가가강!!


쾅!! 꽈앙!!!


“그만! 공격을 멈춰라!”


슈우우우우우-


이건의 외침에 화산파 고수들이 공격이 멈추자 자욱한 흙먼지와 연기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진천이 서있던 자리엔 지름 7장, 가운데 깊이는 무려 5장이 넘는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 있었다.


“...죽었는가.”


“장문인, 너무 흥분하신 듯 하오.”


“미안하오. 허나 얻은 것이 있소. 이 일로 마교가 우리를 공격한다면 다시 황궁과 무림맹이 연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오. 우리도 당분간 무림맹으로 거처를 옮겨야겠군...”


이건의 말에 주변의 장로들이 하나 둘 고개를 끄덕이던 그 때.


서서히 걷히던 흙먼지 사이로 시커먼 인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그 인영은 곧 가벼운 몸놀림으로 구덩이 위쪽으로 훌쩍 뛰어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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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진천 - 28화 22.05.25 723 9 13쪽
28 진천 - 27화 22.05.24 755 11 17쪽
27 진천 - 26화 22.05.24 715 8 13쪽
26 진천 - 25화 22.05.22 729 10 16쪽
» 24화 22.05.22 736 8 11쪽
24 진천 - 23화 22.05.21 729 12 17쪽
23 진천 - 22화 22.05.20 771 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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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진천 - 17화 22.05.18 861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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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진천 - 15화 22.05.17 891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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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진천 - 12화 22.05.15 1,000 15 12쪽
12 진천 - 11화 22.05.15 1,009 14 11쪽
11 진천 - 10화 22.05.14 1,023 12 11쪽
10 진천 - 9화 22.05.14 1,083 13 13쪽
9 진천 - 8화 22.05.13 1,132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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