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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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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877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5.17 14:30
조회
890
추천
12
글자
13쪽

진천 - 16화

DUMMY

“신 사마의, 천마신교의 지존을 뵈옵니다!”


“신 사마소, 천마신교의 지존을 뵈옵니다!”


“음, 일어나 앉으라.”


“존명!”


두 부자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무릎을 꿇고 앉자, 구학영이 가벼운 질문으로 대화를 열었다.


“그래, 그간 고생이 많았다고?”


구학영의 말에 사마의의 고개가 깊게 숙여졌다.


“지존이시여, 고생이라니 당치 않습니다. 오늘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나이다!”


“오? 본좌가 부를 것을 알고 있었단 뜻 인가?”


“미천한 제가 어찌 지존의 큰 뜻을 알겠나이까. 그저 조심스럽게 추측했을 뿐입니다.”


“그래, 뭘 추측했는지 말해보라.”


“현재 날로 강성해지는 본교의 힘을 견제하기 위해 무림맹과 황궁의 연합이 포착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구학영은 별 대답 없이 계속 하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본교의 힘이 위협적이지 않을 때는 무림맹과 황궁이 서로에게 영향권을 키우기 위해 주고받는 수 싸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허나 지금은 그 둘의 힘을 합해도 본교를 감당키 어려운 상황. 삼세(三勢)의 균형이 본교로 크게 기운만큼 그들이 무엇을 꾸미고 있든, 그 목표가 본교를 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 치면 어떻게 하는게 좋겠나?”


“그 답을 올리자면 먼저 교주님이 가장 우선하시는 바를 알아야 합니다.”


“우선? 우선이라... 앞으로 40년. 아니, 60년 까지는 본교가 아무런 피해 없이 번성하는 것.”


“그렇다면 상책 두 가지와 하책 한 가지가 있습니다.”


“상책부터.”


“만약 그들의 목표가 정말 본교라면, 첫 번째는 고육계(苦肉計)입니다. 본교의 내전이나 외세와의 대규모 충돌을 연출하여 약세를 위장 하는 것 입니다.”


구학영의 고개가 끄덕여지자 사마의가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두 번째는 차도살인(借刀殺人)입니다. 이간계로 황궁과 무림맹의 검이 서로를 베게 할 수 있습니다.”


“놈들이 정치전쟁을 하고 있는 것은 안다만, 무력까지 부딪칠 일은 없지 않겠느냐?”


“당장의 목숨 앞에서 충의 같은건 한 줌 흙만도 못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럴만한 일이 없었을 뿐, 적당한 이유가 생기면 무림맹과 황궁의 무력 충돌도 없을 일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황궁에겐 무림맹이 반역을 도모한다는 생각을 갖게하고, 무림맹에게는 황궁이 무림맹을 삼키기 위해 작정하고 누명을 씌우는 것이라 인식 시키면 가능합니다.”


“그게 말은 쉽지. 서로가 심어 놓은 간자도 한둘이 아닌데 회담 몇 번이면 오해가 풀리지 않겠느냐?”


“황궁은 오랜시간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무림의 힘을 두려워하고 견제했습니다. 허나 본교와 민심을 의식해 그 손바닥의 가시를 두고 볼 수 밖에 없었지요. 또한 이미 지금의 황제는 자신의 권위와 동등한 무림맹을 없애고 싶어 안달입니다.”


사마의가 숨을 한 번 더 고르고는 말을 이었다.


“하여, 서로 오해를 풀 수 없도록 방해막을 두껍게 쳐야 합니다. 살수도 많이 보내야 겠지요. 조금이라도 협상을 풀어 갈 수 있는 자들은 적시에 암살하고, 때로는 생존자를 남겨 부상당한 채 각자의 진영에 증언하게 해야 합니다.”


“흐음...”


“오래 보실 일입니다. 지금부터 조금씩 계책을 실행한다면 10년... 15년 쯤 후에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가능 하겠는가?”


“물론입니다. 다만 한가지...”


“말하라.”


“이 계책이 성공하려면 그들이 본교를 견제할 필요성이 얕아져야 합니다.”


“어떻게?”


“이는 첫번째 계책과 연계되는 것. 교주님께서 무림 정복의 의사가 없으시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사마의가 잠시 교주를 올려다 보고는 다시 고개를 조아렸다.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 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오랜 시간을 투자 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지금부터 황궁과 무림맹에 대한 이간책을 펴는 동안, 본교는 따로 포달랍궁이나 몽골과의 갈등을 조금씩 조장하고 5년 쯤 후에 부교주님이 그들에게 살해 됐다고 퍼트립니다. 거기에 크게 노한 교주님께서 본교의 전력을 쏟아 복수전을 나갔다 퍼트리시옵소서. 외에도 방법은 많을 것입니다.”


“으음...”


“지금의 삼세(三勢) 전국에서 은근슬쩍 제 3자로 빠져 본교의 존재감을 흐릿하게 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금씩 우물에 독을 타듯 한다면 그 효과는 점점 중첩될 것 입니다.”


“좋다. 필요한 모든 자금과 인력을 편히 가져다 쓰라. 본좌가 직접 움직여야 할 때 언질을 주고, 상황이 변할 때는 부교주를 통해 보고하고.”


“존명.”


“그리고... 그간 소외된 것에 대한 보상의 뜻으로 10만 냥을 따로 내린다. 본교에 대한 충성심을 잃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


“신 사마의 목숨을 바쳐 교주님의 은혜에 보답 하겠나이다!”


“흐흐, 기대보다 똑똑한 놈이구나. 가봐라.”


“존명!”


이렇게 마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된 사마의는 곧장 황궁과 무림맹이 서로 칼을 휘두르도록 만들 작전을 서서히 실행하기 시작했다.



***


마교의 총군사가 된 사마의가 기지개를 펴는 6개월 동안, 진호의 군사 사마교도 진호의 명에 따라 대리인을 내세워 진호의 저택과 가장 가까운 ‘흑랑파’를 인수하고는 외성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빈민층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정대인, 저의 주인께서는 그간 교내 외성의 빈민 아이들을 마음 아파 하시다 큰 결심을 하셨습니다. 허나 마인으로써 이런 댓가 없는 선행이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자신의 선행을 내세울 분도 아니시기에 제 주인의 정체를 비밀로 하는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사마교가 선택한 대리인. 마교의 중급 행정직을 지내다 40세의 나이에 퇴직한 정도승은 현 권력 구도와는 전혀 상관 없으면서도, 그 가문의 명성으로 불필요한 시비를 피할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었다.


“허허. 그래, 마인으로써 이런 선행이 자연스럽지는 않지. 허나 이 기이한 문파의 행보가 맞는 풍파는 내가 무마시켜 줄 테니 너무 걱정 말거라.”


“감사합니다. 대인.”


“단.”


“네.”


“만약 숨겨놓은 의도가 있고 그것이 드러난다면. 또한 그것이 나의 뜻과 다르다면...”


“원하는 대로 하셔도 원망치 않을 것입니다.”


“좋다. 아이들은 내 성의껏 돌보고 그 부모의 생활 또한 원활하게 해주마.”


“감사합니다.”



***


그 시기 진호는 첫 출정에서 느낀 무력함에 6개월 내내 수련에만 매달려 있던 참이었다.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진호와 명상을 하던 장적소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욕망과 조급함을 없애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이미 극마를 넘어 천마에 가까운 무(無)를 가진 네가 아직도 검강을 뽑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


“검강은 뛰어난 머리나 신체가 아닌 오직 마음으로 얻는 것. 극마 이상의 길을 가는 고수가 가장 처음 얻는 심득(心得)이 바로 검강 이다.“


“네...”


“이미 상승의 경지인 몸과 머리에 비해 마음이 아직 여물지 못한 것이지.”


“...”


진호가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장적소를 쳐다보자 장적소가 비릿하게 웃었다.


“철이 없단 소리다. 크크...”


“아...”


“그래도 첫 출전 후 조금은 깊어졌구나. 네가 무(武)를 더 진지하게 마음에 심고, 생사를 오가는 전투를 겪다보면 자연스레 얻을 것 이다.”


진호는 천무지체 덕에, 자신이 왜 칼을 드는지에 대한 고찰 한번 없이 엄청난 무위를 쉽게 이룩해왔다.


무에 대한 신념이나 간절함이 없었던 것이다.


“실전을 더 겪고 싶습니다.”


“곧 기회를 만들어주마. 그간 너는 왜 무인의 길을 가는지, 네가 목표로 하는 상승의 경지가 무엇인지 끊임 없이 고민하고 성찰하라.”


“네. 스승님.”


‘목표라... 교주님 만큼. 혹은 아버지... 아니, 내가 아버지 만큼 강해질 수 있을까.’


진천의 불가해(不可諧)한 무위는 진호의 목표를 혼란스럽게 할 정도로 이질감이 드는 것 이었는데, 진호는 스스로의 무위가 높아질 수록 더욱 강하게 그 벽을 느끼고 있었다.


“후...”


진호의 깊은 한숨이 다 쉬어지기도 전, 오늘도 육방합검을 열심히 수련한 진천이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며 진호와 장적소에게 다가왔다.


“스승님.”


"...그토록 강함에도 육방합검 하나를 대성(大成)하지 못하다니... 그 또한 대단하다.”


“윽... 죄송합니다.”


“흐흐흐. 뭐가 죄송하냐. 네놈의 무위는 이미 나를 까마득히 넘어섰는데. 그깟 초식 따위..”


“하하...”


“네 아들이 실전을 더 겪고 싶다는데, 아비로써 어쩌겠느냐?”


그말에 진천의 표정이 잠시 굳었지만, 곧 자신을 바라보는 진호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는 영 찝찝한 얼굴로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너, 너무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아...”


“아버지!!”


진호의 외침에 진천이 의외로 초연한 표정을 지으며 코를 찡긋거렸다.


“끙... 그래 네 맘대로 해라. 어차피 네가 죽어도 뭐, 금방 저승에서 온가족이 다시 모일테니까.”


“으윽...”


“크크! 자식사랑이 각별 하구만. 좋다. 앞으로 5년간 진호에게 실전 수련을 시켜주마. 한달후에 내보내줄테니 준비하거라.”




***


진호가 실전수련을 떠나고 4년이 지난 해의 여름.


사마의가 준비한 전략이 조금씩 황궁과 무림맹에게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며 중원의 정세는 묘한 긴장감에 둘러 쌓이기 시작했다.


긴급히 소집된 맹주전에 모인 장로들은 하나 같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보름전에 황궁에 다녀왔다고 들었소. 황궁에서 왜 맹주를...”


잠시간 좌중을 짓누르던 무거운 정적을 깨고 나온 중년인의 물음에 천소청이 답했다.


“강하운 대장군께서 나오셨더군요. 무림맹이 황실 전복을 계획 한다는 소문이 있으니 처신을 바로하고, 황제 폐하께 충성의 증표로 황금 10만관을 바치라고 하더이다.”


“그... 그 무슨! 지금도 매년 공물과 함께 무림의 고수 1백을 황군으로 보내고 있지 않소!”


“흐. 이제 그 무사도 보내지 말라더군.”


“...이익!!”


무림에서는 매년 충성의 증표로 1백 명의 고수를 황군의 100인 대장 이상으로 임관 시켰는데, 일반 병사 몇 백은 혼자서 거뜬히 상대하는 무림고수들을 더 내놓으라고 닦달하던 황궁이었다.


하지만 결국 모든 고수는 각 대형 문파나 유력세가의 자제나 제자들.


황궁 입장에서는 언제고 명을 어기고 무림맹의 병력으로 돌아설 수 있는 무림의 고수들을 양날의 검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 황궁이 더 이상 무림 출신의 황군 부대장들이 늘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놓고 무림맹을 적대시 하겠다는 황제의 명확한 뜻.


“젠장! 대체 황궁이 왜 이러는 것이오! 우리가 지금껏 황궁에 대한 예를 경시하지 않았거늘!”


“크크... 황제야 언제나 본맹의 힘이 황제의 권위와 비견되는 것을 불쾌히 여기지 않았습니까. 평범한 인간의 몸이니... 고수들의 실력을 보면 볼수록 우리가 두려웠던 게지.“


“아무리 그래도 마교의 세력이 날로 강성해지는 지금 그런 어린애 같은!”


“공장로! 말을 조심하시오! 이런 때에 황제폐하께 어린애 라니!!!”


“내 말이 틀렸소! 힘을 합쳐도 마교를 감당 할 수 없을 이 시국에 그깟 자존심을 부려 자중지란을 일으키는게 어...”


지금껏 듣고만 있던 천소청이 노호성을 터트리며 탁자를 강하게 내리쳤다.


터어엉!


“공장로!!!”


"윽!!"


“자중하시오! 이제 곧 황제폐하가 보낸 밀사가 도착 할 것이오! 그때 얘기를 확정해도 될것이외다!”


“밀사? 밀사가 왜 오는 것 입니까?”


“강하운 대장군께서 미리 언질을 주셨소. 우리가 반란을 꿈꾼다는 것은 근원을 알 수 없는 뜬 소문, 허나 황궁의 입장에서 이를 무시할 수만은 없기에 일단 나를 불러 공적으로 꾸짖은 것이고, 오늘 오는 밀사를 통해 오해를 풀라더군.”


“오? 진작 이야기 하지 그러셨소!”


천소청의 말에 노기가 한껏 누그러진 공장로의 얼굴에 화색이 번졌으나, 천소청의 얼굴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아니. 그건 모르는 일이지. 당시에 바로 했어도 되는 말을 굳이 이런 일차를 두고 밀사를... 아마 우리가 이렇게 겁을 먹고 초조해지길 기다렸다가 손 쉽게 굴복 시키려는 의도일거요.”


“...”


또 다시 긴 침묵이 회장을 감돌았고, 반각이 채 못 되어서 황제의 밀사가 도착했다는 호위무사의 보고가 들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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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진천 - 26화 22.05.24 715 8 13쪽
26 진천 - 25화 22.05.22 729 10 16쪽
25 24화 22.05.22 736 8 11쪽
24 진천 - 23화 22.05.21 729 1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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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진천 - 18화 22.05.18 825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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