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871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5.19 19:50
조회
821
추천
13
글자
18쪽

진천 - 20화

DUMMY

그날 밤, 녹림왕의 산채에 잠입한 진호에게 난데없이 날아든 전음.


[그냥 들어와라. 수하들에게 말해 놓았으니.]


‘... 재수 없는 놈.’


전음을 받은 진호가 녹림왕의 어전으로 들어가자, 그곳엔 녹림왕 혼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하!! 올 줄 알았지. 어서 앉아라.”


이제야 자세히 보니 30대 중반 쯤 되어 보이는 장패가 호쾌한 웃음으로 진호를 반겼다.


진호는 못마땅한 얼굴로 의자에 털썩 앉으며 입을 열었다.


“벽에 막혔다는게 무슨 소리냐?”


“엥? 바로 본론으로? 각박하기는... 그래 뭐, 말 그대로야. 단서를 얻은 후 7년 째 화경으로 못 들어가고 있다.”


“이제 30대 중반 같아 보이는데... 겨우 7년 지났다고 안달이냐?”


내심 놀란 가슴을 감추지 못한 진호의 물음에 장패가 실소를 흘렸다.


“흐흐. 내가 워낙 동안이라 그렇지 마흔둘이다. 너야말로 겨우 10대 후반 같은데 화경에 가깝다니... 검강을 못쓰는건 정말 이상하군.”


“...!!”


그제야 자신이 복면도 없이 이곳에 왔다는 걸 깨달은 진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젠장! 정신머리가 빠져서는...’


그리고 그런 진호의 얼굴을 살핀 장패가 알겠다는 듯 다시 한번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 어지간히 나랑 얘기하고 싶었구만! 나도 그랬다!!”


“흥, 방정 떨지마라. 그나저나 마흔 둘이라고 해도 엄청 빠른 성취인데. 너도 어지간한 무재인가보군.”


“나보다 반절은 덜 산 놈이 입버릇 하고는. 크크! 그래도 칭찬은 고맙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넌 대체 왜 검강을 못 쓰냐? 진짜 이해가 안되네. 아무리 봐도 그만한 기감은 영락없는 화경인데...”


“그러면서 비무는 왜 받았지? 내가 진짜 화경이었으면 바로 죽었을 텐데.”


“아, 왜는. 당연히 혹시 모르니까지. 화경의 고수랑 싸울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아.’


장패도 진호와 마찬가지로 생사의 기로에서 얻을 깨달음을 기대했던 것이다.


진호가 잠시 입맛을 다시더니 입을 열었다.


“내 스승님은 내가 철이 없어서 검강을 못 쓴다고 하셨다.”


“허어?”


“그 외엔 나도 몰라. 못 쓰는 이유를 알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크크, 하긴.”


“근데 너 정도 되는 자가 왜 산적이나 하고 있지? 그 나이에 그 정도 경지라면 무림맹이든 황실이든 엄청난 지위가 보장 될 텐데.”


“우리 부모님이 산적들 손에 죽었거든.”


“뭐?”


“8살에 부모님 잃고 죽어라 수련해서 20살에 그 산채에 있던 놈들을 모조리 쳐죽였다. 하는김에 주변 산채 30개를 더 멸하고 재물이란 재물은 다 빼앗아다가 떵떵 거리면서 살았는데...”


잠시 말끝을 흐린 장패가 술을 한잔 들이키고 말을 이었다.


“2년도 안 지나서 또 산적들이 득실 대더군. 사람도 죽이고, 돈도 빼앗고.”


“...”


“그래서 그냥 내가 산적놈들 대장하기로 했다. 산적에게 부모 잃은 고아들도 거두고.”


“완전 미친놈이네. 그래놓고 다른 사람들 한테 똑같은 짓을 한다고?”


“아, 언제 똑같은 짓 한다고 했냐? 우리 애들은 사람 안 죽인다. 돈도 안 빼앗아.”


“뭔 소리야?”


“우리는 대형 상단이나 표국 물건만 잠시 빼앗았다가 예물 받고 돌려준다. 양민들이 호위없이 넘기 위험한 산에서는 비욤 조금 받고 호위도 해주고... 내가 그렇게 만들었지. 흐흐!”


“어...”


“지역 관아랑 협력을 많이 하다보니 황실이랑도 연이 닿더군. 덕분에 지금은 이래저래 세력 좀 늘리고 있지. 중원이 워낙 넓어야지. 아직도 개차반 같은 산적 놈들이 많아서.”


“근데 18채면... 그러기엔 좀 적은거 아니냐?”


“허 참, 그런 건 또 모르네. 말이 18채지 실제로는 전 중원에 300채가 넘는다. 머리수만 삼만이 넘지.”


“... 산적이 그렇게 많다고?”


정예고수가 대부분인 마교와 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삼만이라면 현재 마교 총원의 3할에 가까운 병력이니 쉽게 볼수만은 없는 숫자였다.


“흐흐, 많지. 나라가 이 모양이니. 산적이라도 안하면 굶어 죽는 사람 많아. 뭐, 최근엔 우리 산적패 들어오면 녹봉 준다는 소문이 퍼져서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있지만.”


하긴, 예전에 진호의 아비인 진천도 그랬다. 악야의 약값을 구하기 위해 도적질을 하려고 했었다.


“근데 네 얘기는 하나도 안하면서 너무 내 정보만 캐는거 아니냐?”


“네놈 혼자 말해놓고 뭘... 미안하지만 난 아직 널 믿지 못해서.”


“쩝, 서운하구만”


“검 얘기나 하지.”


“좋지.”


“넌 어떻게 깨달음을 얻었나? 절정을 얻을 때 너의 심득은 뭐였지?”


“오. 바로 핵심을? 그런 알짜 정보를 날로 먹게?”


“...”


“네가 궁금한 걸 답해주는 대신 조건이 있다.”


“뭐냐.”


“내가 얘기를 해주면 너도 네 얘기를 해라. 전부 다는 아니고 절반 정도라도.”


“... 그러지.”


“흐흐. 좋아. 심득이라... 난 사실 검강은 비교적 쉽게 얻었다.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산적 놈들 도륙할 때. 놈들의 몸을 가르고 머리를 터트리면서도 딱 한가지 생각만 했지. ‘더 쎄게 쳐 죽이고 싶다.’ ‘더 고통스럽게 숨을 끊고 싶다.’ 그렇게 한 칠십?쯤 베었을 때 내 검기가 점점 단단해지더니 색이 변하면서 온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지더군.”


“간절함... 욕망... 그런 건가?”


“추상적으로 보자면 그렇지. 염원일 수도 있고.”


“그럼 나는 그런 간절함이 부족한건가.”


“그건 아니지. 어느날 그냥 밥 먹다가, 자다가, 술 마시다가, 노래 부르다가 깨달음을 얻는 사람들도 많다. 형태가 워낙 많냐.”


“음.”


“결국은 ‘때’ 라는 거지 뭐. 난 그렇게 생각한다.”


"하아..."


진호가 한숨을 내쉬자 장패가 술을 한잔 더 털어 넣으며 물었다.


“자, 이제 네 차례다. 넌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기운을 가지고 있나? 영약으로 될 게 아닌데.”


“흐. 말하고 싶진 않지만... 네 반응이 궁금해서 말해준다.”


“오오?”


장패의 눈이 반짝 빛났다.


“난 천무지체다.”


“...!!!!”


챙!


진호의 말에 생각보다 더 크게 화들짝 놀란 장패가 손을 휘저었고, 그때 장패의 손에서 빠져나온 술잔이 저 멀리로 날아가 산산조각이 났다.


“...뭐 하냐? 술잔은 왜 던져?”


“...”


“호들갑은... 어릴 적 굶어죽기 직전에 스승님이 날 발견하고 거둬주셨다. 근데 벌써 7년 넘게 이 자리에 머물러 있지. 한심해.”


“그, 그래서 기감이 그렇게나... 미친! 아까 조금만 더 검을 섞었으면 내목이 날아갈 수도 있었잖아!!”


“크크!! 네 명줄이 아직 남았나보지.”


“와... 나도 모르게 명계 구경하고 왔구만. 그래서, 이제 어떡할거냐?”


“뭘 어떡해. 돌아가서 더 수련해야지.”


“흠... 그럼 가기 전에 한 가지 방법만 시도 해 보고 갈래?"


“뭔데?”


“우리 스승님이 맨 처음 알려준 방법인데... 워낙 말 같지도 않은 방법이라 난 못했거든. 근데 넌 천무지체니까 혹시 모르지.”


“빨리 말해봐.”


진호가 안달이나 재촉하자 장패의 얼굴에 장난끼 가득한 미소가 어렸다.


“대신 질문 한 개 더.”


“... 너부터 빨리 말해.”


“흐흐. 간단하다. 일단 검기를 두른 후에... 검강이니 뭐니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꿀꺽-


“안개 같은 검기가 단단한 유리가 되면서... 그냥 파란색으로 변한다고 생각해라.”


“뭐?”


“.우리 스승님이 그랬어. 진짜."


“이런 개새...”


“중요한 건 진짜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래. ‘검강’이란 개념, 위력, 경지 그딴 걸 다 버리고 그냥 검기의 색하고 질감만 바꾼다는 생각으로.”


"장난이 아니라면 엄청난 심득이나 천재를 염두하고 나온 말인데... 네 스승이 누구냐?"


"몰라. 이름도, 출신도... 그냥 엄청 괴팍한 아저씨였는데..."


“염병할. 질문 한 개는 취소다.”


“야! 해보지도 않고 그러냐? 일단 해봐! 오늘 밤새 해보고 내일까지 안 되면 나도 포기하마.”


“... 젠장.”


진호가 검을 뽑아 새하얀 검기를 휘두르고는 가만히 검을 쳐다봤다.


“명심해. 검강 이니 뭐니 무공 따윈 다 잊고, 그냥 검기의 색과 모양만 바꾼 다는 식으로...”


“쉽고 단순하게... 색과 모양만이라...”


화르르륵


진호의 검에 새하얀 검기가 서린지 약 2각. 둘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진호의 검에 집중했고, 이내 장패의 입에서 힘이 쭉 빠진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역시 스승님이 장난을..."


하지만 진호는 들은 척도 안하고 계속 검을 노려봤다.


'화산파의 검법은 검기 단계에서 부터 모양과 색을 매화꽃으로 변형시켜 흩뿌릴 수 있다. 검기를 그렇게 변형 시키는건 쉬운 일. 단순히 색만 변경하는 것 이라면..."


1각 정도 더 지났고, 슬슬 눈알이 아파온 장패가 검에서 눈을 떼고 혼자 술잔을 홀짝이고 있던 그때.


후욱-!


“!!!”


쿵!


뭔가에 화들짝 놀란 진호의 손에서 검이 튕겨져 나가듯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


둘은 잠시간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는 다시 떨어진 검을 쳐다봤다


“바, 방금...”


“... 설레발 치지 마. 단순히 색만 변한거다.”


“어... 어서. 다시 한번만...”


둥실-


장패가 재촉하자, 진호의 검이 둥실 떠올라 진호의 덜덜 떨리는 손으로 쥐어져 제 검신에 새하얀 검기를 입었다.


화륵-


“...!!!”


심장이 터질 듯 쿵쾅대는 진호의 눈이 검으로 고정되었다.


사악-


아주 옅은 색이지만 조금씩 파란색으로 변해가는 검기.


꿀꺽.


진호가 크게 침을 삼키고는 검을 쥔 손끝의 감각을 극한으로 활성화 시켰다.


'색만 바꾸는 건 쉬웠다. 이제 질감과 형태... 각 초식마다 발현되는 검강의 밀도와 형태는 달라. 하지만 분명 공통점이 있다. 손끝에 걸리는 그 묵직함과 미세한 진동. 이는 어떤 초식이라도 강기가 나올 때면 어김없이 느껴졌다.'


진호가 느릿한 몸짓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 듯 검을 움직였다.


'맞아. 가볍고 부드럽게 흐르던 기가 한순간 무겁게 턱 걸리는 이 느낌이다. 강기는 잊자. 그저 검기의 색과 모양만 바꿀 뿐이야.'


연기 같던 푸른 검기가 조금씩 뭉툭한 나무 몽둥이처럼 변해갔다.


'이건... 그래, 가짜 검강 이라고 부르자. 이 가짜 검강을 두르면 검이 조금 더 묵직해지고 진동이 느껴진다. 하지만 휘두르기 어렵지 않아. 미묘하게 더해진 무게가 검의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든다. 검로의 끝으로 검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


진호가 그리는 검의 곡선은 어느새 직선이 되었고, 진호의 검기는 어전의 넓은 공간을 꽉 채울 듯한 열기를 내뿜었다.


'조금 더 매끈하게... 검을 조금만 더 무겁게 만들어 보자.'


후웅-


'스승님이 말씀하신 심득이란 대체 뭘까. 검에 대한 이해? 집착? 욕망? 아니다.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전혀 의외의 방식이 떠올랐을 때.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벽 하나를 넘게 해줄 때. 그게 깨달음이다.'


그렇게 진호가 가짜 검강을 검에 두르고 이리저리 휘두른지 어느 덧 2시진이 지났다.


그의 검기는 어느새 유리처럼 매끈해져 마치 두꺼운 얼음이 검을 둘러싸고 있는 듯 했고, 거기서 울려퍼진 나지막한 진동음이 장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쉽다. 검기나 검강이나 결국 똑같은 내공의 발현. 나는 발목에도 차지 않을 웅덩이가 두려워 먼길을 돌아온 건가. 그 위력을 동경하여 엄청난 뭔가를 지나야 얻을 수 있다고 스스로 벽을 쌓은건가.'


진호가 서서히 움직임을 멈추고 조용히 검을 쳐다봤다. 그의 검엔 다시 하얀색 검기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검기는 누구보다 다양하고 미세하게 다룰 수 있다. 스승님은 검강의 내공 소모가 검기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하셨지. 만약 검강이 정말 형태와 모양만 다른 검기나 마찬가지라면... 그저 밀도와 경도의 다름이 위력의 차이를 만드는 것 뿐이라면."


화르르륵!


'나는 분명 이런 것도 할 수 있다.'


진호의 검기가 순식간에 반장 크기의 새하얀 용으로 변하더니, 점점 푸른색을 띄기 시작했다.


"억!!!"


홀로 술잔을 따르던 장패는 그 광경을 보곤 깜짝 놀라 입을 떡 벌린 채 멈춰버렸다.


진호의 검에서 스멀스멀 피던 푸른색 안개의 가장자리가 점점 단정해 지더니, 곧바로 매끈한 옥 처럼 되었다가, 이내 투명한 얼음과 같이 단단하게 되었다.


거대한 용 형상의 강기.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역동적이고 생생한 푸른빛의 용은 분명히 진호의 검과 이어져 있었다.


거대한 용은 이내 붉은색의 꽃으로, 초록 빛의 나뭇잎으로, 회색빛의 황소 뿔로 변하다가 묵직한 진공음을 내며 진호의 검으로 빨려 들어갔다.


진호가 조용히 검집에 검을 넣고 장패의 앞 자리에 앉았고, 장패가 떡 벌어진 턱을 손으로 쳐올려 닫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대, 대성을 축하한다... 엄청나군... 설마 강기로 조각까지 할 줄은..."


“흐, 이딴걸 가지고 그 긴 시간을...”


“미친! 이딴거 라니!”


“검강이... 그냥 검기에서 색만 바꾸면 나오는...”


“미친놈아!!!! 그런 거 아니야!!! 강기를 모욕하지 마라!!!”


진호는 그동안 독이 들었을까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던 탁자 위의 술을 병째로 집어 들고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나, 나도 남겨줘라.”


"크흐-"


진호가 건낸 술병을 받아 입으로 들이 부은 장패가 손을 덜덜 떨며 말했다.


“너,너,너는 정말... 진짜 천무지체... 천무지체는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술이나 더 줘.”


고개를 세차게 끄덕인 장패가 말을 더듬으며 외쳤다.


“밖에! 수, 수, 술 가져와라! 열병!! 스무병 가져와!”


“존명!”


타다다닥!


“질문해라.”


“...뭐?”


“빨리. 술 취하기 전에 안하면 대답 안한다.”


“기, 기다려봐. 질문 좀 고르고...”


장패의 부하가 가져온 술을 각자 한 병씩 들이키고는 장패가 천천히 숨을 내쉬며 물었다.


“넌 어디 소속이냐? 사파? 무림맹?”


“... 거 질문 참 알차게도 골랐네. 비밀 지켜라.”


“말이라고...”


“천마신교.”


“뭣!”


“소교주 백진호다.”


덜덜덜덜덜...


털썩.


갑자기 손발을 덜덜 떨어대기 시작한 장패가 털썩 무릎을 꿇으며 바닥으로 내려 앉았다.


“처, 처, 천마신교의 소교주를 뵈, 뵈옵니다!!”


“...뭐하냐?”


“마교... 아, 아니 천마신교 사람... 분들 이렇게 하지 않냐...요?”


“...편하게 앉지.”


“네...”


“말도 편하게 하고.”


“네... 랠까? 아니. 그, 그럴까?”


“...”


“소, 소교주면 넌 교주님...의 아들?”


“아니. 우리 아버지는 따로 계셔. 아까 굶어 죽기전에 스승님이 거둬줬다고 했잖아. 그분이 전 우호법이시고, 그냥 내가 성취가 빠르니까 그렇게 됐다.”


“아... 그, 근데 천마신교에서 왜 나를?”


“쩝, 한가지 미리 사과하마. 사실 5년 전에 너희 산채 열개를 멸하고 가짜 장패를 죽인게 나다.”


“헉!!!”


“네놈들이 본교 위장분타 표국의 표물을 빼앗는 바람에...”


“그, 그럼 예물을 주고 찾아가면 될... 아!”


“크크, 본교가 산적 놈들에게 예물을 바치겠냐? 미안하게 됐다. 그 땐 그냥 산적놈들 이라고만 생각해서... 젠장. 생각하니까 찝찝하네.”


“아, 아니다. 그놈들 운이 없었던 거지. 하필 천마신교를 건드렸으니...”


“아 거참, 당당하던 놈이 갑자기 왜이래? 너도 천마. 아니지, 화경을 코앞에 두고 있으면서.”


“그, 그래도 천마신교는 이야기가 다르지. 솔직히 네가 천자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 천마신교면 사실상...”


“응? 그정도야? 난 그냥 어릴 때부터 자란 곳이라 별 생각 없는데.”


“...”


“지루한 얘긴 그만하고 술이나 먹자. 나도 아직 얼떨떨 하다. 천마의 경지라... 흐, 그게 이렇게 허무하게...”


“...근데 환골탈태나 그런... 아. 넌 태어날 때부터 몸은 화경인데다 어리니까 감흥이 없는거구나. 원래라면 환골탈태에 몸이 붕 뜨고 열기 쏟아지고 난리가 날 텐데...”


“아. 그런가?”


“젠장, 오늘 여러 가지로 놀라는구만”


“나도 그렇다. 널 찾아오길 잘했어. 자존심 상해서 그냥 갈까 했는데.”


“흐흐! 운명 아니겠냐. 네 덕에 왠지 나도 곧 벽을 깰 것 같아. 미리 고맙다.”


"뭐, 근데 넌 무슨 짓을 했길래 본교에서 살상 명령이 떨어졌지?”


“너도 이유를 모르냐?”


“무사 수행중이란거 거짓말 아냐. 벽에 막혀서 본교 군사부의 의뢰를 해주며 실전 경험을 쌓고 있었지.”


“...말 좀 잘 해줘. 난 딱히 천마신교와 엮인 일이 없는데.”


“쩝... 역시 황궁 놈들 때문인가?”


“윽...”


“처음엔 황궁놈들이 무림과 결탁해서 본교를 노리는 줄 알았거든. 근데 황궁이 왜 너한테 붙은거야?”


“자세한건 모르지만 무림맹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지금 황제는 무림맹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거든.”


“흠. 사마교를 데려올 걸 그랬나...”


“누군데?”


“내 군사다. 제법... 이 아니라 엄청 똑똑하지. 나야 그런 복잡한 얘긴 들어도 모르니.”


“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본교에 한번 들어와라. 그게 무서우면 우리가 나와도 되고... 연비대주가 같이 오면 얻어갈 정보가 꽤나 되겠군.”


“아... 그, 그래.”


“후! 아무튼 좋다. 여러 가지로 종종 왕래하자고. 도움도 주고 받고.”


“나, 나야 당연히... 날 죽이러온 살수가 천마신교의 차기 교주라니... 이런...”


“크크, 힘든 일 있으면 말해라. 이 형님이... 아, 내가 어리구나. 에라 기분이다. 네가 형님 해라.”


“억!! 아, 안 된다. 내가 어떻게...”


“크큭. 내 목숨을 한번 살려주고 깨달음까지 줬으니 자격은 충분하지. 또 네놈도 곧 화경을 깨우칠텔데 자연스럽잖아?”


진호가 장패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자, 받아. 형님. 잔에 마시자고. 천마신교 소교주와 녹림왕의 술자리가 천박해서야 쓰나.”


“어, 어 그래. 아우야...”


그렇게 둘은 밤새 술잔을 기울였는데, 그 긴시간 동안 진호는 술김에도 몇 번이나 검과 손에 강기를 두르며 꿈이 아니었는지 확인하곤 했다.


다음 날. 장패가 눈을 떴을 때 진호는 온데 간데 없었다.


진호가 누워있던 자리엔 천마신교 소교주임을 증명하는 명패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진천 - 35화 22.05.31 583 9 11쪽
35 진천 - 34화 22.05.31 601 8 10쪽
34 진천 - 33화 22.05.30 634 8 14쪽
33 진천 - 32화 22.05.27 649 8 13쪽
32 진천 - 31화 22.05.27 692 7 11쪽
31 진천 - 30화 22.05.26 722 9 16쪽
30 진천 - 29화 22.05.25 715 8 13쪽
29 진천 - 28화 22.05.25 723 9 13쪽
28 진천 - 27화 22.05.24 755 11 17쪽
27 진천 - 26화 22.05.24 715 8 13쪽
26 진천 - 25화 22.05.22 729 10 16쪽
25 24화 22.05.22 735 8 11쪽
24 진천 - 23화 22.05.21 729 12 17쪽
23 진천 - 22화 22.05.20 771 9 15쪽
22 진천 - 21 +1 22.05.20 871 12 14쪽
» 진천 - 20화 22.05.19 822 13 18쪽
20 진천 - 19화 22.05.19 821 11 10쪽
19 진천 - 18화 22.05.18 825 11 13쪽
18 진천 - 17화 22.05.18 861 11 14쪽
17 진천 - 16화 22.05.17 890 12 13쪽
16 진천 - 15화 22.05.17 891 13 13쪽
15 진천 - 14화 22.05.16 910 13 14쪽
14 진천 - 13화 22.05.16 924 12 14쪽
13 진천 - 12화 22.05.15 1,000 15 12쪽
12 진천 - 11화 22.05.15 1,009 14 11쪽
11 진천 - 10화 22.05.14 1,023 12 11쪽
10 진천 - 9화 22.05.14 1,082 13 13쪽
9 진천 - 8화 22.05.13 1,132 13 15쪽
8 진천 - 7화 22.05.13 1,226 13 14쪽
7 진천 - 6화 22.05.12 1,253 15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