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869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5.25 14:16
조회
714
추천
8
글자
13쪽

진천 - 29화

DUMMY

호수가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우호법 소성비를 만나고 나서야 1년의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알아챈 진천은, 곧바로 집으로 달려가 악야를 만났다.


그렇게 진천은 악야에게 3일 밤낮 동안 자신의 아버지에게 들은 모든 것들과, 지난 1년간 무아지경에 빠져 자신이 고민했던 모든 것들을 이야기 해줬다.


진천이 계속해서 악야의 몸에 공력을 주입해줬기에 악야는 조금의 피로도 느끼지 않은 채 모든 이야기를 들은 후 나지막이 물었다.


“...당신이 다른 사람이 되는 건가요?”


“아냐. 그게 뭔 소리야. 난 그대로야. 내가 변한다고 해도, 그건 누구나와 같이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정도일거야. 절대 다른 누군가가 되지는 않아.”


“나는 앞으로 오래 살아봐야 30년... 그 이후에도 당신은...”


“흐흐. 여보. 자, 이걸 봐”


슥-


"!!"


진천이 내민 명경을 본 악야는 순간 숨이 멎더니, 한참을 그 자세 그대로 멈춰있었다.


“이게...”


분명 50세가 넘은 중년이었던 악야의 얼굴과 몸이 어느새 진천을 처음 만났던 18세 소녀의 것으로 변해 있었다.


“크크. 당신이 내가 너무 지겨워서 더 보기 싫을 때 까지 같이 있을 수 있어. 진호도...”


“아...”


“우리가 50평생 알던 삶이 완전히 바뀌긴 했지만 이제 당신과 진호가 위험할 까봐 전전긍긍 하지 않아도 돼서 좋아. 당신만 원한다면 천년, 만년 이라도...”


한참을 자신의 얼굴과 팔, 다리를 바라보고 더듬던 악야의 얼굴엔 설레임과 기쁨이 묻어 나왔다.


“이제... 젊고 잘생긴 남자 찾아서 제 2의 인생을... 호호호.”


“...”


“당신은 얼른 대전으로 가요. 집 앞에 호법원 무사님들 잔뜩 모여 있잖아요.”


“쩝... 예. 나는 갈테니 제2의 인생 잘사쇼. 나중에 또 봅시다.”


“네. 오호호호호!”


한껏 밝은 얼굴을 보여주는 악야를 고맙다는 듯 꼭 안아 준 진천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사라졌다.


후욱!


“대전으로 간다. 서열 50위 까지 모두 불러라.”


팍!


“어엇! 교주님??”


대문 앞에 모여 있던 호법원 무사들은 난데없이 나타나 짧은 한마디만을 남기고 다시 사라져 버린 교주를 찾아 두리번 거렸지만, 이동한 방향도, 흔적도 찾지 못하고 황급히 경공을 펼쳐 마교의 각 기관에 교주의 소집령을 전하러 흩어졌다.



***


단숨에 대전으로 이동한 진천은 간부들을 기다리는 사이 우호법 소성비에게 지난 1년간의 일을 간단히 전해 들었다.


구학영과 진호는 3개월간 진천을 지켜보다 수행을 떠났고, 그 사이 장적소가 교에 복귀했다는 소식.


그리고 황궁과 무당파의 무력 충돌 후, 황궁에서 모든 무당파의 도사들을 잡아 뇌옥에 가둬 두었다는 것이 주요 골지였다.


“황군이 그렇게 강하던가? 무당파를...”


“소신 정확한 내막은 모르나, 무당파의 도사들이 차마 황군을 상대로 살초를 쓰지는 못 한 듯 합니다. 일방적으로 도사들이 죽어나가자 장문인이 황급하게 투항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흐음... 무당파라. 무당파...”


잠시 중얼대던 진천이 다시 소성비에게 물었다.


“스승님은 자택에 계시나?”


“네. 인근 호수에서 낚시를 자주 하십니다.”


“허, 참... 노인들은 왜 다들 낚시를 좋아하나 몰라. 알았다. 대전회의가 끝나는 대로 스승님께 갈 것이니 알고 있어라.”


“존명.”


소성비가 포권을 하며 몸을 물리자, 이후 반각도 채 지나지 않아 마교서열 50위 까지의 모든 고수들이 진천의 태의 아래로 질서정연하게 모여 부복했다.


“천마신교의 지존을 뵈옵니다!”


“그래, 장대주, 몸은 괜찮은가?”


진천의 질문을 받은 마뇌 척살대 대주 장조휘가 이마를 바닥에 넙죽 붙이며 답했다.


“신 장조휘, 감히 지존의 천부께 무례를 저질렀으나, 크나큰 은혜로 목숨을 부지했나이다!”


“흐. 아닐세, 내 대신 사과하지. 황금 1만 냥을 내리니 그것으로 마음 풀어라.”


“지, 지존이시여!”


“그건 됐고... 본좌가 계획에 없이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다. 그간 수련들은 잘 하고 있었나?”


우학이 비장한 얼굴로 진천에게 외쳤다.


“분골쇄신!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그래, 오늘은 오랜만에 다들 얼굴도 볼 겸 불렀다. 특별히 보고할 일이 있는 자 고하고, 없다면 파하라.”


진천의 말을 들은 천마대주 우학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진천에게 포권했다.


“지존이시여! 신 우학, 비로소 천마의 경지를 깨우쳤나이다!”


진천이 흥미로운 얼굴로 우학을 바라봤다.


“호오! 대성을 축하하네.”


“황공합니다. 이제 소신에게도 적의 정체를 말씀해 주시는 것 입니까?”


진천은 잠시 부교주 범요를 떠올렸다.


“곧 부교주가 일러 줄 것이다.”


“감사합니다! 교주님!”


“그래, 천마를 깨달았으니 이제 부교주 직을 받아야겠구나.”


진천의 말에 우학이 다시 몸을 낮추며 말했다.


“신, 이혁도 감히 지존께 청합니다. 신에겐 아직 천마대의 무사들을 모두 절정으로 이끄는 일이 남았습니다. 훗날의 전쟁에 저희 천마대는 단 한명도 빠짐없이 참전 할 것입니다!”


“좋을 대로 해라.”


‘무인들은 정말 알 수가 없구만... 사지로 가는게 뭐가 좋다고...’


짧은 생각을 마친 진천이 장내를 둘러봤다. 더 이상 발언하는 이가 없자 진천은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총 군사와 부교주만 남고 파하라.”


“존명!”


모두가 우르르 빠져나간 대전에서 진천이 먼저 말을 꺼냈다.


“부교주님. 죄송합니다. 잠시 명상을 한다는게 1년이나 지났을 줄은...”


“아닙니다. 깨달음이란 원래 시나 때가 없는 법이지요.”


“흐흐, 그러고 보니 교주님... 아, 형님의 청도 전하지 못했군요. 죄송합니다. 아버지가 워낙에 정신을 쏙 빼놔서.”


“정 미안하시면 무슨 얘기를 하셨는지, 어떤 깨달음을 얻으셨는지 저에게도 좀 알려 주십시오.”


“아, 네 그래야지요. 군사께도 말씀을 드려야... 헌데...”


진천이 말끝을 흐리자 범요가 재촉했다.


“뭔가 걸리는 것이 있으십니까?”


“으음 그게... 저, 구학영 형님과 부교주님이 싸우는 상대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제는 저도 알아야 제 앞일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군사 또한...”


범요가 잠시 눈동자를 위로 올려 좌우로 굴리고는 대답했다.


“으음. 어차피 소교주님도 사형과 함께하며 어느 정도 알게 될 테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음... 잘 되려나?”


순간 진천의 손에서 예의 그 검은 구체 두 개가 둥실 떠 올랐다.


범요와 사마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며 진천과 멀어졌다.


“이, 이게 뭡니까?”


“흐흐... 가만 계십시오. 처음이라 될지는 모르겠으나... 자아...”


장난끼 가득한 웃음을 지는 진천과 달리 잔뜩 질려있는 둘을 향해 검은 구체가 쏘아져 나갔다.


구체가 그들의 이마를 관통하자 둘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몸을 부들부들 떨며 신음을 흘렸다.


“억, 어억...”


‘엉? 뭐 잘못됐나? 설마 죽진 않겠지.?’


걱정이 무색하게 둘의 떨림은 금세 잦아들었고, 곧 둘 다 멍한 표정으로 진천을 바라봤다.


“교, 교주님...”


“천천히 정리 하십시오. 저도 1년이 걸렸으니.”


범요가 자리에 털썩 앉으며 중얼거렸다.


“키히히! 내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천마(天魔)였건만... 흐으! 살쾡이구나. 나는 살쾡이야...”


“부교주님...”


괜히 잔뜩 미안한 표정을 띈 진천이 범요를 부축하며 말을 이었다.


“부교주님. 우리가 사는 건 현세입니다. 부교주님은 누가 뭐래도 본교 모든 마인들의 하늘이십니다. 그냥 먼저 태어난 게 다인 옛날 놈들 따위 신경 쓰지 마십쇼. 그놈들이 지금 태어났으면 아무리 용써도 부교주님 발끝도 못 따라 옵니다.”


“... 교주님.”


훅!


진천은 조금 감동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범요를 번쩍 일으켰다.


“들을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제 구학영 형님이 말한 적이 뭔지 말해 주십시오.”


범요는 진천과 사마의를 밀실로 데려가 술을 한잔씩 따라 주며 설명을 시작했다.


“최대한 간략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마음이 복잡하군요.”


술을 한잔 들이킨 범요가 말을 이었다.


“저와 사형의 스승님이자 본교 장로셨던 독고단은... 저와 사형이 10살 남짓 때 이미 천마를 이루신 고수이자 마정대전 때 본교의 전멸을 기적적으로 막은 영웅입니다. 허나 교의 마도천하엔 반대하던 입장이라 전대 교주가 일으킨 마정대전도 끝까지 반대 하시다가 저희가 전멸할 위기에서야 겨우 나타나셨습니다.”


범요가 술을 한잔 더 따라 마시고 코를 찡그렸다.


“킁. 전쟁이 끝나고 한참을 어딘가로 떠나셨다 돌아오신 스승님이 가야할 곳이 있다고 떠나신다더군요. 전쟁에서 전대 교주가 큰 부상을 입어 사경을 헤맸기에 본교 유일한 천마인 스승님을 모두가 말렸습니다만... 저와 사형에게 서찰 한 장만 남기고 떠나셨습니다. 그땐 사형도 겨우 극마를 엿보던 시기라 뭘 어떻게 할 수 도 없었죠. 20년 후 사형이 천마를 이루기 전까지 본교의 교주위는 공석이었고요.”


범요가 품속에서 서찰을 꺼내 탁자 위에 펼쳤다.


“워낙 오래된 서찰이기에 사본을 여러장 만들어 두었습니다.”


범요가 펼친 서찰의 내용은 간략했다.


- 나는 북극으로 간다. 내가 10년 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200년 후의 전쟁을 준비해라. 적의 전력은 천마의 고수 오백과 같을 것이며, 천마신교는 물론 전 중원을 절멸 시킬 것이다. 10년이 지나도 내가 교로 돌아오지 않으면 절대 나를 찾지 말고 전쟁에 대비하라.


진천과 사마의가 서찰을 모두 읽자 범요가 말을 붙였다.


“사실 저와 사형이 아는건 이게 답니다. 이후 스승님의 첫 번째 제자. 제겐 대사형인 풍전 대사형은 서찰을 받은지 15년 째에 스승님을 찾겠다고 떠났습니다. 천마에 가깝긴 했으나 그땐 아직 극마의 경지였기에 저와 사형 모두 말렸지만... 뭐, 어쨋든 대사형은 스승님의 흔적을 찾는 동안 저희에게 5년 마다 한 두 번 씩 서신을 보냈는데, 30년 전에 아라사에서 마지막 서찰을 보내고는 연락이 끊겼습니다.”


사마의가 물었다.


“서찰의 내용은 어떤 것 이었습니까?”


“100년 이내에 전쟁을 준비하라.”


“...”


“스승님의 말씀보다 25년 쯤 당겨진 모양이더군요. 사형은 지금 풍전 대사형을 찾으러 떠난 것입니다. 도대체 스승님과 대사형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아아...”


“그, 그럼 무림맹과 황궁 모두에게 알리고 힘을 합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전력을 가진 적이 전 중원을 노리고 있다면...”


범요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술잔을 들이켰다.


“흐, 저희가 가진 단서라고는 달랑 이 서찰 두 장. 무림맹 놈들이 저희를 믿을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깟 놈들 다 뒈지든 말든... 저희는 천마신교만 지키면 됩니다.”


“아...”


화산파의 일을 떠올린 진천은 단번에 범요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마의가 가만히 서찰을 바라보던 시선을 진천에게 옮기며 말했다.


“그리고... 굳이 알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알아서 싸우겠지요. 목표는 사실 천마신교라기 보다는 중원인 듯 하니까요.”


“오, 역시 군사는 이 서찰에서 뭔가를 알아낸 겁니까?”


진천의 물음에 사마의도 힘없이 웃으며 답했다.


“흐. 아닙니다. 그저 천마신교가 특정 목표가 아님을 알았을 뿐. 헌데 이 북극이란 건 어디인지 혹시 아십니까?”


사마의의 질문에 범요가 미간을 찌푸렸다.


“으음... 일단 북해빙궁은 아닙니다. 그곳은 진작에 이잡듯 뒤지고 궁주도 수 없이 추궁했으나 별거 없더군요. 대사형의 마지막 행적이 아라사 제국인 것으로 봐서는 아마 아라사보다 더 북쪽에 있는 곳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북극(北極).”


사마의가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허어, 그 긴 세월동안 교주님과 부교주님께서 중원과 황실은 물론이고 이 천마신교에도 별 관심이 없으신 것 같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는데...”


“흐. 사형은 차마 본교를 버려둘 수가 없어 무려 백년을 전전긍긍 했습니다. 교주님과 소교주님 덕분에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할 뿐이니. 이는 하늘이 본교를 버리지 않았음으로 이제 조만간 본교의 대주들과 장로들에게도 알려야겠지요. 목표 없는 수련만큼 허망한 것이 없습니다.”


“난리들이 나겠습니다.”


“크흐. 지금껏 평화롭게 살았지요. 마인에게 평화라니. 범... 아니, 살쾡이 입에 건초입니다.”


그 말에 진천과 범요는 서로를 보며 피식 웃었고, 사마의는 굳은 얼굴로 서찰을 둘둘 말아 품속에 쑤셔 넣었다.


진천과 진호가 천마신교에 적을 둔지 약 24년.


마교는 전에 없는 변화로 꿈틀거리며 무림이 아닌 전혀 새로운 적을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진천 - 35화 22.05.31 583 9 11쪽
35 진천 - 34화 22.05.31 601 8 10쪽
34 진천 - 33화 22.05.30 634 8 14쪽
33 진천 - 32화 22.05.27 648 8 13쪽
32 진천 - 31화 22.05.27 692 7 11쪽
31 진천 - 30화 22.05.26 722 9 16쪽
» 진천 - 29화 22.05.25 715 8 13쪽
29 진천 - 28화 22.05.25 723 9 13쪽
28 진천 - 27화 22.05.24 755 11 17쪽
27 진천 - 26화 22.05.24 715 8 13쪽
26 진천 - 25화 22.05.22 729 10 16쪽
25 24화 22.05.22 735 8 11쪽
24 진천 - 23화 22.05.21 729 12 17쪽
23 진천 - 22화 22.05.20 771 9 15쪽
22 진천 - 21 +1 22.05.20 871 12 14쪽
21 진천 - 20화 22.05.19 821 13 18쪽
20 진천 - 19화 22.05.19 821 11 10쪽
19 진천 - 18화 22.05.18 825 11 13쪽
18 진천 - 17화 22.05.18 861 11 14쪽
17 진천 - 16화 22.05.17 890 12 13쪽
16 진천 - 15화 22.05.17 891 13 13쪽
15 진천 - 14화 22.05.16 910 13 14쪽
14 진천 - 13화 22.05.16 924 12 14쪽
13 진천 - 12화 22.05.15 1,000 15 12쪽
12 진천 - 11화 22.05.15 1,009 14 11쪽
11 진천 - 10화 22.05.14 1,023 12 11쪽
10 진천 - 9화 22.05.14 1,082 13 13쪽
9 진천 - 8화 22.05.13 1,132 13 15쪽
8 진천 - 7화 22.05.13 1,226 13 14쪽
7 진천 - 6화 22.05.12 1,253 15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