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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868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5.15 11:27
조회
999
추천
15
글자
12쪽

진천 - 12화

DUMMY

그렇게 진호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동안 순식간에 1년이 더 지났고, 드디어 교주가 명한 진천대가 출범식을 마쳤다.


그날 밤, 널찍한 회의장에 모인 진천과 교내의 간부들.


진천은 그간 마교의 태부로 지내왔지만 아는 사람은 교주와 부교주, 그리고 장적소와 사범 몇 명이 전부였을 뿐, 다른 간부나 장로들과는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기에 이 자리가 아주 불편했다.


교주가 진천을 바라보며 좌중으로 손을 뻗었다.


“내 간략하게 소개하지. 순서대로 만마대 대주 연지광, 너의 여행길을 호위했던 천마대 대주 우학, 백마대 대주 이혁도, 마뇌척살대 대주 장조휘, 월비정살대 대주 서문헌, 연비대 대주 연비. 좌호법 진자혁, 우호법 소성비, 그리고 본교 원로원의...”


마교의 서열 3위부터 50위 까지 모든 대주와 장로들을 소개받은 진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색한 포권을 올렸다.


“바... 반갑습니다. 새, 새로 진천...대를 맡게 된...? 백진천 입니다.”


“크하핫! 그간 말로만 들었는데 과연 풍채가 남다르구만. 반갑습니다 태부님!”


“태부의 무위가 신묘하기 그지 없다고 들었소. 언젠가 노부에게도 가르침 한번 주시오!”


“어허, 부교주의 말 못 들었소? 함부로 덤볐다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오. 크크”


모두가 진천을 보고 호기심과 환심을 보이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진천은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다수의 관심에 어지럼증을 느꼈다.


'윽! 뭐야 이게... 나한테 왜들 저래?'


“들어라.”


사악-!


교주의 한마디에 시장통 같던 회의장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진천, 이번에 네가 맡게 된 진천대는 40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나?”


“어... 글쎄요. 하하...”


“본교의 모든 무력대는 각각이 화경의 고수 넷을 제압할 수 있게 구성 돼 있다. 쉽게 말하자면 백마대 100명 으로 화경의 고수 넷을 이길 수 있고, 만마대는 10,000 명으로 이길 수 있지. 해서 만마대는 백마대에 비해 개인의 무위는 낮은 대신 합공진의 숙련도와 위력이 강하다.”


“아...”


“쉽게 말하면 숫자가 적을 수록 강한 무력대라는 말이지. 헌데 너의 진천대는 겨우 40. 조장은 신검합일이며 대원들은 일급고수다. 무슨 뜻이겠나?”


“어... 혹시 저, 저희는 40으로 화경의 고수 넷을...”


“크큭! 맞다. 이제 본교 최강의 무력대는 진천대다. 사실 너 혼자서도 충분하긴 하다만.”


“그게 무슨...”


진천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구학영이 옅은 미소를 띄며 좌중을 둘러봤다.


“천천히 이해해라. 자, 오늘은 얼굴이나 보라고 만든 자리니 이만 파한다. 앞으로 서로 협력하며 사이좋게 지내도록 하고, 곧 소교주도 소개 해주마.”


“존명.”


마교의 내놓으라 하는 고수들이 일사분란하게 우르르 빠져 나가자 교주와 부교주, 그리고 진천 셋이 덩그러니 남아 어색한 침묵을 만들었다.


“교주님, 그럼 저도 이만...”


“앉아라.”


"예."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나려던 진천이 곧바로 다시 착석했다.


“무력대가 생겼으니 이제 출정을 해야겠지.”


“출정이요?”


진천의 반문에 범요가 씨익 웃으며 답을 대신했다.


“현재 감숙 지역에 있는 본교의 위장 표국 하나가 산적들에게 크게 당했습니다. 빼앗긴 표물도 좀 찾아 오고, 돌아오는 길에 인근 산적채들 10여개 정도만 정리 해주십시오. 감숙 표국은 위장 분타이니 만큼 절대 본교에서 나온 걸 들키면 안됩니다. 진천대원 모두 마기가 없거나 완벽하게 숨길 수 있는 자들로 꾸리긴 했지만 그래도 조심 하셔야 합니다.”


“어엇. 네...”


교주가 말을 붙였다.


“사실 일반 산적 따위야 분타에서 처리 할 일이지만 이번에녹림왕 이란 놈이 직접 와있단 소문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자네를 보내는 것이니 그간의 훈련 성과를 스스로 느끼고 오도록.”


“녹림왕이면 엄청 쎈거 아닙니까?”


“별거 아냐. 기껏해야 장적소나 잘하면 부교주 정도? 그래도 왕(王)은 왕이니까.”


“억...”


“2일 후에 출발하고 진호도 데려가라.”


“지, 진호를요?”


“그래. 실전 경험 한 번도 없이 그 정도 무위를 쌓은 것이 기적이다. 요즘 벽에 막혀 고생한다 들었으니 바깥 바람도 좀 쐬고, 실전 경험도 만들어 주라고.”


“아...”


아비로써 아들을 산적소굴로 데려가고 싶을 이가 어디 있겠는가.


“이놈아. 네 아들놈 혼자가도 산채 수십은 멸한다. 그냥 아들한테 좋은 일이니 다녀와.”


“네, 교주님...”


사실 진천은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이 얼만큼 강한지 끝없는 세뇌(?)를 당하기도 했고, 아들의 무시무시한 경지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악야의 반응은 또 다를 것이기에, 집으로 향하는 그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 없었다.


***


“당장 준비할게요! 아버지!”


쿠당탕!!


"이, 이놈아! 야!!"


예상대로 진호는 잔뜩 흥분해 단숨에 뛰쳐나가 버렸다.


그리고 악야도 예상대로 어두운 얼굴로 찻잔만 바라봤다.


진천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 여보. 그래도 너무 걱정 하지마. 나도 같이 가고 다른 고수들도 40명이나 있고... 사실 그 중에서 진호가 제일 강하니까... 음, 그리고...”


“여보. 나는 진호가 상하거나 죽을까봐도 걱정 되지만 진호가 사람을 베는 것도...”


“...”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진천이 금방 말을 이었다.


“여보, 이 중원에서 진호가 이런 운명을 타고 난 이상 어쩔 수 없어. 만약 황군이 됐어도 전장에서 적을 베었을 일이고... 유명한 명문 문파에 들어 갔어도 똑같아. 그냥 선량한 목숨이 아니라 산적이잖아. 그러니까...”


“알아요. 다만 진호가 점점 변해 가니까 그게 무서워요.”


“아이 참, 저 나이 땐 다 변하지. 나도 그랬어. 어떻게 평생 아기 같이 귀여울 수 있겠어. 이제 철들고 하면 다리 털 수북한 사내가 될텐데, 그 땐 또 다를거야.”


“...”


“저 놈도 커서 애 낳고 키우다 보면 우리 마음 이해 할 거야. 그 땐 나름 효도를 못해 안달이지. 나도 그랬고...”


악야는 고아로 자랐기에 부모에 대한 효심 같은 건 잘 몰랐지만, 진천의 말을 이해할 수는 있었기에 큰 결심을 한 듯 선포했다.


“좋아! 자식 새끼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어! 뭐 진호 덕에 이만큼 호강하니 평생 받을 효도 다 받은 셈 치고! 이제 품안의 자식은 바라지 않겠어!”


“하하! 좋아좋아. 우리 둘이 재밌게 지내자고. 진호는 내가 꼭 안전하게 지켜줄게!”


진호가 커가는 만큼 부모로써의 진천과 악야도 성숙해지고 있었다.



***



12~15세의 소년들 여럿이 으슥한 골목길에 모여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오. 형님! 드디어 실전 입니까!”


무복을 입은 까까머리의 소년들 틈에 선 진호가 실소를 흘렸다.


“크크. 그래. 드디어... 산적 놈들 전부 내 손으로 도륙을 내주마. 크흐.”


“크! 멋지십니다. 대 천마신교 소교주가 산적들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리다니.”


유독 머리를 빡빡민 대길의 말에 옆에 있던 단길이 고개를 갸우뚱 했다.


“응? 형, 근데 천마신교가 정의의 심판을 하는건 좀 이상하지 않아?”


“어. 그러게. 그런 건 정파 놈들이나 하는건데. 우리 마인들은 나쁜 짓을 해야... 어? 그건 또 아닌가?”


소년들이 스스로 만든 모순에 당황스러워 하자 진호가 단호한 말투로 아이들을 꾸짖었다.


“이놈들아! 본교의 교리는 악함이 아닌 최강의 무(武)를 숭배하는 것이다. 말로는 정의니 협의니 하는 정파놈들이 실상은 얼마나 추악하고 비열한지 아느냐? 그런 가식 없이 오직 강함만을 추구하는 본교야 말로 무인의 협과 의리를 지키는 것이다. 알겠냐?”


“오. 역시 형님! 대단 하십니다!”


“훗! 그래. 본교의 선배들이 워낙 힘에 집착해 광인이 많고, 적을 섬멸할 때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아 지탄을 받긴 한다만. 무당파의 검에 팔이 잘리나 마공에 다리가 잘리나 똑같은 것 아니겠냐? 아무튼 정파놈들의 위선은...“


“형님은 어떻게 정파놈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잘 아십니까? 직접 겪으신게 있습니까? 저희에게도 좀 들려 주십쇼!“


“어? 어... 그렇...긴 한데. 지루한 얘기다. 별로 할 맛도 안나니 나중에. 그건 그렇고, 모두 이거 하나씩 받아라. 내가 몇달간 못 들어 올 것 같으니 그 동안을 위해서. 자.”


진호의 품속에서 번쩍이는 금괴 덩어리들이 나왔다.


마교의 외성에는 사파나 마교 하위문파들의 무관이 많았는데, 진호는 그 중에서도 끼니를 제대로 못치르는 하급 무사나 도축장, 허드렛 일을 하는 노비 등 빈민층의 아이들을 모아 때마다 식량과 생활비를 나눠 주고 있었다.


가난으로 인한 고통을 잘 아는 진호기에 이런 아이들을 그냥 볼 수 가 없었던 것이다.


천마신교의 소교주란 이유로 온갖 세가와 부자집 자제들이 연을 대고자 진호를 귀찮게 했지만, 결이 다른 그들과는 영 통하질 못했다.


달빛을 받은 금괴는 가뜩이나 휘둥그레진 아이들의 눈을 멀게 할 만큼 빛을 내고 있었다.


“내가 다녀올 동안 어디 가서 맞지 말고, 알려준 무공들 빼먹지 말고 수련해라. 다녀와서 검사한다. 그리고 전에 준 소교주 인장패 있지? 누가 해코지 하려거든 무조건 그 패부터 꺼내들어. 그것이 내 부하임을 증명하니 함부로 하지 못 할 거다.”


“네 형님. 감사합니다...”


“됐다. 니들 그 금괴 꼭 부모님한테 드려라.”


***


다음 날, 진천과 진호를 비롯한 진천대 모두가 모여 외성의 야외 비무장에서 출정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진천대의 조장으로 자원한 마영이 진천에게 포권하며 말했다.


“대주님, 전대원 출정 준비 마쳤습니다. 출정호 한번 외쳐주십시오.”


“예? 사범님, 그게 뭡니까?”


“대주님, 이제 저는 사범이 아닙니다. 사범은 스승과는 다르니 이제 마조장으로 호칭해주십시오. 존칭도 안되며 하대를 하셔야 합니다.”


“어... 아, 알았습... 알았다?”


“...차차 익숙해지실 겁니다. 출정호는 그냥 출발 전에 대장이 대원들 사기를 위해 외치는 구호 같은 겁니다. 따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하셔도 좋습니다.”


“그, 그래?”


“단상에 오르시지요.”


“흐... 흠!!”


진천이 헛기침을 하며 오르자, 전대원이 기가 바짝 든 표정으로 진천을 바라봤다.


‘처, 처음부터 어리버리 하면 무시 당할지도 몰라... 창피한 건 싫으니까. 흠. 스승님... 부교주님... 교주님...’


눈을 감고 누구를 빙의 시킬까 고민하던 진천이 지목한 것은 부교주 범요.


‘부교주님! 오시오!’


순간, 감았던 눈을 뜬 진천의 입에서 근엄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들어라.”


“네!!”


“이번 첫출정은 교주님께서 몸이나 풀겸 바깥 공기나 좀 쐬고 오라고 내리신 포상이다. 이런 출정에서 산적 따위에게 부상을 당해 본교를 욕보이는 놈은 본좌가 집접 목을 잘라주마.”


“네!!”


“또한 마기는 각자 알아서 잘 갈무리 해라. 비밀 임무이니 만큼 마기로 인해 괜한 시비가 걸리면 시비를 건 놈들은 물론이고 마기를 흘려 빌미를 만든 놈까지 반으로 잘라주마.”


“명심하겠습니다!!”


"크크! 좋아, 가자!"


"..."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영과 진호는 너무 놀라 입을 쩍 벌리고 단상에서 내려오는 진천을 보고만 있었다.


“아, 아버지...”


“대주님...?”


단상에서 내려온 진천이 그들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흐흐! 어떠냐 내 빙의신공... 부교주님을 빙의 시켰다. 나 연기 천재 백진천. 내가 부교주인가 부교주가 나인가...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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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진천 - 28화 22.05.25 723 9 13쪽
28 진천 - 27화 22.05.24 755 11 17쪽
27 진천 - 26화 22.05.24 715 8 13쪽
26 진천 - 25화 22.05.22 729 10 16쪽
25 24화 22.05.22 735 8 11쪽
24 진천 - 23화 22.05.21 729 12 17쪽
23 진천 - 22화 22.05.20 771 9 15쪽
22 진천 - 21 +1 22.05.20 871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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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진천 - 18화 22.05.18 825 11 13쪽
18 진천 - 17화 22.05.18 861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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