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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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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3 08: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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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전환 : 5일 남음

작성
24.06.0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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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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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글자
13쪽

아인 연합 2

DUMMY

“전부 쓸어 버려라!!”

“작물은 전부 태워 버려!”

“겁먹지 마라!”


기사들은 병사들을 데리고 고블린 군락을 습격했다.

농사를 짓던 고블린들은 인간 군대의 습격에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


“끄륵, 이... 인간들이?”

“어... 어째서?”


고블린들은 당황했지만 병사들의 창칼은 자비가 없었다.


“찔러!”

“합!”


병사들은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며 창을 찔렀다.

농사를 짓던 고블린들은 언뜻 보기엔 순박해 보였지만 그들의 창엔 감정이 없었다.


“케륵...”


-푹! 소리와 함께 고블린의 피부를 병사들의 창이 파고 들었다.

병사들은 이를 악물면서도 손을 떨었다.

대부분 첫 실전이었고 실전을 거친 경험이 있는 병사들도 대개 몬스터를 상대했다.

지성이 있는 아인족을 상대로 싸워본 자들은 드물었단 소리다.

죽어가는 고블린의 눈을 마주친 병사들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모두 망설이지 마라!”


병사들을 지휘하는 기사가 병사들의 낌새를 보고 다그쳤다.


“다들 베르너 성이 침공당했을 때를 기억하고 있겠지?”

“이... 있습니다!”


기사의 외침에 병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 북부 대공의 치세 아래 베르너 성은 유례없는 평화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대공이 즉위하기 전 베르너 성에 공성전은 자주 있었던 일이었다.

당시엔 아직 어렸던 병사들이지만 베르너 성 출신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일이었다.


“이놈들이 바로 우릴 공격하던 놈들이다! 동정심을 가질 필요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기사의 외침에 병사들은 마음을 다잡았다.

듣고 보니 고블린들을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

병사들의 창끝에 망설임이 사라졌다.


‘쯧.’


기사는 혀를 찼다.

북부 대공과 함께 실전을 경험한 병사들은 대부분 전역했기 때문에 병사들의 이런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실전이었다.

망설임이, 그리고 이것이 옳은 행위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 죽는 것이 전장이었다.

지휘관의 역할은 병사들의 마음에서 그런 나약함을 없애는 것이었다.


“농장을 발견했습니다!”

“좋아! 밭을 모두 태우고 철수한다.”

“네!”


병사들은 농장에 불을 질렀다.

창을 찔렀을 때와는 달리 망설이는 태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곧 밭을 땔감 삼아 불길이 넓게 번졌다.

기사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농장을 바라보다 말머리를 돌렸다.

전쟁이 시작됐다.


* * *


“벌써 대규모 군락이 셋이나 습격 받았소!”

“자잘한 것까지 따지면 훨씬 많지.”

“이대로는 식량 공급에 차질이 있을 거요!”

“연합 차원에서 대처를 해야 하오.”

“다들 진정하시오.”


고블린들은 씩씩대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연합의 수장인 오크 티볼레는 고블린들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탐욕스러운 것들 같으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고블린 의원들은 모두 군락 따위엔 관심도 없는 작자들이었다.

금붙이나 두르고 있는 주제에 농장을 걱정하는 척하는 건 아주 꼴불견이었다.

아마 속으론 잘 됐다고 이참에 고블린의 발언권을 올리겠다는 생각이나 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좌시할 수 없는 일인 건 확실하지.’


고블린들이 운영하는 농장은 아인 연합의 주요 식량 공급원이었다.

이 이상 농장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다가오는 겨울을 버틸 수 없었다.


‘공물 문제도 있고.’


티볼레는 결국 출정을 하기로 했다.

새로운 북부 대공이 즉위한 이후로 몸을 사렸지만 공성을 하는 것이 아닌 요격이었으니 문제는 없으리란 판단이었다.


‘그나저나 적이 선공을 하다니.’


엘프 암살자를 보낸게 화근이었나.

티볼레는 시선을 돌려 이 자리에 모인 엘프들을 바라봤다.


“엘프들이 전쟁에 찬성할 줄은 몰랐는데?”

“우리라고 고블린들의 식량을 공급받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엘프의 대표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호전적인 성향이 아닌 그들이 적극적으로 전쟁을 밀어 붙이는게 이상했지만 오히려 잘 됐다.

엘프들은 모든 인원이 정령과 계약한 워록이었으니 전력상 큰 도움이었다.

나서준다는데 마다할 이윤 없었다.


“드워프들도 참전한다 하셨지?”

“그렇소. 전장에 우리가 빠질 순 없지.”


아인 연합의 드워프들은 대다수가 전사들이었다.

인간과의 전쟁이 벌어지는데 빠질 이들은 아니었다.


‘그럼 일단 오크, 고블린, 드워프, 엘프인가.’


아인 연합에 속한 종족은 모두 여덟.

그중 넷이 참전하기로 결정했으니 결코 작은 전력은 아니었다.

북부 대공이 직접 나선 것도 아니었으니 이참에 인간들에게 본떼를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티볼레는 아인 연합이 힘이 없어서 그동안 침공을 멈춘게 아니란 걸 이참에 보여주기로 다짐했다.


“지휘는 우리 오크족이 해도 되겠지?”


티볼레의 말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침묵은 곧 긍정을 의미했다.


“타이커스.”

“명령하시오. 족장.”


우락부락한 붉은 피부의 오크가 코로 크게 숨쉬며 대답했다.

오크는 몸에 흉터가 훈장처럼 곳곳에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그가 오랫동안 싸워왔고 또 그때마다 살아남은 투사라는 걸 증명했다.


“네게 지휘를 맡기겠다.”

“알겠소.”

“인간들에게 본떼를 보여줘라. 다시는 성에서 기어나올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맡기시오. 살아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 터이니!!”


타이커스는 가슴을 쾅쾅치며 호언장담했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송곳니가 믿음직스러웠다.


“믿겠다.”

“그럼, 출정하겠소!”


타이커스는 자신의 키만한 도끼를 어깨에 짊어지곤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을 치켜뜨며 천막을 나섰다.

오랜만의 전쟁이었다.

인간을 벨 때 손맛이 생각났다.

짜릿했다.


“훌륭한 선택이오! 족장!”


고블린 의원들은 만족감을 표하며 슬쩍 궤짝 하나를 티볼레에게 건넸다.


“무슨, 연합이라면 당연한 일이지.”


탐욕스러운 작자들 같으니라고. 티볼레는 속으로 그렇게 욕하면서도 궤짝을 거부하진 않았다.

고블린들은 싫었지만 금은보화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럼 우리도 이만.”

“우리도 가보겠소.”


드워프와 엘프들은 그 모습을 못본 척하고 방을 나섰다.

다만 드워프들은 못마땅한 표정이었고 엘프들은 아무 상관 없다는 눈치였다.

어떻게 보면 미묘한 차이였지만 어떤 면에선 확실한 차이였다.


* * *


“보고 드립니다! 아인 연합의 군세가 출발했다는 첩보입니다.”

“병력 구성과 숫자는?”

“오크와 고블린, 그리고 드워프와 엘프가 확인 됐습니다. 대략적으로 모두 합쳐 천은 넘는 것 같습니다.”

“수고했다. 고단했을 텐데. 좀 쉬도록.”

“예!”


전령은 경례를 올리고 천막을 나섰다.

천막엔 깊은 고요함이 흘렀다.

적막을 깬 건 아이젠이었다.


“입질이 왔군.”

“예상대로의 구성이군요.”

“그래, 오크와 고블린, 그리고 엘프는 무조건 올 수밖에 없었지. 트롤이 없어서 다행이야.”


아인 연합의 구성 종족 중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건 재생 능력을 가진 트롤이었다.

그들이 적 군세에 없다는 건 긍정적인 첩보였다.


“병력은 대부분 고블린일 겁니다. 그들이 숫자가 가장 많으니까요.”

“그렇겠지. 하지만 고블린들의 전투력은 우리 병사들에 비할 바 아니지 않나?”

“그렇습니다. 경험은 부족해도 훈련도만 따진다면 우리 병사들은 정예병이니까요.”


고드프리는 아이젠의 말에 동의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고블린들은 압도적인 숫자가 강점인 종족이었지만 전투 능력은 보통 형편없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일단 수가 많다는 건 거기서 발휘하는 의외성이 있다는 말이니까요.”

“그래야지. 오크들은 기사들이 상대하나?”

“저와 기사단이 나서서 처리하겠습니다.”


로이스가 드물게 호승심을 드러냈다.

오크들은 용력을 타고난 전사들이었다.

유행하는 기사 문학에서 종종 기사의 적수로 묘사됐다.


“드워프들이 문제로군. 그들은 어떤가? 고드프리 경.”

“그들 역시 뛰어난 전사입니다. 병사들만으로 쉽게 막긴 어려울 겁니다.”

“버틸 수는 있겠지?”

“얼마동안이라면 가능할 겁니다. 드워프들은 망치를 주로 쓰니까요. 창으로 견제하면 쉽게 전선이 무너지진 않을 겁니다.”

“좋아.”


아이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전투에서 승리는 이미 약속됐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피해를 최소화해서 병사들을 최대한 살리는 거야. 고드릭 경.”

“말씀하시오. 영주.”


고드릭은 아이젠의 부름에 기대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주인에게서 원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대가 선봉에 설 것이오. 불사자의 힘을 보여주시오.”

“흐하하하하! 바라고 또 바라던 바요.”


데스 나이트는 광소를 내뱉었다.

스산한 웃음 소리는 이 자리에 모인 이들로 하여금 그가 죽은 자임을 깨닫게 만들었다.

새삼스러웠지만 그건 섬뜩한 일이었다.


“저는 어떻게 할까요?”

“가장 먼저 한 발 먹여줘야지.”


멜리사의 질문에 아이젠이 웃으며 대답했다.

전투 마법사의 역할은 단순하면서 가장 중요했다.

기선제압.


“가장 강력하고 화려한 걸로 부탁하네. 오크가 겁먹고 오줌을 지릴 정도로 말이야.”


아이젠의 요청에 멜리사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제 주특기죠.”


향수만 잘 만드는게 아니란 걸 보여드리죠. 라고 멜리사는 덧붙였다.

뭔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았지만 멜리사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 * *


저 멀리서 아인 연합의 군세가 보였다.

아직 서로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거리였지만 그들이 투쟁심을 불태우고 있다는 건 명백했다.


‘하지만 우리쪽도 만만치 않아.’


저들이 투쟁심이라면 아군 병사들은 생존 본능으로 무장했다.

그들 중에는 아이젠이 출발할 당시에 말했던 말을 되뇌이는 자들도 있었다.

‘옆에 동료를 지킨다, 옆에 동료를 지킨다.’

때때로 투쟁심보다 생존 본능이 더 중요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이 자신의 생명을 지켜주는지 확실히 알고 있는 자는 실수하지 않았다.


“전열을 가다듬어라!”

“겁먹지 마라!”


기사들은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병사들의 대열을 확인했다.

그들 역시 곧 다가올 전투에 몸이 바싹 달아오른 상태였다.

상기된 얼굴은 이 싸움을 통해 얻을 명예와 공훈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아이젠은 알고 있었다.

저들 중 몇은 여기서 살아돌아갈 수 없었고 또 몇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입밖으로 내뱉어선 이길 수 없었다.

전쟁은 잔혹했지만 놀랍게도 싸움에 임할 땐 죽음이 자신을 비껴갈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소서러 멜리사, 준비하게.”

“네.”


아인 연합의 군대는 진영을 꾸리는 일따윈 하지 않고 그저 우직하게 전진했다.

시일을 끌 생각따윈 없어 보였다.

단숨에 침략자들을 격퇴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오만은 화를 부르지.’


행군하느라 지친 몸으로 우리를 압도하겠다고?

아이젠은 저 오만에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그 첫 번째 철퇴는 베르너가 자랑하는 전투 마법사, 소서러 멜리사의 불꽃 세례였다.

멜리사는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전열에 섰다.


“모두 물러서세요.”


멜리사의 말에 기사들은 한 걸음 그녀에게서 물러섰다.

멀리서 함성 소리가 들렸음에도 멜리사는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어쩌면 이곳에 모인 자들 중에서 가장 용감하고 겁없는 건 그녀였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태생부터 전투를 위해 태어난 소서러였으니.

그 소서러의 체내에서 마력이 요동쳤다.

불꽃이 그녀의 몸을 휘감다 곧 지팡이로 옮겼다.

멜리사가 불 붙은 지팡이를 하늘로 뻗었다.


“파이어 스트라이크.”


나직한 주문과 함께 지팡이의 불이 사그라들었다.

동시에 지평선 너머에서 달려오는 아인 연합의 하늘에 커다란 불덩이가 벼락처럼 내리 꽂혔다.

생명이란 고귀한 것이지만 어쩔때 보면 하릴없이 하찮게 느껴지기도 했다.

누구라도 저기 산 채로 타들어가는 아인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명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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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다시 전장으로 +3 24.07.01 2,467 68 14쪽
59 아인 공병대 +3 24.06.30 2,677 77 13쪽
58 총사령관 블라디미르 +2 24.06.29 2,868 74 13쪽
57 고드프리 은퇴 +5 24.06.28 2,968 91 14쪽
56 승전 처리 +2 24.06.27 3,246 85 14쪽
55 대주교 블라디미르 3 +3 24.06.26 3,200 95 14쪽
54 대주교 블라디미르 2 +1 24.06.25 3,257 94 14쪽
53 대주교 블라디미르 1 +3 24.06.24 3,346 99 16쪽
52 성전 선포 +2 24.06.23 3,460 95 14쪽
51 대족장 티볼레 +1 24.06.22 3,484 96 14쪽
50 격돌 +1 24.06.21 3,666 106 13쪽
49 소집령 +1 24.06.20 3,764 99 12쪽
48 퓨리온의 선물 +1 24.06.19 3,856 111 13쪽
47 전운 +2 24.06.18 3,970 108 12쪽
46 도적 토벌 +3 24.06.17 4,085 104 12쪽
45 전쟁 준비 +3 24.06.16 4,249 109 13쪽
44 황제, 대주교, 그리고 +6 24.06.15 4,287 115 15쪽
43 궁정백 2 +5 24.06.14 4,330 102 16쪽
42 궁정백 1 +3 24.06.13 4,427 103 14쪽
41 마탑주 트리스 +2 24.06.12 4,496 118 14쪽
40 승작 +3 24.06.11 4,543 115 13쪽
39 악마 군세 +2 24.06.10 4,598 105 13쪽
38 아인 연합 4 +2 24.06.09 4,654 115 13쪽
37 아인 연합 3 +2 24.06.08 4,738 101 14쪽
» 아인 연합 2 +3 24.06.07 4,871 10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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