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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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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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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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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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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전쟁 준비

DUMMY

로이스는 베르너 성을 향해 물밀듯이 들어오는 물자들을 보고 경악했다.


“이... 이게 다 뭡니까?”


제국이 제일 먼저 지원한 것은 무기와 갑옷이었다.

질 좋은 제국제 검과 방어구는 징집병들을 중무장시키기 충분한 양이었다.

거기에 드워프들이 추가 무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철광석 따위도 상당량 베르너 성으로 흘러 들어왔다.


“기사들에게 가장 좋은 걸 나눠주고 병사들에게도 보급하게. 그들이 입던 저질 방어구들은 드워프들 대장간으로 보내고.”

“알겠습니다.”


사실 모든 병사를 중무장 시키고도 남을 정도의 물량이었다.

제국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북부를 지원하지 않은 이유는 여력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제국은 북부를 잠재적인 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제국이 북부를 대하는 방식으로만 봐도 그들은 북부를 제국의 일부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북부인들은 북부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너무 강했다.

제국 입장에서 보면 떼어내는 것도 안고 가는 것도 부담스러운 것이 북부였다.

때문에 그들은 북부가 일정 크기 이상으로 커지는 것도, 또 작아져서 방파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싫어했다.

원하는 건 현상 유지.


‘그렇다면 나 역시 나름대로 이용할 뿐이지.’


제국은 균형을 원한다고?

궁정백은 그렇게 밝혔지만 아이젠은 그의 뜻대로 놀아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에게 지원은 받을대로 받고 아이젠은 자신의 일을 충실히 수행할 생각이었다.


‘마침 잘 됐어.’


그렇지 않아도 언데드 군세를 만들면 어떻게 무장시킬까 고민이었다.

상대가 북부를, 아이젠을 이용하려 하는만큼 아이젠도 철저히 제국과 궁정백, 그리고 황제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메이지 트리스.”

“네, 영주님.”


그녀는 안경을 고쳐 쓰며 대답했다.

못 본 사이 그녀는 성격이 많이 변한 것 같았다.

전에 그 쭈구리 같은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지금은 아주 당당한 얼굴이었다.

물론 잠을 못 자서 눈밑이 가라앉은 건 여전했다.


“곧 서책들이 많이 들어올 걸세. 적당히 분류해서 마법부에 비치하고 연구하도록.”

“마법 서적인가요?”


트리스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아이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그냥 궁정백 서재에 있던 책들을 모조리 긁어왔을 뿐이지. 하지만 혹시 아나? 그 안에 퓨리온 경이 원하는 내용이 있을지.”

“그런 의미셨군요.”


퓨리온이 찾는 전설의 스크롤 ‘했던 말 주워담기’는 구전으로 전해오는 내용이었다.

마법 서적이 아닌 동화책, 아니면 수기, 혹은 역사책에 어쩌다 한 줄 언급됐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 복원 작업엔 작은 가능성도 무시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최선을 다한다는 건 그런 의미였으므로.


“걱정 마세요. 마침 일손이 남거든요.”

“일손이 남는다고?”

“위저드들이요. 그치들은 스크롤을 만들 수 없으니까요.”

“고급 인력들이지만... 뭐, 그런만큼 책 속에서 중요한 내용을 끄집어낼 수도 있겠지.”


드래곤 캐슬에서 데려온 위저드들.

그들은 현재 베르너 령에서 경험한 적 없는 푸대접을 받고 있었다.

항상 마법사들 사이에서 주류를 이뤘던 그들인지라 비주류가 된 일상은 그들에게 낯선 경험이었던 것이다.


“잘 적응하게 도와주게. 그래도 엘리트들을 선별해서 데려온 것이니.”

“무능하단 소린 아니었어요. 그저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처음에 그들을 고압적으로 대했고 지금도 고압적으로 대하고 있었지만 트리스는 내심 그들을 인정하고 있었다.

영주가 직접 선별해서 데려온 인재들이 쭉정이일린 없었다.

물론 대우가 박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럼 먼저 가 볼게요. 한 시도 쉴 수 없으니까요.”

“아, 트리스.”

“네?”

“자넨 위저드들에게 일을 맡기고 당분간 집에서 대기하게.”

“대기라뇨...?”

“휴가.”


아이젠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듯 말했다.


“휴가라뇨?”


트리스는 발작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신종 고문인가?


“자네 그러다가 과로로 죽어. 마탑이 세워지는 걸 보기도 전에 요절하고 싶은 건가?”

“그... 그치만 해야 할 일들이...”

“자네의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지.”


아이젠은 트리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푹 쉬고 돌아오게.”

“하... 하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잠이 안 오는 걸요...”


트리스는 올망졸망한 눈으로 아이젠을 올려다 봤다.

‘생각보다 중증이군.’


아이젠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자네에게 내가 팁을 하나 주지.”

“팁이요?”

“무조건 잠만 자게. 그럼 곧 일할 시간일 거야.”


아이젠의 말에 트리스는 뭔가를 깨우친 사람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방법이!”

“그래. 그리고 밥을 많이 먹는게 잠을 잘 자는 비결이지.”

“알겠습니다! 밥 먹고, 자고, 다시 일하고 흐흐... 좋아요. 좋아...”


트리스의 눈에 일순 녹색 광기가 맺혔던 것 같았지만 아이젠은 그걸 모른 척했다.

언데드들을 다루다보니 눈이 착각을 일으킨 게 분명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해서 가게. 푹 쉬고.”


트리스는 몸을 비틀거리며 자리를 떴다.

그게 피로 때문인지 아니면 휴식 명령의 여파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 * *


“오셨습니까?”


스미스는 드워프의 피가 섞인 것으로 예상되는 영주를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진척은 어떤가?”

“순조롭습니다.”


스미스는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아이젠이 보기에도 그랬다.

영주성 근처에 건설되고 있는 언데드 타워는 그야말로 빛과 같이 빠른 속도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드워프들은 마치 손이 4개라도 달린듯 빠르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뿐만 아니었다.

시간을 두고 굳길 기다려야 하는 소재에 무슨 비법 가루 따위를 넣어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쏟고 있었다.


“얼마나 걸릴 것 같나?”

“한 달도 걸리지 않을 겁니다. 믿어주십시오.”

“음.”


한 달이라.


‘생각보다 너무 빠른데?’


아이젠은 살짝 당혹스러웠다.

언데드 타워는 수없이 많은 언데드들을 수용해야 했기에 크기가 어마무시해야 했다.

더구나 아이젠은 필수적으로 필요한 요소와 남부에서 지었던 언데드 타워의 건축 도면 정도만 제공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워프들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타워를 짓고 있었다.


“자재 수급에 문제는 없나?”

“영주님의 긴급 명령이라니까 도시에서 추가로 자재들을 보내더군요.”

“...”

‘나중에 대금을 좀 보내야겠군.’


도시에 아이젠의 악명이 조금 퍼질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드워프들에게 핀잔을 줄 순 없었다.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게. 안전이 제일이야. 자네들이야말로 베르너 성의 가장 큰 재산이니까. 결코 무리하지 말게.”

“영주님...!”


스미스는 또다시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껏 다른 고용주들에겐 들을 수 없었던 말이었다.

이제껏 제때 납품해도 왜 이제야 가져오냐고 성질내던 인간들만 봐왔던 것이다!


‘더 빨리 짓는다! 더!’


스미스는 눈을 반짝였다.

그는 의욕을 활활 태웠다.

이 영주를 위해 한몸 불사르리라.


‘역효과가 난 것 같은데...’


아이젠은 그 표정을 떨떠름하게 지켜봤다.


‘기분 탓이겠지.’


* * *


아이젠의 집무실엔 여느 때처럼 고드프리가 충실히 일을 하고 있었다.

노기사는 베르너 성에 없어선 안 될 행정관이자 지휘관이었다.

가끔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일이 너무 많아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 아닌가 했지만 고드프리는 여느 젊은이들보다 정력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고생이 많군.”


서류 더미에 묻혀있는 노기사의 모습은 젊은 영주가 보기엔 다소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라는 말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더욱.


“새로 봉신이 된 자들이 선물을 보내 왔습니다.”

“선물?”

“예, 백작님께서 수도로 출타하셨을 때 보낸 선물들입니다.”


그러고보니 집무실 한 켠에 이런 저런 선물 상자들이 가득했다.

새롭게 아이젠의 봉신이 된 영주들이 보낸 선물들이었다.


‘작정하고 모은게 분명하군.’


그들은 언젠가 잡힐 물고기였다.

새로운 영주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 미리 축하 선물을 마련해둔 것이 틀림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일제히 선물을 보낼 수 있을리 없었다.


‘충성 경쟁. 나쁘지 않지.’


그들에게 좋은 시절은 끝났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출세의 기회기도 했다.

베르너 령의 새로운 영주인 아이젠의 눈에 든다면 이웃 영주보다 훨씬 큰 권세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제껏 고착된 베르너 령의 정세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었다.


“그럼 하나씩 확인해볼까?”


영주들이 보낸 선물들은 고심한 흔적이 가득했다.

우선 금괴나 보석을 보낸 자들이 꽤 있었다.

아이젠은 이것을 ‘뭘 좋아할지 모르니 이걸로 무엇이든 사세요.’ 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재밌군.”


아이젠은 금으로 조각된 불사조상을 보곤 만족스럽게 웃었다.

불사조는 이제 베르너 가문의 상징.

이런 조각상 하나가 집무실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제법 아부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보낸게 분명했다.

보다 사려깊은 선물을 보낸 사람도 있었다.


“씨앗이라.”


북부 사람치곤 아주 근사한 센스를 가진 사람이었다.

아니, 제국 수도에서도 이렇게 배려심 넘치는 선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멜리사가 좋아하겠군.”


그 씨앗들은 다름 아닌 꽃 씨앗이었다.

북부에서 구할 수 있는 흔한 것부터 시작해서 야생에서만 자라는 희귀한 품종들 거기다 북부에서 볼 수 없는 것들까지 있었다.

아마 이걸 구하느라 영주는 아티나에 뺀질나게 사람을 보냈을 것이다.


‘노고를 인정해줘야겠어.’


아이젠은 즉각 이들에게 보답품과 서신을 쓰기로 결정했다.

위에 있다고 받기만 하고 고압적으로만 나온다면 아랫사람의 존경을 받을 수 없는 법이었다.

궁정백의 경우에도 그랬다.

그는 아이젠에겐 잔혹했지만 기사와 병사들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존경을 받는 훌륭한 지휘관이었다.


‘보답품은 향수가 좋겠군.’


씨앗을 보낸 영주에겐 신제품을 보내기로 했다.

이거면 남작 부인이 사교계에서 어깨 한번 으쓱할 수 있겠지.


“그리고 로이스 경으로부터 전언이 있었습니다.”

“무슨 전언인가?”


로이스는 지금도 순찰을 나가 있었다.

기사들과 병사들의 훈련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도적들이 꽤 많이 창궐했다.

베르너 성의 병력들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도적 소굴을 다수 발견했다고 합니다.”

“흐음, 도적 소굴이라.”


벌써 그런게 생길 정도로 상업이 활발해졌나?

한편으론 흡족스러웠지만 걱정이었다.

치안은 중대 문제였기에.


“토벌은?”

“몇몇 곳은 토벌에 성공했지만 대부분 산에 진을 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 병사들이 그렇게 나약하진 않을 텐데?”


고작 도적떼였다.

그것도 오래 활동하여 정예화되지 않은 잡졸들이었다.

베르너 령의 병사들이 그들을 제압하지 못하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현재 병력 운용은 최대한 희생이 나오지 않는 방향으로 잡은지라 무리하게 산채를 제압하고 있지 않습니다.”

“자네의 의견인가?”

“저와 로이스 경 모두 동의한 사안입니다.”

“잘했군.”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당장 아인 연합, 신성 왕국과 언제 충돌이 일어날지 몰랐다.

치안 유지를 한답시고 병사를 소모하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었다.

그야말로 어불성설이 따로 없었다.


“그래도 내버려둘 순 없지.”


도적 소굴이 영지에 자리 잡고 있다는 건 명예롭지 못한 일이었다.

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

아이젠이 영주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려면 그들이 핑계를 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말아야 했다.

또 은근히 생색도 낼 수 있어야 했다.

그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워둬야 했던 것이다.

당장 선물을 받았다고 해서 그들이 아이젠의 사람이 됐다고 착각해선 안 됐다.


‘마침 그런 곳에 쓸만한 기사가 있지.’


아이젠은 도적 토벌에 어울리는 인재를 곧장 떠올릴 수 있었다.


“언데드 군사를 크게 늘릴 수 있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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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총사령관 블라디미르 +2 24.06.29 2,869 75 13쪽
57 고드프리 은퇴 +5 24.06.28 2,971 91 14쪽
56 승전 처리 +2 24.06.27 3,249 85 14쪽
55 대주교 블라디미르 3 +3 24.06.26 3,206 96 14쪽
54 대주교 블라디미르 2 +1 24.06.25 3,260 95 14쪽
53 대주교 블라디미르 1 +3 24.06.24 3,347 99 16쪽
52 성전 선포 +2 24.06.23 3,462 95 14쪽
51 대족장 티볼레 +1 24.06.22 3,486 96 14쪽
50 격돌 +1 24.06.21 3,668 106 13쪽
49 소집령 +1 24.06.20 3,765 99 12쪽
48 퓨리온의 선물 +1 24.06.19 3,857 111 13쪽
47 전운 +2 24.06.18 3,970 108 12쪽
46 도적 토벌 +3 24.06.17 4,085 104 12쪽
» 전쟁 준비 +3 24.06.16 4,251 109 13쪽
44 황제, 대주교, 그리고 +6 24.06.15 4,288 115 15쪽
43 궁정백 2 +5 24.06.14 4,332 102 16쪽
42 궁정백 1 +3 24.06.13 4,429 103 14쪽
41 마탑주 트리스 +2 24.06.12 4,497 118 14쪽
40 승작 +3 24.06.11 4,543 115 13쪽
39 악마 군세 +2 24.06.10 4,600 105 13쪽
38 아인 연합 4 +2 24.06.09 4,658 115 13쪽
37 아인 연합 3 +2 24.06.08 4,742 102 14쪽
36 아인 연합 2 +3 24.06.07 4,875 10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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