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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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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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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전환 : 5일 남음

작성
24.06.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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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전운

DUMMY

도적 소굴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산채는 다른 도적들이 자리잡지 못하도록 완전히 철거했다.

언데드 병사들에 비해 도적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불사의 언데드들 앞에서 그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애초에 언데드 병사를 완벽하게 죽이려면 완전히 토막을 내야 했는데 그런 용력이 있는 도적이 있을리 만무했다.


바닥에 도적 시체들이 널브러졌고 혈흔이 가득했다.

도망을 시도한 도적들은 여럿 있었지만 누구 하나 도주에 성공하지 못 했다.

성공했더라도 진을 치고 포위하고 있는 로이스에게 다 붙잡혔겠지만.


“이겼어...”


전투에서 승리한 후 언데드 병사들은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창백한 피부를 가진 언데드들이 흥분으로 얼굴이 빨개진 모습은 진귀한 광경이었다.


“이겼다!”

“우리가 해냈어!”


고작 도적을 상대로 승리한 것이지만 그들이 거둔 성과는 자부심을 가질만 했다.

어디를 다친 언데드 병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어딜 찔렸다고 해서 죽진 않았지만 그래도 상처 하나 없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들이 고드릭에게 구른 성과가 나왔단 의미였으니까.

역설적이게도 이건 고드릭이 더욱 그들을 가혹하게 굴릴 명분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기꺼이 따를 준비가 됐다.

생전에 경험한 적 없는 성취감에 몸이 달아올랐으니까.

한 번 성공을 맛 본 자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아무것도 없군.”


도적 소굴엔 제대로 된 물품이 없었다.

약간의 식량과 무기 정도뿐이었는데 이 정도면 운반하는 비용이 더 클 정도였다.

도적이 나타났지만 습격받은 상인은 없다는 말과 같았다.

기사들은 치안 유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었다.


“시체들을 한 곳으로 모으게.”

“그러겠소!”


고드릭은 우렁차게 대답하고 언데드 병사들을 부렸다.

수십구가 넘는 시체를 한 곳에 모였다.

아이젠은 그 앞에서 목걸이 형태의 아티팩트를 만지작거리며 나직히 읊조렸다.


“일어나라.”


아이젠은 몸에 수많은 아티팩트들을 걸치고 있었다.

그것들은 대부분 비슷한 효과를 갖고 있었다.

일단 지금 아이젠이 매만진 목걸이형 아티팩트 ‘메모리즈’의 경우엔 되살린 자의 기억을 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저질 병력들을 만들 순 없으니.’


질 좋은 병력을 구성하기 위해선 언데드 병사들이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필수불가결이었다.

그저 명령만 따르는 꼭두각시보단 의지를 가지고 성장 가능한 언데드가 훨씬 유용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살릴 순 없었다.

가령 지금 죽은 도적들의 경우는 저질 병력들이었다.

그들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었다.

도적질이나 하고 살던 자들이 얼마나 멀쩡한 삶을 살았겠는가?

그들이 지금 언데드 군세에 합류하면 독이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다수를 차지하게 될 지금은.


‘메모리즈를 돌려받아서 다행이야.’


그리고 궁정백에게 돌려받은 아티팩트 ‘메모리즈’는 이런 맹점을 완전히 상쇄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데스 나이트 같은 상위 언데드에겐 적용할 수 없었지만 이런 오합지졸 도적 떼의 경우엔 생전의 기억을 지울 수 있었던 것이다.

의지만 가진 채 기억은 없는 언데드들.

말하자면 아이젠의 입맛대로 키울 수 있는 언데드를 만들어주는 아티팩트였다.


“여... 여긴?”

“우... 우린 죽은 건가?”


되살아난 도적들은 아니나 다를까 기억이 없어 당황하고 있었다.

교육이 시급한 상황.

다만 교육을 하는 건 아이젠의 몫이 아니었다.


“고드릭 경.”

“음!”


고드릭은 아이젠이 부르자마자 그의 의도를 깨닫고 호통을 쳤다.


“이놈들!”

“앗?”

“아... 아니...”


되살아난 도적들은 고드릭의 호통을 듣곤 벌벌 떨었다.

본능 수준에서 언데드들은 데스 나이트의 위압감에 굴복하게 돼 있었다.


“시끄럽게 입을 떠벌이지 말고 나를 따라와라!”


고드릭은 설득 대신 우격다짐으로 그들을 이끌었다.

되살아난 도적들은 감히 고드릭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 했다.

그 모습을 본 기존 언데드 병사들은 키득거렸다.


“저 얼빠진 것들.”

“저것들이 우리 후임이지?”

“다 뒤졌다. 진짜.”

“입 다물고 너희도 따라와라!”

“예! 고드릭 경!”


고드릭의 불호령에도 언데드 병사들은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흠.”


아이젠은 그 뒷모습을 보면서 손목에 차고 있는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팔찌는 투명한 구슬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팔찌형 아티팩트 ‘블러디드.’


“모여라.”


아이젠이 다시 나직히 읊조리자 주변에 흩뿌려진 혈흔들이 팔찌로 빨려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투명했던 구슬 중 몇 개가 시뻘건 빛을 내기 시작했다.

피 냄새가 진동했던 산채가 거짓말처럼 깨끗하게 청소됐다.

아이젠은 블러디드에 맺힌 핏빛 구슬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군대도 늘어났고 아티팩트의 힘도 보충했으니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성과였다.

이대로 주변에 있는 도적들을 전부 소탕하면 꽤 괜찮은 군세가 형성되고 치안도 안정될 것이니 작게 군을 일으킨 것치곤 꽤 괜찮은 결과였다.


* * *


“많군.”


아이젠은 되살아난 도적들을 보고 고개를 까딱거렸다.

수 백명.

말이 수 백명이지 이토록 많은 언데드 군세를 이룬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수 백의 언데드가 이렇게 많은 거였나.’


남부 전선에 있을 때도 꾸준히 언데드 군세를 늘려갔지만 새삼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아마 그때는 병력을 위임할 데스 나이트들이 많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혼자 감당할 수 있겠소? 고드릭 경.”

“으하하하하! 이건 많은 것도 아니오!”

“하지만 직접 이끄는 건 처음 아닌가?”

“날 믿으시오! 영주!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


고드릭은 가슴을 탕탕 치며 호언장담 했다.

아이젠도 고드릭이 꽤 군재가 있단 걸 알고 있었다.

당장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그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뭐, 좋은 기회겠지. 쓸만한 자들로 만드시오.”

“음! 내가 종자 다루는 솜씨 하나는 기가 막혔지! 기대하시오!”


종자 다루는 솜씨라.


‘뭐, 병사들 훈련시키는 솜씨가 기가 막히긴 했지.’


여러가지 의미로 기가 막혔다.

무식한 방식도 기가 막혔고 그 무식한 방식이 효율적인 것도 기가 막혔으며 이렇게 단기간에 성과를 내게 만든 것도 기가 막혔다.

어쨌든 고드릭은 훌륭한 훈련 교관이었다.

살아있는 인간에겐 저런 식의 훈련은 독이겠지만 언데드들에겐 더할나위 없었던 것이다.

아이젠은 흐리멍덩한 눈을 하고 있는 언데드 신병들을 둘러봤다.

인과응보였으니 그리 안쓰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 * *


“작전 계획은 세 가지 상황을 상정했습니다.”


베르너 성에 돌아온 아이젠은 핵심 간부들과 회의를 열었다.

핵심 간부란 고드프리, 로이스, 고드릭, 트리스, 멜리사를 말했다.

퓨리온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으니 그는 예외였다.


“첫 번째는 아인 연합과의 전선 형성, 두 번째는 신성 왕국과의 전선 형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양면 전선 형성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마지막 세 번째가 최악의 상황이란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아인 연합과도, 신성 왕국과도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신성 왕국과 개전하는 건 시간 문제일세.”

“황제가 그들의 요구를 묵살했다는 소식은 이미 북부에도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그래, 곧 선전포고가 있을 거야. 그리고 그들의 목표는 베르너 령이 될 걸세.”


이제까지도 전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국지전 형식이었다.

대놓고 어디를 침범하고 점령하려는 시도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신성 왕국은 제대로 된 성전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굳이 첩보를 구하지 않아도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아인 연합에서도 벼르고 있다지?”

“예, 식량 타격과 엘프들의 배신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곧 겨울이니까요. 식량 문제가 시급해졌으니 약탈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가득할 겁니다.”


아인 연합은 감정적인 문제와 현실적인 문제 모두를 베르너에 투사할 기세였다.

식량 문제, 엘프들의 배신 문제, 거기다 기껏 보낸 군대가 전멸함으로써 박살난 그들의 자존심까지.

결국 아인 연합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해결 방안은 베르너와의 전쟁, 그리고 승리였다.

골치 아픈 문제였다.


“대비 방안은 만만치 않겠군.”

“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성전을 치르는 것입니다만.”

“그건 리스크가 너무 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베르너 성을 끼고 두 세력과 연달은 공성전을 치른다?

아마 성 내부가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겠지.

특히 그들에게도 마법사가 있었기 때문에 성 내부로 작정하고 화력 투사를 하면 곤란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대안은 요격뿐이었다.


“신성 왕국 쪽으로 모든 병력을 집중하게. 멜리사?”

“말씀하세요.”

“드래곤 캐슬에서 온 위저드들을 그대에게 붙이지. 최대한 호흡을 맞추고 아티팩트를 분배하게. 그대들이 공격의 핵심이야.”

“명심할게요.”


멜리사는 결연하게 대답했다.

허당끼가 있었지만 이전 전투에서도 증명했듯 그녀는 든든한 전투 마법사였다.


“트리스.”

“네, 영주님.”

“다른 작업을 멈추고 방어막과 회복에 특화된 스크롤을 계속 생산하게.”


베르너 성에 꽤 많은 병력이 모였지만 아인 연합이나 신성 왕국과 비교하면 병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싸워서 이기려면, 또 전후를 생각하면 교환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지켜야 했다.


“오늘부터 바로 착수할게요.”

“그리고 신성력에 저항할 수 있는 스크롤도.”

“이해했어요.”


트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갔다.

행동력 하나는 끝내줬다.


“봉신들을 소집해야겠군.”

“그들은 백작 각하의 명을 따를 겁니다.”

“드래곤 캐슬에도 서신을 보내야겠어. 북부 기사단의 힘을 빌려야겠네.”

“그 문제는 장담할 수 없겠습니다. 대공 전하께서 허를 찌르는 움직임을 가져가실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젠은 입술을 물었다.

확실히 베르너가 모루 역할을 하고 그 사이에 북부 대공이 아인 연합이나 신성 왕국을 급습할 수도 있었다.

만약 그렇다면 트레버스가 원군으로 오는 건 기대하기 어려웠다.


아이젠은 잠시 눈을 감았다.

급격한 피로가 몰려왔다.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는 이 정도였지만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모두가 침묵으로 그가 눈을 뜨길 기다렸다.

아이젠은 눈을 감은채 뭔가를 결심한듯 말했다.


“영지의 자금을 모두 털어야겠군.”

“그 말씀은...?”

“제국에서 유명한 용병이란 용병은 싸그리 부르게.”


베르너 령의 병력들도 꽤 정예였지만 신성 왕국의 성기사들을 상대하기엔 부족했다.

그렇다면 베테랑으로 부족한 경험과 숫자를 메우는 수밖에 없었다.

제국엔 전쟁으로 잔뼈가 굵은 용병단이 많이 있었다.

돈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자금을 합치면 어떻게든 그들을 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외 무역으로 돈이 더 들어올 거고 말이야.’


돈 나올 구석은 이것 말고도 꽤 있었다.

일단 궁정백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야겠다.

그리고 대공에게...


“대공 전하께 보낼 서신에 병력 요청뿐만 아니라 자금도 요청해야겠어. 설마 이것까지 거절하진 않겠지.”

“흔쾌히 지원하실 겁니다.”

“좋아.”


그때 밖에서 병사 하나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 뒤엔 드워프 스미스가 있었다.


“영주님.”

“스미스, 어서오게.”

“드디어 완성 됐습니다.”


스미스는 허례허식 따윈 집어치운채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영주님께서 만족하실 거라 자부합니다.”


언데드 타워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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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총사령관 블라디미르 +2 24.06.29 2,866 74 13쪽
57 고드프리 은퇴 +5 24.06.28 2,965 90 14쪽
56 승전 처리 +2 24.06.27 3,243 84 14쪽
55 대주교 블라디미르 3 +3 24.06.26 3,198 95 14쪽
54 대주교 블라디미르 2 +1 24.06.25 3,253 94 14쪽
53 대주교 블라디미르 1 +3 24.06.24 3,342 99 16쪽
52 성전 선포 +2 24.06.23 3,459 94 14쪽
51 대족장 티볼레 +1 24.06.22 3,482 96 14쪽
50 격돌 +1 24.06.21 3,664 106 13쪽
49 소집령 +1 24.06.20 3,763 99 12쪽
48 퓨리온의 선물 +1 24.06.19 3,854 111 13쪽
» 전운 +2 24.06.18 3,965 108 12쪽
46 도적 토벌 +3 24.06.17 4,081 104 12쪽
45 전쟁 준비 +3 24.06.16 4,247 109 13쪽
44 황제, 대주교, 그리고 +6 24.06.15 4,285 115 15쪽
43 궁정백 2 +5 24.06.14 4,327 102 16쪽
42 궁정백 1 +3 24.06.13 4,426 103 14쪽
41 마탑주 트리스 +2 24.06.12 4,496 118 14쪽
40 승작 +3 24.06.11 4,543 115 13쪽
39 악마 군세 +2 24.06.10 4,597 105 13쪽
38 아인 연합 4 +2 24.06.09 4,654 115 13쪽
37 아인 연합 3 +2 24.06.08 4,735 101 14쪽
36 아인 연합 2 +3 24.06.07 4,866 10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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