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3 08:2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399,039
추천수 :
8,590
글자수 :
392,671
유료 전환 : 4일 남음

작성
24.06.11 08:20
조회
4,547
추천
115
글자
13쪽

승작

DUMMY

북부 대공은 불안했다.

아이젠 베르너가 북부에 온 후로 북부 정세에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주술 부족이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고 베르너 령을 맡길만한 사람이 생긴 것이다.

북부 대공은 기회를 잡았다 여겨 칼을 빼 들었다. 북벌을 시작한 것이다.

북부군은 서릿발처럼 적을 몰아 붙였고 주술 부족은 곧 궁지에 몰렸다.

다만 구석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깨문다고 했떤가? 주술 부족은 자신들을 공물로 삼아 대악마를 강림시켰다.

물론 북부 대공은 대악마를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대악마가 강림하면서 부산물로 하급 악마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것들은 북부 대공의 군세를 무시하고 드래곤 캐슬로 달렸다.

북부 대공은 아차 싶었지만 눈앞의 대악마를 두고 하급 악마를 쫓을 순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베르너 남작에서 원군 서신을 보냈지만 그가 제때 도착할지는 미지수였다.

심지어 대악마를 처리하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대악마 격살 후 북부 대공의 몸은 만신창이였지만 여운이나 휴식을 즐길 시간 따윈 없었다.


“먼저 귀환하겠다.”


북부 대공은 병력들의 지휘를 알베르 백작에게 일임하고 먼저 드래곤 캐슬로 향했다.

병력들을 모두 이끌고 회군하면 돌아가는데 긴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느긋하게 돌아갔다가 악마 대군을 상대로 핵심 병력이 빠져나간 드래곤 캐슬이 함락되기라도 하면 그런 낭패도 없었다.

다시 되찾는 것이야 일도 아니었지만 파괴된 도시, 악마에게 살해당한 시민들, 그리고 깨진 신뢰와 평판은 다시 회복하기 어려웠다.

북부 대공은 쉬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 그녀가 드래곤 캐슬에 당도했을 때.


“이건...”


평온한 북부의 수도가 주인을 맞이했다.

상상도 못한 광경이었다.

적어도 처절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드래곤 캐슬엔 여유까지 흐르고 있었다.


“대공 전하께서 오셨다!”

“성문을 열어라!!”


성문을 관리하던 기사는 북부 대공을 확인하고 곧바로 문을 열었다.

북부 대공은 어리둥절한 심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오셨습니까?”

“베르너 남작.”


아이젠은 은빛 머리칼을 정돈하며 북부 대공을 맞이했다.

그녀의 연분홍색 눈이 아이젠을 똑바로 응시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악마의 피 냄새, 그리고 보수 중인 성벽과 성문, 아이젠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표정.


“그대가 드래곤 캐슬을 구원했군.”

“대공 전하의 은덕입니다.”

“하.”


북부 대공은 헛웃음이 나왔다.

남작 작위를 받더니 귀족들의 수사를 벌써 익힌 모양이다.


“어떻게 된 일이지?”

“대공 전하의 서신을 받은 후 곧장 베르너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도 너무 빠르군.”

“단 둘이서 왔으니까요.”

“둘이서?”


북부 대공은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작 원군 둘로 드래곤 캐슬을 지켜냈다고?’


북부 대공의 머릿속에 아이젠의 이명이 다시 한번 스쳐 지났다.

일인군단, 황제의 비밀 병기, 남부 전선의 영웅.

이 모든 명성들이 과장이 아닌 진실이었다.


‘황제에게 불만을 표할 수가 없게 됐군.’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베르너 령을 맡길 정도로 능력이 출중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규격 외였다.

원래 아이젠을 높게 평가했던 북부 대공이지만 이번 일로 한층 더, 적어도 세 단계는 평가를 올려야할 것 같았다.

적어도 마탑주 제리올 이상의 인재.


“그런데 둘이라니, 로이스 경이 함께 왔나?”

“아니요. 함께 온 사람은 다른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


북부 대공은 고드프리 경이 같이 왔나 생각했다, 그것도 아니면 소서러 멜리사?

그러나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건 전혀 의외의 인물이었다.


“그대가 현재 대공 전하시군!”


녹색 안광을 빛내고 있는 호쾌한 기사.


“그대는?”

“나는 고드릭이라고 하오!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오! 실례지만 대공 전하께선 알렉산더 팬드래건 전하와 관계가 어떻게 되시오?”


북부 대공은 인상을 찡그렸다.

무례하게 대공의 족보를 묻는 행위에 책임을 물어야하나 고민하던 찰나 아이젠이 속삭였다.


“용서하십시오. 고드릭 경은 데스 나이트입니다.”


고드프리 경의 조부이기도 하지요. 라고 아이젠이 덧붙이자 북부 대공은 살짝 놀랐다.

고드프리의 조부라, 필히 뛰어난 기사였겠지.

거기다 베르너 남작의 데스 나이트라면 다소 유하게 대할 필요가 있었다.


“내 족보가 궁금한가?”

“음! 정확히는 본인이 생전 섬기던 군주의 핏줄이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말하지 못할 것도 없지. 알렉산더 팬드래건께선 나의 증조부시지.”

“과연! 핏줄을 제대로 이어받으셨군!”


고드릭은 북부 대공의 대답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저 얼굴 한 번 마주친 것뿐이지만 고드릭은 북부 대공이 규격 외의 존재임을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선 대련을 신청하고 싶을 정도였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럴 위치도, 깜냥도 되지 않았다.


“드래곤 캐슬을 지킨 공이 있으니 이번 무례는 용서하지. 하지만 다음은 용납하지 않겠다. 나는 북부 대공이고 그대는 죽어서도 북부의 기사이니.”

“과연, 맞는 말씀입니다. 이 고드릭의 불찰을 용서하십시오! 으하하하하하!”


북부 대공의 경고에도 고드릭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자신이 생전에 북부를 지켜왔던 것이 헛된 일이 아님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좀 불만이었지만...’


고드릭이 처음 살아나 현재의 기사들을 꼴을 봤을 땐 영 마음에 차지 않았다.

훈련 상태도 미흡했고 거친 걸 싫어하는데다 술도 잘 안 마시는 놈들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사내다운 놈이 없었던 것이다.


‘나쁘지 않군.’


하지만 손자 고드프리가 훌륭한 기사로 자랐고 자신의 섬기던 주군보다 위대한 자손이 북부를 지키고 있었다.

데스 나이트로 되살아나 후손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도 그렇게 나쁘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나를 기다린 이유가 있겠지?”


북부 대공은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아이젠이 자신을 기다린 이유야 뻔했다.


“공치사가 필요할 따름이지요.”


아이젠은 귀족적인 수사를 집어치우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한 번 맞춰준 걸로 그의 배려는 끝이었다.

북부 대공도 별로 기분 나쁜 기색은 아니었다.


“약속하는데 그대가 기대한 것 이상의 것을 줄 거야. 그럼 성으로 가지.”


* * *


“앉게.”


북부 대공은 이제 막 도착했음에도 아이젠에게 손수 차를 따라줬다.

아이젠은 예전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그땐 그렇게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북부 대공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자네에게 상을 내려주는 것보다 어떻게 싸웠는지가 궁금해.”

“크게 궁금하실 것도 없습니다. 전에 보셨을 테니까요.”


사실 아이젠이 보여준 건 예전에 주술 부족과 싸울 때의 연장에 지나지 않았다.

시체 폭발과 골렘, 그리고 끊임없이 살아나는 시체들.

아이젠이 할 수 있는 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실행했을 뿐이었다.


“그래도 아쉽군. 직접 봤으면 장관이었을 텐데 말이야.”

“전 그보다 대공 전하의 활약을 듣고 싶군. 대악마를 처리하셨다고.”

“그래, 발록이었지. 홀로 처리한 건 아닐세.”

“그렇습니까?”


북부 대공은 겸손을 떨었지만 아이젠은 대부분의 지분이 대공에게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나저나 발록이라.’


대악마 발록은 아이젠도 익히 알고 있는 악마였다.

불꽃을 다루는 지옥의 군단장.

남부 전선에 있었을 때 아이젠도 상대한 적 있는 대악마였다.


‘역시 대악마쯤 되면 지상에서 소멸해도 원본이 소멸하는 건 아닌가보군.’


대악마는 강력하면서도 귀찮은 존재였다.

지상에 현현할 때 그들의 원본이 오는 것이 아니라 일부 개념만 오는 것이었기 때문에 공물만 바친다면 끊임없이 지상에 강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대악마를 처리했다면 강력한 아티팩트나 무구 따위를 얻으셨을 텐데.’


아무리 개념이 강림하는 것이더라도 대악마는 대악마.

지상에 몸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아티팩트와 영혼이 필요했다.

발록을 처리했으니 대악마의 몸을 유지하던 아티팩트가 대공의 손에 들어왔을 터.


“자네도 예상했겠지만 내가 자네에게 줄 수 있는 상은 우선 승작이야.”


아이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바였다.

원래 베르너 령은 백작령이었으나 현재 아이젠의 작위는 남작.

영지와 영주가 서로 격이 맞지 않는 형국이었다.


“원래는 한 단계 승작이 관례지만 특별히 자네를 백작으로 임명하겠네. 드래곤 캐슬을 지킨 공훈은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전하.”


두 단계 승작은 아무리 큰 공을 세워도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반발할 수 없을 것이 뻔했다.

드래곤 캐슬을 지켰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그리고 베르너 권역의 내 봉신들을 그대에게 넘기지. 이제 나 대신 그들에게 세금과 군역을 받게 될 거야.”


이어서 당연한 수순이 이어졌다.

정당한 베르너의 백작이 됐으니 베르너 권역의 모든 영주들은 당연히 아이젠에게 복종해야 했다.


“그리고 원하는게 있나? 가능하면 원하는 걸 주고 싶군.”


사실 이 정도만 해도 파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북부 대공은 조금 더 아이젠을 지원하고 싶었다.

이제 주술 부족이 사라졌으니 북부가 당면한 적은 아인 연합과 신성 왕국.

거기다 이미 베르너 쪽에서 아인 연합과 한 차례 결전을 벌였으니 그쪽 방면은 아이젠이 책임지게 될 터.

지원이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다.


“대악마에게서 혹시 어떤 아티팩트를 얻으셨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아이젠은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대악마를 잡아봤군?”

“남부에 있을 때 어쩌다보니.”


아이젠의 능청에 북부 대공은 코웃음을 쳤다.

대악마란 어쩌다보니 잡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개인 능력이었든 아니면 남부 전선 전체가 동원됐든 대악마를 잡았다는 위업은 아무나 세울 수 있는게 아니었다.


“안 됐지만 대악마에게서 나온 아티팩트는 줄 수 없어. 이건 북부의 명운이 달린 물건이거든.”

“그렇군요.”


아이젠은 순순히 물러났다.

북부 대공이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었다.


‘북부의 명운이라.’


도대체 어떤 물건일까?

아이젠은 호기심이 일었지만 곧 그 호기심을 죽였다.

쓸데없는 감정 소모는 지금 필요없었다.


‘그럼 뭐가 좋을까.’


사실 북부 대공에게 부탁할만한 것 무궁무진 했다.

다만 어디까지가 그녀가 정해놓은 선인지 가늠하기 어려웠을 뿐.


“두 가지를 요청하고 싶습니다.”

“두 가지라.”


이미 두 단계 승작과 봉신들을 받은 상태에서 두 가지 요구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었다.

아이젠이 적절한 선을 탄 셈이었다.


“봉신 계약을 수정하고 싶습니다.”

“봉신 계약을?”

“그렇습니다. 제가 주어진 세금 의무를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봉신 계약 수정은 사실 간단하게 요청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잠깐이 아니라 아이젠 이후에도 영구히 적용될 사안이었기에 함부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다.


“세금을 내려달라.”


북부 대공은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빠졌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젠에게 영지를 내려주며 들어오는 돈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세금까지 깍아달라고?


‘못해줄 것도 없지만.’


일단 주술 부족이 망했기 때문에 돈 들어갈 구석이 조금 줄어들기도 했다.

사정상 못들어줄 일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섣불리 들어줄만한 요청은 아니었다.

북부는 크리스티나 팬드래건 사후에도 이어져야 하기에.


“불가, 봉신 계약 수정은 너무 과한 요구다. 하지만 10년 동안 베르너 령의 세금을 면제하도록 하지. 이 정도면 되겠나?”

“감사합니다. 전하.”


아이젠도 사실 봉신 계약 수정이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의 노림수는 북부 대공이 아이젠의 다음 요청을 거절할 수 없게 만드려는 속셈이었다.

사람은 두 번 연속 거절의 뜻을 밝히는데 부담감을 느꼈으니까.

특히 그 대상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세금 10년 면제만 해도 엄청난 수확이다.’


거기다 곧 시작될 향수 사업의 수익까지 생각하면 10년의 세금 면제도 결코 가벼운 포상은 아니었다.

베르너 령은 지금보다 속도를 내서 군비를 확충하고 영지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요청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하게.”


사실 진짜 중요한 건 두 번째 요청이었다.


“위저드들 중 일부를 베르너 령에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유료화 공지입니다. NEW 18시간 전 98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7/01) 24.05.14 355 0 -
공지 연재시간 변경 매일 08:20분입니다. 24.05.11 8,520 0 -
62 루벤스크 요새 공략전 2 NEW +2 23시간 전 1,578 66 13쪽
61 루벤스크 요새 공략전 1 +2 24.07.02 2,177 68 14쪽
60 다시 전장으로 +3 24.07.01 2,472 68 14쪽
59 아인 공병대 +3 24.06.30 2,683 79 13쪽
58 총사령관 블라디미르 +2 24.06.29 2,872 75 13쪽
57 고드프리 은퇴 +5 24.06.28 2,972 91 14쪽
56 승전 처리 +2 24.06.27 3,251 85 14쪽
55 대주교 블라디미르 3 +3 24.06.26 3,207 96 14쪽
54 대주교 블라디미르 2 +1 24.06.25 3,260 95 14쪽
53 대주교 블라디미르 1 +3 24.06.24 3,348 99 16쪽
52 성전 선포 +2 24.06.23 3,463 95 14쪽
51 대족장 티볼레 +1 24.06.22 3,487 96 14쪽
50 격돌 +1 24.06.21 3,668 106 13쪽
49 소집령 +1 24.06.20 3,766 99 12쪽
48 퓨리온의 선물 +1 24.06.19 3,857 111 13쪽
47 전운 +2 24.06.18 3,971 108 12쪽
46 도적 토벌 +3 24.06.17 4,086 104 12쪽
45 전쟁 준비 +3 24.06.16 4,251 109 13쪽
44 황제, 대주교, 그리고 +6 24.06.15 4,289 115 15쪽
43 궁정백 2 +5 24.06.14 4,332 102 16쪽
42 궁정백 1 +3 24.06.13 4,429 103 14쪽
41 마탑주 트리스 +2 24.06.12 4,498 118 14쪽
» 승작 +3 24.06.11 4,548 115 13쪽
39 악마 군세 +2 24.06.10 4,601 105 13쪽
38 아인 연합 4 +2 24.06.09 4,660 115 13쪽
37 아인 연합 3 +2 24.06.08 4,744 102 14쪽
36 아인 연합 2 +3 24.06.07 4,877 10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