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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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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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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전환 : 4일 남음

작성
24.06.2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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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격돌

DUMMY

북부의 여름은 짧았다.

여름이라고 해도 해가 그다지 길지 않았는데 이제는 오후만 되도 하늘이 거뭇거뭇한 느낌이 들었다.

여름에 녹아가던 눈들이 미처 다 녹지 못하고 다시 얼어붙고 있었다.

북부가 괜히 척박한 땅이라 불리는 곳이 아니었으며 또 북부인들이 괜히 강한 성정을 지닌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아이젠은 저번에 왔던 길로 행군을 하면서도 조금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 공간이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른 인상을 주는 것이었다.

약간은 온기를 띄던 바람이 이제는 살벌하게 사람을 할퀴고 지나갔다.

바람이 아이젠의 피부를 스치자 으슬으슬한 기운이 옷깃을 파고 들었다.

자기도 모르게 움츠러들게 되는 추위였다.


‘이런 추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야 어엿한 북부인으로 칭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사람이 출신 성분을 바꾼다는 건 참으로 어렵단 생각이 들었다.

수도 출신에서 남부로, 다시 남부에서 북부로 온 아이젠은 이방인에 불과했다.

아직까지는.


“영주, 추우시오?”

“조금.”

“으하하하, 북부의 사내라면 이런 추위따윈 견뎌야하는 법이지. 아직 북부인이 덜 됐나 보오!”


고드릭은 아이젠의 약한 모습이 재밌다는 듯 웃어댔다.


“그러는 그대야말로 추위를 못 느끼지 않소. 조금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흐흐, 영주가 살려놓고 날더러 어쩌라는 거요?”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데스 나이트가 하는 말에 아이젠은 조금 아니꼽기도 했지만 고드릭의 말은 틀린 바가 없었다.

아이젠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북부가 아니었다면 이런 옛 사람을 데스 나이트로 살릴 일도 없었겠지.

북부는 여러모로 특이한 경험을 많이 선사하는 곳이었다.


“뭐, 곧 적응하겠지. 난 적응하는게 특기거든.”

“죽을 때까지 적응 못하는 사람도 있다오. 흐흐.”


아이젠은 ‘설마’ 싶다가도 다시 한번 불어오는 바람에 그 생각을 철회해야 했다.

확실히 보통 추위가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남부의 더위에 적응했던게 몇 년 차더라...

그렇게 한참을 더 진군하다 둘은 지평선 너머에 자리한 군영을 보고 웃었다.


“하하, 적들이 이번엔 대처가 빠르군!”


전에 아인 연합을 공격했을 때 아인 연합은 속수무책으로 베르너 군에게 공격을 당했다.

자신들은 공격받지 않을 것이란 안일함에서 나온 실책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좋아! 이래야 싸울 맛이 나지!”


고드릭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맥빠진 오합지졸들을 상대하는 것보단 강적과 맞서는 것이 성미에 더 잘 맞았다.

약자를 괴롭혀봤자 찝찝한 도취감밖에 더 있겠는가?

약자능멸은 기사의 도리가 아니었다.


“내게 선봉을 맡겨주시오!”

“경이 아니면 누가 맡겠나?”


아이젠은 고드릭의 요구에 픽 웃으며 대답했다.

언데드 군세만 끌고 왔는데 데스 나이트가 아니면 누가 선봉장을 맡겠는가?

아이젠의 허락이 떨어지자 들뜬 고드릭은 적의 군영을 노려봤다.

흥분한 기색.

하지만 눈은 더없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숫자로만 따졌을 때 전황은 확실히 아이젠에게 불리했다.


“시간을 끌수록 우리가 유리해질 테니 적은 어떻게든 내 목을 치려 하겠지.”


아이젠은 아인 연합이 어떤 전술로 나올지 상상했다.

정공법? 네크로맨서 상대로 그런 무식한 방식을 채택하는 건 자살 행위였다.

적이 무능하다면 가능한 얘기였지만 이렇게 군영을 이룬 것만 봐도 그런 가정은 하기 어려웠다.


“참수 작전을 펼칠 수도 있겠군.”


고드릭이 의견을 제시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언데드 군세를 일점 돌파, 아이젠의 목을 칠 특공대를 꾸릴 수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성공 확률이 높은 방법이었다.


“암살자를 보낼 수도 있지.”


그것도 아니면 대치를 이어가면서 암살자를 끊임없이 보내는 방법도 있었다.

엘프는 없었지만 아인 연합에 쓸만한 암살자 하나 없겠는가?

다만 이 부분은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저렇게 군대를 소집했는데 암살로 전쟁을 마무리한다?

이미 자존심을 잃을 대로 잃은 저치들이 선택하기엔 너무 얕은 수였다.

그렇지 않아도 국가가 아니라 연합인지라 저런 군대를 소집하기도 힘들었을 터.

분명 아인 연합의 수장은 저 군대를 쉽게 해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뭐가 됐든.”


아이젠이 고드릭의 눈을 바라봤다.


“적이 계략을 짤 틈을 주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 말은...?”

“우리가 선공한다. 지금.”


고드릭은 이빨을 드러냈다.


“화끈하시군.”


이전에 아인 연합과 붙었을 때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군영을 짜는 대신 공격을 선택했다.

아이젠은 무식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젠은 적이 택했던 무식한 방식을 채택했다.

그들과 달리 언데드 군세는 지치지 않았으니까.

아이젠 자신의 피로?

그는 헛웃음을 지었다.


‘익숙하지.’


극한 상황에 놓여진 경험은 수도 없이 많았다.

평범한 강행군으로 인한 피로 정도로 작전에 문제가 생길만큼 만만하게 살아오지 않았다.


“자, 시간이 됐네.”


아이젠은 지그시 군영을 돌아다니는 아인들을 응시했다.

적당히 끝낼 생각은 없었다.


‘궁정백은 균형을 원했지.’


하지만 아이젠은 균형을 맞추겠단 생각은 한 적 없었다.

누구 좋으라고?

피와 살이 튀기는 전장에서 적당히라던가 어중간한 태도를 지니는 건 그 자체만으로 죄악이었다.

아이젠은 상대를 완전히 박살내는 거 말고 다른 전쟁의 방식따윈 몰랐다.

재기불능.

아이젠이 아인 연합에 원하는 것은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재기불능 상태에 빠뜨리는 거였다.

오늘 그 첫 단추를 꿰는 날이었다.


“보여주게. 북부의 힘을.”

“하하! 들었나! 전부 돌격하라!!”


언데드 병사들은 눈을 희번덕하게 띄며 전진했다.


“빨리 움직여!”

“저 새끼들도 죽음을 알려주자!”


언데드 병사들 사이에도 우열은 있었다.

최초로 언데드 병사가 됐던 자들이 도적 출신 언데드 병사들의 엉덩이를 차며 독려하고 있었다.

도적 출신 병사들은 반항도 하지 못하고 눈을 불태우며 전진했다.

그들 역시 후임이 필요했다.

차별할 수 있는 아인종 언데드 병사라면 더 좋았다.


고드릭이 죽음의 군마를 이끌고 앞장 서서 달렸다.

돌격을 시작하자 그는 뒤에 언데드 병사들이 제대로 따라오는지 신경도 안 썼다.

그저 호쾌하게 돌진할 뿐.


“뭐냐? 무슨 일이냐?”


티볼레는 바깥이 소란스럽자 천막을 나왔다.


“대족장!!”


오크 하나가 다급하게 티볼레를 찾았다.


“빨리 보고해라.”

“적! 적입니다! 적이 쳐들어 왔습니다.”


티볼레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들이 진군하고 있다는 첩보는 있었지만 도착 예정이 오늘인데?


“설마.”


이것들이 도착하자마자 공격을 가한 건가?


“하.”


티볼레는 분노로 눈이 타올랐다.

얕잡아보는 것도 유분수지 피로도 안 풀고 곧바로 돌격을 해?


“적을 찍어눌러서 연합의 힘을 보여줘라!”

“알겠습니다!”


오크는 후다닥 움직이며 아인 연합의 출격을 명령했다.

전장의 뿔피리의 -뿌우, 하는 소리가 아인 연합 군영에 길게 울려 퍼졌다.

기습적인 전투의 시작이었지만 아인 연합도 고르고 고른 정예들이 투입됐다.

당황하는 이들은 없었다.


* * *


“잘 싸우는군.”


언데드 병사들은 아이젠의 기대보다 훨씬 잘 싸웠다.


“감히 연합에 쳐 들어오다니!”

“태어난 걸 후회하게 해 주마! 버러지들!”

“죽어라!”


오크들이 위압적으로 도끼를 휘두르고 켄타우로스들이 활을 날렸지만 생각보다 효과는 미미했다.


“하하!”

“제국산 갑옷이 좋긴 좋군!”

“그것보단 드워프들 장비가 훨씬 좋은데?”


궁정백이 보낸 장비와 드워프들이 만든 갑옷으로 무장한 언데드들에게 켄타우로스의 화살 따윈 금방 튕겨 나왔다.

조준 사격으로 갑옷 틈새를 노리지 않는한 화살에 얻어맞고 쓰러질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오크들과 격돌했을 때도 언데드 병사들은 전혀 겁먹지 않았다.


“망치 맛 좀 봐라!”


오크들은 호기롭게 돌진했으나 역으로 골통이 쪼개지는 건 그들이었다.

아이젠의 군단은 단순히 장비만 좋아진 것이 아니었다.

예전 오크 전사들의 맹공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벅차던 그때 그 병사들과는 이제 질적으로 다른 존재들이었다.

고드릭의 훈련 아래 언데드 병사들은 정예로 거듭났다.


“언데드 주제에!”

“켁!”


물론 오크에게 골통이 깨지는 언데드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언데드.

아이젠의 마력을 통해 순식간에 형체가 복구됐고 그대로 메이스를 들어 반대로 오크의 골통을 쪼개 버렸다.


“뒤져!”

“씨발 새끼들아!”


도적 출신 언데드 병사들은 기억이 없었지만 생전에 했던 괄괄한 욕설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오크나 드워프를 상대로도 거침없이 욕설을 지껄이며 메이스를 연신 휘둘렀다.

교환비?

압도적일 수밖에 없었다.

적들은 목숨이 하나였지만 이쪽 병사들은 목숨이 여러 개였다.

죽지 않는 병사들이 달려드는 걸 어쩌겠는가?


‘언데드 타워가 없었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


언데드 타워는 술자의 마력을 지속적으로 언데드들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아이젠이 직접 마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언데드 타워와 연결된 언데드들은 마력 공급이 끊이질 않았고 몸이 부서져도 다시 일어서는데 문제가 없었다.


“다시 살아나다니...”

“계속 쳐 죽여! 죽을 때까지 죽여라!”

“이런 괴물들!”


아인 연합의 군사들은 되살아나는 언데드를 보고 조금씩 전의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아무리 용감해도 계속 살아나는 적을 상대로 어떻게 투지를 계속 불태우겠는가?


“오우거! 오우거들은 어디 있나?”


결국 티볼레가 급하게 오우거들을 전선으로 내세웠다.


“그롸라라라라라!!”


녹색 거인들이 아인 연합의 병력들을 헤치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미처 오우거의 행진을 피하지 못한 고블린들이 납작포로 변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롸라라라라라!!”


키가 3M가 넘는 거인 괴물이 포효했다.

만약 의사소통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당연히 몬스터로 분류됐을 존재들이었다.

일말의 지성은 있지만 흉포하기 짝이 없는 그것들은 언데드 병사들을 보며 눈을 부라렸다.

그리고 슬쩍 손에 들고 있는 육중한 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전력으로 스윙.


“컥!!”


언데드들은 피와 살이 분리되며 하늘을 날았다.

폭발은 없었지만 그 날아가는 모습이 마치 아이젠이 시체 폭발로 시체들을 날려먹을 때 모습과 비슷했다.

공중 부양이라고 봐도 좋았다.


-철푸덕!!


듣기 끔찍한 소리와 함께 몽둥이에 얻어맞은 언데드들이 땅바닥을 기었다.

몇몇은 되살아났지만 몇몇은 그대로 땅바닥과 하나가 됐다.

불사의 군단이라고 불리는 언데드 군세였지만 그렇다고 불멸은 아니었다.

압도적인 충격을 받은 언데드들은 보급받은 마력을 전부 소진했다.

마력을 전부 소진하면?

아이젠이 따로 손을 쓰기 전까진 되살아나긴 글렀다.

당장 전력에서 이탈하게 된 것이다.


“나타났군.”


당연히 아이젠도 오우거나 트롤 따위의 등장을 예상하긴 했다.

그들의 압도적인 힘 앞에선 언데드 군대도 무적의 힘을 발휘할 순 없었다.

하지만 언데드 군세가 밀리는 상황은 아이젠에게 익숙한 상황이었다.

즉, 아이젠은 불리한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얼마든지 갖고 있었다.


그의 팔찌 블러디드가 붉게 빛났다.

아이젠의 근처에서 끈적한 피들이 흐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얼리는 북부의 추위조차 그 피가 뜨끈하게 열을 내는 것을 식히지 못 했다.

피들은 마치 장마철 물이 불어나 줄기가 거칠어진 강물처럼 빠르게 전장 한 가운데로 파고 들었다.

침투한 피들은 그대로 바닥에서 뾰족한 창의 형태가 되어 아인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악!!”


아인 연합의 군세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블러드 스피어’는 종족을 가리지 않고 오크, 고블린, 놀 등의 아인들에게 공평한 죽음을 가져다 줬다.


“일어나라.”


그리고 충분한 피가 바닥에 흩뿌려졌을 때


“블러드 골렘.”


그 피들은 하나로 엉겨붙어 하나의 거인이 되어 땅을 박차고 일어났다.

아이젠의 충실한 하인으로서.


“그롸롸라라라라?”


오우거에게 적수가 나타났다.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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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총사령관 블라디미르 +2 24.06.29 2,872 75 13쪽
57 고드프리 은퇴 +5 24.06.28 2,972 91 14쪽
56 승전 처리 +2 24.06.27 3,251 85 14쪽
55 대주교 블라디미르 3 +3 24.06.26 3,208 96 14쪽
54 대주교 블라디미르 2 +1 24.06.25 3,260 95 14쪽
53 대주교 블라디미르 1 +3 24.06.24 3,348 99 16쪽
52 성전 선포 +2 24.06.23 3,463 95 14쪽
51 대족장 티볼레 +1 24.06.22 3,487 96 14쪽
» 격돌 +1 24.06.21 3,669 106 13쪽
49 소집령 +1 24.06.20 3,766 99 12쪽
48 퓨리온의 선물 +1 24.06.19 3,858 111 13쪽
47 전운 +2 24.06.18 3,971 108 12쪽
46 도적 토벌 +3 24.06.17 4,086 104 12쪽
45 전쟁 준비 +3 24.06.16 4,251 109 13쪽
44 황제, 대주교, 그리고 +6 24.06.15 4,289 115 15쪽
43 궁정백 2 +5 24.06.14 4,332 102 16쪽
42 궁정백 1 +3 24.06.13 4,429 103 14쪽
41 마탑주 트리스 +2 24.06.12 4,498 118 14쪽
40 승작 +3 24.06.11 4,548 115 13쪽
39 악마 군세 +2 24.06.10 4,602 105 13쪽
38 아인 연합 4 +2 24.06.09 4,660 115 13쪽
37 아인 연합 3 +2 24.06.08 4,746 102 14쪽
36 아인 연합 2 +3 24.06.07 4,877 10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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