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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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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3 08:20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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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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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2,671
유료 전환 : 5일 남음

작성
24.06.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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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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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글자
12쪽

도적 토벌

DUMMY

고드릭은 연병장에 언데드 병사들을 모아놓고 단상에 섰다.

숫자가 몇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언데드 병사들은 정예병처럼 깔끔하게 오와 열을 맞추고 있었다.

흉흉한 녹색 안광이 번들거리는 건 덤이었다.


“출격한다.”


꿀꺽!

놀라운 사실을 하나 고지하자면 언데드도 긴장하면 침을 삼킨다.


“겁나나?”

“아닙니다!”

“그래, 이미 죽었는데 겁날게 뭐가 있나? 시원하게 도적 놈들 때려 잡고 복귀한다.”

“알겠습니다!”

“질문 있나?”

“없습니다!”


고드릭의 언데드 병사들은 군기가 바싹 든 모습이었다.

이미 죽은 자들이었지만 데스 나이트의 훈육은 과연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죽은 자들도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하는 고생대 기사의 훈련 방식!


“그럼 이동!”

“네!”


언데드 병사 한스는 군기가 바싹 든 채로 움직였다.


‘살아있을 때보다 힘든 거 같은데.’


언데드는 기본적으로 추위나 배고픔, 졸림 따위는 느끼지 않았다.

당연히 움직이는 것에도 기본적으론 피로를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저 기사는 그런 상식을 완전히 무시했다.

다만 그것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죽었지만 살아있는 것 같아.’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떤 감각을 느껴야 했다.

모든 일이 쉽거나 무던하면 삶에 생기가 돌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드릭은 언데드 병사들에게 훌륭한 상관이었다.

어쨌건 뼈빠지는 훈련으로 언데드 병사들이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해줬으니까.

어쩐지 새로 지급 받은 중갑이 가볍게 느껴졌다.


“도적 토벌이라며?”

“토벌 후에 언데드로 만든다는데?”

“후임 생기는 건가?”


언데드 병사들은 이동하면서 소근거렸다.

후임이란 말에 한스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후임!’


이 얼마나 깊은 울림인가.

막내라는 이유로 참아왔던 모멸의 시간이 이제 끝이었다.

한스는 전의를 활활 불태웠다.

버러지 같은 도적 놈들을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작살내리라.


* * *


“백작 각하, 오셨습니까?”

“오랜만일세. 로이스 경.”


언데드 병사들과 함께 종군한 아이젠은 로이스가 진을 친 군영에 도착했다.

고드릭을 포함한 언데드들은 지치지 않았고 숫자도 적었기 때문에 시간은 그리 오래 소요되지 않았다.

보급품이 거의 필요없다는 점이 가장 유효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조금 곤란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냥 무리해서 토벌을 강행할까 고민 중이었지요.”

“그런 것 같군.”


아이젠이 살펴본 군영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것은 전투뿐만이 아니었다.

눈앞에 적이 있고 그 적을 이길 자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참아야하는 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루한 대치 상황.

이런 모든 것들이 스트레스의 원인이었고 기사와 병사들을 지치게 했다.


“그래도 부하들을 잘 다스리고 있군.”

“그들이 저를 잘 따라준 덕입니다.”


로이스가 겸손하게 답했지만 사실 이건 그의 능력이라고 봐야 했다.

작은 항명이나 불만이 겉으로 새어나오지 않는다는 것부터 로이스가 얼마나 이들을 잘 장악했는지 보여주는 증거였다.

특히 혈기 넘치는 기사들이 약간의 불만을 눈에 담을지언정 대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랬다.


‘내 눈이 정확했어.’


로이스를 기사 단장으로 만들 때부터 기대했던 모습이었다.

그는 원칙에 따라 기사단을 운영했고 그 원칙은 오직 실력이었다.

즉, 불사조 기사단에 속한 기사들이 실력적으로 로이스를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에 참고 있는 것이다.

이건 단순한 인망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수고했네. 이제 곧 대치는 끝날 거야.”

“영주님께서 직접 나서실 생각이십니까?”


아이젠이 나선다면 상황은 금방 마무리될 공산이 컸다.

네크로맨서의 권능을 눈으로 본 로이스와 그외 병사들은 그 사실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번엔 다른 이들이 나설 걸세.”

“다른 이들이라면...”

“아인 연합과 싸운 후 되살아난 자들이 기억나나?”

“아, 그들 말입니까?”


로이스는 그들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젠의 권유 아래(사실 강요나 마찬가지였다.) 언데드 병사로 살아나는 것에 동의한 자들.


“고드릭 경이 그들을 이끌고 도적들을 토벌할 거야. 자네들은 퇴로나 차단하게.”

“그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주실 생각이시군요.”

“그것도 있지만 언데드 군세들을 늘릴 시간이 됐거든.”


아이젠은 궁정백에게서 돌려받은 아티팩트를 어루만졌다.


“이제 그럴 능력이 되서 말이야.”


앞으로 큰 전쟁이 있을 것이란 건 이미 예정된 사실이었다.

남부 전선에서 싸웠던 부족들이나 사막 국가들보다도 치열한 상대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양면 전쟁을 펼쳐야하는 극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아이젠이 해야 할 행동은?


‘군사를 늘려야지.’


이기기 위해선 지금 베르너 령이 보유한 것보다 훨씬 강력한 군대를 구성해야 했다.

하지만 군대는 숫자를 쉽게 늘리기도 어려울뿐더러 모은 군사를 정예화하는 건 더더욱 힘든 작업이었다.

일반적으로는 말이다.


“그럼 바로 시작하지. 지체할 것 없이 말이야.”


토벌 작전은 곧바로 시작됐다.

여독을 풀 필요조차 없었다.

언데드와 언데드를 부리는 자가 무슨 휴식이 필요하겠는가?


* * *


칼침 도적단이 산속에 틀어박힌지 벌써 2주나 지났다.

베르너 령이 임자없는 꿀단지라는 소문을 듣고 거처를 옮긴 그들은 단꿈에 부풀어 있었다.

여기서 상인들을 털고 한몫 단단히 챙기자!

다들 이런 마음으로 싱글벙글 베르너 령으로 향했지만 이게 웬걸? 상인들을 털긴커녕 기사들에게 쫓기는 신세였다.

그래도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어 산속에 산채를 마련했지만 이것도 얼마나 갈지 몰랐다.


“대장! 대장!”

“시끄럽게 왜 불러?”

“이것 좀 봐요! 빨리!”


도적 대장 레오는 신경질을 내다 부하의 다급한 목소리에 망루로 올라갔다.


“오, 이런 씨발 빌어먹을.”


저 좆같은 새끼들이 기어이 산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보통 영주들은 자기 도시에나 신경 쓰지 이런 가도같은 곳은 신경도 안 썼다.


‘근데 왜 여긴 이 지랄이냐고.’


기사들이 병력을 이끌고 정기적으로 순찰, 그것도 모자라 돈도 안 되는 몬스터 토벌과 도적 소탕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베르너의 영주는 어지간히 괴짜인게 틀림없었다.

돈을 이딴데 들이붓다니 제정신인가?


“어떡하죠?”

“어떡하긴 어떡해 씨발. 다 죽여버려야지.”


레오는 겁먹은 마음을 숨기고 강하게 말했다.

원래 겁먹은 티를 내면 부하에게 목이 따이는게 도적 생활이었다.

무서워도 안 무서운 척 허세를 부려야했다.


‘숫자가 얼마 되지 않아.’


다행히 수색엔 나선 병력은 얼마 되지 않아 보였다.

맨앞에 있는 지휘관은 나이가 어려 보이기도 했다.


“저번처럼 기습 준비해. 화살 좀 먹여주면 겁 먹어서 도망갈 거야. 그때도 그랬잖아?”

“당장 가죠.”


저번에도 멀리서 화살 좀 갈기니 적들이 물러났다.

아마 병력 손실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레오는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언데드 병사들의 가장 큰 장점은 지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었다.

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은 거친 산속을 헤치면서도 그들은 육체적인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그야말로 살아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감각!

물론 의식이 남아있는만큼 정신적인 피로조차 느끼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사지가 멀쩡하면 육체적인 한계는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윽.”

“병신.”

“거기서 엎어지냐?”


가령 발을 헛디뎌 자빠지는 경우가 있어도 창피하기만 했을 뿐이다.

놀라운 건 오히려 아이젠이었다.


“조심들 하게. 긴장을 풀지 말고.”


그는 언데드들과 함께 움직이면서도 그 어떤 피로감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기사라면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는 엄연히 네크로맨서였다.

불가사의한 체력이 아닐 수 없었다.

언데드 병사들은 속으로 ‘혹시 우리 영주님도 언데드인가?’하고 잠깐 고민할 정도였다.

어쨌든 언데드였어도 그들은 군인이었기에 작전 중엔 약간의 긴장감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긴장감 속에서 고드릭은 이변을 깨닫고 외쳤다.


“방패 들어!”


-휙!


언데드 병사들은 고드릭의 호령과 동시에 체계적으로 방패를 들어 아이젠을 둘러쌌다.

이정도면 무조건 반사 수준의 반응 속도였다.

육체에 각인된 것 같은 재빠른 움직임.


-타타타타탁!!


그리고 하늘에서 화살이 빗발쳤다.

도적들이 사각에서 기습적으로 화살을 갈기기 시작한 것이다.


“기습이다!”

“모두 정신 똑바로 차려!”

“우린 맞아도 돼! 영주님만 지켜라!”


언데드로 살아난 그들은 충성심조차 교육을 받았는지 아이젠을 필사적으로 지켰다.

고드릭이 주입한 것은 단순한 전투 기술이나 근성만이 아니었다.

영주에 대한 충성심 역시 시나브로 주입되어 그들은 충직한 언데드 병사가 됐다.

아이젠이 보기에 이 결과가 마음에 들었냐고 묻는다면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

눈이 옹이 구멍이 아니라면 지금 아이젠이 보기 드물게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단 걸 모를리 없을 테니.


“화살이 뜸해졌군.”


고드릭은 검을 뽑으며 중얼거렸다.

전투광 데스 나이트가 스산하게 웃었다.


“영주님을 호위할 넷만 남고 나머지는 날 따라온다.”

“알겠습니다!”


미리 인원을 분배했는지 자연스럽게 네 명만 남고 나머지는 고드릭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도적 놈들에게 본떼를 보여주자!”

“고드릭 경을 따라라!!”

“가자!!!”


불규칙한 화음을 이루며 고드릭과 언데드 병사들이 뛰기 시작했다.

울퉁불퉁한 오르막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걸음은 결코 느리지 않았다.

저 멀리서 화살을 겨누고 있던 도적들의 눈에 마치 그들은 말을 타고 올라오는 기사 같았다.

그 정도로 빨랐다.


“멍 때리지 말고 화살 더 쏴!”


도적 대장 레오는 부하들을 다그쳤다.

보통 이 정도 하면 도망갔는데?

하지만 이번에 온 자들은 뭔가 달랐다.

저 기세며, 훈련 상태며, 흉흉한 녹색 안광까지.


“아.”


그제야 레오는 깨달았다.

작정하고 왔구나.

그리고 오늘이 그가 죽는 날이란 것까지.

손발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아니야!’


레오는 고개를 흔들며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났다.


“활 더 쏴! 쏘라고!”


레오는 그렇게 외치며 뒷걸음질 쳤다.

여기서 개죽음 당할 순 없었다.

이 머저리들이 시간을 끄는 동안 도망치면 살 수 있었다.


“안 되지. 안 되지. 안 되고 말고!”


그렇게 생각하던 레오의 눈앞에 거인이 나타났다.

한눈에 봐도 무겁고 두꺼운 갑주를 입은 기사.

즐거워서 참을 수 없다는 듯 웃고 있는 기사를 마주친 순간 레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뭐지?

어떻게 왔지?

이 거리를?

도약했어?

그리고 그는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다.

아, 이건 피할 수 없다.

지린내가 올라왔다.


“우두머리가 도망치면 쓰나! 책임이란 그리도 막중한 것이거늘!”


데스 나이트가 검을 들었다.

표정엔 경멸이 가득했다.


“네놈은 대장 실격이다.”


다시 살아나서도 잡졸 역할이나 맡길 놈이지.

-서걱, 소리와 함께 레오의 목이 산비탈길을 데구르르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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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총사령관 블라디미르 +2 24.06.29 2,867 74 13쪽
57 고드프리 은퇴 +5 24.06.28 2,968 90 14쪽
56 승전 처리 +2 24.06.27 3,246 85 14쪽
55 대주교 블라디미르 3 +3 24.06.26 3,199 95 14쪽
54 대주교 블라디미르 2 +1 24.06.25 3,256 94 14쪽
53 대주교 블라디미르 1 +3 24.06.24 3,346 99 16쪽
52 성전 선포 +2 24.06.23 3,460 95 14쪽
51 대족장 티볼레 +1 24.06.22 3,484 96 14쪽
50 격돌 +1 24.06.21 3,665 106 13쪽
49 소집령 +1 24.06.20 3,764 99 12쪽
48 퓨리온의 선물 +1 24.06.19 3,855 111 13쪽
47 전운 +2 24.06.18 3,970 108 12쪽
» 도적 토벌 +3 24.06.17 4,085 104 12쪽
45 전쟁 준비 +3 24.06.16 4,248 109 13쪽
44 황제, 대주교, 그리고 +6 24.06.15 4,287 115 15쪽
43 궁정백 2 +5 24.06.14 4,330 102 16쪽
42 궁정백 1 +3 24.06.13 4,427 103 14쪽
41 마탑주 트리스 +2 24.06.12 4,496 118 14쪽
40 승작 +3 24.06.11 4,543 115 13쪽
39 악마 군세 +2 24.06.10 4,598 105 13쪽
38 아인 연합 4 +2 24.06.09 4,654 115 13쪽
37 아인 연합 3 +2 24.06.08 4,736 101 14쪽
36 아인 연합 2 +3 24.06.07 4,869 10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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