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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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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6 08:2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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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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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00
글자수 :
411,046
유료 전환 : 2일 남음

작성
24.07.0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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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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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글자
13쪽

루벤스크 요새 공략전 2

DUMMY

루벤스크 요새는 빈민들 수용으로 과포화 상태였다.


“얼른 움직여!”


병사들은 창대로 빈민들을 밀치고 온갖 짜증을 부리며 거칠게 그들을 통제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온갖 요새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빈민들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렇다고 반항하는 사람도 없었다.


“빨리 움직이라니까!”

“죄송합니다...”


한 남자가 병사의 창대에 얻어맞곤 고개를 조아렸다.

병사는 그런 모습조차 거슬린다는 듯 혀를 차곤 계속해서 빈민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 역시 신경이 많이 곤두선 상황이었다.

이 빈민들이 나쁜 마음이라도 먹는다면...


“괜찮으십니까?”

“날 걱정하는 건가? 나도 많이 죽었군.”

“그게 아니라 작전에 지장이 있을까봐 그렇습니다.”

“흐음, 그래? 자네가 못 따라오면 버리고 갈 테니 그렇게 알게.”

“하하, 저는 대장님이 낙오되도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정녕 날 소인배로 만드는군.”


창대에 얻어맞고 비명을 지른 남자는 바로 크라우스였다.

그는 루벤스크 요새에 부하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창대에 얻어맞고 비명을 지르는 빈민이야 흔해 빠졌기 때문에 그가 앓는 소리를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그의 부하들이 그를 놀릴 뿐.


“경비병들 순찰 시간은 전부 확인했겠지?”

“1차적으로는 확인했습니다. 다만 몇 차례 검증이 필요합니다.”

“그래, 확실한게 좋겠지.”


그들은 빈민들에게 지급되는 형편없는 음식을 먹어가며 임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추위가 조금 성가시긴 했지만 그들에게 이런 고된 환경은 익숙했다.

특수 작전을 수행하는데 안락한 걸 바랄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이번에 공로를 세우면 꽤 많은 돈을 포상으로 받을 수 있을 걸세.”

“하하, 크라우스님. 저희가 언제 돈 보고 움직였습니까?”

“돈 보고 움직였으면 북부까지 오지도 않았습니다.”


장난스러웠지만 그들의 눈은 진지했다.

그들은 오로지 전우애와 위기감으로 움직였다.

험한 전장을 헤쳐온 그들은 이제 전장에서 벗어나 평범하게 살 수 없는 몸이었다.

전쟁이 가져다주는 자극이 아니면 이제 살아있다는 걸 실감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크라우스는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자네들도 평범하게 사는 법을 슬슬 익히는게 좋아. 전장에 익숙해지듯 다시 평범함에 익숙해져야지.”

“그러는 크라우스님도 스릴을 즐기시지 않습니까?”

“아니.”


크라우스는 방긋 웃었다.

꼬질꼬질한 얼굴에서 하얀 건치가 드러났다.


“난 야망 때문에 움직이는거야. 이 변태들아.”

“하하.”

“그럼 대장님은 변태들 우두머리시군요.”

“제기랄.”


이것들은 한마디를 지질 않는다.


“몇 차례 공성전이 있을 거야. 경비병들 순찰 시간을 확실히 파악하고 이놈들이 빈민들한테 신경쓰지 못할 정도로 바빠지면 움직이자고.”

“알겠습니다.”


크라우스와 그의 부하들은 배식받은 꿀꿀이 죽을 퍼먹으며 인파 속에 몸을 숨겼다.

그들을 수상하게 여기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 * *


새삼스럽지만 피부를 아리게 하는 바람이 부는 싸늘한 날씨였다.

블라디미르는 여전히 내키지 않는 모양새였다.

만약 그가 살아있는 인간이었다면 깊은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그를 지휘관으로 내세우는 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리라.

하지만 데스 나이트는 달랐다.

이미 맹약한 이상 그는 최선을 다해 루벤스크 요새를 공략해야 했다.


“때가 됐네. 총사령관.”

“...나도 알고 있소.”


블라디미르는 어떻게 하면 신성 왕국민들이 최소한의 피해를 입은 채 저 요새를 함락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문제는 무슨 수를 써도 큰 희생이 나올 것 같다는 점이었다.

잠입한 크라우스가 제빨리 성문을 열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하.핫! 선봉은 내게 맡겨주게!”

“무슨 소리, 선봉은 나의 몫일세.”

“뭣이? 위아래도 없는 놈이 감히!”

“난 대족장이다. 일개 기사인 네놈보다 높지.”

“어허! 서열로 따지면 네놈은 나보다 데스 나이트 경력이 낮지 않느냐? 거기다 내 손에 죽은 놈이 건방지게!”


고드릭과 티볼레는 선봉을 두고 서로 으르렁거렸다.

티볼레는 아이젠이 제시한 달콤한 보상 때문에 그리고 고드릭은 그냥 고드릭이어서 그랬다.


“싸울 필요 없네. 요새는 높으니까.”


굳이 누굴 선봉으로 삼을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전력을 동원해도 당장 저 요새를 함락할 순 없었다.


“스크롤 효력이 끝나면 곧장 퇴각하게. 언데드를 더 일으킬 수 없는만큼 영멸은 곤란해.”

“그러겠소.”


당연하지만 루벤스크 요새에도 신성 왕국이 자랑하는 성기사들이 득실거렸다.

당장 슈왈처 백작만 해도 블라디미르가 인정하는 강력한 성기사였고 그의 수하들 역시 전원 성기사였다.

트리스가 만든 스크롤의 효력이 다하면 언데드들은 즉각 물러나는 것이 전술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


“정말 저희는 대기입니까?”


작전 계획을 듣던 로이스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라 로이스 뒤에 있는 불사조 기사단 전체가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다.

전장에 나왔는데 활약할 기회도 없이 뒷전으로 밀린 것은 기사로서 무척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죽음을 불사하고 용감하게 싸우는 것이 기사의 미덕이었기에.


“난 자네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생각이 없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만.”


로이스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공성 병기도 없이 요새에 기사단을 꼴아박는 건 자살 행위였다.

심지어 적이 요격도 안 나오는데 기병이 무얼 하겠는가?


“인내심은 훌륭한 기사의 미덕이지. 개죽음을 자초하는 건 얼간이의 품격이고.”

“...명심하겠습니다.”


로이스는 한 발 물러섰다.

어차피 아이젠이 공성전에 참여할 걸 허락하지 않으리란 건 알고 있었다.

그저 기회가 왔을 때 아이젠의 머리에서 불사조 기사단이 제일 먼저 떠오르면 그걸로 충분했다.

아이젠은 스크롤을 찢는 동시에 나직히 내뱉었다.


“시작하게.”

“전군, 진군하라.”


아이젠의 말이 끝나자 언데드 군세가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지휘하는 자도 지휘받는 언데드도 함성 따윈 없었다.

그들은 마치 군체처럼 움직였다.

녹색 물결이 루벤스크 요새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옵니다!”

“빌어먹을 것들...”


슈왈처 백작은 밀려오는 언데드 군세를 바라보며 분노를 토했다.

사특한 것들이 신성 왕국의 백성들을 핍박하고 이 땅을 더럽히는 것이 너무나 역겹게 느껴졌다.


“화살은?”

“교회에서 쉴새없이 신성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병사들에게 전부 불출했습니다.”

“아끼지 말고 쏴라. 저 망자들을 다시 지옥으로 보내버려!”

“예!”


성기사들은 눈을 이글이글 불태웠다.

마음 같아선 당장 성문을 열고 뛰쳐 나가고 싶어하는 모습이었다.


언데드들이 오와 열을 맞춰 전진하는 와중에 홀로 돌출되어 말을 달리는 기사가 있었다.


“으하하하하하! 내가 왔다! 신성 왕국이여!”


다름 아닌 고드릭이었다.

그는 난데없는 짜릿함을 느끼고 있었다.

데스 나이트로 살아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침략 전쟁이라니!

이 얼마나 가슴 뛰는 말이란 말인가?


“가자!! 메르!”


어느새 죽음의 군마에도 이름을 붙인 그는 애마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메르는 그에 화답하듯 푸르릉거리며 녹색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해자를 넘어 성벽을 향해 그대로 도약.


“이런 미친.”

“저게 무슨...”

“크하하하하하! 봤느냐? 이것이 인마일체라는 것이다!”


놀랍게도 메르는 성벽을 수직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것도 속도 하나 줄이지 않은 채로.

성기사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뭘 멍하니 보고 있나?”


성기사 중 하나가 당황하는 병사들에게 일갈하며 창을 번쩍 들었다.

곧 황금빛 신성력이 창을 감쌌고.


“죽어라! 사악한 언데드여!”


고드릭을 향해 힘껏 신성력을 잔뜩 머금은 창을 투척했다.

곡선을 그리며 정확하게 고드릭의 심장을 노리는 창.


“으하핫! 제법! 제법이구나!!”


고드릭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창을 손으로 확 잡아버렸다.


“하지만 이깟 창으론 나를 죽일 수 없다!”


-콰직!!


순식간에 두 동강나고 성벽 아래로 떨어지는 창.

그 광경을 지켜본 성기사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시... 신성력이 깃든 창을 잡았어?”

“언데드가?”

“신이시여!”

“다들 당황하지 마라!”

“으하하하하하! 덤벼라 덤벼! 내가 너희들의 파멸이다!”


고드릭은 성벽 위까지 올라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기사가 말을 타고 성벽을 등반한다는 초유의 사태에 루벤스크 요새의 병사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쯧.”


티볼레는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 혀를 찼다.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놈인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총사령관, 저래도 되는 거요?”

“내가 볼 땐 영주도 통제를 못 하는 것 같은데?”

“미친 놈이 따로 없군.”


티볼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제는 동료가 됐지만 고드릭은 어지간히 미친 자였다.

죽었다 깨어난 티볼레도 저런 행동은 엄두도 내지 못 했다.

애초에 이해할 수도 없었다.

티볼레도 대족장이 되기 전 대전사로 이름을 날렸지만 저런 무모한 행동을 즐기진 않았다.


“우리도 성벽을 타겠소. 총사령관은?”

“...나도 넘어야겠지.”


블라디미르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을 알아본 성기사들이 무슨 표정을 지을까? 어떤 말을 할까?

모욕을 할까? 불쌍히 여길까? 아니면 매도를 할까?


‘어느 쪽이든.’


블라디미르가 선택한 결과였다.


“아인들을 이끌고 동쪽 성벽을 오르시오. 고드릭이 올라간 서쪽은 내가 맡지.”

“무운을.”

“그대도.”


두 데스 나이트는 지극히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갈라졌다.

이윽고 언데드들이 궁수들의 사정거리까지 진입했다.


“쏴!”

“저 사특한 것들을 모조리 죽여 버려!”


신성력을 잔뜩 머금은 화살이 날아왔지만 언데드들은 이미 보호막을 걸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몇몇 화살이 보호막을 꿰뚫고 언데드들의 목숨을 가져갔지만 그것만으론 역부족이었다.


-턱!


하나 둘씩 언데드들이 성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신성 왕국의 병사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이 됐다.

이런 괴물들이 존재하다니!


“당황하지 마라!”

“신성력을 사용하면 언데드 따윈 적이 아니다!”

“당황하지 마라!!!”


성기사들이 독려했지만 이미 병사들의 마음엔 공포가 싹트고 말았다.


“죽어!!”

“베르너에 영광을!!”


심지어 성벽을 기어올라온 언데드들이 사람 말을 하며 달려들자 더욱 기괴하게 느껴졌다.

온기가 없는데 이렇게 생기가 넘치다니.

정녕 언데드가 맞단 말인가?

그들이 자주 퇴치했던 자연 발생한 언데드들과는 뭔가 차원이 달랐다.

성벽 위에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


성기사들은 언데드들을 베어넘기며 악착같이 버텼다.


“당신은...”


하지만 그것도 한 사람의 등장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들의 몸이 아니라 마음이.


“오, 제발 신이시여. 제발...”

“설마... 설마...”

“대주교 각하...”

“아니야! 이럴 순 없다! 이럴 순 없어!”


블라디미르가 대답하지 않자 성기사들 사이에서 동요가 더욱 커졌다.

경악스러운 상황이었다.

보고도 믿지 못하는 자.

얼굴을 가리며 절망하는 자.

목놓아 절규하는 자.

고개를 돌려 현실을 외면하는 자까지 있었으나 진실은 냉혹하고 잔인했다.

또 성기사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기도 했다.

창백한 피부의 남자는 틀림없는 그들의 대주교였다.


“오, 이럴수가... 신이시여. 저 미친 네크로맨서가 당신의 대주교를 언데드로 만들었단 말입니까? 그걸 내버려두셨단 말입니까?”

“...”


블라디미르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강렬한 죄책감을 느꼈다.

동족을 구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동족을 베어야하는 이 상황이 그에게도 끔찍하게 느껴졌다.

성기사는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블라디미르 각하...”

“나를...”


블라디미르가 검을 뽑았다.

황금빛 신성력은 생전과 똑같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생전보다 더욱 선명하고 밝을지도 몰랐다.

타오르는 신성력은 그가 신과 함께 하고 있음을 뜻했다.


“용서하지 말게.”


신 앞에 섰을 때 벌은 달게 받을 것이니.


대주교의 검이 성기사의 심장을 관통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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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진격 NEW +5 13시간 전 1,481 61 14쪽
64 루벤스크 요새 공략전 4 +8 24.07.05 2,254 77 13쪽
63 루벤스크 요새 공략전 3 +4 24.07.04 2,526 85 14쪽
» 루벤스크 요새 공략전 2 +2 24.07.03 2,810 86 13쪽
61 루벤스크 요새 공략전 1 +2 24.07.02 3,175 87 14쪽
60 다시 전장으로 +3 24.07.01 3,359 88 14쪽
59 아인 공병대 +4 24.06.30 3,496 97 13쪽
58 총사령관 블라디미르 +2 24.06.29 3,657 94 13쪽
57 고드프리 은퇴 +5 24.06.28 3,746 112 14쪽
56 승전 처리 +3 24.06.27 4,049 99 14쪽
55 대주교 블라디미르 3 +3 24.06.26 3,971 112 14쪽
54 대주교 블라디미르 2 +1 24.06.25 3,992 111 14쪽
53 대주교 블라디미르 1 +3 24.06.24 4,095 116 16쪽
52 성전 선포 +2 24.06.23 4,215 110 14쪽
51 대족장 티볼레 +1 24.06.22 4,230 110 14쪽
50 격돌 +1 24.06.21 4,428 120 13쪽
49 소집령 +3 24.06.20 4,540 114 12쪽
48 퓨리온의 선물 +1 24.06.19 4,655 127 13쪽
47 전운 +2 24.06.18 4,794 126 12쪽
46 도적 토벌 +3 24.06.17 4,912 124 12쪽
45 전쟁 준비 +3 24.06.16 5,096 129 13쪽
44 황제, 대주교, 그리고 +7 24.06.15 5,158 137 15쪽
43 궁정백 2 +5 24.06.14 5,212 123 16쪽
42 궁정백 1 +3 24.06.13 5,313 124 14쪽
41 마탑주 트리스 +2 24.06.12 5,385 141 14쪽
40 승작 +3 24.06.11 5,447 138 13쪽
39 악마 군세 +2 24.06.10 5,516 1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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