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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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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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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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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2,671
유료 전환 : 4일 남음

작성
24.06.1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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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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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악마 군세

DUMMY

“대악마라니.”


회의실에 적막이 흘렀다.

그만큼 대악마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묵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라앉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대공 전하께서 대악마가 소환한 찌꺼기들의 진군을 막아달라고 하셨네.”

“대악마는요?”

“직접 처단하신다고 하시더군.”


아이젠의 대답에 로이스는 ‘역시’하며 감탄했다.

북부 대공은 대악마를 물리치지 못해 아이젠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대악마를 따라 나온 악마들의 처리를 맡긴 것이다.

워낙 그 수가 많아 드래곤 캐슬의 병력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망설일 이유는 없지요. 곧바로 출발하시겠습니까?”

“그래야지.”


아이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북부 대공의 명령이었다.

묵살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럴 필요도 없었고.


“하지만 자네들은 가지 않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고드프리와 로이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멜리사 역시 놀란 기색이었다.


“말 그대로, 악마들을 상대하러 가는 건 나와 고드릭 경 둘만 출진하기로 결정했네.”

“위험합니다!”


로이스가 가장 격렬하게 반대했다.

호위 기사 역할은 이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지만 그는 아이젠을 가장 걱정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이유를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반면 고드프리는 침착하게 이유를 물었다.

아이젠은 겉으로 보기에 종잡을 수 없는 영주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첫 번째, 병사들이 많이 지쳤네. 귀환하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출정을 하는 건 무리야.”

“이번에 출정하지 않았던 자들을 동원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두 번째, 속도가 문제일세. 병력을 동원하는 사이 악마들이 드래곤 캐슬을 침략할 수도 있지.”

“그건...”

“세 번째, 베르너 성의 방위를 미흡하게 할 순 없어. 아인 연합이 칼을 갈고 있을 테니까. 여길 지킬 병사와 인재들이 필요하네.”

“...”


로이스는 더이상 반발할 수 없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아이젠은 일어나 로이스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대들이 없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있으니까.”


아이젠의 말에 로이스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북부에서 첫 전투를 치른 후 아이젠은 자신이 보여준 것이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한 적이 있었다.

네크로맨서에겐 준비물이 필요하다고.


‘...아군이 없는 상황도 준비물 중 하나란 말인가?’


로이스는 아이젠을 똑바로 쳐다 봤다.

아이젠의 결정은 무모해보였지만 그의 얼굴엔 긴장이 아니라 여유가 넘쳤다.

마치 이런 상황을 여러 번 맞이해본 사람처럼 말이다.


“...무사히 돌아오시길.”

“걱정 말게! 영주는 내가 잘 지킬 테니! 으하하하하하!”


대답은 아이젠이 아니라 고드릭에게서 돌아왔다.

아이젠은 그날로 베르너 성을 떠났다.

연이은 출진이었지만 그다지 피로하진 않았다.


* * *


악마들의 모습은 추악함 그 자체였다.

머리가 달렸지만 코 위로는 아무것도 없는 악마.

귀가 몸을 덮을 정도로 끔찍하게 길고 큰 악마.

눈이 있어야할 자리에 눈 대신 기다란 염소 뿔이 자란 악마.

눈코입에서 피를 철철 뿜어내는 악마 등등.

하나같이 인간의 형상을 취하되 인간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마치 어떤 모습을 해야 인간이 공포와 혐오감을 느끼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일부러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빌어먹을! 화살 더 퍼부어!”

“마법사들! 마법은?”

“조금만 더 기다려! 포션 아직이야?”


드래곤 캐슬은 풍전등화의 위기였다.

주요 전력이 원정을 떠난 상태에서 맞이한 악마들은 악몽처럼 다가왔다.


‘빌어먹을.’


현재 드래곤 캐슬을 책임지고 있는 북부 기사단의 페르민은 몰려오는 악마들을 보고 절망적인 기분을 느꼈다.


‘절대 드래곤 캐슬을 함락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


대공 전하도 마탑주도 자문관 알베르 백작도 선임기사 트레버스도 자리를 비운 현 상황에서 페르민은 극한의 스트레스를 느꼈다.

그 가운데에서도 능력 이상의 실력을 뽐내며 악마들을 베어넘기고 있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악마들의 행진에 점점 몸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이젠 몇 명을 베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들고 있던 검이 악마의 피로 찐득해졌다.


“페르민 경! 성벽이!”

“뭐?”


페르민은 화들짝 놀라 성벽 위로 올라갔다.

악마들은 같은 악마들의 시체를 산처럼 쌓으며 성벽을 넘어오고 있었다.

성문을 막는 것만으로도 벅찼는데 이젠 성벽까지 문제였다.


“물러서지 마라!”


페르민은 검을 휘둘러 성벽에 기어올라온 악마를 베어넘긴 후 외쳤다.

하얀 오러가 힘을 발하고 있었다.


“페르민 경! 성문이!”

“이런...!”


하지만 페르민의 분전도 한계가 있었다.

성벽을 막으면 성문이, 성문을 막으면 성벽에서 문제가 생겼다.

마법사들의 마법 폭격도, 기사들의 오러도 압도적인 숫자 앞에선 무의미했다.


“안 돼. 대공 전하의 이름이 드래곤 캐슬을 함락당한 군주로 역사에 기록될 순 없다. 절대 안 돼!”


페르민이 절망스럽게 외치며 검을 휘둘렀다.

악마 하나가 또 목숨을 잃었지만 그걸론 충분하지 않았다.


“끄아아악!”

“페르민 경!”


성벽을 기어오르는 악마의 수는 점점 늘어났고 기어이 마법사들 중에서도 희생자가 나왔다.

성문은 뚫리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때 페르민의 눈에서 저 멀리 사람의 신형이 보였다.


‘원군인가?’


페르민은 잠시 희망을 느꼈지만 곧 그 희망이 산산조각났다.

멀리 보이는 사람은 고작 둘이었다.

두 사람으로 이 전황을 이겨낼 수 있을 리 없었다.


‘뭐하는 거야?’


그런데 놀랍게도 말에 탄 두 사람은 드래곤 캐슬을 향해 검을 빼들고 곧장 돌격하고 있었다.

페르민은 허탈함과 감동을 동시에 느꼈다.

어디에 누군지는 몰라도 저 두 명예로운 기사는 드래곤 캐슬의 위험을 보고 도와주러 오고 있었다.

개죽음을 당할 것이 분명했는데도 그들의 돌격엔 망설임이 없었다.


“도망쳤으면 좋았을 것을...”


페르민은 고마움과 함께 미안함을 느끼며 다시 검을 휘둘렀다.

여기서 죽는다해도 반드시 드래곤 캐슬을 지켜내리라 다시 한번 다짐하면서.

그리고 그때.


-펑!!!


익숙한, 아니 들어본 적 있는 폭음 소리가 들렸다.

페르민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 악마들의 시체가 누더기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건!?”


페르민은 곧장 눈을 돌려 드래곤 캐슬로 돌진하는 두 기사를 바라봤다.

그들의 얼굴이 정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한 기사가 들고 있는 불사조 깃발은 선명하게 보였다.


* * *


“으하하하하! 영주 실력이 대단하군!”


고드릭은 아이젠이 일으킨 시체 폭발을 보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데스 나이트가 보기에도 감동할만큼 멋진 폭발이었다.

날개도 없는 하급 악마들이 하늘을 떠오르는 기적이라니!


“이제 경이 활약할 시간이군.”

“맡겨두시오!”


고드릭은 힘껏 대답하고 죽음의 군마를 독촉했다.

군마는 녹색 안광을 서슬퍼렇게 빛내며 속도를 높였다.

주인을 닮아 죽음의 군마도 무척이나 호전적이었다.

아이젠은 그 뒷모습을 보며 다시 검을 뻗었다.


“일어나라.”


목소리에 높낮이가 없는 차분하고 나직한 선언.

그러나 그 목소리엔 악마조차 거역할 수 없는 네크로맨서의 절대 권능이 실려 있었다.

산처럼 쌓여있던 악마들의 시체에서 녹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아이젠은 깊은 탈력감을 느꼈다.

악마를 살리는 일은 인간이나 다른 생명체를 살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마력을 소모했다.

거기다 움직이기 시작한 악마의 수가 만만치 않았다.


‘아티팩트도 전혀 없으니.’


꽤 무리를 한 셈이다. 그러나 봉신된 입장에서 드래곤 캐슬의 함락을 두고 볼 순 없었다.


‘기왕 도우러 온 거 영웅 노릇 한 번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이번 활약으로 네크로맨서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모조리 불식될 것이다.

분명 북부 대공도 적극 협조하겠지.

아이젠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던 귀족들도 입을 다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좀 무리해도 남는 장사란 소리지.’


아이젠은 그렇게 생각하며 ‘공격하라.’고 중얼거렸다.

되살아난 악마들이 녹색 안광을 뿜으며 살아있는 악마들을 향해 달려 들었다.

악마들 사이에 난전이 일었다.

동시에 드래곤 캐슬의 성벽에서도 혼란이 일었다.


“이게 무슨?”

“악마들이 살아났어?”

“잠깐! 나 이거 본 적 있어.”

“네크로맨서!”

“아이젠 베르너 남작이다!!!”

“베르너에서 드래곤 캐슬을 도우러 왔다!”

“잠깐, 그럼 아이젠님이 살린 악마들은 공격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지금 피아식별을 어떻게 해? 어차피 악마들이잖아! 그냥 퍼부어!”


드래곤 캐슬의 군사들은 되살아난 악마들을 보고 경악했지만 동시에 자기들의 할 일을 잊지 않았다.

손가락에 피가 날 정도로 활시위를 당겼고 마력 폭주로 위저드들이 피를 토했다.

하지만 누구도 싸우는 걸 멈추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멋지군.”


아이젠은 드래곤 캐슬 군사들의 투지에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그렇다면 나도 좀 더 활약해야겠군.”


원래 용기있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가는 법이었다.

관계없는 사람이어도 그런데 같이 싸우는 전우라면 오죽하겠는가?


“블러드 골렘.”


아이젠의 손끝이 움직였다.

전장에 수없이 흐른 피가 한 곳에 모이기 시작했다.

모인 피들은 피아를 가리지 않았다.

악마, 인간의 피가 마치 원래부터 한 존재에서 파생됐던 것처럼 하나로 똘똘 뭉쳤다.

이윽고 피는 흉악한 거인의 형상으로 변했다.

피로 이루어진 골렘.


“저... 저게 뭐야?”

“당황하지마라! 베르너 남작님의 골렘이다!”


페르민은 전에 봤던 누더기 골렘을 떠올리며 병사들을 진정시켰다.

재료는 달랐지만 만들어진 형상이 그럭저럭 비슷했던 것이다.

그리고 혐오감을 불러 일으킨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보호해라.”


블러드 골렘은 발성 기관이 없었지만 포효하듯 자세를 취하더니 이내 성벽 앞에 몰려든 악마들을 주먹으로 내리찍었다.

피의 주먹에 얻어맞은 악마들은 납작하게 변해 땅과 하나가 됐다.


“영주!!! 내 먹잇감은 남겨 두시오!!”


고드릭은 블러드 골렘의 활약을 보더니 펄펄 뛰었다.

전쟁광 데스 나이트의 눈엔 블러드 골렘이 걸리적거릴 뿐이었다.

물론 아이젠은 고드릭을 가뿐히 무시했다.


아이젠의 등장으로 전황은 완벽하게 뒤집혔다.

블러드 골렘이 성문을 철벽처럼 지켰고 악마들은 죽어나갔다.

그리고 죽어나간 악마들은 네크로맨서의 권능으로 살아나 제 동족들을 치기 시작했다.


“후우.”

“이제 살았네.”


병사들과 마법사들 사이에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미 한계에 부딪쳤던 그들은 악마들이 저들끼리 싸우는 걸 보고 한시름 돌릴 수 있었다.

이윽고 해가 저물 즈음엔 걸어다니는 모든 악마의 눈이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눈이 없는 것들도 있었지만.


“어서오십시오. 베르너 남작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페르민 경.”


아이젠은 고드릭과 함께 드래곤 캐슬에 입성했다.

페르민이 대표로 아이젠을 맞이했다.


“드래곤 캐슬은 변한게 없군!”


고드릭은 뭔가 추억에 젖은듯 고개를 돌리며 드래곤 캐슬을 감상했다.

페르민은 그가 누군지 굳이 묻지 않았다.

녹색 안광만으로도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막연히 옛 기사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대공 전하께선?”

“대악마를 상대하신다는 서신은 받았습니다만 그 이후는...”

“그럼 잠시 동안은 내가 드래곤 캐슬을 맡아도 상관 없겠지?”


페르민은 아이젠의 말에 잠시 망설였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가 온 덕분에 도시를 지킬 수 있었으니까.


“물론입니다. 남작님.”

“그럼 우선 저 악마 시체들부터 치우지. 악마의 사체는 저주를 불러 일으키니까.”

“알겠습니다.”


아이젠은 잠시동안 도시의 방위를 맡으며 북부 대공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녀를 걱정하진 않았다.

북부 대공이라면 대악마 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얼마든지 참살할 수 있을 테니.

악마 군세도 물리쳤으니 아이젠이 할 일은 단 하나였다.


‘대공 전하께서 내게 뭘 줄지 기대가 되는군.’


그저 여기서 그녀를 기다리며 달콤한 보상을 기다리는 것.

단지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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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아인 공병대 +3 24.06.30 2,684 79 13쪽
58 총사령관 블라디미르 +2 24.06.29 2,872 75 13쪽
57 고드프리 은퇴 +5 24.06.28 2,972 91 14쪽
56 승전 처리 +2 24.06.27 3,251 85 14쪽
55 대주교 블라디미르 3 +3 24.06.26 3,208 96 14쪽
54 대주교 블라디미르 2 +1 24.06.25 3,260 95 14쪽
53 대주교 블라디미르 1 +3 24.06.24 3,348 99 16쪽
52 성전 선포 +2 24.06.23 3,463 95 14쪽
51 대족장 티볼레 +1 24.06.22 3,487 96 14쪽
50 격돌 +1 24.06.21 3,669 106 13쪽
49 소집령 +1 24.06.20 3,766 99 12쪽
48 퓨리온의 선물 +1 24.06.19 3,858 111 13쪽
47 전운 +2 24.06.18 3,971 108 12쪽
46 도적 토벌 +3 24.06.17 4,086 104 12쪽
45 전쟁 준비 +3 24.06.16 4,251 109 13쪽
44 황제, 대주교, 그리고 +6 24.06.15 4,289 115 15쪽
43 궁정백 2 +5 24.06.14 4,332 102 16쪽
42 궁정백 1 +3 24.06.13 4,429 103 14쪽
41 마탑주 트리스 +2 24.06.12 4,498 118 14쪽
40 승작 +3 24.06.11 4,548 115 13쪽
» 악마 군세 +2 24.06.10 4,603 105 13쪽
38 아인 연합 4 +2 24.06.09 4,660 115 13쪽
37 아인 연합 3 +2 24.06.08 4,746 102 14쪽
36 아인 연합 2 +3 24.06.07 4,877 10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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