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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북부 전선의 미친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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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1
최근연재일 :
2024.07.03 08:20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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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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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2,671
유료 전환 : 4일 남음

작성
24.06.2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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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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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글자
12쪽

소집령

DUMMY

멜리사는 최근 여러모로 바빴다.

향수 개발하랴, 농장 관리하랴, 이제는 마탑에서 연구나 하던 삐약이들을 데리고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마법부의 고양이 네로와 장난감으로 놀 때와는 차원이 다른 스케쥴!

그것 역시 만만치 않게 힘든 일이었지만(마법부가 언제 비는지 항상 꿰고 있어야 했다.) 지금은 더더욱 힘들었다.

그런데...


‘오히려 몸이 가볍단 말이지.’


그녀는 요즘 별로 피곤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개운했다.


‘이상해.’


아이젠이 오기 전까지 좋게 말하면 여유로운 생활 나쁘게 말하면 나태한 생활을 보내던 그녀였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업무량이 막중하면 그녀는 지칠 줄 알았다.


‘일이 재밌어서 그런가?’


왜 그럴까 고민해본 결과 도출된 결론은 하나였다.

멜리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좋았다.

그녀는 얼마 전까지 소서러들 사이에서 명성이 낮은 편이었다.

제국 주요 지역이 아닌 북부에 머물렀고 북부에서도 수도 드래곤 캐슬이 아닌 베르너 성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궁정백 딸도 날 찾아왔지.’


멜리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심지어 아이젠은 휘하 봉신들이 선물한 씨앗들까지 자신에게 맡기며 연구를 일임했다.

이게 신뢰의 증거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내가 누구?

유명세와 영주의 신뢰를 받는 젊고 부유한 미녀 마법사.


‘이게 핵심 인력이 된 기분...!’


그렇지 않아도 베르너 령의 유일한 전투 마법사였기에 핵심 인력이었지만 그때랑은 뭔가 느낌이 달랐다.

‘아, 핵심 인력이시구나.’ 에서 ‘우리 영지의 대들보!’ 가 된 기분이랄까?

향수 사업은 멜리사의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놨다.

멜리사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단순히 부유한 걸 넘어 향수계의 아이콘이 되고 싶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멜리사 하면 아름다운 마법사와 향수를 동시에 떠올리길 원했다.


‘그러려면...’


우선 지금 들어온 일을 쳐 내야 했다.

신속하고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너희가 어디서 굴러들어왔든 그건 상관 없어.”


멜리사는 자신의 눈앞에 모인 수 십명의 위저드들을 거만하게 내려다 봤다.

소서러의 위압감에 위저드들은 움찔했다.


“내 기준은 엄격해. 실력이 안 되면 돈 받을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억울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실력을 키워.”

“알겠습니다!”


마법 용병단 ‘플레임’의 위저드들은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들은 이번에 아이젠에게 고용된 마법사들이었다.

하나같이 임금을 과하게 받아먹는 작자들이었지만 마법사 용병을 거절할 순 없었다.


“목소리가 작군.”

“알겠습니다!!”


원래 군기라곤 찾을 수 없는 뺀질거리는 불마법사들이었지만 소서러 앞에서 뻗댈 순 없었다.

그들은 베르너 령에 온 걸 살짝 후회했다.


‘괜히 돈에 혹해서.’


그들이 후회하고 있을 때 멜리사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나직히 말했다.


“오늘부터 너희들은 마법사가 아니다. 그따위 솜씨로 마법사를 칭하다니 난 그 꼴 절대 못 봐. 알았나? 앞으로 너희들은 버러지다.”

“...”


위저드들은 서로 눈빛을 교차했다.

이거 맞아?

하지만 멜리사는 그들이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대답.”

“알겠습니다!!!!!”

“좋아.”


멜리사는 그들의 목소리에 흡족했다.


‘이것이 권력의 맛?’


* * *


아이젠은 집무실 밖 창문으로 속속들이 몰려드는 용병들의 행진을 바라봤다.

가벼운 무장을 한 용병도 있었고 중무장을 한 용병들도 있었다.

다행인 것은 어설픈 인간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임금을 크게 책정했고 해야 할 일도 명확히 명시했다.

명령에 제대로 따르지 않으면 즉결 처분한다는 내용까지 있었다.

양아치인 주제에 용병이라고 뻗대는 놈들은 오지 않았다는 소리다.


‘기병까지 있는 건 의왼데.’


심지어 몇몇 용병들은 말까지 끌고 왔다.

북부의 추위에 적응하지 못한 말들이 부르르 떨고 있었기에 그들은 필사적으로 말을 돌보고 있었다.


‘기병 용병까지 온 건 유쾌한 오산이군.’


이런 고급 용병들은 쉽게 고용하기 어려웠다.

기병은 일반 영주들이 쉽게 보유하기 어려운 전력이었다.

몸값이 비싸다 해도 기병을 양성하는 것보단 기병 용병을 구하는 것이 싸게 먹혔다.

수요가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직종이었던 것이다.


‘남부 전선이 닫혀서 여기까지 흘러 들어왔나.’


제국 남부 국가들이 제국에 굴복한 이후 용병들은 일거리가 많이 줄어 들었다.

일감을 찾아 해외로 나가는 용병들도 있었지만 제국 내에서 다른 일자리를 찾는 자들도 많았고 그들은 결국 북부까지 일을 찾아왓다.

아이젠으로선 반길 일이었다.

양질의 용병들을 고용할 수 있었으니까.

아이젠은 창문에 커튼을 치고 궁정백이 보낸 서신을 펼쳤다.


“일곱인가.”


아이젠은 일인군단이라고 이름 붙은 네크로맨서였다.

그럼 홀로 군단급 역할을 했기 때문에 홀로 활동했냐고 묻는다면 아니었다.

그에겐 믿을 수 있는 직속 부하들이 있었다.

걔중엔 기사도 있었고 부관 역할을 하는 베타랑도 있었다.


“생각보다 적군.”


부하가 서른이 넘었었지만 북부에 오길 원하는 사람은 일곱 정도였다.

하지만 서운한 감정은 일지 않았다.

오히려 기쁜 마음도 들었다.

그들에겐 각자의 삶이 있었다.

무사히 전역한 사람도 있었고 귀족의 경우엔 가문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으리라.

전쟁에 싫증이 난 사람도 있겠지.

만약 그렇다면 아이젠은 그들이 잘 살길 바랄 뿐이었다.

그것이 전우애였으니까.


아이젠은 시선을 돌려 과묵하게 서 있는 기사 고드프리를 바라봤다.

언제봐도 자세가 꼿꼿하고 눈엔 총기가 돌았다.


“소집한 봉신들은?”

“곧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들이 군역에 봉사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였지?”

“영주들의 소집 의무는 두 달입니다. 그 이후엔 그들에게 의무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그래, 그럼 서둘러야겠군.”


아이젠의 생각보다 전력은 훨씬 빠르게 보강됐다.

언데드 타워 건설을 마친 드워프들은 전시 체제로 들어가 대장간에서 연신 망치를 두들겼다.

얼마나 열심히 무기를 생산하는지 밤에도 드워프 거리에선 불빛과 열기, 그리고 망치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냥 병사도 드워프제 창과 방패, 칼을 차는 기현상이 베르너 성에 벌어지고 있었다.

기사들의 검은 더더욱 공들여 만들었다.

아티팩트가 따로 필요없을 정도였다.


“용병들 편제는 어떻게 했지?”

“용병들은 제가 직접 지휘할 예정입니다. 다만 기병대는 로이스 경에게 맡길 생각입니다.”

“알아서 잘 부탁하네.”


용병들의 숫자도 상당했다.

그들은 모두 고드프리가 지휘하는 보병대에서 활약할 것이다.

마법부에선 끊임없이 스크롤을 양산하고 있었고 멜리사도 순식간에 위저드들을 휘어 잡았다.

허당끼가 있어도 소서러 이름값은 톡톡히 하고 있었다.

더구나 엘프 워록들까지 합류하면 그야말로 마법 병단이 따로 없으리라.


“고드프리 경,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아이젠이 운을 떼자 고드프리는 직감적으로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요즘엔 좀 덜했지만 아이젠의 기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특히 부하들은 제법 상식적으로 대했는데 어찌된 건지 본인 스스로 하는 행동은 파격적이었다.


“굳이 저들이 전선을 열길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그 말씀은...?”

“병력의 질도, 숫자도, 화력도, 심지어 영주들까지 소집하는데 신성 왕국이 쳐들어오면 고드프리 경의 지휘 아래 잘 싸울 수 있지 않나 해서.”

“설마...”


고드프리는 경악했다.


“나와 고드릭 경 정도는 빠져도 신성 왕국의 공격은 잘 막을 수 있지 않냐, 이 말일세.”

“...무슨 일을 벌이시려는 겁니까?”

“그렇게 당황할 거 없네.”


아이젠은 고드프리의 표정을 보고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기사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는 건 아주 재밌는 일이었다.


“그냥 전선 하나 미리 줄여둘 생각일 뿐이야.”


겸사겸사 드워프들도 포로로 만들어서 데려오고.

아이젠이 뒷말을 덧붙였다.


“무모한 일입니다.”

“하하하, 아직도 그런 소리를.”


애초에 전쟁이란 행위 자체가 무모한 일이었다.


“그대의 할아버지가 나를 필사적으로 지킬 것이니 걱정하지 말게.”

“...제 조부님께선 그냥 혼자 돌진하실 것 같습니다만.”

“흐음.”


아이젠은 반성했다.

어쩌면 무의식 중에 고드프리의 통찰력을 얕보고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


“아니길 기도해 주겠나?”


고드프리는 이마를 짚었다.

신도 외면할 기도를 하라니 고난이 따로 없었다.


* * *


아인 연합은 완전히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패배.

그것도 북부 대공도 아닌 자에게 패배.

그것은 아인 연합에게 쓰라린 상처를 안겨줬고 대족장 티볼레의 위상에도 상처를 입혔다.

더 심각한 것은 엘프들의 이탈이었다.

이 상황을 타개할만한 방법은 오직 하나.


‘전쟁, 그리고 승리. 그것도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이전의 패배는 기억에 완전히 덧씌울 수 있는 그런 승리가.’


느슨해진 아인 연합의 단결을 굳건히 만들고 금이 간 티볼레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전쟁밖에 없었다.

다행히 아직 티볼레의 입지는 굳건한 편이었다.

티볼레는 아주 오랫동안 아인 연합의 지도자를 해왔던 오크였다.

실책 하나로 모든 걸 잃어버릴 정도로 모래성같은 입지를 쌓진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전쟁에서의 패배는 쓰라렸다.

티볼레는 이번에 아주 작정을 했다.


‘트롤, 오우거들까지 모조리 동원한다.’


이번엔 아인 연합의 거의 모든 전력을 동원할 예정이었다.

이전처럼 미지근하게 반응할 생각은 없었다.

반발은 용서할 수 없었다.

오크, 고블린, 드워프, 놀, 미노타우르스, 켄타우로스, 트롤, 오우거까지.

이번엔 반드시 인간 놈들을 씹어먹으리라.

문제는 시기였다.

겨울이 오기 전에 침략을 개시하는 것이 좋았다.


“대족장.”

“울프락.”


티볼레의 막사로 티볼레의 믿음직한 부관 울프락이 첩보를 가지고 다급히 들어왔다.


“방금 첩보가 왔소.”

“어떤 첩보지?”

“적이 움직였다는군.”

“어느 쪽으로?”

“명백하게 우리 쪽을 향하고 있소.”

“좋아!”


티볼레는 탁상을 내리쳤다.

탁상이 두 쪽으로 콰직하고 쪼개졌다.


“그렇지 않아도 공성전을 준비할까 했는데 잘 됐군. 그놈들이 우릴 얕보고 있는게 틀림없다.”


죽으란 법은 없는지 티볼레에게 기회가 왔다.

적이 또다시 나왔다면 이번에야말로 그들을 묵사발 낼 기회였다.


“내가 직접 나설 것이다.”

“그런데 대족장, 이상한 점이 있소.”

“이상한 점?”

“그게... 적의 숫자가 너무 적소.”

“적다니?”

“첩보에 의하면 적의 숫자는 수 백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오.”

“고작 수 백이라고?”


티볼레는 인상을 찡그렸다.

겨우 그정도 병력으로 우리 연합을 공격하러 나왔다고?


“한 번 이겼다고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군.”

“아마 농장을 전처럼 불태우고 도망칠 생각이 아닌가 싶소.”

“버러지들 같으니.”


전에 썼던 얄팍한 수를 다시 쓰러 나오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번엔 순순히 당해줄 생각이 없었다.

모든 병력을 동원하기엔 다소 적은 병력이었지만 일단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해야 했다.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 어느 정도 입지가 회복되겠지.

티볼레는 그렇게 판단했다.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


티볼레는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집령을 내려라.”


전쟁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내가 직접 나설 것이다.”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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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총사령관 블라디미르 +2 24.06.29 2,870 75 13쪽
57 고드프리 은퇴 +5 24.06.28 2,971 91 14쪽
56 승전 처리 +2 24.06.27 3,249 85 14쪽
55 대주교 블라디미르 3 +3 24.06.26 3,207 96 14쪽
54 대주교 블라디미르 2 +1 24.06.25 3,260 95 14쪽
53 대주교 블라디미르 1 +3 24.06.24 3,347 99 16쪽
52 성전 선포 +2 24.06.23 3,462 95 14쪽
51 대족장 티볼레 +1 24.06.22 3,486 96 14쪽
50 격돌 +1 24.06.21 3,668 106 13쪽
» 소집령 +1 24.06.20 3,766 99 12쪽
48 퓨리온의 선물 +1 24.06.19 3,857 111 13쪽
47 전운 +2 24.06.18 3,970 108 12쪽
46 도적 토벌 +3 24.06.17 4,085 104 12쪽
45 전쟁 준비 +3 24.06.16 4,251 109 13쪽
44 황제, 대주교, 그리고 +6 24.06.15 4,288 115 15쪽
43 궁정백 2 +5 24.06.14 4,332 102 16쪽
42 궁정백 1 +3 24.06.13 4,429 103 14쪽
41 마탑주 트리스 +2 24.06.12 4,497 118 14쪽
40 승작 +3 24.06.11 4,543 115 13쪽
39 악마 군세 +2 24.06.10 4,600 105 13쪽
38 아인 연합 4 +2 24.06.09 4,658 115 13쪽
37 아인 연합 3 +2 24.06.08 4,742 102 14쪽
36 아인 연합 2 +3 24.06.07 4,875 10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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